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이 영화를 접해본다. 비디오 대여점에서조차 오래된 영화라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그렘린 1편은 없지만 2편은 있다고 하여 첫 편부터 순서대로 보려던 계획을 접고, 그나마 있는 2편이라도 빌려왔다.

어릴적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참 귀엽다, 저런 동물 있으면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역시 조금 나이먹은 지금에 와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평소 개인적으로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에도 가끔씩 강아지 인형을 껴안고 자곤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조 단테가 감독을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야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고, 조 단테는 누구인가? 예전에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감독이 누군지, 배우가 누군지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기준이 되지 않았고, 지금에 와서도 외국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그것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기왕 영화를 본 것 감독이 누군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조 단테의 영화로는 가장 최근의 것으로 '루니툰: 백 인 액션' (Looney Tunes: Back in Action, 2003) 이 있고, 좀 된 것 중에는 '스몰 솔저' (Small Soldiers, 1998), '세소녀이야기' (Runaway Daughters, 1994), '마티니' (Matinee, 1993) 정도 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작품들이 있지만 더 언급해봐야 봐도 모르는 작품이라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겠다. 그의 영화의 공통점들은 모두 어린이용 만화식 영화라는 것이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는 짓이 귀엽다. 루니툰의 벅스바니도 그러했고, 소몰솔저의 장난감 병정같은 작은 군인들도 그러했다. 물론 조 단테를 유명하게 만든 '그렘린'속의 '모과이'는 말할 것도 없다.

빌리의 고향 킹스턴 폴즈를 아수라장으로 만든지 6년. 빌리와 여자친구 케이트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뉴욕에 있는 클램프 빌딩에 취직한다. 빌딩의 주인 클램프는 뉴욕의 허름한 중국인 마을을 쓸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지으려한다. 결국 포크레인이 마을을 휩쓸고 한 중국인 노인과 함께 살던 기즈모(착한 모과이)는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뉴욕의 거리로 나왔다 클램프 건물의 유전공학 연구실로 잡혀간다. 이 사실을 안 빌리는 연구소에서 기즈모를 꺼내와 책상서랍에 숨기나 늦은 밤 청소부 아저씨의 실수로 기즈모의 머리위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기즈모의 등 뒤에서는 자가번식이 일어나 못된 모과이들을 만들어낸다. 기즈모의 주의사항(밤 12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말 것, 물이 닿지 않게 할 것, 햇빛을 조이지 말 것)을 어겼기 때문. 결국 번식한 모과이들은 수백마리로 불어나 건물을 장악하고 빌리와 클램프를 비롯한 주위 동료들의 노력으로 못된 모과이들은 전기를 받아 녹아버린다. 물론 착한 기즈모는 살았다.

이 영화는 귀엽고 깜찍한, 때로는 못생기고 징그러운, 다양하게 생긴 모과이들을 구경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줄거리도 내용도 없다. 선과 악이 대결해 선이 이긴다는 정도를 시사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애써 교훈을 만들어내자면 영화의 배경이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건물이라는 점을 동기로 삼아 "지나친 문명의 추구는 부작용을 낳는다"라는 정도의 교훈과 "착한 애완동물도 잘못 다루면 주인을 문다"는 정도의 교훈이 도출되겠다.

그는 이런 류의 평범하고 단순한 교훈을 의도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 '스몰 솔저' 를 보면 이런 비슷한 교훈을 도출해낼수도 있다. 귀여운 장난감들이 나중에는 전쟁무기로 돌변 사람들을 공격하니 말이다. 교훈은 "장난감 함부로 다루지 말라" 정도.

어쨌든 영화 그렘린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귀여운 기즈모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은 행복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렘린'을 검색해보면, 영화를 보고난 팬들이 그렘린 어디서 살 수 있느냐, 그렘린 사진 구할 수 없겠느냐, 인형은 없느냐, 는 등의 오직 '그렘린'의 캐릭터에 열중하고 있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기즈모 인형을 팔면 꼭 사서 잘 때 껴안고 자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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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이게 뭔 영화인가? 혹 거지들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요상한 제목의 영화. '70년대 고등학교 액션로망'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한편 다 본 후에 자막이 올라가며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어서도 아니고, 굉장한 교훈을 주어서도 아니고, o.s.t 가 죽여줘서도 아니다. 내가 자리를 뜨지 못하는 순간, 나를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 그것이 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관을 벗어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횡단보도를 건너 술집을 찾아가면서도 난 어떤 것에 사로잡혀있었고 별 말도 꺼내지 않았다. 흔히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함께 간 친구에게 말하는 "야 이 영화 재밌지 않냐?" "감동적이다" 라는 말조차도 입에서 떼지 않고, 그 친구나 나나 그저 조용히 걷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걷던 중 그 친구의 감성과 나의 감성이 일치함을 느꼈고, 이내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감정이입!

극중 권상우의 한가인을 향한 순수한 사랑의 싹틈, 그리고 부끄러움, 절망, 용기. 그런 것들이 친구와 내게 감정이입되면서 우리 둘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권상우가 되어버렸다. 권상우의 몸매와 무술실력은 배제하고 그의 한가인을 향한 마음, 그것은 너무나도 우리 둘과 비슷했던 것.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쉽게 말을 떼지 못하고, 멀리서 그저 바라볼 뿐. 그러다 혼자 아파하며 스스로 포기하고... 그런 나날들의 연속... 훗... 순수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이들은 이 마음을 알까.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른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우리와 다른 여운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내가 한때 날렸었는데 하면서 잘나가던(?) 한때를 기억하기도 할터. 그러나 우리 둘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그 마음뿐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리려고 한 것도,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리려고 한 것도 아닌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그 감정은 마치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나 '봄날은 간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 간절함, 아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했다.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우리는 그런 느낌을 간직하며 아쉬운 그 자리를 술로 해결했다. 술을 마시며 서로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 한번 가슴아픔에 깊은 한숨과 한탄, 후회, 술로 마무리를 지었다.

당신이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 후 우리와 같은 감성을 지니게 됐다면 당신 역시 권상우에 감정이입된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기전 당부하건대, 감정이입되면 눈물 지어질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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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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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이다. 이런 책을 사본 것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이런 책을 읽은 것은...

숯한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TV 인간극장을 보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의 순간들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나는 아직 감성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저 감동적인 장면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으면서 오래토록 나의 사랑의 감정이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있음을 느끼고, 그 오랜 감정들을 다시 불러들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이런 책은 돈주고 보기에는 아깝다. 시시콜콜한 사랑이야기쯤이야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고 굳이 그것들이 책으로 엮여졌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현재진행형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고도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현실속에서 천천히 느낄 수 있었겠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굳이 돈주고 사기 아까운 이 책을 통해 나는 오랜 추억 속의 사랑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쓴 라디오 프로그램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이미나 작가는 도대체 이런 사랑의 에피소드를 어디서 끌어왔을까 하는 생각도 품어 보기도 한다. 글쎄 30살쯤으로 추정되는 그녀가 그 많은 유형의 사랑을 해봤을까. 머리 속에서 쥐어짜며 쓴 글치고는 너무도 생생해서 가끔씩 듣는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난 혼자서 눈물을 훔쳤다.

첫사랑의 기억은 참으로 오래가는 듯 싶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에 의존하지만은 않는 듯 하다. 가끔씩, 때로는 종종 불현듯 떠올라 날 괴롭히니 말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래서일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내게는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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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션 클래식 2
박홍규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프란시스코 페레에 관한 평전이다. 먼저 책과 그에 관해 언급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박홍규'라는 인물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영남대 법학과 교수인 박홍규는 우리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지방 사립대인 영남대를 나온데다 그곳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일본으로 가서 법학 박사를 얻었다. 비록 이후에 하버드나 노팅엄,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연구교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의 주류가 학사학위를 받아내는 '대학'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는 주류와는 멀다.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이러한 경력이 아니었다. 그는 법학자이면서 인문, 사회, 예술분야에 걸쳐서도 다방면으로 발을 깊숙히 들여놓고 있으며 책을 굉장히 많이 내는 사람 중 한명이다. 법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만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내 친구 빈센트>, <오노레 도미에>, <조지 오웰> 등을 냈고, 번역서로도 <인권론>, <감시와 처벌>, <오리엔탈리즘>, <현대사상과 인권>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저 다방면으로 관심을 갖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닐진대 관심을 넘어 책을 낼 정도로 여러분야에 해박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는 최근 위에 언급한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예술가, 사상가, 작가들의 평전을 내는데에 취미를 붙인 듯 하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또한 프란시스코 페레라는 교육자의 생애를 담아낸 평전이다.

사상가, 철학자, 지식인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실 교육자인 페레는 알지 못했다. 그가 교육자 중 얼마나 영향력있고 유명한 인물인지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아직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굉장히 진보적이고 실험적이며 자유로운 사람이었던 것만은 알 것 같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이제와서야 간디학교니 하는 이름으로 자유학교가 세워진 이 땅에서 그의 실험은 100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그는 자유학교의 설립취지를 "소년 소녀들이 잘 배우고, 진실하며, 정의롭고,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하며, 그 목적을 위해 "낡은 교조적 가르침을 자연과학의 합리적 방법으로 대체하고", "아동의 자연적 능력을 자극하고, 발달시키고, 지도하여 가치를 지닌 쓸모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발전에 헌신"하게 했다.

그의 모던스쿨은 1901년에 문을 열었다. 그는 학교운영에 있어 기존의 교재를 버리고 새로 교제를 제작했으며, 폭력적이고 부도덕적인 반종교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그는 또한 학교내에서의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공장과 작업장, 실험실 등의 현장교육도 병행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남녀공학을 실시하였고, 남녀의 평등성을 강조하곤 했다. 또한 당시의 계급적 차별을 무시하고 계급간의 평등성 아래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상벌과 시험은 교사와 부모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하며 이를 부정하고, 상벌, 시험을 폐지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모던스쿨의 정신을 알아가면서 때로는 그의 생각이 오늘날에 와서도 너무나 급진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이유로 민중을 선동하고 아나키스트들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며 악의 기운을 퍼뜨렸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한 것은 그가 너무나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난 소크라테스를 떠올린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아테네의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무지를 자각하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신과 국가를 부정하고 청년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페레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다른 것은 다 제치고라도 페레의 상벌제와 시험 폐지에 관한 주장은 오늘날 누군가가 다시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여기저기 욕을 먹으며 매장당할 것이 뻔해보인다. 오늘날의 교육학 책에서조차 상벌과 시험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하는데 페레는 그것의 폐지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상벌과 시험 폐지는 학생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내게도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주장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떠난 그의 이상주의는 옳다. 상벌제와 시험이 어른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고 서열을 나누기 위한 제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페레를 통해 교육자로서의 애정과 관심, 열정을 느낀다. 후에 내가 그의 생각에 따라 현실교단에서 그것의 일부라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난 노력하겠다 라는 답변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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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7-2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리뷰가 올라왔네요. ^^
박홍규 선생 글은 참 좋죠. 요 한동안은 인물평전에 힘을 쏟으시는 것 같던데...
혹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라는 책은 읽어보셨나요? 이 책의 보론에서 박 선생이 조동일 선생을 비판하는데요. 탁석산 씨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더군요.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마늘빵 2004-07-2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게을러서 계속 집구석에서 영화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평은 자주 올라오죠? 책도 많이 봐야하는데 요새 집중이 안되네요. 아직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는 보지 못했어요.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다른 책들에 또 관심이 가다 보니까 지나치게 되더군요. 박홍규 선생님은 참 성공하기 어려운 비주류(지역면에서, 학부대학면에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 대단해보입니다. 조동일을 비판했다니 관심이 가는걸요. ^^; 조만간 찾아 읽겠습니다.

노부후사 2004-07-2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 선생이 지역적으로 비주류라는 말씀은 좀 동의하기 어렵네요. 한국의 지역주의 역학구도로 살필 때, 영남은 전통적으로 패권을 유지해온 지역입니다. 결코 비주류 지역은 아니지요. 따라서 적어도 영남 태생이라는 점에서 박 선생은 어느정도 이점을 선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뭐... 아나키스트인 박 선생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리 만무하지만요.

마늘빵 2004-07-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저는 '대학'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말씀드린 거랍니다. ^^; 서울소재 일류대학이 아닌 지방대 사립대학을 나오신 분으로서는 철저하게 처음부터 소외됐다고 봐야하니까요. 대부분의 교수나 지식인층을 서울소재의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대 출신이 거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사실이지요. 역사적 지역구도면에서는 님의 의견에 동감이니다.

marine 2004-11-1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아니면 비주류로 봐야 맞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서울대 지상주의는 워낙 심각해서리... 그 역시 서울대 지상주의에 굉장히 반감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어쨌든 저도 박홍규를 아주 좋아합니다 비주류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아는 것 같아요 정치권 대신 인문 교양 쪽으로 나가기^^ 그는 아주 독특한 글쓰기를 하고 있죠 "박홍규의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 를 보면 교수들더러 정치권에 기웃거릴 시간에 번역이나 제대로 하라고 쏘아 붙이죠 우리나라 교수들이 이런 가벼운 교양서들을 많이 내면 좋겠어요 읽기도 편하고 어느 정도 수준도 있고^^ 그런데 박홍규의 주장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까뮈를 위한 변명" 에서 까뮈를 완전히 제국주의자로 몰면서 사상이 불순하니까 고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이 사람, 너무 외곬수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좀 황당하더군요 그렇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왜 그 원류인 서양 제국주의는 떠받드냐는 비판은 공감하는 바입니다

페레 평전도 재밌게 읽긴 했는데 그가 주창한 모던 스쿨이 주류로 받아들여지려면 정부 자체가 없어져야 할 것 같아요 모던 스쿨에서 교육받으면 현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지, 혁명가가 되지 않을까요^^

마늘빵 2004-11-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박홍규 교수의 작품을 많이 보셨네요. 전 관심만 가지고 아직 많이 접해보진 않았습니다. 박홍규 교수는 예전에 일간지 칼럼란에서 처음 접했던거 같은데 그가 펼치는 논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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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우리영화 '올드보이'를 제치고 '황금종려상'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화씨 911'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저서이다. 최근 무어는 영화 '화씨 911'의 토대가 된 저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출간했는데, <멍청한 백인들>은 이 책의 1부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영화 '화씨 911'로 일약 스타가 된 무어이지만 그에게는 이미 영화와 책을 비롯한 전작들이 다수 숨어있었다. 영화감독으로써 그는 '로저와 나', '더 빅원', '캐나디언 베이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다운사이즈 디스>, <TV네이션에서의 모험> 과 지금 소개하는 이 책 <멍청한 백인들>이 있다.

 책을 통해 바라본 무어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이자 비주류이다.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미국사회에 딴지를 거는 인물이라고 할까. 그를 보고 있으면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떠오른다. 나이가 많지는 않은 그는 자신의 일생의 경험을 통해 미국비판, 정확히는 부시와 그 일당들에게 똥침을 가하고 있다. 이유없는 테러전, 세계화 정책, 약소국과 약자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예로 들며 부시죽이기에 앞장선다. 무어는 여기서 또 부시때리기를 하다 쉬어갈 겸 백인때리기(그 자신도 백인이다)도 겸하기도 한다.

 무어의 글은 'LA타임즈'의 평처럼 "윤리적이지도 않고, 섬세한 지적인 논리성도 없으며, 미사여구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그 표현력이 과격하고 산만해 읽기가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생각은 동조하지만 글발은 영 아니라 정독을 하며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정독하지 않았다. 정독하기에는 너무도 어지러워 읽고 난 뒤에도 나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췌해 읽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부분을 왕창 뛰어넘어 읽은 것은 아니고, '통독(通讀)'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한편 나의 생각의 편린들은 무어로 하여금 '강준만'과 '진중권'을 떠올리게도 한다. 무어는 우리사회의 강준만과도 같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신선함을 던져주고 대부분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마치 그의 주장대로 한다면 정말로 사회가 바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강준만과 닮아있다. 단지 다른 것은 강준만은 대학교수라는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와 안정감을 갖춘데 반하여, 무어는 철저히 고립되어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어를 통해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무어의 글이 굉장히 풍자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진중권과 같은 논리성은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그는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풍자적인 글쓰기를 전개하고 있다. 전투적 글쓰기 못지 않게 풍자적 글쓰기에도 소질을 보이는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진중권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는데 반해 무어는 어눌하고 어설퍼 보이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굳이 구입해가면서까지 사서 볼 만한 책은 아니고,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봄이 적당할 듯 싶다. 돈주고 사볼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말이다. 그저 만화책 보듯 그냥 즐기고 끝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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