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0
고미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는 최근 고전 리라이팅 열풍의 시작이 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쓴 고미숙씨의 초기작품이다. 98년부터 책을 써왔던 그녀에게 어쩌면 2001년에 나온 이 책은 초기 저작이라 하기엔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대중에게 커밍아웃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이 책은 초기저작이다.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는 역시 값싸고 얇은 책세상문고판 시리즈의 50번째 작품이다. 철학자 탁석산 씨가 이 문고판 시리즈의 첫장을 장식한 이후로 이 시리즈는 학계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재야 학자들의 데뷔무대가 되고 있다. 그런면에서는 고미숙씨 또한 예외는 아닐성 싶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고미숙씨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맛보았다. 절반의 성공은 대중들에게 그녀의 이름을 각인시킬 정도의 활발한 저작활동을 했고 그 저작들이 일정부분 그녀에게 명예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절반의 실패란 그녀의 책을 읽은 다수의 독자들이 안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들의 안티와 같은 조직적인 안티카페를 만들어 불매운동을 벌인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글쓰기 방식과 내공에 딴지를 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수밖에는 없겠다. 하지만 대중적 글쓰기 라는 점에서 그녀의 글이 읽기 쉬운 것은 사실이고 이점은 장점으로 인정을 해도 좋을듯 하다.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를 통해 그녀는 지금까지의 한국의 근대성이 이론이나 사상사를 통해 이루어져 한국의 근대가 미화되거나 과잉 해석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근대성을 체크해본다.'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이라는 부제를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매우 쉽다. 모든 장의 시작이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으로부터 시작해 보편담론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독자가 첫발을 디디기 쉽다. 그리고 다소 독선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주장은 지금까지의 논의와 색다르기 때문에 '다양성'의 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녀는 가라타니 고진과 미셸푸코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저서를 통해서 그들의 말을 그들이 본래 주장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부분부분을 떼내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데에 인용하고 있다.

 이 책 안에는 가라타니 고진과 미셸푸코 뿐 아니라 강유위와 신채호도 들어있다. 이는 순전히 그녀가 다방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너무 여러 방면에 눈독을 들이다보니 깊이가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넓지도 깊지도 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학문적 깊이는 느끼지 못했다. 이점을 이 책의, 혹은 고미숙씨의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시 집에서 농땡이치다 쇼파에 누워 리모컨이나 켠게 화근(?)이 되어 보게 된 영화. 하지만 영화가 재밌어서 보고 난 뒤 후회는 없다.

 영화 제목 '단테스피크'는 'Dante's peak' 로 굳이 해석하자면 '단테의 꼭대기' '단테의 봉우리' 정도겠는데, 영화 속에서는 미국 내 1만 7천명이 거주하는 산을 끼고 있는 조용한 마을의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휴화산이 있는데 이 화산의 폭발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일들이 영화의 내용이다.

 얼굴이 참 익숙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지질연구가로 나와 영웅 역할을 맡는다. 오래토록 화산활동이 없었던 조용한 마을의 화산활동 기미가 보인다고 판단한 해리달톤(피어스 브로스넌)이 마을 시장(여자)과 그녀의 아이들을 구출해내는 장면을 담았다.

 1997년에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이후의 재난영화들보다 훨씬 재미있다. 남이 재난당하는 것을 두고 '재미있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속 내용이니까 '영화'로서 본다면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영화가 국내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제쳤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지진, 해일, 화재, 화산폭발 등의 자연재해를 다룬 영화에서는 많이 뒤쳐진다는 느낌이다. 물론 국내에는 아직까지 재해를 다룬 영화가 별로 없지만 말이다.

 <단테스피크>에 나오는 화산활동의 모습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물론 실제로 화산의  활동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보니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화산재, 화산구, 화산폭풍, 용암 등에 관한 것들이 말이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서 수업을 하면 참 효과적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용암을 해쳐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무리 영화라지만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천하무적이라는 점이다. 용암위를 달려가는 자동차나, 용암이 산에 있는 목재로 만든 집 벽면을 뚫고 나왔음에도 그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이 아직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화산폭풍에 휩싸였으면서도 죽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이런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 보여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참 재밌는 영화다. 사실적이고, 긴장감도 있으며, 사랑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 추! 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3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요일임에도 엊저녁에 잠시 잠을 잤기 때문인지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켜고 이제 뭐할까 생각하던중 사놓고 읽지 않던, 책장에 꽂혀있는 얇은 책을 한권 꺼내들었다.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라는 책은 책세상문고에서 길거리에서 꺼내 읽기 좋게 문고판으로 내놓은 시리즈 중에 하나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책이 값싸고, 작고 얇아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이제는 신문지상을 통해서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나 우리에게는 익숙해져버려 말하는 도중에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계화'. '지구화'는 '세계화'의 다른 아님 이름이다. 다만 '세계화'라는 단어가 시간이 지나 여러방면에서 사용되면서 본래의 의미와 변질된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따라서 저자는 그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구화'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구화' 혹은 '세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모른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다. 나 역시 '세계화'가 뭐냐고 물으면 막상 대답하기 힘든 사람 중에 한명일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범람하며 사용되고 있는 '지구화'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사실 내가 읽기전에 예상하고 있던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나의 기대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술되었다고나 할까. 대립적인 포드주의와 케인즈주의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지구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쪽에 관심이 없고 그래서 무지한 내가 읽기에는, 물론 어렵진 않지만,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할까. 경제학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들은 사실 전문적이진 않기 때문에 읽어 나가는데는 부담이 없다. 하지만 단지 나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읽기 지루하다는 것이다.

 책의 단점 한가지를 지적하자면, 저자는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를 자주 인용하면서 홉스봄의 말을 빌어 지구화를 말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이 홉스봄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를 빌어 말하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너무 기존의 다른 학자들이 내놓은 생각들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점이라기 보다는 아쉬움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부담없이 읽어나가기에 쉬운-재미는 없지만- 책이다.

 한가지 더, 각 장의 시작에 앞서 록가수의 노래가사를 빌어 시작하는 장면은 불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록가수의 노래에 관심이 있는 저자는 자신이 접했던 노래가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암시해주고자 했던 것 같으나 사족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책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 - 인류의 가장 소중한 유산
오트프리트 회페 지음, 박종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일찍이 <철학의 거장들>이라는 4권의 시리즈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독일 법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폐가 내놓은 신간이다. 회폐로부터 1년간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았던 현직 서강대 철학과 박종대 교수가 번역했다.

 이 책을 통해 회폐는 '정의'라는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의견을 첨부해 내놓았다. 사실 '정의'라는 주제만으로 정리된 책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없기에 그런면에서 일단 이 책의 출간은 책의 깊이와 내용의 충실함에 상관없이 의미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책의 내용의 깊이와 충실함은 이미 책을 다 본 지금에 와서 느끼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의를 배제한다면 왕국과 강도집단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그는 정의의 기원에 대해서 먼저 다루고, 정의의 개념이 고대사회에서 어떻게 규정되었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옛날의 정의에 대한 정의가 가진 난점들을 지적하고 근대와 현대로 거쳐오면서 정의에 대한 수정작업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밝힌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앞부분에서는 순수하게 정의에 대한 내용이 아닌 법의 용어들과 관련하여 정의를 말하고 있어서 생소한 법 용어에 쉽게 책장이 넘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인권, 처벌, 사회정의, 관용으로 나아가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과 관련된 정의와 결부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정의를 바라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회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를 전공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정의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또 정의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듯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정의관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공통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본다. 가령 이들은 실천철학을 두가지 부류로 취급을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정치학으로, 칸트는 덕론과 법률로 나누었다는 점이 그렇고, 둘째, 두 사람 모두 도덕이 신에 근거한다는 견해와 신에 의해 제정된 도덕을 비난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라 한다. 양자 모두 이성을 도덕의 근거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회폐는 총 7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예를 들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서 회폐는 정의가 좋은 집단 생활을 위해 충분치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개념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한다. 정의보다 더 나은 것으로 '우정'을 도입하는 것은 각박해진 우리네 삶을 좀더 매끄럽게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실 이 영화가 맨처음 소개됐을 무렵 별로 그닥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금도 그냥 예상했던대로다 라는 생각이다.

 멜로의 장소가 눈보라치는 산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한국 멜로와는 분명 배경은 다르다. 하지만 배경만 다르지 특별한 배경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로맨스는 다른 잔잔한 로맨스와 다를 바 없다.

 대학 산악부의 대선배인 이성재와 까마득한 후배인 김하늘이 만나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치만 이성재는 이미 결혼한 몸이고, 이 사랑의 끝은 처음부터 아픔을 가진채로 시작하게 된다. 둘의 만남은 김하늘의 어릴적 친구인 송승헌에게도 비밀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알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둘이 헤어진 뒤에나 알게되고... 송승헌은 우연히 만난 어릴적 친구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알래스카 아시아크. 이곳에 오르면 잃었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 이성재와 김하늘은 이곳을 찾아 등반하지만 위험한 순간, 김하늘은 로프를 자름으로써 이성재를 살린 채 자신은 죽는다.

 그리고 3년 뒤, 이성재는 다시 이곳을 찾고, 산악을 몰랐던 송승헌도 이곳을 찾는다. 둘 다 김하늘에 대한 사랑으로...

 영화는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을 주긴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그저그런 로맨스 영화의 하나 정도로만 인식된다.

 단편영화를 제외하고 메이저 영화에 처음 데뷔한 김은숙 감독으로서는 처음치고는 큰 실패도 성공도 아닌 결과를 거둔 셈이다. 또 데뷔였기에 실패하기 어려운 고만고만한 로맨스를 택했는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