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6 - 서촉으로 가는 길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손부인이 장소의 계책에 유비의 아들 아두를 품에 안고 급히 배에 오르는 장면)
조자룡은 청강검을 칼집에 꽂고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주모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어찌하여 군사께 알리지도 않고 떠나십니까?"
"모친의 병환이 위독하다 하여 알릴 틈이 없었네."
"주모께서 문병 가시는데 어찌하여 작은주인은 데리고 가십니까?"
"아두는 내 아들이오. 형주에 두고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질 않소?"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주공께 혈육이라고는 아두 공자뿐입니다. 일찍이 소장이 당양 장판파에서 백만대군 속을 누비고 겨우 구해낸 터인데, 오늘 주모께서 아두 공자를 데려가신다니 이런 도리는 없습니다."
(중략)
그러나 조자룡이 한손에 아두를 안고 또 한손에 청강검을 들고 험악한 기세로 서 있으니, 누구 하나 감히 덤벼들지 못한다.-14-17쪽

(공명이 장비를 염두에 두고 마초와 대적할 자가 없다며 짐짓 거짓된 발언을 하며)
"군사는 어째서 나를 얕잡아보는 거요? 내 일찍이 혼자서 조조의 백만대군도 물리쳤는데 마초 같은 촌놈 하나 감당 못하겠소!"
공명이 말한다.
"장장군이 지난번 장판교를 끊었을 때는 조조가 우리의 허실을 몰랐으니 망정이지 만일 알았다면 무사할 수 있었겠소? 오늘날 마초의 용맹은 천하가 다 아는 바요. 마초가 위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맞아 여섯 차례 싸웠을 때 수많은 조조의 군사들이 목숨을 잃고 조조도 수염을 깎고 전포마저 벗어던지고서야 겨우 살아났으니, 마초는 절대 함부로 볼 상대가 아니오. 관운장이 온다 해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소."
(중략)
"어쨌든 나는 갈 테요. 만일 내가 마초를 못 이기면 어떤 군령도 감수하겠소."-102쪽

(조자룡이 장합과 서황에 포위된 황충을 구하며)
조자룡은 크게 노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더니 한창에 초병을 찔러 죽여버렸다. 이어 나머지 적군을 숨가쁘게 몰아붙이며 무찌르니 조조군은 곧 모두 흩어져버렸다. 그 길로 분산 아래까지 달려가보니 장합과 서황이 황충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군사들은 모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자룡이 크게 호령하여 포위 속으로 돌진하더니 말 달리고 창을 휘두르며 좌충우돌하는데, 마치 무인지경을 달리는 듯하다. 그의 창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하얀 배꽃이 춤추는 것 같고, 눈발이 분분히 휘날리는 듯하다. 장합과 서황은 간담이 서늘해져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자룡이 황충을 구출해 싸우는 한편 달아나니, 가는 곳마다 감히 그 앞을 막는 자가 없었다. 조조가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다가 놀라 좌우의 여러 장수들에게 묻는다.
"저 장수가 누구냐?"
그중에 알아보는 자가 있어 대답한다.
"상산 조자룡입니다."
"옛날 당양 장판교의 영웅이 아직도 살아 있구나!"-254-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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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5 - 천하삼분의 시작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조조가 유비와 손권에게 패하고 산길로 도망가던 중 관우를 만났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에 빠진 이때, 정욱이 앞으로 나서며 간한다.
"제가 알기로 관운장은 윗사람에게는 오만해도 아랫사람은 절대 업신여기지 않고, 강한 자는 우습게 알아도 약한 자는 능멸하지 않으며, 은혜 갚는 일과 원수 갚는 일을 분명히하는 신의가 두터운 사람입니다. 승상께서 지난날 그에게 베푼 은혜가 있으니, 친히 간청하신다면 이 난국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정욱의 말대로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서며 관운장에게 몸을 굽혀 인사한다.
"장군께서는 그동안 별고 없으셨소?"
관운장 역시 몸을 굽혀 답례하며 대답한다.
"관우가 군사 제갈량의 영을 받들어 승상을 기다린 지 오래요."
"내가 싸움에 패하고 위기에 몰려 이곳에 이르렀으나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터요. 부디 장군께서는 옛정을 생각하여 길을 내주시오."
"내 비록 승상의 은혜를 입었으나, 안량과 문추를 베어 백마에서 포위를 뚫게 해드렸으니 은혜는 갚은 셈이오. 오늘은 사사로운 일로 공사를 거스를 수 없소이다."-43쪽

(중략)
관운장은 의리를 태산같이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청룡도를 치켜든 채 고개를 숙이고, 지난날 허도에서 지낼 때 조조에게 입은 은혜와 또한 그뒤에 조조를 떠나올 때 다섯 관문을 통과하면서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을 죽인 일을 생각하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겁에 질려 하나같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조조 군사들의 행색을 보니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이윽고 관운장은 말머리를 돌려 군사들을 향해 영을 내린다.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라!"-45쪽

(36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며)
"아아 하늘이여, 이미 주유를 세상에 내고서 어찌하여 또 제갈량을 내었단 말인가!"-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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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4 - 풍운을 만난 용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사마휘가 유비를 만나고 문을 나서며)
"와룡이 비록 주인은 얻었으나 애석하게도 아직 때는 얻지 못하였구나!"-13쪽

공명이 말한다.
"한시바삐 민병을 모집하십시오. 제가 직접 그들을 조련하면 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현덕이 신야 백성들 가운데 새로 민병을 뽑아 3천 군사를 얻었다. 공명은 그들에게 아침저녁으로 진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우돈이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신야를 향해 출병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장비가 이 소식을 듣고는 관운장에게 투덜거린다.
"어디 한번 공명더러 나가서 막아보라지."
관우가 장비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중에 유현덕이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하후돈이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는데 너희들 생각엔 어떻게 대적하면 좋겠느냐?"
장비가 비꼬아 말한다.
"형님은 고기가 물을 만났다 했으니, 그 물더러 나가서 막으라면 될 거 아니우?"-68쪽

조자룡이 네 장수와 한창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함성이 크게 일며 적군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조자룡은 번개같이 청강검을 빼들어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내려쳤다. 칼날이 닿기가 무섭게 적의 갑옷이 그대로 쪼개지며 붉은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다. 조자룡은 마침내 여러 장수와 수많은 병사들을 물리치며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갔다.
이때 조조는 경산마루 위에서 전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한 장수가 천군만마 속에서 필마단기로 대적하는데 그가 이르는 곳마다 아무도 그 위력을 당해내지 못한다. 조조가 깜짝 놀라 좌우에 물었다.
"저 장수가 대체 누구냐?"
조홍이 곁에 있다가 즉시 산 아래로 내려가 큰소리로 외쳤다.
"군중에서 싸우는 장수는 성명을 밝혀라!"
조자룡이 맞받아 소리쳤다.
"나는 상산 조자룡이다!"
조홍이 다시 말을 달려 산 위로 가서 조조에게 알렸다.
"참으로 범 같은 장수로구나! 내 기필코 사로잡고야 말겠다."-122쪽

(장판교 싸움)
장비는 멀리서 조조의 후군이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장팔사모를 고쳐잡으며 또 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싸울 거냐 말 거냐? 어쩔 작정이냐, 이놈들아!"
벼락치듯 울려대는 장비의 고함소리를 듣고, 조조 곁에 있던 하후걸은 얼마나 놀랐던지 간담이 터져 그대로 말에서 굴러떨어져버렸다. 조조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수하 장수와 군졸 들도 일제히 서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하니, 그 꼴은 흡사 젖먹이 어린애가 우레소리를 들은 격이요, 병든 나무꾼이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은 격이었다. 그 와중에 창을 내팽개친 자, 투구가 땅에 떨어진 자가 부지기수이고,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몰려가는 꼴은 마치 파도가 밀려가듯 산이 무너지듯 하는 판국이라 저희끼리 서로 부딪치고 짓밟혀 죽는 자가 나왔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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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1-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전쟁소설(?)을 탐닉하고 계신거 아닙니까?...ㅋㅋ
이문열 판으로 읽고나서 애들 땜에 황석영 판도 구입은 했는데...
삼국지 다시 읽기는 왠만한 각오가지고는 좀 힘드네요..ㅎㅎ
아프님 잘 지내고 계신거죠???

마늘빵 2009-11-12 10:00   좋아요 0 | URL
^^ 이문열 판은 못봤고, 황병국 판으로 어릴 적 두 번 읽고 황석영 판으로 세번째 보는 건데, 재밌네요. 생각보다 금방 읽습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저는 내내 새벽까지 줄야근하다가 어제부로 한 건 털고 한숨 돌리고 있어요.
 
삼국지 3 - 고난을 넘어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장요가 조조에게 포위된 관우를 설득하는 장면)
"그대가 나에게 세 가지 이로운 점을 말했으니, 나도 세 가지 약조를 구할 것일세. 만일 승상께서 들어주신다면 지금 당장 갑옷을 벗고 항복하겠으나, 들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세 가지 죄를 범할지언정 죽음만이 있을 뿐이네."
"승상께서는 도량이 너그러우신데 어찌 받아들이지 않겠소이까. 세 가지 약조나 어서 말씀해보시오."
"첫째, 내가 유황숙과 함께 한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기로 맹세했으니, 이제 내가 항복하더라도 오직 한나라 황제께 하는 것이지 결코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두 분 형수님께 유황숙의 봉록을 내려 부앙하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거처에 들이지 않을 것이며, 셋째, 유황숙이 어디 계신지 아는 날에는 천리라도 만리라도 가리지 않고 돌아갈 것이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맹세코 항복하지 않겠소. 그대는 어서 가서 승상의 회답을 받아오시오."-11-12쪽

(비가 유표의 처남 채모에게 쫓기는 장면)
"적로야, 적로야, 네 정녕 주인을 해치려느냐!"
그순간이었다. 적로마가 갑자기 몸을 꿈틀하더니 물 위로 몸을 솟구쳐 발끝으로 가볍게 수면을 걷어찼다. 세길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건너뛰어 순식간에 서쪽 기슭으로 나는 듯이 올라섰다. 물보라가 온통 하늘을 뒤덮어 사면이 안개낀 듯 자욱했다. 유현덕은 마치 구름과 안개 속을 지나온 듯한 황홀경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41쪽

(단복(서서의 가명)이 유비의 적로마를 살펴보며 유비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
"그야 주인을 구한 일이지, 주인을 해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말은 결국에는 한 주인을 해치고 말 것입니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번 그대로 해보시지요."
"그래 어찌하면 되겠소?"
"공이 마음속에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이 말을 보내십시오. 먼저 그를 해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거두어 타시면 무사할 것이오."
유현덕은 그 말을 듣고 낯빛이 변했다.
"선생은 이곳에 오자마자 내게 바른 길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어찌하여 내 몸을 살리기 위해 남을 해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오? 나는 결단코 선생의 말을 따를 수 없소."
단복이 빙그레 웃으며 사죄한다. -259쪽

(단복이 조조의 계략에 빠져 유비를 버리고 조조에게 가며 제갈공명을 추천하는 장면)
"그 사람은 함부로 불러올 사람이 아닙니다. 사군께서 몸소 가셔서 청하십시오. 만약 이 사람만 얻는다면 주나라가 여망을 얻고, 한나라가 장량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사람을 선생과 비교하면 재덕이 어떻습니까?"
"어찌 저를 그런 분과 비하겠습니까? 제가 노둔한 말이라면 그는 기린이요, 제가 보잘것없는 까마귀라면 그는 봉황입니다. 그분은 항상 자기를 관중과 악의에 비하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관중이나 악의도 그를 따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참으로 경천위지하는 재주가 있으니, 천하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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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2 - 패권을 다투는 영웅들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소패성을 여포에게 빼앗긴 후) 장비가 칼을 뽑아 목을 찔러 죽으려 하자 유현덕이 달려들어 칼을 빼앗아 던지며 말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형제는 손발과 같고, 처자는 의복과 같다 하였다. 의복이야 떨어지면 기워입을 수 있으나 손발은 한번 끊어지고 나면 다시 이을 도리가 없는 법. 우리 삼형제가 도원에서 형제의 의를 맺을 때에 비록 한날 한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을지언정 같이 죽기로 맹세한 일을 벌써 잊었더냐? 내 비록 성과 가족을 잃었다고 해서 어찌 형제를 죽게 하겠는가. 더구나 성은 본래 내 것이 아니요. 가족은 비록 잡혀 있다지만 여포가 반드시 해치지 않을 터이니 앞으로 구해낼 방도가 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네 어찌 한순간의 잘못으로 목숨까지 버리려 든단 말이냐?"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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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포는 한족이 아니고 중국인이 이른바 오랑캐라고 말하는 북적,남만,서융,동이중 아마 북적계열의 기마 민족출신이라고 하더군요.그래선지 삼국지에선 좀 나쁘게 묘사되고 있읍니다.

마늘빵 2009-11-04 09:1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읽으면서 그런 부분도 느꼈습니다. 여포도 큰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한 인물인데 다른 성주(?)들과는 다르게 너무 일개 장부처럼 묘사를 하는 듯 하더군요. 그 밑에도 따르는 여러 장수들이 있는데.

하얀마녀 2009-11-0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석영 삼국지를 갖고 있지만 지난 번 누구랑 같이 순방다닌다고 할 때 확 불싸질러버릴까 했었는데 게을러서 그러질 못했었는데 위장전입(?)이었다고 다시 나오는거 보고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역시 게으름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는 읽으면 읽을 수록 얘들 허풍은 끝내준다는 생각이...

마늘빵 2009-11-05 00:26   좋아요 0 | URL
어릴 적 황병국 역으로 읽고, 이번이 아마 네 번째인가 그럴 겁니다. 읽을 때마다 재밌어요. 이제 등장인물들도 익숙해서 대략 얘가 나오면 이런 스토리가 이제 나온다는 것도 알고. 줄거리보다는 다른데를 눈여겨보게 되네요. 싸움에서 허풍은 끝내주죠. 그런 거 없음 근데 읽는 재미가 떨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