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밖 이데아를 찾아 플라톤의 국가 Easy 고전 5
박규철 지음, 이강훈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기획하고, 내부 소장 철학자들이 각 한권씩 집필한 '이지고전' 시리즈를 천천히 모두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플라톤이다. 화이트헤드는 "지금까지의 모든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에 대한 각주이다." 라 말했다. 그만큼 플라톤의 철학이 이후의 많은 서양 철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는 것이고, 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는 말일게다.

  플라톤이 이마만큼 추앙(?)받는데 그가 받드는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어떠하겠는가. 우리가 소크라테스에 대한 철학서를 보지 못하는 것은, 그가 쓴 책이 한 권도 없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고스란히 받았고 이를 대화체 형식인 '대화편'을 통해서 드러냈다. 그러니 플라톤 철학의 일부는 소크라테스의 것이고, 화이트헤드의 플라톤에 대한 언급은, 결국 소크라테스를 포함하는 것이라 봐야겠다.

  플라톤은 많은 저작을 남겼다.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국가> <시학> <메논> <필레보스> <향연> <프로타고라스>  등등. 그 중에서 압권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간 여러 번역서들이 나왔으나, 서광사에서 나온 박종현 번역의 <국가>를 추천한다. 

  이 책은 그간 내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접했던 플라톤에 관한 모든 것들을 집약시켜주고 있다. 플라톤의 각각의 저작을 읽으며, 또 철학사를 읽으며 접했던 것들 중 플라톤에 관해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만 축약하여 쉽게 전달하고 있다. 플라톤의 생애와 기본적인 철학 내용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칼 포퍼의 평가와 오해까지도 다루고 있다. 재밌는 그림과 <매트릭스> <천공의 성 라퓨타> <반지의 제왕> 등 친근한 영화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철학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가급적 쉬운 말로 쉽게 전달하려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무엇보다 해당 철학자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가 직접 쓴, 혹은 번역된 1차 서적을 보는 것이 최선이나 모든 번역서와 철학사를 볼 수 없는 여건이라면, 또 개론서조차 너무 어려워서 손에 쥘 수 없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철학에 관심있는 성인들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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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밖 이데아를 찾아 플라톤의 국가 Easy 고전 5
박규철 지음, 이강훈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절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고자 하는 대상에는 진리를 제공해 주고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능력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음의 이데아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식과 진리의 원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알려질 수 있는 그러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지식이나 진리와 동일시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그것들보다 더 훌륭한 것입니다.
그러나 빛과 시각을 태양과 닮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으나, 태양으로 믿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식이나 진리를 좋음의 이데아와 닮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으나, 그것들 중의 어느 것도 좋음의 이데아와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보다 더욱더 귀중한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스테파누스 페이지 508-509)-77쪽

우리는 항상 윗길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지성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신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에도 그리고 승리한 운동선수가 돈을 거두어들이듯 우리가 올바름의 상을 받을 때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도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한 그 천 년 동안의 여정에서도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테파누스 페이지 621)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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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공자와 노자 읽기에 이어 맹자를 읽는다. 사실 이들의 철학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를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만, 집에 모셔다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지 않은 풍우란의 두꺼운 중국철학사와 기타 다른 중국철학서적들을 놔두고 이 시리즈를 읽는건, 재미 때문이다. 매일매일 삶이 그다지 재미없고 무료하고 우울할 때 도피를 해야 할 곳은, 평소에 접하지 않던 다른 생활로의, 다른 장소로의 일탈이겠지만, 그것을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나약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장자> 를 오강남씨의 해석본으로 본 나는, 공자의 <논어>와 맹자의 <맹자>는 읽지 못했다. 그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알찬 적절한 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몇년이 흘렀으므로 그 사이 괜찮은 책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한문 빽빽히 들어서서 별로 읽고 싶지도 않게 생긴 누런 책들을, 그래도 철학을 전공했다는 나로서는 읽어야 마땅했겠지만, 학부시절 중국철학보다는 서양철학에 눈독들인 나로서는 개설 교과목 중 중국철학은 거의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양철학에 뭔가 아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혓바닥 갖다 대는 정도)

  이 책은 맹자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맹자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중1부터 고1까지' 라는 문구는 과연 그들에게 적합할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관심있는 입문자들에겐 재미와 더불어 맹자를 만나는데 제격이다. 아무 것도 몰라도 좋다. 맹자철학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그래도 꽤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짚어주고 있으니깐 나름 깊이도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 인의예지, 공자와 맹자의 차이, 맹자의 삶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  입문자들은 이 책과 더불어 시리즈의 '공자'를 읽고, 김영사에서 나온 지식인마을 시리즈에서 '공자 & 맹자' 를 읽는다면 그 둘에 대해 더 자세히 비교해가며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맹수레'는 맹자의 별명이었다 한다. 처음 들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공자를 '공수레'라 칭하기도 한다. 수레를 타고 다녔다는 의미이다. 글쎄 재밌으라고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내용에서도 맹자가 아닌 맹수레로 칭하는 듯 한데, 그냥 '맹자'라고 칭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맹자와 누군가의 대화에서조차 '맹수레'로 칭하는데, 이건 좀 오버다.

 * 이제 공자, 노자, 맹자를 읽었으니 장자를 읽으려는데, 김시천 선생이 아직 완성하지 않은건지, '출간예정'으로만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김시천 선생을 주목하고 있다. 학부대학 한참 선배로 대면한 적 없고 단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강단 밖의 활동을 많이 하는 듯 하여 관심대상에 올라있다. 호서대 김교빈 교수와 함께. 그의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꽤 재밌게, 인상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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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õ�ϸ� ���ƴٴϴ� �ͼ��� ����]_õ�Ϲ��� ������ ����!
    from ZZiRACi + Palmmy's BLOG 2008-08-1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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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3-14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시천 선생님 좋아요. :) 개인적으로 자상하고 즐거우신 분으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뵌지도 이제 한 5년은 된 것 같네요...

마늘빵 2007-03-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기인님 직접 강의 들은 게 있나요? 전 그러진 않았는데. 책으로만 접했습니다. 여기저기 아카데미서 강의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화센터 같은데서.

2007-03-14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16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패도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고, 왕도는 덕으로 인을 실천한다." (맹자)-15쪽

혁명론 : 맹자는 당시의 군왕들에게 왕도 정치를 권고하는 한편,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군주의 자리를 바꾸는 혁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것이 바로 혁명론이다. 왕도론이 '누가 천하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라면, 혁명론은 '누가 천하를 다스려서는 안되는가'를 논의한 것이다. 맹자는 설사 군왕이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필부(신분이 낮고 보잘 것 없는 사내)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즉 폭군의 죄를 벌하는 것은 필부를 죽인 것일 분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혁명의 정당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공자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맹자에 의해 진일보한 사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식쪽지) -26쪽

성선설 : 맹자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마음, 곧 불쌍히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을 인의예지를 구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실마리, 곧 사단으로 규정하고, 사단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이 현실적으로 악을 행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규정한 것으로 사실상 왕도로 표현되는 덕치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형이상학적 근거였다. (지식쪽지) -35쪽

성악설 : 순자는 인간을 악으로 규정하는 성악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악설은 맹자 때부터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 가운데 하나로, 순자는 성악설의 창안자라기보다는 성악설을 체계화한 집대성자로 보아야 한다. 순자는 성악설의 근거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한다'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본성 자체는 선이나 악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하지 못하거나 그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악으로 흐른다고 보았다. (지식쪽지) -36쪽

맹수레 : 사람은 '하지 않은 것'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올바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곧 어떤 행위를 하기 전에 먼저 '그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맹수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41쪽

맹수레 : 받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받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받지 않는 것이 옳고, 주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주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주지 않는 것이 옳다. -42쪽

송경 : 듣자 하니 진나라와 초나라가 서로 전쟁을 하려고 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진나라 임금을 만나서 전쟁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생각입니다. 만약 진나라 임금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저는 다시 초나라 임금을 만나서 설득할 것입니다. 아마 두 나라 임금 중에서 제 뜻과 일치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께서는 어떤 말로 그들을 설득하시렵니까?
송경 : 저는 전쟁을 하는 것이 두 나라에 모두 불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이 가진 뜻은 크다고 할 만하지만, 선생이 내거는 구호는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군주가 선생의 말을 따르면 진나라와 초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군사를 물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하게 되면 신하가 임금을 배반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배반하여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 노릇 제대로 한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선생께서 인의를 가지고 두 나라 군주를 설득하여 진나라와 초나라가 인의를 지키기 위하여 군사를 물린다면, 사람들이 인의를 기준으로 행동해서 모든 인간관계가 견고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도 정치를 펴지 못한 경우는 없습니다. -82쪽

천하에는 두 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옳고 그름이고, 둘째는 이로움과 해로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옳음과 이로움을 동시에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잃더라도 옳음을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얻는 대신 옳음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맨 마지막이 옳음과 이로움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약용) -85쪽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감정은 저항에서 태어난다. 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 한쪽엔 호화, 사치가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궁핍이, 또 한쪽엔 견딜 수 없는 노동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거만한 게으름이 있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에서 사회주의는 태어난다." (프랑스 정치가 레옹 블룸, 1872-1950)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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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시유학에서 맹자의 역할은 '인'의 관념적, 실천적 개념과 범주를 규정한 것입니다.
인=>인,의,예,지(사덕), 하위 카테고리를 규정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설했지요.
본인 스스로 인을 실천하는 한 전범이기도 했고요.


마늘빵 2007-03-1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사님의 전공분야가 궁금해집니다. 정말 제가 읽는 책마다 다 해박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요.
 

예스24  2007. 3. 12

http://movie.yes24.com/movie/movie_memwr/view.aspx?s_code=SUB_MEMWR&page=1&no=14673&ref=41&m_type=0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꿈꾸는 자의 현명한 선택

<드림걸즈>는 60~70년대를 풍미했던 다이애나 로스의 여성 그룹 ‘슈프림스’를 모델로 삼고 있다. 다이애나 로스의 일방적인 인기로 팀명은 "다이애나 로스 & 더 슈프림즈" 로 개명되었다가, 그녀의 탈퇴로 인해 그룹은 해체되었다고 한다. 이 그룹의 프로듀서 베리 고디 주니어는 프로 권투선수 출신이었으며, 1961년 디트로이트 출신의 플로렌스 발라드, 메리 윌슨, 다이애나 로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슈프림스’는 하루 사이에 스타가 되었고 1964년 ‘Where Did Our Love Go’가 첫 No.1 히트를 기록한 이후 5년간 총 11번의 No.1 히트를 차지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로렐, 디나, 에피. 원래 에피의 자리는 가운데였지만 그녀는 그룹 전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결국 견디지 못하고 팀을 떠난다.

고등학생인 이들은 어느 경연대회에 참여했고 그녀들이 가진 모든 재능을 다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1등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그곳에 있던 매니저 커티스에 의해 인기가수 제임스 썬더 얼리의 코러스로 투입되고, 서서히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재능과 열정만으론 부족하다. 온갖 뒷거래와 홍보가 있어야 하고, 오디오뿐 아니라 비디오도 되야 한다. 에피는 노래는 최고였으나 얼굴과 몸매는 아니었다. 커티스는 과감히 에피를 내려 앉히고 비디오가 되는 디나를 리더로 내세워 텔레비전을 장악한다. 재능이 있고 열정이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결국 비디오는 떴고, 오디오는 졌다.

디나는 에피의 남자친구 커티스와 결혼을 했고, 최고의 부자가 되었으며, 무대에서는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광고와 영화 섭외가 밀려드는 인기를 얻었다. 반면 에피는 아버지 없는 딸을 낳아 키우고 노래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다른 일을 못해 생활고를 겪는다. 그녀는 그 동안 함께 했던 멤버들로부터, 남자친구로부터, 오빠로부터 버림받았고 홀로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있고,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 혼이 담긴 진짜 음악을 하겠다며, 정말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고, 세 명의 드림걸즈는 네 명의 드림걸즈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핑클. 왼쪽부터 이효리, 성유리, 옥주현, 이진

나는 <드림걸즈>를 보며 그룹 "핑클"을 떠올린다. 물론 핑클이 영화 속 드림걸즈와 같은 멤버들간의 불화와 소동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내게 드림걸즈의 에피는 핑클의 옥주현과 자꾸만 겹친다. 핑클이 활동을 중단한 현재, 이효리와 옥주현은 떴으며 이진과 성유리는 분야를 바꿨다. 이진은 엠씨로, 성유리는 탤런트로. (솔직히 공식적으로 해체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공백과 이 정도의 개인별 활동이라면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핑클이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사람들은 이진과 성유리와 이효리를 좋아했고, 옥주현은 거기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가수로서의 이진과 성유리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며, 가수로서 이효리와 옥주현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효리야 원래부터 인기가 있었고 그것이 극대화되었다고 보면 그만이지만, 옥주현의 환골탈태(?)는 가히 "대단"을 넘어서 "존경"할 만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의 팬들이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옥주현은 네 명의 멤버 중 얼굴도 몸매도 가장 안 되었더랬다. 그러나 모든 노래의 클라이막스는 옥주현이 소화했으며 그녀 없이는 핑클은 생각할 수 없었다. 옥주현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솔로활동을 했고, 동시에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함으로써 대변신을 감행했다. 사람들은 현대 과학기술의 힘이다, 라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나는 그녀가 대단하다 생각한다. 긍정적인 의미로.

드림걸즈의 에피는 목소리가 개성이 강하고 세다는 이유로, 얼굴이 못생기고 몸매가 안 된다는 이유로 리더에서 물러났고 이를 참지 못해 결국 그룹을 떠났다는 점에서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쫓겨나기는 했지만 그들의 말마따나 그건 에피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핑클의 옥주현은 데뷔 당시 다른 세 명의 멤버에 비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때로 팬들에게 서운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스스로 힘겨운 노력을 통해 카메라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함으로써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드림걸즈가 실제 활동했던 미국의 60~70년대와 2007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에피는 자존심 지켜가며 그룹 탈퇴를 감행했고 고난의 세월 끝에 더 나이 먹고 늙은 모습으로,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아줌마의 모습으로, 이전보다 더 뚱뚱한 모습으로 재기했지만, 2007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데뷔 때와는 다른 현재 옥주현의 모습. 그녀를 싫어하는 이들도 그녀의 각선미만큼은 인정해준다.

오디오냐 비디오냐. 예전에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길거리를 다녔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손에 TV를 하나씩 쥐고 길거리를 다닌다. 예전에 사람들은 밤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엄밀히는 "보기 위해") TV를 켠다. 가수의 음악은 더 이상 음악을 듣는 대중의 주요관심사가 아니다. 요즘의 대중은 가수의 목소리보다는 가수의 얼굴에 주목하고, 얼굴과 몸매가 된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목소리와 노랫말을 듣는다. 특히 여가수의 경우는 남가수의 경우보다 더욱 심하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런 시점에서 옥주현이 목소리로 솔로 활동에 승부를 건 것과 동시에 솔로 성공을 위해 스스로 피나는 다이어트와 꾸준한 운동 등의 자기관리, 성형을 감행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춤을 춰도 별로 티 나지 않는 통통녀가 요가 비디오를 낼 정도의 몸매를 소유한 날씬녀가 되었고, 그것이 운동과 다이어트와 더불어 현대과학기술(성형)의 힘이라 하지만 그녀는 모든 비난으로부터 결백하다. 아무리 재능과 열정과 실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외모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가벼운 오디션 통과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며, 음반녹음과 정식가수활동은 꿈조차 꿀 수 없다. 자존심 센 에피는 2007년의 대한민국에서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2007년의 대한민국은 재능과 열정에 앞서 외모를 가꿀 것을 주문한다. 재능과 열정은 그 다음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뚱뚱녀는 재능과 열정이 있었음에도 뚱뚱한 외모 때문에 무대 위의 누군가를 대신해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꿈만 꿀 것이냐.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 전자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때로 현실과의 타협이 반드시 꿈의 실현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분명 무대에 오르기 위해 외모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재능과 열정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재능과 열정이 결여된 채 이쁜 외모를 가진 이는 단지 가수를 지망하는 이쁜 아가씨일 뿐이다. 옥주현이 가요 무대와 뮤지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외모 이전에 재능과 열정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오디오냐 비디오냐. 오디오보다 비디오의 힘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디오뿐 아니라 비디오도 소리를 지닌다는 사실은 잊고 있는 듯 하다.

무대 위에서 과감히 바지를 벗어제끼며 무대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 얼리는 말한다. "난 영혼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더 이상 이런 간드러지는 발라드는 하지 않겠어." 발라드건 알앤비건 디스코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나는 영혼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것일 뿐. 혼이 담긴 음악은 호화 출연진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나 가수들의 일상생활을 담아낸 오락 프로그램에서보다는, 가만히 눈을 감고 들려오는 노래에 집중할 때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와 노랫말은 내 눈보다는 내 귀를 통해 들려온다. 보여지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이 댄스나 디스코의 장르라면 더더욱. 그래서 눈을 가리라 말하지 않는다. 귀를 열어라.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에게보다는 음악을 "제작"하는 기획사에 하고픈 말이다.

* 드림걸즈를 보며 핑클을 떠올리고, 에피를 보며 옥주현을 떠올리는 건, 지극히 나의 주관에 기인한다. 두 그룹과 두 사람은 엄밀히 같은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며, 동일한 성장과정을 겪지도 않았다. 더욱이 핑클에서 옥주현이 차지하는 위치와 대우는 드림걸즈의 에피의 그것과 시작부터 달랐다. 그럼에도 "나의 주관"이라는 핑계를 삼아 드림걸즈로부터 핑클을, 에피로부터 옥주현을 도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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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에도 올리시는구나...^^
잘 읽었어요.
옥주현씨에 대한 제 느낌은 글쎄... 지금은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수가 없겠네요.
드림걸즈를 보고서 비교한다면 또 모를까.
좋은 밤입니다 :)

마늘빵 2007-03-1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니아페이퍼라 해서 몇명 뽑아서 하는건데, <묵공>이후로는 글이 제 스스로 썩 맘에 들지 않습니다.

다락방 2007-03-1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주현에 대해서라면 저는 뭐 잘 모르니 할말은 없지만
각선미보다 얼굴이 더 예쁜것 같아요. 요즘엔. ^^;;

아, 그리고 전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 못봐서 너무너무 화가나요. 제니퍼 허드슨의 노래, 꼭 듣고 싶었는데 말이죠. 흐음.

마늘빵 2007-03-1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레이>를 보셨다면 그걸 떠올리시면 돼요. 스토리 전개나 내용이나 비슷합니다. <레이>의 레이로 나왔던 제이미 폭스가 여기선 커티스라는 매니저로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