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기억하시나요? 아 이 촌스러운 영화 포스터하곤. 1998년에 나온 작품인데 고작 기껏해야 이제 8년지났구만 딱 나 스무살 때 나온 영화. 8년 이란 시간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내 나이 스무살과 스물여덟살, 어리버리 꾸질꾸질하던 대학 신입생과 직장인 2년차, 한 겨울에 스킨 로션도 바르지 않던 놈과 에센스까지 꼬박꼬박 바르고도 별 티도 안나는 놈. 8년 이란 시간은 바로 이런 차이. 그리고 저 촌스러운 포스터와 8년전의 이성재와 심은하의 모습이란. 8년 참 무섭고나.



* 심은하 맞아?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심은하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천방지축 덜렁이 춘희.

  스무살에 저 영화 무지 재밌게, 또 감동적으로 봤더랬다. 그래서 아마도 작년이지 인터넷 쇼핑하다가 <미술관 옆 동물원> 디비디 나왔다는 소리 듣고 바로 질러버렸던게. 그리고 사놓고는 안봤더랬지.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꺼냈다. 스무살에 봤을 때의 재밌음과 감동은 이제 재밌음과 유치함으로 바뀌었다. 그때는 이 영화가 왜 이리 마음을 울렸던지.

  스물 여섯 되도록 좋아하는 남자 앞에 가서 나 너 좋아해, 이런 말 조차 못하는 춘희와 이미 다른 여자가 들어와 살고 있는 옛 애인의 집에 뻔뻔하게 들어와 사는 스물 일곱의 군인 철수. 어쩜 이름도 이렇게 딱 자기 모습대로야. 촌스럽고 꾸미지도 않고 너무나 솔직한 면모만 보여주는 춘희와 뻔뻔하고 마구 들이대는 무대뽀 철수. 그리고 이름은 귀엽고 이쁘지만 도도하고 냉정한 철수의 옛 애인 다혜. 아 이 영화의 가장 미스 캐스팅 다혜. 송선미다. 지금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는 송선미의 연기는 아주 맛깔난 주연급 조연이지만, 흐흐 이 영화에서의 송선미는 정말이지 너무 딱딱하고 어색한 연기에 어울리지 않는 짧은 단발머리에 조신한 척 하는 캐릭터. 아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송선미는 철수의 옛 애인이기도 하지만 춘희의 소설 속 여자이기도.

  영화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의 첫 작품이었다. 정확히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이정향 감독이 시나리오에 당선됐고, 그것을 영화화하는데 본인이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진실 혹은 거짓. 영화는 남녀의 기본적인 사랑 패턴을 밟아간다. 사랑하지만 육체를 허락할 수 없는 여자, 육체없이는 사랑도 불가능하다는 남자. 좋아하지만 다가섬이 너무 힘든 여자, 좋아하면 상대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들이미는 남자. 전형적인 여자와 남자의 사랑방식 아닌가. '전형적인'이 아니고 '전통적인'이라고 해야하나.

  영화는 많은 사랑에 관한 명대사를 남겼다.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져 버리는 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인 줄은 몰랐어."
"넌 결국 그녀를 사랑했다기 보단 사랑에 빠진 네 감정을 사랑했던 거지" 
"넌 남을 배려해서가 아냐 단지 자신이 상처 받을까봐 그게 두려워서 일부러 안타까운 짝사랑을 하는 척 즐기고있어"
"넌 사랑을 언제나 머리속으로만 해. 그게 다라고 여기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까 언제나 그 모양인거야 "


  철수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
  춘희 "요즘 사람들의 사랑은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각자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 같아.
             왠지 뭔가 자기가 갖고 있는걸 다 내주지 않는..."

 
   그래. 스무살에 이 영화가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내가 철수와 춘희와 대화 속의 어느 누군가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육체없이 정신으로 가능하다 생각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녀를 놓아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을거라 믿었으며, 사랑은 친구처럼 왔다 서서히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주위에서 맴맴 돌다 그녀가 눈치챘는지 어쨌는지 모르고, 혼자 또 아 날 좋아하지 않는건가,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곤 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이정향 감독은 사랑을 머리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또 섹스를 통해서만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양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쪽 뺨을 보여줌으로써 제 모습을 찾도록 해준다. 천방지축 날뛰고 맛난 음식 앞에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머리는 감지도 않고 제대로 씻지도 않는 춘희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너무나 솔직한 모습에서, 철수는 사랑을 느끼고, 내가 너보다 이 침대에서 더 많이 잤어, 섹스가 어쩌구저쩌구 대놓고 이야기하는 철수의 노골적이지만, 때로는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모습에서 춘희는 철수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정답은 없다. 사랑은 불현듯 갑작스레 내 마음 속에 자리잡기도, 주변에서 오래동안 함께 지내던 털털한 이성친구의 모습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정신이고 육체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이고, 또 무엇이 필수이고, 무엇이 필수가 아닌지 그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가능한 법. 단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사랑법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가려고 하는 여자, 동물원을 가려고 하는 남자, 둘은 서로 싸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술관을 가려했던 여자는 그를 만나기 위해 동물원으로, 동물원에 가려고 했던 남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술관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으로 살며시 발을 한짝 들여놨을 때 사랑은 불현듯 다가온다.  시일이 또 한참 지난 뒤에 꺼내어 다시 보고픈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6-11-1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 기억하고 말고요. 저도 보고 싶을 것 같아서 DVD까지 갖추고 있답니다. ^^;
이 영화 덕에 로라 피지(Laura Fygi)가 유명해졌고, 서영은도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불렀죠. 이성재 이 영화에서 참 좋았는데...

마늘빵 2006-11-18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디비디 있어요! ^^ 엇 로라 피지는 전 모르는데. -_- 검색해봐야지.

독주가 2007-09-2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은하와 동물원을 무지 좋아하는 저게, 무척이나 고마웠던 영화. 전 송선미와 안성기씨의 이야기가 더 좋더군요.
 

 

    화제의 책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화판. 책과 영화를 모두 읽고 본 주변인들에 따르면 -나를 포함하여 - 모두가 일제히 책보다 영화를 외친다. 원작 소설을 쓴 로렌 와이스버거는 좀 서운해하겠지만.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면 둘다 즐길 수 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으면 재미 하나도 없다. 나도 1권만 봤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에 이미 번역되어 출판사와 번역자는 이미 한 몫 잡았을 것이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더더욱 팔려 나갔을 것이고, 나중에 입소문에 따라 책보다는 영화더라 이런 말이 퍼지면서 주춤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



  원작 소설은 저자 로렌 와이스버거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77년생으로 나보다 기껏해야 두 살 밖에 많지 않은 아직 젊디 젊은 이 여자는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99년말부터 '보그'지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고 한다. 패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을 전공하고, 유명패션지의 편집장 어시스턴트라니. 그녀의 짧은 이색 경력이 두뇌를 자극했나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이 책을 읽고, 또 영화를 본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의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는 과연 이 작품을 접하고 어땠을까. 영화 속의 메릴 스트립이라면 마치 관심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웃고 있을테지.

   영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시골뜨기 촌녀의 신데렐라 되기로 볼 수도 있고, 또 샤넬, 돌체, 아르마니 등등의 명품들을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눈요기로 만족할 수도 있다. 일종의 패션쇼. 이 영화 개봉 이후 아마도 영화에 등장했던 각종 옷과 신발, 가방의 명품회사들은 간접광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을게다. 어떤 쇼핑몰에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했던 옷가지들을 캡쳐사진으로 편집해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에 쏠리다 보니 이에 대해 해설해주고 쇼핑몰 홍보도 하고 아이디어 잘 짰지.



 

 

 

 

 

 

 

 



* 야 이 아줌마 카리스마봐라. 그냥 저러고 가만히만 있어도 광채가 난다. 오른쪽엔 촌녀에서 쌈빡녀로 변신한 앤 해서웨이. 이쁘다. 옷의 힘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람들의 패션을 비롯한 외양새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다. 사람들이 가꾸기에 관심이 있는 만큼 패션을 다룬 이 영화를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온갖 명품들을 다 선보인다. 영화는 온통 간접광고의 장이다. 간접광고라고 하기도 뭣하게 아예 대놓고 보여준다. 이건 프라다, 저건 돌체, 저건 샤넬 등등 명품 이름을 몰라서 쓰지도 못하겠다. 보여줘도 뭔지 잘 모르는게 내 솔직한 고백이지만 보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는 말 못한다. 솔직히 남자 건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왜 이리 눈이 즐거울고. 외양 꾸미기에 관심있고,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이 보기에 딱 인 영화. 영화비 8,000원이 아깝지 않을테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여성패션지 몇개를 쭉 훑어본 것과 같을테니깐.

   p.s.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도 매우 볼만했다. 단 젊고 아리따운 해서웨이의 연기가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거친아이 2006-11-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을 배경으로 한 패션 영화니깐 사람들이 보는 거겠죠?
딴나라 패션 영화라면 볼 생각도 안 할 거 같아요...저만의 생각일까요? ^^;;

비로그인 2006-11-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흰 코트! 영화 내도록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옷이었어요! 하지만 저런 네크라인은 아무나 쉬이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만 꼴깍.

마늘빵 2006-11-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 ^^ 네. 그야 말할 것도 없죠. 뉴욕이니깐 가능하죠. 일본패션, 독일패션 이럼 안보죠. -_-
쥬드님 / 아 저도 옷 바뀔 때마다 눈이 샤샤샥 돌아가요. 정말 이쁘더라구요. 남자옷 패션영화 이런건 없나. 저 이 영화보면서 막 꾸미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영화 끝나구 지름신 막 내리려할 때 통장잔고를 확인하고는 눈 깔았습니다.

비연 2006-11-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릴 스트립은 정말 명배우다 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배우더군요.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그런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바람 2006-11-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저는 둘다 아직 안 보아서요

비로그인 2006-11-1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선택을 잘하셨네요!! ㅎㅎ 앤 해서웨이는 꼭 마네킹같아요~ 참 예뻐요..ㅠㅜ

이리스 2006-11-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책이 훨씬 더 재미있었는데. 영화는 지루해서 보다가 졸았음. 옷나올때만 빼고.

마늘빵 2006-11-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래? 난 책 영 밍숭맹숭하던데.

이리스 2006-11-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서 말 그대로 '포복절도' 했었음. 그러면서 머리로 그려놨던 영상이 실제 영화에서 보니 기대치에 훨씬 못미쳐서 그랬던 듯. 너무 쉽게 인정 받는 듯이 보이는 것도 별로였고 볶이는 과정이 축소된데다가 남자 친구와의 갈등 과정, 친한 친구와의 관계도 다 축소되어 버리고 앤틱 제품 찾아 헤매는 모습도 없었고 실제 일에 대한 내용이 반 정도로 잘라지니 재미가 반감되었나봐. 메릴 스트립에게 박수를 쳐줄만큼 연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봐도 '0' 사이즈의 몸매는 아니라서 낭패. (헐리웃에서 과연 저 나이대에 '0' 사이즈을 입을 수 있는 배우를 찾기는 힘들었을거라 생각하지만.)

마늘빵 2006-11-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난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가 -_- 메릴스트립의 카리스마와 이쁘게 잘 늙은 외모도 좋았구, 앤 해서웨이의 촌녀에서 명품녀의 변신도 볼만했지. 누가 나 저렇게 안꾸며주나. 한번 받아보고 싶다 뭐 이런거. -_-

해적오리 2006-11-1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싶은데..에공 .. 요즘 시간이 별루 안나네요...
 

  * 계획된유치뽕짝영화감상기

  이것이 진짜액션이다. 한국액션영화란 이런 것이다. 뭐 기타 등등의 영화 홍보 문구들. 내가 세뇌당한건지 아니면 정말 영화가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오 의외로 괜찮다. 딱 시작과 동시에 눈 떼지 않고 끝까지 보게 된다. 눈을 뗄 새가 없다. 시종일관 치고박고 싸우는 장면 일색이고, 줄거리도 매우 단순하지만, 정두홍과 류승완의 액션 연기를 보다보면 시간 다 간다. 한국액션영화의 틀을 마련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액션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 영화 괜찮게 봤다면 괜찮은게 아닐까?

  그나저나 포스터 잘 만들었다. 흑백으로 된 잘 그려진 만화책의 한 장면을 떼어다 만든 것같은 색다른 포스터. 그치. 일종의 만화지. 액션만화. 조폭들 등장하고 정의의 사도 등장하고 치고 박고 싸우고 그러다 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뭐 이런 만화. 이 영화 정말 만화같다. 두 영웅이 등장하고, 강호를 휘어잡는다. 짧은 세라복 조폭녀 한 무리가 골목을 막고, 한 무리의 야구빠따 든 녀석들이 한 골목을 막고, 또 한 무리의 엑스피드 동호회(?) 녀석들 막고 있고, 아 정말 유치했다. 만화의 한 장면이다. 수십명이 되는 이 무리들을 단 둘이서 막으며 절대 지지 않는다. 또 마지막 장면을 향해 가는 그 과정은 또 어떤고. 카지노를 들어서고 식칼 든 요리사들과 한판 뜨고, 일본도(?)든 녀석들 주루룩 앉아있고, 얘네 꺾고 들어가면 더 센놈들이 기다린다. 완전 오락실 스트리트파이터. 철권.

 

  하지만 유치함에도 불구하고 눈이 즐겁다. 아주 난폭하고 잔인하지도 않으면서 - 그래도 조금 잔인한지라 18세 이상 관람가 - 자로 잰 듯한 정두홍과 류승완의 액숀환타지. 정두홍이야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대표적 액숀감독이니 이해가 되지만서도, 류승완은 언제 그렇게 다 배웠대. 원래 액숀스쿨 출신 아냐? 감독도 하고 액숀도 하고. 그런데 영화를 잘 보고 있으면 눈치 챌 수 있다. 고난이도의 액션은 정두홍이 소화한다. 열나게 맞다가 꼬꾸라지는 장면이나 완전 중국무협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무술은 정두홍이 맞고, 류승완은 옆에서 보조해준다. 그래도 멋져 멋져. 쵝오쵝오.

  아 안길상인가 하는 그 분. 검색해봤더니 나이는 많던데 정말 카리스마있다. 주연은 정두홍과 류승완이었지만 이 아저씨도 멋있었음. 그리고 그리고 이범수 따라다니는 네 무리 중에 한 여자. 정말 이쁘다. 싸움도 잘 하던데. 와 정두홍 액션스쿨에서 데려온 사람인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두홍 스쿨 소속이라고 들은거 같은데. 끝내 엔딩 크레딧에도 이 여자분 이름이 안나온다. 궁금궁금.



* 여기여기 이범수 바로 뒤에 있는 여자분. 자꾸 시선이 간다. 액숀연기로 봐서는 정말 무술유단자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받고 짜증날 때, 당분간 잊고 싶어, 하는 기분일 때 보면 딱 좋은 영화. 야한 장면도 없고, 이쁜 여자 배우도 안나오지만, 그래도 눈이 즐거운 영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6-11-1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션도 액션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범수의 연기가 돋보이는 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충청도 사투리로 느릿느릿 사람 약올리는 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부아가 나죠. 류승완의 연출력이 이런 데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기뻤어요. 하지만, 최근에 개봉한 '잘 살아보세'는 예고편만 봐도 질리더군요. 어쩜 '짝패'에서의 그 말투를 그대로 가져왔는지...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마늘빵 2006-11-1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맞아요. 이범수 연기 짱이었어요. 이범수가 주인공 같아요. 주연은 맞죠. 나쁜놈이라 그렇지. 번드르르 기름 좔좔 흐르는 느끼한 눈빛에 올백 머리하고 하하. 이범수는 이런 연기가 잘 어울려요. 이미지가 안좋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지식의 성장 살림지식총서 72
이한구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서, 또 이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일상용어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했다. 지식의 성장을 논의하면서 끝까지 견지한 나의 입장은 이것이다. - 지식의 성장은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한 조건들을 우리는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앎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해주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절대적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이성은 언제나 틀릴 수 있으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라고.

  저자는 이 얇은 책자를 통해서 지금까지의 지식의 성장의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보며, 지식의 종류와 이에 대한 각각의 의견, 서로에 대한 비판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지식은 크게 두 가지, 대상적 지식과 기술적 지식으로 나뉘어지며, 대상적 지식이라는 것은 표상적 지식 또는 명제적 지식이다. 이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대상에 대한 상으로 이를 알기 위해서는 대상이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야한다. 기술적 지식은 대상에 관한 어떤 정보를 갖는 것은 아니며, 규칙이나 규범에 따라 행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안다고 했을 때, 그 '안다'는 개념은 내가 자동차의 구조원리와 작동원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단지 내가 자동차를 몰고 달릴 수 있다는 것, 그 행위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의 종류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 저자는 지금까지의 지식이 성장해온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합리적인 지식의 모형이라 여겨지는 반증주의 인식론은 비판적 합리주의가 강력히 주장하는 이론이며, 이는 우리의 삶과 실천이 비판적 이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독단적 이성과는 대립되는 것으로, 독단적 이성이 이성의 절대적 확실성을 주장하는 데 반해, 비판적 이성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오류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비판적 합리주의는 객관적 진리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인간에게 불가능하므로 판단을 보류하자 라는 회의주의도 아니며, 진리는 그것을 파악하는 자에 의존하므로 절대적 진리란 없다고 이야기하는 상대주의도 아니다.

  정리하자면, 비판적 합리주의는 독단주의와 회의주의도 아니고, 상대주의도 아니며, "이성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류를 제거함으로써 우리가 진리로 점차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주장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거쳐, 20세기 대표적 철학이론인 논리 실증주의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검증가능성의 원리를 제기하며, 모든 의미 진술은 두 가지, 경험적 진술과 동어반복적 진술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적 진술은 일상생활의 사실적 진술을 포함, 자연과학의 진술을 말하며, 동어반복적 진술은 수학이나 논리학에서 등장하는 개념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이런 지식이론들을 소개하면서도, 흄, 러셀 등의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바들을 소개하고, 객관적 진리를 얻기 위해 치고 받고 논쟁을 거친 지식의 역사를 소개한다. 과학과 비과학, 귀납이론과 연역이론, 반증가능성 등등. 이 책은 철학의 한 분과인 과학철학, 그리고 인식론을 공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고 넘어가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을 숙지한 뒤에 정식 입문서를 본다면 그 책이 더 쉽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식론과 과학철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단지 지식의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책 하나로 충분하지 싶다. 차근차근 저자가 소개하는 대로 따라가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p.s. 읽을 때는 다 이해 됐는데 꼭 보고난 뒤에는 기억이 안나는 이것은 뭘까. 읽으며 쉽게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지금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건 별로 없다. 다시 한번 봐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11-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아프락사스님 저의 서재에 들러주셨더군요.
고맙습니다.
 
토론은 기싸움이다 - 탁석산의 글쓰기 5 탁석산의 글쓰기 5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제 5권 완결판. 1권에서 글쓰기 뭔지조차 몰랐던 멘토를 만난 현민은 4권을 통해 직장에서 보고서 쓰는 법, 프리젠테이션 하는 법을 익히고, 글짱을 거쳐 말짱에 이른다. 토론은 기싸움이다. 현대사회는 글도 중요하지만 말도 중요하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말을 잘 하는 만큼 대접받는다. 연봉협상에 있어서, 면접에 있어서 머뭇머뭇 말을 못하고, 집단토론에서 조용히 있다 토론이 끝나면 그제서야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연봉협상에 있어서도 말을 못하면 다른 능력이 있어도 제 몸 값을 받지 못한다. 협상은 말에서 이루어진다.

  제 5권 <토론은 기싸움이다>에서 탁석산은 글 뿐 아니라 말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1권에서 멘토에게 글쓰기가 뭐에요, 물었던 현민은 이제 글짱을 넘어서 말짱까지 넘보고 있다. 또한 탁석산은 과감히 소피스트를 자청하며 제자 소피스트를 기르겠노라 말한다. 오늘날은 소피스트의 시대이니 각자 소피스트가 되도록 노력하라.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는 소피스트들이 많았다. 이들은 다른 말로 궤변론자로 불리기도 하며 진리를 추구했던 소크라테스에 비해 안좋은 이미지로 찍혔지만, 지금은 현실이 다르다. 진리를 추구하는 소크라테스는 딱 밥 굶기 쉽상이다. 하긴 당시에도 소크라테스는 그리 부유하진 않았던 듯 하다. 소피스트=궤변론자, 심하게 하면 말로 사기치는 녀석들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소피스트가 대접을 받았던 이유는 이렇다. 오늘날의 법원이 있고, 판사가 있고, 배심원이 있지만, 얘들은 누가 나를 고소하면 내가 잘못했든 안했든 간에 일단 소송이 걸렸기 때문에 법원에 출두해서 변론을 해야했다. 그런데, 말을 못하는 녀석은 죄를 지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말빨에 놀아나는 판사와 배심원들 때문에 없던 죄가 생겨버린다. 환장할 노릇이지. 그러니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쓰는 법을 배울 것이 아니라 말 잘하는 법을 배워야했고, 소피스트들이 차려놓은 학원은 그러니 장사가 잘 될 밖에 없었다.

  한 일화가 있다. 한 제자가 스승을 고소했는데, 제자는 스승에게 수업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면 자기가 재판에서 이기면 이겼으니깐 안내도 돼고, 지면 스승이 날 제대로 가르친 것이 아니니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승은 이렇게 반박했다. 아니지 아니지 너는 재판에서 나한테 지면 졌으니까 수업료를 내야하고, 이겼으면 내가 널 제대로 가르친 것이니 나한테 수업료를 내야지. 과연 누가 재판에서 이겼을까?

  현대 사회에서는 누가 날 고소한다고 바로 법원에 출두해 나를 변론할 필요는 없지만, 말을 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대학 면접에서, 또 취업시 집단토론, 면접에서, 여자 꼬실 때, 강의실에서 앞에 나가 발제할 때 말을 못하면 그만큼 손해본다. 글도 중요하지만 말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웅변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다. 아주 어릴 적 웅변학원에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면, 여기서는 말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긴 하지만 논리적인 말하기가 아니라 우렁한 목소리로 강당에 쩌렁쩌렁하게 울리게 하기 이런 거였다. 그것도 말 잘하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부족해. 부족해. 많이 부족해.

  탁석산이 애초 1권에서 이야기했던 논증의 구조는 말하기에도 곧바로 적용된다. 보고서를 쓸 때 논증의 형식으로 1/4만 쓰라고 했던 4권에 이어, 이 책의 말하기에서도 기본은 논증이다. 그 다음이 크게 말하기, 목소리에 색깔 입히기, 퍼포먼스 잘 하기 등등의 주변기술에 대해 가르친다. 탁석산은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잡소리를 많이 한다. 글은 딱 글만 주어져있으니 그것만 보면 되는데, 말은 그렇지 않다. 앞에 나가 말하는 사람, 그리고 토론에 임하는 사람의 태도와 외모, 옷차림, 행동거지까지 다 보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는 순수한 논증만으로는 그칠 수 없다.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탁석산은 이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4장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에서 이를 안내하고 있다.

  이제 다 배웠다면 연습에 연습을 거치고, 또 반복 숙달하여 글짱, 말짱으로 탄생하는 길만 남았다. 그리고 아 이제 됐다 하산하자 생각이 들 때, 나도 한번 탁선생을 고소해볼까? 책 값 내놓으라고. 이기면 이겼으니까 책 값 받고, 지면 제대로 못배웠으니 수업료 돌려받아야지. 근데 소송비가 더 들지 싶다. 안하는게 이득일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