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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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에 맛들렸나보다. 내친김에 그의 유명작들을 다 읽고 있다. 그래봐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연금술사>에 이어 지금 읽은 <11분> 이렇게 세권이 고작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가 다른 책을 미루고 그의 책만 연속적으로 읽는 것은 그가 꽤나 매력적인 글을 써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엘료를 다 읽고 아 드디어 코엘료라는 한 작가를 내 머리 속에 꾀어찼다는 어떤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함도 있으리라. 에니아그램 5번형인 나는 지식 쌓기를 즐기니깐.

 애초 내가 코엘료를 오해했던 <11분>이라는 책은 역시나 경영실용서는 아니었다. 11분안에 뭐 끝내기 이런게 아니라 남녀가 성관계를 지속시키는 시간을 의미하는 11분이었던 것이다. 11분? 코엘료 이전에 어떤 작가, 1970년에 미국에서 어빙 월리스라는 작가가 <7분>이라는 섹스에 관한 책을 썼다가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윌리스는 섹스지속시간을 7분이라고 생각한 반면 코엘료는 7분은 너무 짜다? 고 생각하여 11분으로 늘렸다고 한다. 둘 모두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이전의 다른 소설들은 코엘료 자신의 험한 인생담을 담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그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브라질 출신의 한 여성이 쓴 글을 통해, 그녀와 이야기함으로써 작가의 머리에 완성되어 간 것이다. 그녀의 경험을 자신의 손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코엘료는 그렇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진 않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브라질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그녀를 스위스에서 만났다. 소설의 얼개와 분위기는 그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건 곧 나 자신의 이야기, 나 자신의 실수를 쓴 것이다."

 그는 또 "성 정체성에 대한 충돌이다. 많은 사람이 얼굴을 마주칠 땐 결코 즐겁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척하고,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되지 못한 상태로 거짓말을 한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성(性)의 신성함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다." 라고 집필의도를 밝힌다. 

 소설 속에서 마리아가 나중에 쓰고자 마음 먹었던 그리고 그녀가 계속해서 도서관에서 섹스에 대한 책을 찾았던 책이 바로 코엘료의 <11분>이다.
 
 소설 속에서 겨우 11분을 위해 모든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마리아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프로이드 식의 어거지 논리를 들이대자면 그리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프로이드는 모든 것을 성적인 잣대로 분류하니까. 우리가 화장품을 바르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고, 거울을 보는 행위는 모두 11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만족이나 타인에게 잘 보이기 정도를 넘어 섹스로 까지 연결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건 개개인마다 다 다를테니까.

 <11분>은 섹스에 대한 소설이지만 순전히 섹스를 위한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의 코엘료의 다른 소설들과 같이 자아찾기에 대한 소설인데 단지 '섹스'를 통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마리아는 어린나이에 섹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여자가 됐지만 그녀는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가 전에 자신이 꿈꿨던 일들을 실행하려 한다. 소설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섹스'지만 궁극적인 도달점은 '자아찾기'다.

 코엘료가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성(性)의 신성함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다"라고 말한 것도 섹스를 말했다기보다는 사랑을 말했다고 봐야겠다. 섹스는 마음이 없이 몸으로 가능하지만 사랑은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랑은 나를 향한 것이건 타인을 향한 것이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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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2-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베로니카만 읽으면 되겠네요 저는 두 소설이 내용이나 짜임새에 큰 불만은 없지만 책을 덮고 떠오르는 단어를 한마디로 하면 '피상성'인 듯해요^^ 두 소설 다 저는 지극히 상식에 기대어서 읽었다 할까요? 물론 건전한 상식의 파격 정도를 놓고 소설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근대문학 '하는 사람들'의 틀에 갖힌 것일 수 있지만^^

마늘빵 2005-02-2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확실히 강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은근히 매력적인 맛은 있지만.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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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그 11분 때문에(말도 안되는 소리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밤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고 가정할 때)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의 울음을 참아내고, 늦게 귀가하게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함께 제네바 호숫가를 거닐고 싶은 수십 수백 명의 다른 여자들을 훔쳐보고, 자신을 위해 값비싼 옷을, 그 여자들을 위해서는 더 비싼 옷을 사고, 채우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창녀를 사고, 피부관리, 몸매관리, 체조, 포르노 등 거대한 산업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117쪽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그-119쪽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122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영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의 동요이다.
나는 매일 내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진실을 택한다. 나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려 애쓴다. 하지만 늘 욕망을 동무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의무감 때문도, 내 생활의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 욕망은 아주 좋다. -216쪽

삶을 통해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걸, 마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질투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질투에 대한 거창한 이론을 갖고 있고, 그것이 연약함의 증거임을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사람도 그러한 감정을 결코 억누르지 못할 터였다. -222쪽

섹스는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내적인 시계가 있어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각자의 시곗바늘이 동시에 같은 시각을 가리켜야 한다.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성적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는 두 사람은 놀이와 '연극'을 통해 그들의 시곗바늘을 맞추어야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단순한 만남 이상이라는 것을, 생식기의 '포옹'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225쪽

주석 :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1836-1895)
오스트리아 소설가. 청년 귀족 쿠젬스키의 사랑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모피옷을 입은 비너스>(1891)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성적 기행이 성심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241쪽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 오로지 매일 11분만을 위해 산다고, 남자들은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자들 역시 여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갈망한다. -271쪽

산더미처럼 쌓인 그 종이쪽을 가지고 유서 깊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대형 스위스 은행을 찾아가 "이 돈으로 내 인생의 몇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팔지는 않고 사기만 합니다." 라는 답변을 듣게 될 때까지는.-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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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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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보고서 괜찮다 싶어 코엘료의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다. <연금술사>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보다 2년여 먼저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되었고 그 책으로 인해 코엘료붐이 일었다는 점에서 <연금술사>를 먼저 볼껄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번역된 순서가 뭐 중요하랴.

 연금술사. 영어로는 Alchemist 라고 한다. 영어실력이 짧아 앞에 붙는 Al 이 어떤 역할을 해주는 지는 모른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에 따르면, '연금술'은 "옛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퍼진 원시적 화학 기술. 비금속을 금, 은 등 귀금속으로 변화시키며, 또, 불로 불사의 영약을 만들려던 화학기술"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어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양치기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을 원하지 않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양치기가 되어 길을 떠나는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산티아고는 여행을 통해 나를 찾고자 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생떽쥐베리의 세권으로 된 책 제목이기도 하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두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같다. 또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떠오른 것이 생떽쥐베리의 유명한 저서 <어린왕자>이다. 이 책에서 산티아고는 마치 여러별을 여행하며 이런저런 물음을 묻는 어린왕자와도 같다. 코엘료가 <어린왕자>의 형태를 답습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론 그도 이 유명한 책을 읽지 않았을리 없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 맴도는 <어린왕자>의 환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코엘료가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연금술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물론 연금술사에 대한 세 가지 견해가 등장하기는 한다. 이는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소설이 끝난 뒤 '작가의 말'중에 드러난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다. 하나는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고, 하나는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고, 마지막 하나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이다.

 우리가 '연금술사'하면 떠올리는 사람들은 대개 첫번째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연금술은 사전에 정의된대로 값어치 없는 금속을 값어치 있는 금속으로 바꾸는 그런 마술을 하는 기술이 아니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오히려 코엘료가 말하는 연금술은 위 분류의 세번째의 그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연금술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 자신으로서 연금술사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자아를 깨우친 사람들.

 산티아고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P142)

 산티아고는 연금술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이미 연금술을 깨우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연금술사'라 불리우는 자는 산티아고가 스스로 그것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나 자신을 깨우치고 있는가? 대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은 한다 라고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인생에 있어서 돈과 권력보다는 나의 자아실현을 꿈꾼다. 누군가가 내게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아직 내게는 직장이 없다. 난 학생이다 - 난 아닙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된 돈은 돈이고, 내가 기존에 하던 일은 계속 해야한다. 그것은 돈벌이를 위함이 아니라 나의 자아실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니까 말이다.

 나는 구리를 금으로 바꾸는 기술은 원치 않는다. 그런면에서는 나는 첫번째 연금술사보다는 세번째 연금술사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나를 깨우쳤다고 결론 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나는 연금술사는 아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읽고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연달아 읽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지오웰의 <1984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연달아 읽음으로써 좀더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듯이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어린왕자>와 <연금술사>를 함께 읽음으로써 자아에 대한 사색에 좀더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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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2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도 같이 보실것을 권합니다.
오래전 읽었을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으나 (오히려 지루...) 얼마전 그 와 유사한 환경 (며칠을 대륙을 가로질러 혼자서 드라이브한..)에서 극심한 고독과 함께 그가 무얼 애기할려는지가 가슴으로 오던군요...

마늘빵 2005-02-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야간비행>은 잘 모르지만 김규항의 를 낸 출판사 이름이기도 하죠.

비로그인 2005-02-2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읔..
생떽쥐베리의 대표작입니당...

릴케 현상 2005-02-2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은 좋긴했지만^^한편으로는 거부감도 있었어요. 비행사의 죽음... 그의 죽음을 통해 인류는 더 많은 비행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로서 인류는 한발짝 전진할 것이다. 우리는 진보의 사명을 띠고 물러서지 않고 저 심연 속으로 날아간다... '좀팽이처럼' 사는 저는 누군가 저를 부추기려고 할 때마다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게 되요. 헉 난 아냐 하고...

마늘빵 2005-02-2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야간비행을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소설인가요? 아니면 에세이?

릴케 현상 2005-02-2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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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13쪽

"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73쪽

"새로운 세계는 텅 빈 시장의 모습을 하고 그의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광장이 삶의 활기로 가득 차 있던 순간을 이미 보았고, 그 살아 숨쉬던 광경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단검을 떠올렸다. 잠시 바라보기만 하는 데에도 너무도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그것은 그가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76쪽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95쪽

마크툽
- 대개 종교적인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여있는 말이다'라는 의미. '어차피 그렇게 될 일 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옮긴이 주)-100쪽

"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42쪽

" '시간이 그 운행을 빨리하면 사람들의 행렬 또한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법이지' "-148쪽

"연금술사는 병을 열더니 손님의 컵에 붉은 액체를 따랐다. 포도주였다. 청년이 그때까지 마셔 본 것 중 가장 좋은 포도주였다. 하지만 포도주는 알라의 율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연금술사가 술을 권하며 말했다." -190쪽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야영 채비를 하면서 그가 물었다.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중략...

"제 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말들을 쉬게 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을 때,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새없이 되풀이해서 들려줄 것이네."
"제 마음이 이토록 저를 거역하는데도요?"
"거역이란 그대가 예기치 못한 충격이겠지. 만일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대의 마음도 그대를 그렇게 놀라게 하지는 않을 걸세. 왜냐하면 그대는 마음도 그대의 꿈과 소원을 잘알고, 그것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도 알 것이기 때문이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210쪽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212쪽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212-213쪽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라는. -216쪽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218쪽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발견해낸 게 '철학자의 돌'이야.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걸세."-223쪽

'사랑은 매가 너의 모래땅 위를 나는 것과 같은 거야. 매에게는 네가 푸른 초원이지. 너의 그 푸른 초원에서 매는 늘 먹이를 얻어 돌아가지. 매는 너의 바위들과 모래언덕들, 너의 산들을 알고 있고, 너는 늘 매에게 관대하지.'

'그래. 매의 부리는 언제나 나의 조각들을 떼어가. 몇 년에 걸쳐 나는 매의 먹이들을 길러내고, 내가 가진 조금뿐인 물을 나누어주고, 어느 곳에 먹이가 있는지 보여준 셈이야. 내가 나의 모래 땅에서 기른 생명들에 저이라도 들라치면 정말 귀신처럼 하늘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싹 낚아채버린단 말이야.'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네가 그 생명들을 기른 거잖아. 매에게 먹이로 주려고. 그럼 매는 사람의 먹이가 되고 또 사람은 언젠가 네 모래의 먹이가 되는 거지. 그럼 거기서 또다시 매의 먹이가 태어나는 거고. 만물은 그렇게 순환하는 거야.'-234쪽

'그게 바로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241쪽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작가의 말 중)-271쪽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일은 곧 우리 각자에게 예정된 진정한 보물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고, 코엘료는 그것이 바로 삶의 연금술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역자 후기 중)-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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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브라더스> 코미디인가 가슴찡한 드라마인가.

 영화배우 이범수가 출연하는 영화는 조금씩 코믹한 냄새도 풍기면서 가슴찡한 드라마도 된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안녕 유에프오>도 그랬고, <슈퍼스타 감사용>도 그랬으며, <정글쥬스>, <싱글즈>도 다 그랬다. 이범수는 다소 코믹하면서 어딘가 가슴아린 그런 배역이 잘 어울린다. 어떤 배우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가 대부분 그 배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그건 아마도 배우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풍기는 사람내음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양동근과 이나영이 순진하면서 어딘가 어눌하고 어설퍼 보이는 내면에 상처를 지닌 역할이 잘 어울리고, 장동건은 남성적이고 선굵은 책임감있는 역할이 어울리며, 엄정화는 약간 발랑까진듯 하면서 속깊은 여자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범수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들이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음에도 계속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만을 담당해왔을 수도 있지만 인터뷰하는 장면이나 아침마당 등 스크린 속의 그들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서 마주할 때조차도 그들의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연은 이정재와 이범수이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범수의 역할이 크다. 비록 얼굴만 삭아버린 12살 짜리 어린아이로 나오지만 그의 형으로 나오는 이정재보다 이범수의 연기가 영화를 강하게 주도하고 있다. 이정재는 연기를 못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정재의 연기에 별 하나를 매기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연기를 못하진 않은 듯 하다. 그런대로 제 역할은 해줬지만 아무래도 이범수에 비해 딸리는 것은 사실.

 이정재는 불륜사진을 찍어 그들에게 원치 않는 기념품을 전해줌으로써 돈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동생의 험악한 인상을 이용해 남의 돈을 받아챙겨 일당을 먹고 산다. 뭐 남이 빌려간 돈 받아내 주인에게 돌려주니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나쁜건가?- 이래저래 겁을 주고 험한 짓 보이며 받아낸다는 점에서 방법면에서 그다지 칭찬해줄만 하지는 않다. 이렇게 못된(?) 짓만 하고 다니는 이들에게 사람을 찾아달라는 이가 있다. 처음엔 그냥 돈만 받아챙기려 하지만 결국엔 그 가족의 사연을 통해 이정재는 동생 이범수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며, 자신에게 빚만 떠넘긴 아버지를 용서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으로 잘못을 빌게 된다.

 '돈 찾아줍니다'에서는 이범수의 각종 행동으로 웃음을 불러오지만 마지막 아버지가 남긴 피묻은 8만원을 놓고 대화하는 형과 동생으로 인해 가슴찡하게 끝난다.  코미디의 드라마로의 승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형적인 한국식 결말을 내놓음으로써 관객에게 제대로 어필하는 거라고 말하면 적당할 듯 하다.
 
 이범수의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그렇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다.

 참 오히려 주연배우 이정재보다는 단골 조연 이문식의 연기가 인상깊었다. 그는 이미 <달마야 서울가자><범죄의 재구성><황산벌>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단골 조연배우다. 어느 주연배두 못지 않은, 오히려 어느 주연보다도 빛나는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난 그의 연기가 좋다. 비록 잘생기지도 않았고 인기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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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2-1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문식 좋아해요^^

마늘빵 2005-02-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좀전에 케이블 트니 <달마야 서울가자> 하더군요. 이건 재미없네요. 1편보다

세실 2005-03-1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영화 보고 이범수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