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본 것을 포함 영화 <무사>를 통틀어 세 번 봤다. 개봉당시 흥행에 성공하지도 그다지 평이 좋지도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생각해볼 부분이 굉장히 많다.

 고려시대 사신으로서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이들의 실화를 토대로 꾸며진 영화이다. 사신으로 갔지만 간첩으로 오인받아 귀향지로 가고, 그곳에서 원나라 기병의 습격으로 사막에 고립된 채 살아남는다. 하지만 사막을 지나 도착한 객잔에서 명의 부용공주를 납치한 원기병를 습격 공주를 구해낸다. 부용공주를 좋아하게 된 노비 여솔과 장군 최정. 이후로도 두 사람은 부용공주를 놓고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최정 장군은 주진군의 대장 진립과도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는데...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진행되어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는 등장인물만이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각각의 다양한 인간상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최정은 뛰어난 장군의 아들로서 장군이 되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스스로 무능한 장군이라 생각한다. 사적인 감정으로 결국 성공하긴 했지만 무모하게 부용공주를 구해내고 공주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중간중간 생기는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그는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주진군의 대장 진립은 최정과 달리 오랜 풍부한 전투경험과 탁월한 인품으로 시기적절한 대안과 방법, 그리고 자신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깍듯하다. 윗사람에겐 공경을 아랫사람에겐 관용을... 그래서 그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 활을 굉장히 잘 다루며 대부분의 전투에서 중요한 활약을 한 그는 마지막 전투가 끝난 후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다.

 노비 여솔. 부사 이지헌의 집안 노비로 이지헌이 죽으면서 그는 자유인이 된다. 그는 무예가 출중하고 창을 매우 잘 다룬다. 적장 람불화는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고, 장군 최정은 같은 편임에도 그를 미워한다. 자신보다 무예가 출중하고, 부용공주 역시 그를 좋아하기에 장군인 자신이 노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에 힘들어한다. 여솔은 처음에는 이지헌을 위해, 나중에는 부용공주를 위해 살아가다 죽는다.

 역관. 역관은 어찌보면 굉장히 이기주의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전쟁통 속에서 살아남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정작 그녀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모른 척하고, 다시 살아오자 그녀를 반긴다. 끝내 적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자신을 위해 대신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지켜내지 못하기도 했다. 죽고 죽이는 전쟁통 속에서 그는 끝내 칼을 들지 않는다. 차라리 죽음을 당하면 당했지 누군가를 죽이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는 평화주의자이다.

 스님. 스님은 유학자인 역관과 대조되는 인물이다. 그는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전쟁에서 적군을 무참히 죽이며 활약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역관보다는 스님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겠지만 역관이나 스님이나 모두 각자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대단한 사람들이다. 전쟁속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도, 살생을 금함에도 사람을 죽이고자하는 마음도 모두 나름대로 존중받아야한다.

 최정의 부관 가남. 그는 최정의 아버지를 도왔고, 지금은 최정을 옆에서 보좌하는 장수다. 그는 계속 괴로워하는 최정을 옆에서 도와주며 신뢰받지 못하는 버림받은 최정을 끝까지 사수한다. 대단한 충성심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최정을 도우러나간 전투에서 최정을 살아남고 그는 죽는다.
 
 영화의 줄거리와 구성이 전체적으로 일부러 짜맞춘 듯한 느낌도 들고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그다지 재미가 잇는 것도 아니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고뇌와 행동을 통해서 생각해볼 대목이 많은 영화이기에 나는 <무사>를 높이 평가한다. 나중에 잊혀질때쯤 다시 봐도 괜찮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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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엔나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이자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인터내쇼날 대학교의 로고테라피 교수인 빅터 프랭클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그의 저서는 27권이 있다고 알려져있으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지금 소개하는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두 가지 번역본이 나와있다. 내가 읽은 1997년 청아출판사 발행본과 2004년 고요아침 발행본이 그것이다. 그리고 프랭클의 또다른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역시 1997년 동일한 역자의 번역으로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본이 하나 있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다. 또한 한편으로 매우 철학적인 책이다. 프랭클은 책의 중간중간 니체와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주의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그 인용구들이 자신의 로고테라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로고스'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로고스'는 '이성', '추론', '논리'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테라피'는 '치료한다' 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이성과 논리로서 정신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은 빅터 프랭클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흔히 정신분석학에서는 제 1대 정신분석학을 '프로이드'로, 제 2대 정신분석학을 '알프레드 아들러'로, 제 3대 정신분석학을 지금 말하고 있는 '빅터프랭클'의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로이드가 성과 쾌락의 관점에서 꿈을 해석한데서 정신을 분석했다면, 아들러는 권력을 토대로, 프랭클은 의지를 토대로 정신을 치료한다. 따라서 프로이드가 인간 내면의 잠재된 욕구를 기본으로 한데 비해 프랭클은 좌절한 인간의 내면의 이성과 의지를 불러옴으로써 스스로 좀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빅터프랭클은 나치하에서 핍박당한 유태인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이곳저곳 수용소로 옮겨다니며 아우슈비츠에 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직업, 정신신경학 의사라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각 상황별로 생존하기 위한 행동 유형을 구성한다.

프랭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반드시 나 아니면 안되는 일, 예를 들자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만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이전부터 연구해오던 연구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수용소를 나간 뒤에 해야할 중대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생존욕구가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즉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을 비관하고 자살을 택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을 말리는 경우 나치들로부터 찍히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랭클은 그들이 자살하기 전에 자살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치료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로고테라피'는 시작된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 단순히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 경험담이지만, 이 경험담들이 일관된 체계와 성찰을 담아낸다면 일종의 심리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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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린이라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봤던 사람이네요 저도 심리학 책을 자주 읽는데 제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더라구요 심리학에 관심 있으시면 미하일 미하이칙센트의 "몰입의 기술" 이나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도 읽어 보세요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해야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는 얘기인데, 목표가 있어야 생존욕구가 강해진다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4-11-1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이칙센트의 <몰입의 기술>은 예전에 봐야지 하고 목록에 적어놓고는 아직도 못본 책이랍니다. ^^; 다시 기억해놔야겠네요.
 
감정의 도서관 - 인간의 의식 진화에 관한 다큐멘터리
니콜라스 험프리 지음, 김은정 옮김, 멜 칼먼 그림 / 이제이북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을 거의 안읽은 것과 다름없다. 20여장을 읽다 말았으니 말이다. 그나마 읽은 20여장조차도 정독을 했다고 볼 수 없다. 통독을 했다는 말인데, 그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후루룩 책장을 넘기며 스쳐지나갔다고나 할까?

다시한번 더 솔직히, 이 책은 '인간 의식 진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고 또 그 말이 맞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손에 넣었을 때의 그 기대감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있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재밌고 유용한 책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악평을 받을 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에서 이 책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감정의 도서관> 뭔가 그럴 듯한 책 제목에 한 껏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고, 부제로 딸린 '인간의 의식 진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 말이 나를 이끌었으나 책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책에는 다윈을 비롯하여, 플라톤, 화이트헤드 등의 진화론자와 철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지은이가 이들의 이론과 대중성을 결합시키는데는 실패했다고 본다. 유아스럽고 한편으로는 유치해보이는 귀여운 그림까지 곁들이며 심각한 이들의 이론을 곁가지로 집어넣었지만 진지함과 재미남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책이 아닌가 한다.

영국의 TV 시리즈물로 제작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했는데 TV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영상이 활자화되기는 힘들었나보다. 혹여 관심있는 자들은 찾아봐도 무방하지만 괜한 기대감은 가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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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왕자>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오래도록 많이 읽히는 책이다. 어린이부터 나이들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매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읽음으로써 나는 97년이후 세번을 읽었다. 책도 얇고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길거리에서 틈틈히 읽으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안에 담긴 깊은 내용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정색을 하고 똑바로 앉아 읽어도 무방하다.

<어린왕자>는 이미 번역본이 엄청나게 나와있다. 그중에서 나는 '문예출판사'것을 소장하고 있는데, 책 선택시에 번역자를 개별적으로 알지 못해 믿을 수 없다면 2차적인 고려사항으로써 출판사를 보는 나의 경향때문이다. 다른 출판사들보다 믿을만한 출판사가 문예출판사이기에 이 책을 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번역도 깔끔하게 맛깔나게 잘 된 듯 싶다. 물론 내가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읽어본 바는 아니지만... 한가지 읽어보지 않은 또다른 번역서지만 동국대 철학과 홍윤기 교수의 번역본을 추천한다. 물론 난 읽지 않았다. 하지만 믿을만한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에는 저자인 생텍쥐베리의 경험이 묻어나온다. 그는 21살에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소위에 임관하였으나 23살에 비행사고로 인해 예편, 이후로는 항공우편배달을 했다. <어린왕자> 초반에 나오는 사막에 떨어진 비행기 추락은 생텍쥐베리의 이런 경험에서 묻어나온 설정일 것이다.

어린왕자가 각각의 별들을 여행하면서 회계사, 전봇대 지킴이, 왕, 술꾼, 지리학자 등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우리는 느끼는 바가 많다. 7번째 여행으로 지구를 택한 어린왕자는 이곳에서 여우와 대화를 나누며 '길들인다'는 것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운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야"


이상의 대화는 <어린왕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발췌한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 나름대로, 청소년에게는 청소년 나름대로, 어른에게는 어른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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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이민수 옮김, 전성보 그림 / 씽크북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는 160페이지 밖에 안되는 매우 얇은 책이다. 우리에게는 <소유냐 존재냐> 혹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저서로서 더욱 친숙한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저서로 어떤 대단한 이론이나 깊이있는 사색을 담은 글이라기 보다는 가볍게 쓴 수필집 정도라고 소개하는 편이 맞겠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에리히 프롬 특유의 '소유론' '존재론'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도 있지만 그저 맛배기일 뿐이다. <소유냐 존재냐>를 읽지 않은 독자들도 이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심지어는 에리히 프롬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 책의 본문은 7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2. 치명적인 권태
3. 거짓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한다
4.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기
5. 삶에 대한 사랑
6. 이성은 자유 안에서만 성장한다
7. 종교적인 삶

이상의 7장의 본문과 독일원본 편집자인 라이너 푼트의 서문과 한국어 번역서 옮긴이의 말,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간략한 서술이 전체의 내용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직후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하면서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서서 모두 다 읽어버린 별 다른 내용이 없는 책이다. 오히려 에리히 프롬이 저자라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접했다가 뭔가 큰 것을 기대했다면 더욱 실망할지도 모른다. 에히리 프롬이 원래 책을 이렇게 썼는지 아니면 번역자가 어색하게 번역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사색의 흔적들이 독자에게까지 전달이 되지는 않는다. 아무런 기대 없이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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