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0년 7월
구판절판


"사형을 언도받은 죄수가 형 집행 바로 직전에 어쩌면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 집행유예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집행유예의 환상 중)-31쪽

"강제수용소에서 살았던 우리들은 막사 앞을 지나가던 죄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던진다든가,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빵조각까지도 주고 가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한 가지 만족할만한 확증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주어진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자기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112쪽

"모든 개인을 구별하고 개인의 실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특이성과 유일성은 인간에게 베푸는 사랑 못지 않게 창조적인 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과 계속 살아 남아야 할 책임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한 사람이 그를 지극한 애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인간에게나 완성되지 않은 작업에 대해 지고 있는 책임감을 의식하게 된다면 그는 결코 자기의 삶을 내던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그가 실존해야 할 '이유'를 알고 있으며, 어떠한 곤경에도 참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134쪽

"모든 일이 꿈속에서 느끼는 것처럼 실제 같지도 않고 비슷하지도 않게 보인다. 우리는 자유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흘러간 몇 년간 우리들은 꿈속에서 얼마나 자주 속아왔던가!(비인격화 현상)" -148쪽

"정신분석에서 인간이 본능적인 것에 관하여 의식하게 되는 반면에 실존분석이나 로고데라피에서는 인간이 그 어떤 심령적인 것, 혹은 실존적인 것을 의식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적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영성, 혹은 실존의 관점에서만 책임지는 존재라는 말로 묘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237쪽

"나는 인간적이 된다는 것은 실존적으로 그 자신의 실존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240쪽

각주에서...
프리드리히 폰 쉴러
"영혼은 이야기를 하는 그 즉시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혼일 수는 없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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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떨결에 '추천리뷰쓰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시사회를 가게 되었다. 오랫만에 당첨된 시사회! 주기적으로 자주 신청을 하는데도 시사회 당첨되기는 매우 힘들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미국의 현대작가 F X 툴의 단편소설 ‘불타는 로프’를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보잘 것 없는 곳에서 찾아낸 값진 물건'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소재면에서 복싱영화이면서 30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복싱에 입문한 한 여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돈없고 정많은 늙은 복싱 트레이너 프랭키를 찾아와 무턱대고 복싱을 가르쳐달라는 여자. 프랭키는 여자는 안키운다지만 결국은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다. 장장 8년간 키워놓은 남자 복싱 선수가 그를 배신하고 다른 매니저에게 가버린 지라 프랭키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속은 곯아있다. 하지만 그녀는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배신하지 않는다.

 복싱에 입문한지 1년 반만에 타이틀 전에 도전하는 그녀. 정말 대단한 열정과 지독한 연습으로 단기간에 최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린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쉬는 그녀는 오히려 프랭키를 걱정하고 있으니...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프랭키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를 택함으로써 짧았지만 굵게 살았던 그녀의 인생을 마감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그녀를 지칭한다. 보잘 것 없는 시골촌뜨기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손님들이 남긴 음식이나 싸다가 집에 가서 몰래 먹고 돈을 모아 펀치볼을 사는 그녀는 프랭키를 통해 값진 물건으로 탄생한다.

 프랭키가 그녀에게 붙인 별명 게일어 '모쿠슈라'는 '나의 소중한 혈육'이라는 의미다. 그녀는 끝내 죽는 순간 이 말을 듣게 되지만 이 별명은 프랭키의 그녀에 대한 사랑을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둘은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이상이었다.

 이 감동적인 영화가 실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봤다. 만약 실화였다면 좀더 감동이 깊고 진실하게 다가왔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실화라면 실화의 주인공이 된 그녀가 너무도 가엽기 때문이다. 스스로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그것도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안락사를 택하는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까. 오히려 실화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이 영화는 2005년 아카데미에서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각종 협회에서 받은 상만 해도 엄청나다. 보고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 여배우인 힐러리 스웽크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라는 영화 이후로는 아마도 처음 인 듯 싶다.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제작, 감독, 주연, 음악 등 이 영화 전체에 발휘된 그의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영화판에 오래 있으면 이렇게 다분야에 재능을 보일 수 있는것인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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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3-0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봤었는데요. 클린튼 이스트우드 정말 연기 잘하지 않았나요? 저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이배우가 남우주연 탈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못타서 의외였어요. 처음엔 약간 지루했는데, 뒤로 가면서 감동적이어서 울먹이면서 봤던 영화였어요.

LAYLA 2005-03-0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에요, 누구랑 간거에요? 정말 남자랑 같이 가신거에요?^^

마늘빵 2005-03-0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rky 님/ 저도 그에게 반했어요. 여배우도 잘하긴 했지만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정말 잘했어요. 사실 눈물을 쥐어짜낸 영화는 아니었지만 감동.

라일라님/ ^^ 남자는 아니구 그냥 종로 인근 직장에서 일하는 밴드 키보드치는 동생 불러다 봤어요. 밥사라고 하고서. 흐흐. 피자헛 먹었슴다. 비싼데...

줄리 2005-03-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배우 제가 좋아하는 배우예요. 소년은 울지 않는다 에서 여우 주연상을 타더니 이번에두 탔네요. 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탔으니 오래 살겠네요. 그녀의 진짜 삶도 아주 감동적이더군요. 희망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쯤으로 말할수 있는 그런 삶이더라구요. 저 근데 이 영화 아직 안봤어요. 곧 봐야지요...

2005-03-08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극단의 형벌 - 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
스콧 터로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극단의 형벌'은 곧 '사형제'를 의미한다. 사형은 법정에서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형벌이고, 이는 죄인의 죽음을 의미한다. 죄인을 죽이는 형벌 이상의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죄인을 죽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만기출소 한 뒤에 나와 동일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와 같이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미리 예견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에겐 그런것은 영화 속에나 볼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또 설령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또 그것이 정확한 예견이라 하더라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해 형벌을 미리 부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형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또한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다만 국가별로 사형제를 실시하는 곳이 다수를 차지하느냐, 소수를 차지하느냐 하는 비율이 달라질 뿐이다. 인간 세상에서 사형제가 아주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희망이지 싶다. 마치 성매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성매매 특별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성매매가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좀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을 뿐.

 <극단의 형벌>은 스탠퍼드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연방검사로 지내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텃 터로의 책이다. 그는 이미 문학전공자 답게(?) 탁월한 글빨을 자랑하며 6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았다고 한다. 변호사에 베스트셀러 소설가에 사형위원회에도 소속되어있다? 대단한 경력과 재능이다.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잘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실감하고 있는 요즘 그는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극단의 형벌>은 그가 속해있는 사형위원회의 성과를 집필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그 혼자지만 내용은 그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의 것을 그가 종합했을 뿐.

 2002년 일리노이 주지사 조지 라이언이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형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무고한 사형수 4명을 석방하고 167명의 사형수를 감형했다. 정말 대단하다. 주지사라는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선 미국사회에서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텐데 그는 정말이지 대단한 일을 벌였다.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 저런 개혁을 단행하고도 정치적으로 현재 살아있을까?

 이 책은 위원회의 구성과 진행, 결과에 대해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사형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사형제에 대한 담론의 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좀더 이론적이고 사형제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사례들로 가득하다. 사례가 객관적인 자료로서 기능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담론이 빠져있어 많이 아쉽다. 물론 책에 대한 기대는 독자인 나만의 것인지라 단지 '사형위원회'의 조직과 진행, 결과만을 다룬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형제에 대해 관심을 좀더 증폭해준 것만으로 이 책에 대해 만족을 표해야겠다.

 추가발언
 책 앞부분에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잔 다르크의 순교, 루이 16세의 처형, 막시밀리언의 죽음 등의 사진과 간단한 코멘는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죽음에 대한 역사 전반적인 지식욕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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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5-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사형국가들에 관한 도표 같은 통계자료들도 있나요?

마늘빵 2005-05-0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도표나 통계는 없고요. 글쓴이가 말을 하면서 중간중간 수치를 이야기하긴 합니다. 정확한 자료를 원하신다면 이 책은 아닙니다. ^^

릴케 현상 2005-05-0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도서관 가서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쩝 안 가도 되겠군요...도표같은 건 어디서 구하나...
 
극단의 형벌 - 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
스콧 터로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04년 7월
절판


"우리가 사형논쟁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런 질문들의 본질적인 성격 때문이다. 자신이 사형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옹호자이든 반대자이든, 또는 그 중간에서 갈등을 겪는 사람이든 모두 이 문제에서 한 나라의 정신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응ㄹ 보고 있다.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확신 때문에 사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나 방종한 죄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형 지지자들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동정을 과장하는 사람들이거나 위선자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된다면 분명히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67쪽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는 일은 당연히 끔찍하게 여길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처형에 대해 말로는 완전히 표현하기 힘든 특별한 공포를 느낀다. 물론 무고한 사람을 평생 감옥에 가두어두는 것도 인권을 능욕하는 무시무시한 짓이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 없는 처형은 분명히 그보다 더 나쁘다. 법원이 종종 간결하게 표현하듯이, "사형은 다르다". 한 가지 이유는 죄수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형수 감옥에 있다가 퍼먼 판결로 목숨을 구했던 사람들 가운데 넷이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는 더 큰 이유는 무고한 사람을 처형함으로써 정의가 거꾸로 서고, 법을 문명의 힘이 아니라 야만의 힘으로 만든다는 것이다."-93쪽

"모든 사형 집행은 정의로워야 한다. 만일 무고한 사람이나 그럴 만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처형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도덕적 균형 감각이나 사형이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 제도는 틀림없이 정확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극한의 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섬세하게 조율된 감각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며, 그런 악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오류 없이 밝혀 내야 한다."

-134쪽

" '극한의 악'을 처벌한다는 상징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재활이나 속죄는 계산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피고가 지배적인 도덕의 요구를 인정하게 되면 그런 가치들을 재확인하기 위해 벌을 줄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길로 접어든다 해도, 누가 속죄를 할지, 언제 할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사형 집행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없애 버린다는 것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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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절판


"아기는 대상을 '좋은사람' 과 '나쁜사람'으로 분리해서 받아들인다. 엄마가 젖을 주고 포근히 안아줄 때는 좋은 사람이고, 욕구를 채워주지 않고 야단을 칠 땐 나쁜 사람이다. 통합되지 않은, 두 사람으로 인식한다. 한 사람 안에 'good' 과 'bad'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극단적인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경계선 인격장애'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특정인에 대해 좋고 싫음의 극단적인 감정을 갖는다.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을 거의 신처럼 숭배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같은 사람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과 적개심을 드러내며 폄하한다."(책을 펴내면서)-9쪽

"내가 경험했다고 해서 그 문제의 보편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일한 경험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사안이라도 그때마다 개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명박 대 박찬욱, 이명박 편)-29쪽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파악해야 한다"(앨빈토플러)(이명박 대 박찬욱) -31쪽

" '절세미인'의 미모에 대한 끊임없는 결핍감을 "아직도 부족하다"는 겸양으로 보기는 어렵다. 쉼없는 회의와 불안과 자조와 두려움을 거치지 않고 어찌 탄탄한 안정감이 만들어질 수 있으랴만, 거기에도 균형은 필요한 법이다."
(이명박 대 박찬욱, 박찬욱편)-47쪽

"동일한 물리적 상황에서도 '내 현실'과 '네 현실'은 다르게 인식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이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나의 현실감각과 어긋나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은 마이너리티거나 불가해한 예외적 상화일 뿐이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옷가지에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정신 나간 '비현실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ŸG다ㅏ. 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현실감각은 한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어떤 이의 현실감각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스타일의 차원을 넘어 개인적 성향이나 가치관의 문제로 이어진다."(정몽준 대 이창동)-64쪽

"그림자 없는 물체는 '실체'가 아니듯, 완벽한 '객관적' 현실이란 이데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와 남이 함께 소통하는 장은 그 '현실'이란 마당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소통의 노력은 값진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 이창동편)-83쪽

"영화촬영 현장이란 때때로, 또는 자주 소외의 구조 속에 빠질 때가 많다. 역할이 작을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 중심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 지금 어떤 장면을 찍는지도차 알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현장의 변두리에서 고개를 파묻은 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작업에 임할 수 잇는 열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이창동의 말)-89쪽

"내향성/외향성의 분류는 정신분석가 융의 이론에 의한 것이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의 하나로 인간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구별하였는데, 그들은 주체와 객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사람이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주로 객체에 의한 것일 때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며,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에 의해 결정되면 내향적이라고 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가령 어떤 사람이 미술전람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문의 호평이나 화가의 지명도에 근거해 특정한 그림을 좋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객관적 규준에 따라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평이 좋고 그 화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자신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기준은 주관적 측면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140쪽

"사람에게는 '자아 동조적' 측면과 '자아 비동조적' 측면이 있다. 원래 자아 동조적/자아 비동조적이란 개념은 정신과에서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구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청결과 반복적 확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두 질환인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는 본인도 괴로워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 비동조적'이다. ...... 그러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아 동조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청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쉴새 없이 닦고 또 닦는 것도 단지 집이 더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152쪽

"오해가 지속되면 편견이나 잘못된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편견을 고치려 하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회나 개인은 언제나 불행하다."(심은하 대 김민기)-165쪽

"욕심과 희망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피해가 가면 욕심이고 누구에게 피해가 안되면 희망인가. 그냥 생각해볼때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욕심이라면 불행해졌을 때 가져야 할 게 희망일 것이다. 잠시 욕심을 버린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욕심이 아니라 그냥 정당한 (...) 내 삶의 희망인 것 같았다."(이인화 대 김근태, 20대 어느 젊은이)-169쪽

"역사소설은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보다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배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황석영 왈)-185쪽

"인간은 원래 과거에 겪은 쓰라린 일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더 잘 회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과거의 괴롭고 쓰라렸던 일들이 지금의 행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쓰라린 과거를 딛고 일어섰다고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이인화 대 김근태, 이인화 편)-188쪽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위해선 일단 나의 실체가 어디까지인지부터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개성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정신분석가 융이 정신치료의 궁극적 목적을 '자기 개별화' 혹은 '자기 개성화'로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융이 말하는 '자기 개성화'란 무의식에 있는 자기 모습을 찾는 것이다."(김수현 대 손석희)-247쪽

"반 박자 앞서야 할 때와 반 박자 물러서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지금 여기'의 나를 제대로 인식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김수현 대 손석희, 손석희 편)-275쪽

"모든 존재가 존재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조각상의 외적 형태를 색깔, 무게, 길이 등으로 말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그 외적인 조건만으로 존재성이 있따고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가져야 하는 온전한 존재의 형태, 즉 부성이 없으면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성이 없는 것이다. 존재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존재성'에 있으며, 존재성이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상대의 존재도 그만큼 명백해지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성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김대중 대 김훈)-285쪽

"기능적 사고에 고착화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정서적 격리'현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인식할 때 정서기능은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고 사고기능만 비대해지는 현상이다. 이들이 사건이나 상황을 기억하는 방식은 좀 특별하다. 사건이나 생각은 자동적이라고 할 만큼 정확하게 기억되지만 그 사건에 수반된 정서는 거의 휘발되어 기억되지 않는다. 김훈의 글에는 그런 '정서적 격리'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김대중 대 김훈, 김훈편)-308쪽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김훈, <칼의 노래> 서문)-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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