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의 영화축제다. 나가서 영화보고, 안에서 영화보고, 종일 영화만 보고 있다. 좀 나가서 놀아라. 놀아. 사람들도 좀 만나고. 그래도 방바닥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 벽긁고 있지 않은게 어디랴.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자.

  어제 성묘를 갔다와서 잠깐 쉬고 바로 또 구로 CGV로 나갔다. 1호선 구로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바보같이 난 7호선을 타고서 갔다가 2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며 40분 넘게 걸려 도착했다. 이런 ㅂ보팅이. 처음부터 1호선 타고 가면 금방가는걸.

  최근 영화 <외출> <형사>를 봤고, <신데렐라맨>까지 최근 개봉작 세편을 벌써 보는 셈이다. 어제 본 이 영화는 내 돈주고 보진 않았다. 영화를 쏜다는 그녀(그냥 친구임)의 말에 입이 쩍 벌어지고 아니 왜 그러니, 추석 보너스 많이 받았니, 질문을 던지며 좋아라 하는 나. 아이스크림도 사줬다. 므흐흣.

  이 친구는 아침에 자기 동생과 함께 여기에 와서 이 영화를 보고는 놀다가 저녁에 다시 또 이 영화를 봤다. 너무 감동적이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나? 흠. 난 영화관에서 똑같은 돈 주고 봤던 영화 보는 건 못하는데 이 친구는 자신의 감동을 다시 한번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날 본 영화를 또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 오랜 일이지만 내가 같은 영화를 또 본 것은 <뮬란>이 유일하다. 대학 1학년 때였나. 유니텔을 하다가 벙개를 했는데 함께 만난 여자가 <뮬란>을 보자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전에 봤지만 그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봤던 거 또 보니깐 웃기는 대목에서도 이제 웃기지 않고, 억지로 웃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그 여자 하고는 영화만 보고 헤어졌고 이후로 연락하지 않았다. 영화때문은 아니었고 그냥 맘에 들지 않아서.
 
  영화야기하자. 자꾸 주변 잡소리 하지말고.



* 그는 한 가난한 가정의 세 아이의 다정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힘은 그의 인터뷰대로 '우유' 였다.



* 브래독의 아내. 영화 속에서 브래독 못지 않게 감동을 선사해주었던 정말 모든 어머니의 이상적 모델. 남편에게는 힘을, 아이들에겐 사랑을.

  최근 영화를 볼 때마다 자꾸 르네 젤위거를 보게 된다. 이 배우 영화 참 많이 찍었지만 어째 내가 최근 보게 되는 영화마다 당신이 자꾸만 나오는게야. 남자배우는 러셀크로우. <글레디에이터>를 통해 확실하게 나의 머리 속에 그의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켰던 그 배우. 남성미 넘치는 강한 근육과 낮게 깔린 짧고 강한 톤의 목소리. 하지만 <글레디에이터>의 그는 어디로 가고 왠 깡마른 멜깁슨이 여기에 있다냐. 개인적으로 <신데렐라맨>에 나오는 그의 모습보다는 <글레디에이터>의 그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영화를 위해 살을 20킬로그램 쯤 쫙 뺐다고 하는데 살을 빼니 완전 '멜깁슨'이다.

  <신데렐라맨>은 권투영화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1920-30년대의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권투영화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난 이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가 먼저 떠올랐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 영화도 나이 많은 늙은 여자 복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늙은 복서가 인간승리를 이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경기중 상대방의 반칙으로 전신마비상태, 식물인간으로 생을 유지하다 안락사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슬펐고, <신데렐라맨>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꼭 주인공이 죽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그 승리의 쾌감이 더 했다. 한쪽이 불행한 영화다, 한쪽이 행복한 영화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그녀 또한 늙은 나이에 시작한 복싱에서 삶의 의욕, 삶의 쾌감을 맛봤고, 그의 늙은 코치와의 진한 우정을 간직한 채 행복하게 죽어갔다.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영화, <신데렐라맨>으로 돌아오자. 한때 아마추어 복서에서 프로 복서로 데뷔하며 연전연승을 거두었던 '불독' 제임스 브래독.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연패를 거듭하며 링 위에서 잊혀지고, 마주서서 싸우지 않는 통에 복싱협회로부터 선수자격 박탈 이라는 수모까지 당하게 된다. 이후 전기, 수도 다 끊기고, 매일같이 굶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막노동에 나서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다. 결국 할 수 없이 아내는 브래독이 없는 사이 아이들을 친척에게 보내고, 브래독은 아이들을 되찾아오기 위해 복싱협회로 가서 구걸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정부보조지원금까지 타내고 아이들을 데려온 그. 이전의 매니저 조로부터 들어온 제안. 돈을 벌 기회다. 그리고 다시 재기할 기회를 맞이했다.



* 브래독의 세컨드, 조. 겉으로는 뽀대나는 차림으로 대공황에 끄덕없는 체하지만, 실제 그의 집엔 아무 것도 없었다. 다 팔아먹은 돈으로 그는 브래독의 재기를 위해 쏟아부었다. 신의로 똘똘 뭉친 두 사내. 조와 브래독.



* '우유'를 위해 재기전을 펼치고 있는 브래독.

  그는 당연히 질것이라 예상되었던 경기에서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퇴물복서의 호칭 대신 '불독' '신데렐라맨'이라는 호칭을 받게 된다. 관객들의 환호. 그들은 대공황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아 죽어가는 집안의 가장이 링 위에서 펼친 경기로 그들의 가슴속에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마지막 챔피언 결정전을 앞둔 상황. 그의 상대는 이미 도전자 둘을 죽음에 이르게 한 무자비한 복서 맥스 베어. 영화 분위기가 어째 심상찮다. 마치 그가 죽을 것만 같은 분위기. 모두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그의 안전을 걱정한다. 하지만 이건 반전을 위한 속임수였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비춰줬던 무덤, 그리고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는 영화적 장치. 당연히 그는 대공황으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의 희망으로 성공적 승리를 거둔다.



* 마지막으로 막스 베어와의 힘겨운 경기를 마치고 끝내 관객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브래독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관중들.

  브래독의 승리는 개인적으로는 '우유'를 위한 것이었으며, 뜻하지 않게 국민적 희망으로 불리우며 대공황에 허덕이는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가난한 가정의 한 남편, 한 아버지로서의 작은 승리이자 국민 모두의 승리였다. 스포츠는 이렇게 전 국민적인 화제를 몰고다니며 희망을 안겨준다. 물론 정치적인 음모와 모략을  숨기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브래독의 작은 승리를 어쩌면 정부와 언론은 이를 이용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정권 재창출을 노렸는지도. 하지만 어쨌든 변치 않는 사실은, 세 아이의 아버지인 늙은 복서가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그들에게 '우유'를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신데렐라 브래독은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도 여전히 신데렐라였다.

  영화가 끝나고 해설에 의하면 그는 2년뒤 다른 선수에게 챔피언 자리를 빼앗겼으며, 2차대전에 참전했고, 부두가에 사업체를 벌였으며, 다리를 건설하는데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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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좋아서 보려고 합니다. 혹시 스포일러 있을까봐 대충 읽었어요^^

마태우스 2005-09-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영화를 하나도 안봐서 많이 밀렸네요...

마늘빵 2005-09-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 네 ^^ 스포일러 좀 있어요. 대충 보시길 잘하셨어요. 가급적 안넣으려고 했는데 좀 들어가네요. 저는 요새 몰아서 계속 보는 중이에요. 볼 사람이 있으면 영화가 안밀리는데 볼 사람이 없으면 밀리는거 같아요. 전 혼자서는 잘 안보기 때문에...
 

  추석에 어디 안가고 집에만 있으면 하는 일이 누워서 책보다 잠자거나 인터넷질하거나 티비보기다. 오늘도 어제 새벽 한 시 넘어 택시타고 집에 들어와 느즈막히 잠에 들어 아침 10시 넘은 시각에 눈을 떠보니 집에 아무도 없다. 헐. 절에 가셨다는 문자가 왔다. 부비적부비적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고 씻고 밥먹고 인터넷 잠깐 하다가 쇼파에 드러누워 케이블 티비 채널을 돌린다. 오 영화 많이 하는군.

  오늘의 당첨 영화 <스파이더맨 2>. 배트맨 시리즈는 거의 다 봤는데 스파이더맨은 하나도 못봤다. 아마도 3탄까지인지 나온걸로 들은 거 같은데 나의 친구 OCN에서는 2탄을 해주는군. 어디 함 봐볼까? 잠을 잘 때 자세가 이상했는지 허리가 계속 아프다. 똑바로 못펴겠다. 쇼파에 누워있는데도 허리에 자꾸만 통증이...

  어제 사온 호두과자 하나둘 까먹는 재미와 함께 영화시청. 언제나 영웅영화의 결말은 영웅의 승리로 해피엔딩이지만 즐겁다. 정의심에 불타는 인간의 내면을 건드려주기 때문일까?! 불끈. 힘!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운명의 사나이 피터. 평소에는 어리숙하고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사진기자이지만 정의의 힘 불끈 손에 쥐면 강력한 거미영웅으로 탄생한다. 배트맨에서의 그가 평소에 말없는 신사적인 재산가 행세를 한데비해, 스파이더맨의 피터는 너무나 초라하다. 얼굴 이쁘장하게 생긴 가냘픈 나이어린 청년 피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거미질 때문에 번번히 약속은 깨지기 일쑤고 그를 떠나버린 그녀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한 군인의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 깔끔한 피부와 가냘픈 몸매, 나이어린 청년 피터.



* 피터가 사랑하는 연극배우, 메리 제인. 아 이쁘다.

   영웅 영화에 필수 등장인물들. 평범한 도시의 한 시민이지만 특출난 능력을 소유한 인물,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를 방해하는 막강한 적 한 놈, 그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엑스트라 경찰.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이나 어김없이 이들은 등장하고, 매번 영웅 영화들이 구사하는 비슷비슷한 방식들에 신물이 나기도 하지만 이 구성을 과감히 뒤바꾸기도 힘들 듯 하다.



* 별다른 근육없이 미끈하게 날렵하게 빠진 몸매.

  스파이더맨은 배트맨과 같은 특별한 장비를 가지지 않고 손에서 뻗어나오는 거미줄만으로 도시 한 복판에서 공중그네를 탄다. 스피이더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라는 유치한 질문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 나도 한번 던져볼까? 과연 누가 이길까?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거미줆만으로 해결하는 스파이더맨, 하지만 몸이 날렵하다. 반면 온갖 최신장비로 무장하고 밤에만 거리로 나서는 배트맨, 그도 역시 몸이 날렵하다. 여기에 더불어 매트릭스 3탄의 네오까지 합세한다면? 흠... 슈퍼맨은 어떨까? 넷이서 난타전을 벌이면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누구일까? 아마 네오가 되지 않을까? 전화코드 끼고 빼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 되잖아. 게다가 우주밖으로도 날아다니는 몸인걸? 하긴 슈퍼맨도 그렇구. 하지만 슈퍼맨에겐 없는 동서양의 각종 무술이 네오에겐 있다.

  지금 뭐하는거야!! 에... 죄송합니다.

  너무 식상한 방식에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거미줄 놀이의 눈요깃감으로 만족스러운 영화.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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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독거미일까요? =3=3=3

마늘빵 2005-09-1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ㅡㅡ^ 집거미입니다. ㅋㅋㅋ

물만두 2005-09-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릴케 현상 2005-09-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맨은 빛보다 빠르잖아요 지구를 거꾸로 돌아서 과거로도 가던걸요

이매지 2005-09-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거미는 엉덩이에서 거미줄이. 스파이더맨은 왜 손에서 나올까요-_ -;

마늘빵 2005-09-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ㅋㅋ 그 반응은?
산책님 / 아 그렇군요. 슈퍼맨이 더 빠른가욤? 네오도 3탄에서 만만찮던데. ㅋ
이매지님 / 거미가 원래 엉덩이에서 줄이 나오나요? 흠 모르던 사실인데... 그렇구나. 스파이더맨이 엉덩이에서 줄이 나오면 영화가 코믹해지잖아욤. ㅋㅋㅋㅋ

물만두 2005-09-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넘 웃겨서요^^

책속에 책 2005-09-1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맨도 있습니다...ㅎㅎ

마늘빵 2005-09-1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핫. 엑스맨도 있군요. 푸풉..
 

   쥬라기 공원. 흥행대박.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다 라는 말이 나올만한 수작. 스티븐 스필버그는 참 대단하다. 그는 영화감독을 시작한 이래로 1-2년에 한번씩 영화를 발표하곤 했고, 그가 낸 영화들은 대부분 재밌고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아 유명 영화제에서 상탄 작품들도 헤아릴 수가 없다. 영화를 매년 그렇게 내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내는 영화마다 대박행진을 거듭하는 것도 또 대단해 보인다. 
 
  어떻게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공룡을 부활시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마치 공룡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스크린 속에서 전해준다. 영화 촬영 당시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마치 무서운 공룡이 쫓아오는 양 연기를 해야했을텐데 그런 것 생각하면 정말 배우들은 대단하지 싶다.

  화석이 되어버린 모기에게서 오래전에 빨아먹었던 공룡피를 뽑아내고, DNA를 추출, 공룡을 부활시켰다. 어느 외딴 섬에 쥬라기 공원이라 이름붙이고 각종 공룡들을 다 들여놨는데, 사납고 빠른 랩터는 단 세마리 뿐. 게다가 공룡들은 모두 암컷만 들여놨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가 그렇지 않은 것을.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태어난 공룡들은 변이를 일으키고 자생적으로 알을 낳았다. 인공 공룡뿐 아니라 야생 공룡까지도 함께 쥬라기 공원 내에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 전기철조망을 뚫고 나온 공룡의 침입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 견학용 차는 이미 뒤집혔다.

  시스템이상으로 공원의 경계에 설치된 철조망에 전기가 끊기고 공룡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견학 중이던 박사 일행과 할애비의 손녀, 손자 그리고 변호사. 이들은 위기에 처했다. 차는 곤두박질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박사와 손자, 손녀일행. 그리고 또 다른 쪽으로 흩어진 나머지 사람들. 공원을 조성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할애비의 계획은 위험천만한 공룡들이 풀려남으로써 무산되었다. 자연은 자연상태 그대로 놔둬야지 인위적으로 조작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기며.

  공룡의 멸종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이 대두되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빙하기 때문이라 배웠다. 고딩때 교과서에서. 다른 이유가 있을런지 모르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미 공룡은 자연에서 버림받아 멸종되었고,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되었다. 과거의 지구의 정복자 공룡과 지금의 지구의 정복자 인간의 공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과학 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복제니, 유전자 복제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배양연구에 성공하였고, 관련 학과에 몸담고 있는 친구의 말로는 인간복제는 이론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고 - 암 것도 모르는 나는 그래도 인간 복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죽은 자를 부활시켜 살려낸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결국 <쥬라기 공원>의 교훈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냅둬라. 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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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9-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죽은자의 부활도 부활이지만.. 최근에 로빈쿡이 쓴 <발작>에 보면 예수의 DNA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나오죠.. 아무튼 요즘은 별의 별 일이 다 생긴다니까요.. 하하하.

2005-09-17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다 싶더니 주드로와 니콜키드먼과 르네젤위거였다. 다 알만한 인물들임에도 난 꼭 영화를 보고 나서 포스터를 확인해야만 아 그 배우였구나 하면서 무릎을 탁 친다. 비슷하게, 난 몇년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도 철물점이 어디있고, 뭐가 어디있는지 잘 모른다. 청소년독서실이 근처에 하나 있는데 이걸 모르고 있다가 엄마에게 아니 몇년을 살았는데 그것도 못봤냐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난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감각이 떨어지는 듯 하다. 내가 봐야할 것, 당장 필요한 것들만을 보고 다니다보면 그 주변의 것들을 잘 못보고 지나친다. 영화를 볼 때 분명 다른 영화에서  몇 차례 본 배우이고, 아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꼭 이름을 확인해야만 안다.

  <리플리>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을 만든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만든 영화. 사실 감독은 잘 몰랐다. 이름도 처음 듣는다. 별 관심을 두지 않던 감독인지라. <콜드 마운틴>, 차가운 산? 흠.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 겨울의 눈덮힌 산을 말하는 듯 하다. 처음에 난 '콜드'가 아닌 '골드'인줄 알았다. 2004년 아카데미 7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꽤나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였나본데 개봉일이 2004년 2월 20일. 내가 아직 민간인이 아닐 적에 나온 거라 여태 잘 모르고 있었나보다. 무심결에 본 영화인데 꽤나 감동적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평화로운 산골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고추달린 남자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전쟁에 나가 전사하거나 아니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 의용군 대장과 그 일당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탈영병을 색출하고 먹을 것을 약탈하고 부녀자를 희롱한다. 탈영병을 숨겨주거나 도움을 줄 때엔 교수형에 처한다는 법칙에 따라 탈영병을 함부로 들일 수 없지만 그들은 전쟁의 피해자일뿐이다. 전쟁에 나간 사람치고 전쟁이 좋아서, 사람 죽이는게 좋아서 나간 사람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선이요, 탈영병은 악이라는 규정은 그네들만의 규정일 뿐. 대의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혹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죽여야하는 상황으로부터 피하고픈 자들 모두가 옳다.



* 이보다 더 기쁠 수 있으랴.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랑하는 이가 돌아왔고 재회했다. 사랑을 나눴다.

  아이다와 인만.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았고, 느꼈고, 사랑했다. 그리고 인만 역시 다른 남정네들과 똑같이 전쟁통속으로 끌려갔고, 전쟁에서 부상당했으며, 아이다를 위해 탈영했다. 결코 탈영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다. 국가보다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탈영한 것이다. 아이다에게 가는 길은 너무나 멀다. 붙잡혀 몇몇 사람들과 함께 연줄 연줄 묶여 사막을 걷기도 하고, 가까스로 할머니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 했으나 탈영병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의용군을 피해다녀야하는 처지.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왔지만 멀찌감치 그녀는 내게 총을 겨누며 돌아가라 한다. 아... 하지만 이내 그임을 알아채고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전쟁영화지만 남과 북이 전쟁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영화의 주가 되는 것은 탈영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닌 탈영병을 색출하고 마을 사람들을 약탈하는 의용군과 탈영병, 마을주민들과의 대립이 중심이 된다. 어린 두 아이를 전쟁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즉결 처형된 아버지와 고문당한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고통받는 것을 보다못해 뛰쳐나온 두 꼬마아이는 총살당했다. 닭, 돼지, 양을 빼앗고, 옷을 빼앗고, 겁탈하고, 살해하고. 전쟁이 무서운 것은 적과의 대치가 아닌 힘없는 주민들의 핍박이다.



* 마지막으로 총을 겨누고 그는 생을 마감했다.

  끝내 탈영병 인만은 아이다를 지키다가 총에 맞고 생을 마감한다. 울부짖는 아이다. 그리고 영화는 전쟁이 끝난 뒤 아이다와 죽은 인만의 딸을 비춘다. 행복한 가정.

  인만은 탈영병이었지만 죽음이 두려워 전쟁을 피한 것이 아니다. 그는 많은 이들을 죽였고, 자신의 영혼이 썩어감을 괴로워했으며, 사랑하는 아이다를 지키기 위해 끝내 목숨을 바쳤다. 전쟁 통 속에서 그 어떤 공적을 세운 병사 못지 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냈는지도 모른다. 전쟁 속에 깃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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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9-1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이 영화 정말 보고 싶어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하게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금새 간판을 내렸던 것 같아요. 언데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렸다니까요...DVD로 꼭 봐야겠습니다!!

마늘빵 2005-09-1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민간인이 아니어서 이 영화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감금당해있어서. ㅋㅋㅋ 재밌어요. 감동적이고.

marine 2005-09-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여담이지만 르네 젤위거와 니콜 키드만, 이렇게 비교돼도 되는 겁니까? 민간인과 선택받은 이의 차이 같더라구요 ^^

마늘빵 2005-09-1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나님도 보셨네요. 영화에서 르네젤위거가 좀 비중이 약하게 나오죠? ㅎㅎ 주드로에게 선택받은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젤위거에게도 사랑의 대상이 있었지만 조금 나오다가 말더라구요. ㅋ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작가 노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 전 3권의 성공을 축하하며 쏟아지는 찬사와 칭찬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지 독자들의 질문과 진씨의 대답 형식의 '작가노트'를 내놓았다.

 "10년만에 '미학오디세이가 완간되는 순간'입니다. 혹, 벅차다거나 감격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은지요?"

 "글쎄요. 뭐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일을 '싹' 정리하는 기분이죠. 10년전, 그때 저는 베를린으로 유학 간 가난한 유학생이었죠.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빠가 되었으니......"

  진중권의 3권의 <미학오디세이>는 10년전부터 계획되어있었다. 그리고 10년후 그는 목표를 달성했고, 형식면에서 내용면에서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완벽한 성공을 거두며 열매를 거두었다. 1권과 2권이 나왔을 때 난 그의 책을 구입하지 않았고, 3권이 나오고, 작가노트가 나왔을 때도 그의 책을 찜해두었을 뿐 구입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작가노트가 포함된 4권의 셋트를 구입했고, 성급히 구판 1, 2권을 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만약 구판을 구입했다면 신판 1,2권 또한 샀을지도 모를 일.

  나는 본 저서 3권을 읽기전에 <작가노트>를 먼저 읽었다. 이것이 더 나중에 나왔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었지만 작가노트를 통해 그가 어떤 말을 내놓고 있을지가 궁금해져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얇은 3000원 밖에 안하는 작가노트를 통해 <미학오디세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 시킬 수 있었고, 어서 한 손에 1권을 낀 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현재 먼저 손댄 다른 책이 있는지라 참고 참고 있지만 참은 만큼 나중에 그의 책을 읽으며 접하는 기쁨 또한 배가 되리라.

  작가노트를 통해 그는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세심하게 대답하고 있으며, 이것은 또 하나의 미학오디세이가 된다. 결코 3권의 성공에 힙입어 나머지 한권을 팔아볼까 하는 심산은 아니고, 단지 독자에 대한 서비스일 뿐 이라는 생각. 페이지마다 적혀있는 그의 독자들의 코멘트도 재밌다. 인터넷 서재질을 하는 사이 알게 된 몇몇분들의 코멘트도 실려있었다. 세분 씩이나. 그 영광을 나는 누리지 못하다니.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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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9-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만화버전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기대중입니다. ^^

마늘빵 2005-09-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만화버전으로요?? 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