미안하다.

못도와줘서.


배에 갇혀 죽어가던 꽃같은 애들 삼백명도

못도와준 우리가

무슨 낯으로 너희를 돕겠는가.


너희고 우리고 다 죗값치를 날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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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레이소다(raysoda.com)에 가봤더니 아직 내 계정이 살아있다.

2004년에 찍은 사진 몇 장.


카메라는 필름SLR eos5와 dSLR 10d였을 것이다.

필름 스캔과 약간의 후보정만.


뉴비였던 내가 처음 시도한 이미지는 시와 사진을 결합한 poem photo였는데

뭐 보시다시피 이발소 사진이 됐다.



도종환의 시


최하림의 시




구광본의 시


내가 만은 조악한 조어 '그림자 나무'


초보 때 많이들 찍는 실루엣


이 시절 내가  좋아한 사진.



장노출 이미지.


일본 여행 길, 10년 전 아내와 아이.

이상하게 이 사진은 오래 바라보게 된다.


감정과 의욕이 과잉된 사진들 뿐이네.

뭐 초보 때였으니.


이 무렵 자주 들었던 노래 이수진의 <제비꽃 편지>






안도현의 시에 곡을 붙였다.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 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였지요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음 그대로 두었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였지요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음 그대로 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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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2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목 2014-05-3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케님이 세월호 비극과 관련하여 쓰신 글을 보면 그 선하신 인품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참으로 애통스러운 일입니다..

알케 2014-06-02 14:2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지난 밤 퇴근하니 고문진보 후집이 도착했다.

시가를 모은 선집은 구입한지 오래됐으나 산문을 모은 후집은

내동 잊고 있다가 이번에 구입했다.


오래 전에 내게 한문을 가르치시던 선생께서 늘 사서삼경으로 틀을 잡은 연후에는

이 책을 독해와 작문 교본으로 삼아 늘 가까이 두고 읽으라  하셨는데

선생께서 떠나신지도 한참 세월이다.


천오백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눈물과 애상, 분노와 결기, 낙관과 긍정을

천오백년후에 사는 내가 다시 더듬어 읽는 소이는 사람살이가 시공의 차원을 넘어

내남없이 다르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이 주는 안온함 때문일테다.


새로이 글을 익힐 요량은 아니지만 옛글에서 오늘의 시름을 잊고 혹여 내 깜냥이

이르러 조그만 가르침이라도 얻는다면 足矣.






근래 트로트 좋아하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바네사 메이'로 불리는 전자 바이올린니스트

조아람양의 연주 영상. 해금이나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의 비브라토는 정말.


조아람양의 유튜브 채널

http://www.youtube.com/user/0523jo/videos?sort=dd&view=0&shelf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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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씩 쓸쓸할 때 술 대신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곤 하는 김연수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의 후속이 나왔길래 교보에서 샀다.

왼쪽의 <청춘의 문장들>은 2006년판이다. 


2006년판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두번째 "지금도 슬픈 생각에 고요히 귀기울이면"이다.

나는 이 장을 읽은 날이면 늘 술을 먹는다.

아니 술을 먹은 날 이 챕터를 읽곤 한다.


아.


김연수의 산문은 읽는 사람의 마음 어느 구석을 '툭' 치고 가곤 한다.

<청춘의 문장들 +>도 그렇다.

이 두 권을 머리맡에다 두고 한밤중에 뒤척이다 읽는 요즘이다.



몇 해전 세상떠난 매염방 누님의 노래 女人花를 오며 가며 들었다.

이 노래 가사에 이 귀절이 좋더라.


愛過知情重

醉過知酒濃

花開花謝總是空


사랑한 뒤에야 정이 무거운 줄 알고

취한 뒤에야 술이 독한 줄 아노라

꽃 피었다 꽃 지니 모든 게 텅 비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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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5-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케님 반갑습니다. 저도 이렇게 두 권 같이 두고 읽어서 더욱 반갑네요. 다시 읽어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분향소 쪽지에 적힌 한 유족 엄마의 글을 옮겨적은 이는

이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편함이 오래 남아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테다.


아..저 애절하고 통절한 마음을 누가 헤아리고 측량하랴.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래도 장지를 내려오다 앞산이 보이는데

자식이 죽으면 산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딘단다.

앞이 캄캄해서.


나도 자식키우는 애비라  저 억장무너지는 애통함을 생각만 해도

손발이 저리다.


부모 자식간의 이 '단장의 조사'를 쓰고 읽어야 하는 시대를 만들려고

우리가 지난 시절을 그리 살았나.


탐욕에 눈이 멀어 배를 넘어뜨린 자본, 두 손 놓고 애들 수장시킨 정부,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한 언론, 종북과 선동의 잣대로 슬픔을 모욕한 극우,

용서하지 못할 것들이 많다.

 

죽어 가는 지옥이 아니라

여기가, 이곳이 무간지옥이다.


이대로는 못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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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