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표현.이해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4
빌헬름 딜타이 지음, 이한우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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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 표현, 이해>는 해석학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의 해석학 일부를 떼어다 번역한 책이다. 단 일부이지만 딜타이의 해석학이 제대로 번역된 것이 이 책이 처음이다. 그동안 딜타이는 그가 사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다뤄지지 않은 잊혀진 철학자였다. <체험, 표현, 이해>의 번역이 딜타이의 철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딜타이는 정신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에 온갖 정력을 쏟아부었다. 그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본따 자신의 철학을 '역사이성비판'이라 하였고, 칸트는 물론 헤겔까지도 포괄, 종합하는 철학을 만들어냈다. 칸트가 이성의 한계를 찾는 실험을 감행했고, 헤겔이 처음으로 '역사'개념을 도입해 절대정신의 구현을 꿈꿨다면, 딜타이는 헤겔의 역사를 통해 칸트와 같이 역사이성의 한계를 찾는 실험을 했다.

 해석학은 본래 성서를 해석하는데서부터 출발했고 이후 슐라이어마허를 거치면서 딜타이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해석학의 마지막 철학자 폴 리꾀르는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의 해석학을 일컬어 '인식론적 해석학'이라고 명명하기에 이른다. 물론 딜타이에서 리꾀르에 이르기까지는 베티와 하이데거, 가다머가 끼어있다.

 딜타이의 해석학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책세상문고의 문고판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스스로 칸트와 헤겔을 종합했다고 하기때문에 칸트와 헤겔철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들이 그대로 딜타이에게 전해진다. 독일 관념철학은 오로지 머리로만 하는 철학이기때문에 언어와 표현이 매우 어렵고, 문단 가운데서 핵심을 찾기도 힘들다. 이 책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서 혼자 고민하면서 정독해서 읽어야할 이론서다. 그리고 해석학에 대한 아무런 배경없이 읽는다면 절대 이해못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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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이나 된 영화이지만 정말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알고 있을 것이다. 텔레비젼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서 각색해서 수없이 우려먹었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리처드 기어가 줄리아로버츠가 사는 허름한 할리우드가에 리무진을 몰고와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유명하기 때문이다.

 현대판 신데렐라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영화는 대단한 부자이자 엘리트이지만 인간적인 면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냉정한 사업가 에드워드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창녀 비비안 두 사람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을 돈으로 사서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지만 그 일주일이 에드워드를 바꾸어 놓았다. 비비안과 함께 하며 인간적인 면을 배우고 파산직전의 회사를 사서 조각내 되파는 자신의 일이 비생산적임을 깨닫고 마지막 계약순간에 그는 오히려 회사를 지원하는 후원자가 되기로 한다. 그는 돈으로 비비안을 샀지만 비비안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줄리아로버츠의 창녀차림의 모습과 에드워드를 만난 이후의 우아한 고급스러운 모습이 대비되면서 어쩜 두 가지 모습을 저렇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줄리아로버츠의 연기는 대단해서 그녀가 오페라를 처음 구경하며 감동해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보고있는 오페라를 보지 못하는 나도 그녀를 따라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이 세상에 신데렐라는 있을까? 난 아직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능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속에서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좋은 영화에 이런 발언을 함으로써 감동을 반감시키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본 여자들 누구나가 다 신데렐라의 꿈을 품게 할 수는 없는 법.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하류인생을 사는 남자를 구해주는 사람좋고 이쁘고 돈많은 여자의 이야기는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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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32
장 자크 루소 지음, 박호성 옮김 / 책세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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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볼테르에 대한 관심이 다른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루소와 로크, 홉스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계약론>을 접하게 되었고, 그중 로크와 홉스의 다음 세대를 살아가며 계몽주의의 전성기를 보낸 루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장 자크 루소, 그는 사실 18세기 계몽주의자 중에서 사상계의 이단아로 불리운다. 시계공인 아버지와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고독과 방랑, 소외 속에서 그는 바랑 부인을 만났고 그녀에게서 자신의 지적인 성장의 단초를 제공받았다. 그의 지적 토대가 모두 그녀에게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후에 루소는 <학예론>을 써 명성을 얻었꼬,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사회계약론>,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고백록> 등의 저서를 냈다. 그의 사상이라는 것이 당시의 계몽주의자들과는 서로 대치되는 면이 많아서 온갖 비난과 핍박을 받아 외로운 지식인 생활을 했다.

 이번에 읽은 <에밀>은 사실 루소의 <에밀>의 완전번역본이 아니다. 완역본은 김중현씨가 번역하고 한실사에서 낸 <에밀>이 따로 있다. 기왕에 읽을 바에야 완역본을 읽는 것이 좋겠지만, 워밍업으로 책세상문고에서 나온 일부 번역본을 봐도 괜찮다 싶었다. 책세상문고에서 나온 박호성씨가 해제한 이 책은 루소의 <에밀>의 1부만을 번역한 것이다. 그 역시 책에서 이 책을 읽고 완역본을 읽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번역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난 이 축약본을 읽고 사실 다 읽고픈 생각이 간절히 든 것은 아니나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이 더 든 것은 사실이니 그의 시도가 내게있어선 그다지 실패로 단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 하다.

  <에밀>은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교직에 몸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나, 정치학을 하는 자들에게나, 철학을 하는자들에게나 모두 읽어야할 필독서다. 루소의 <에밀>은 교육소설이라고 알려져있지만 또한 정치소설이기도 하다. 그의 사회계약설에 대한 기초적인 부문, 인간과 정치, 문명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이곳에 숨어들어있기 때문이다.

 책세상문고판은 <에밀>의 1부만을 담고 있고, 두껍지 않고 책크기도 작아서 그냥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면서 읽어도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을 듯 싶다. 두꺼운 <에밀>을 읽기가 겁이 난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완역본을 손에 쥐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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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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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문> 현재 종로, 강남 등의 대형서점에서, 그리고 알라딘,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서점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를 달리고 있는 책이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에 2만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까지, 선뜻 돈을 주고 사기 쉽지 않은 이 책이 그것도 고전을 다룬 이 책이 이렇듯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책문'의 내용이 담고 있는 '시대의 물음과 대답'이라는 것이 오늘날까지도 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나의 학교 선배이자 현재 철학강사로 뛰고계신 김태완 선생님의 첫 저서이다. 길게 늘어진 턱수염과 뒤로 꽁지틀은 머리는 딱 봐도 '도'에 도달한 '도인'쯤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김태완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면, 혹은 그의 강의를 들어보면, 도에 트인 사람이 맞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외국 유학을 갔다온 것도, 우리나라의 소위 일류대라고 하는 서울대를 나온 것도 아닌 선생님이 그만한 내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실로 대단하다. 어쩌면 비주류를 살아온 때문에 그만한 내공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교수'직함을 받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이 40에 이제야 배움을 알았다고 하는 선생님은 이제는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길 원하신다. 그리고 그 첫 작업이 바로 <책문>이었던 것이다. 그 시도는 성공이었다. 선생님은 저자후기에서 책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편집진이 만든 것이라 했지만 너무나 겸손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책문'은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한 임금과 합격자의 문답이었다. 시험에 다 합격한 뒤에 임금은 당시의 어려움을 책문의 문제로 내어 그들의 대답을 듣고 싶어했다. 본래 책문은 한 무제 때 지방수령들의 추천으로 뽑힌 인재를 임용하려고, 대책을 물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것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자리잡히게 된 것이다.

 임금이 내는 책문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어떻게 하면 인재를 등용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정쟁을 멈출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하면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외교책에서 정벌책을 써야하는가 아니면 화친을 해야하는가, 외교관의 자질은 어떤 것인가, 교육은 어떠해야하는가, 잘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유형의 질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합격자들의 대답 또한 각기 다르다. 일례로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을 묻는 세종의 책문에, 성삼문은 역사적 사례에서 배워야함을, 신숙주는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어야함을, 이석형은 다양한 의견을 들어 조율해야함을 대답으로 내놓는다. 책문에는 정답이 없다. 책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오늘날 비슷하게 남아있는 형태로 대학입시 논술시험이 있는데 여기에는 사실 기교와 정답이 존재한다.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우리네 교육현실에서 논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법은 학원에서 다 가르치고 있고 그 기교가 통하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라면 모를까? 우리나라에서는 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자기만의 논술을 보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저자 역시 책에서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고 나 역시 저자에 동감한다.

 우리가 <책문>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그 물음과 대답이 비록 당시의 제도와 풍습에 맞춰져있지만, 질문은 현재에도 유효하고 대답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응답자의 태도와 식견을 보고자 함이다. 오늘날의 정책자들은 소위 행정고시, 외무고시라는 시험을 통해 뽑히지만 그저 달달 외우고 정답을 맞추기에 불과할 뿐 그들의 사회, 국가, 역사, 세계에 대한 가치관이나 식견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의 암기력이 아니라 가치관과 국가관, 세계관인데도 말이다. 분명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고칠만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땅히 생각나는 것도 아니다.

 <책문>은 현재 베스트셀러이지만 스테디셀러가 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할 교양서의 목록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간접적으로 고전을 접함과 동시에 역사를 접하고, 그들의 사유를 접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우리의 미래를 보는 시각이 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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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 영화 <가족>을 봤더랬다. 오랫만에 가족끼리...
 아빠는 아침에 내가 일어나기전 어딘가 나간 상태였고 엄마와 동생과 나는 저녁에 인근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가족>은 영화를 보기전부터 너무 광고를 많이봐서 그런지 이미 내용을 대강 알고 있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와 절도혐의로 여러번 교도소를 왔다갔다한 딸의 이야기라는 것. 주현과 수애가 아버지와 딸로 나온다는 것 정도. 역시 예상대로의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전 여기저기서 들어본 정보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보고난 뒤에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은 태반이고, 엉엉 우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왜 슬프지 않지? 하고 영화보는 중간에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내 감정이 메말라버린 것일까? 그건 아닌거 같은데... 옆에서 떠드는 꼬마아이때문인가? 아니면 뒤에서 발로 내 의자를 툭툭 건드리는 사람 때문인가? 영화상영중 앞에서 옆에서 슬금슬금 왔다갔다하는 사람 때문인가? 하여튼 영화보는 여건은 영 아니었다. 15세 이상 관람가에 유치원생 정도 나이의 아이는 왜 데리고 온 것이며, 또 떠들게 두는건 뭐람. 이 영화가 슬프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주위 여건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눈물을 닦는 사람들도 보이곤 했지만 다른 이들도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나보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나는 이 영화에서 그다지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줄거리상으로는 대단한 부정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본 내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깡패와 룸싸롱의 모습이 너무 자주 비춰지는 것도 눈에 거슬렸고 이 덕분에 오히려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정현과 수애의 연기는 좋았지만 작품 자체가 지니고 있는 드라마적 요소의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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