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수많은 견학을 통해 배운 바에 의하면, 결국 그 '집'이라는 건 세상 어디에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기쁨이나 슬픔을 안겨 주는 그런 '집'이기를 바란 것이 착각이라면 착각이었다. -25쪽

모든 소망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성취란, 결국 또다른 의미의 실망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36쪽

현실은 무엇이 '단순히 있다'는 사실 외에,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전제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는 이 말의 의미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 '현실의 성질'은 '의식의 성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대담하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후자, '의식의 성질'은 모든 민족, 모든 인간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지구상의 수없이 많은 장소엔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현실이 존재할 뿐 아니라, 한 장소에도 여러 현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102쪽

그는 이제 자신을 '길잡이'라는 의미의 '인디카비아'라 칭했다.
사람들이 이 이름의 뜻을 물어오면 그는 습관처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길잡이 노릇을 하는 이정표는 비바람이 부서지고 썩기까지 해서, 그 자체론 아무 가치도 없는 나무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 설사 그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안내하는 그 목적지에는 결코 가 볼 수도 없다. 하긴 자신이 세워져 있는 그곳에 머무르는 게 그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바로 그 목적지만 빼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으며, 그곳이 어디든 그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목적지야말로 이정표가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인디카비아 자신은 지금 자신이 안내하려는 그 목적지에 있는게 아니므로, 그 길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말이다...-32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도 없다. 1948년도 흑백영화다. EBS 무슨 명작 영화 프로그램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희귀영화이면서 명작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강요'에 의해서 볼 수 밖에 없었으나 재밌었다. 대학원 <영상매체와 윤리교육> 이라는 수업에서 영화 몇편을 다루고 토론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선택된 첫번째 영화가 이것이다.

  <자전거 도둑> 1948년도 이탈리아 영화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피폐해진 이탈리아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빼짝 마른 아버지 안토니오는 길거리에 벽보를 붙이는 일거리를 얻었다. 이것만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자전거가 있어야 한단다. 안토니오의 아내는  할 수 없이 가난한 집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안토니오는 그 돈으로 자전거를 구입한다. 이 자전거가 그의 모든 것이다. 드디어 직업을 구한 안토니오, 하지만 다음 날 벽보를 붙이는 사이 자전거를 도둑 맞게 되고 아들 브루노와 함께 이 자전거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당연히 직장은 잘렸다. 자전거가 없으니.

  남은 돈을 가지고 아침부터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의 자전거 넘버와 상표를 확인하는 두 사람, 안토니오와 브루노. 두 사람은 친구들을 동원에 자전거 중고시장에 나온 온갖 자건거들을 확인하고 다닌다. 누구는 자전거 타이어, 누구는 자전거 운전대, 안장을 찾기로 하고 돌아다녀보지만 그 많은 자전거 중 어떻게 찾겠느뇨. 괜히 의심스러운 것 하나를 발견 보자고 했다가 서로 욕설이 오가는 지경에 이르고, 경찰을 동원 끝내 확인했지만 내 것이 아니다. 밥도 굶은 채 돌아댕겨 이제 다리도 아프다. 설상가상 비도 온다. 쏴아쏴아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고 피하는 과정에서 아들 브루노는 흙탕물에 범벅된다. 아버지는 자기혼자 피하고 아들은 뒤에서 쫓아가다 넘어지고.

  의심스러운 한 사람을 발견하고 쫓아가 대질했으나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한다며 동네 사람들롤부터 잔뜩 욕만 먹고 나왔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아들에게 돈을 줘 돌려보내고, 자신이 길거리에 서있는 자전거를 훔치는 것. 하지만 브루노는 전동차를 놓치고 아버지를 향해 다시 가는데, 그 사이 아버지는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다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이런... 브루노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이게 됐다. 경찰에 넘어갈 상황에서 불쌍한 아들 브루노에게 동정을 느낀 주인의 배려로 그냥 돌려보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를 함께 본 대학원생 중 몇은 눈물을 흘렸다. 헉. 그렇게 슬펐나? 난 웃겼다. 영화를 다 본 뒤의 감상이 서로 어긋난다. 슬펐던 것은 아마도 자전거 하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에게 동정을 사서, 아니면 아버지를 쫓아다니느라 지칠 때로 지치고 아버지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불쌍한 아들 브루노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난 오히려 그 상황이 더 웃겼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들은 아버지를 쫓아댕기느라 피곤하고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대개의 아버지는 어린 아이를 보호하고 챙기는 것이 상식이지만 영화 속의 아버지 안토니오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각자 자신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듯 하다. 아버지가 뛰면 따라 뛰고, 달리기가 빠르지 못해 달리다 넘어지고 아버지 잃어버리고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물론 슬프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간 도둑의 모습을 한채 아들 앞에 서야했던 그는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사람들로부터 욕먹고 몰매맞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고 달려가 그를 보호하는 아들 브루노. 아버지는 아들을 버려두는데 아들은 아버지를 챙긴다.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지탄받는 아버지를. 감.동. 한수푼.

  여기서 윤리적인 토론거리를 찾아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어차피 물건은 돌고 도는 것. 남이 내 자전거를 훔쳐갔으니 이걸 못찾는다면 나도 다른 자전거를 훔칠 수 밖에 없다?

 2. 남녀가 사랑하고 가정을 이뤄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고 책임져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독립된 하나의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 길을 찾도록 해야하는 것일까?

 3. 가족의 잘못을 덮고 감싸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정의의 잣대로 재고 잘못되었다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옳은일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5-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742005

요 글이 생각나네요.
그러고보니 둘다 이탈리


마늘빵 2005-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기 모야요. 영어네. 읽는 데 오래걸려서 포기. ^^
 

  가을은 가을인갑다. 쩝. 아직 더워서 반팔을 입기엔 춥고, 긴팔을 입기엔 더운 이상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가을이라 봐야 할 듯 하다. 이러다 불현듯 또 겨울이 올테지만 말야. 지난주엔가 봤는데 이제 리뷰를 쓴다. 그 사이 일하느라 또 일끝나고 어디 가느라 꽤 바빴고 시간이 없었다. 토, 일, 월 계속되는 노는 날을 이용해 이렇게 리뷰를 정리해보노라.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 하기는 봄이든 겨울이든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은 따로 없기는 하다. 바스슥 바스슥 낙엽 밝고 싶구나. 둘이서.

  가을에는 멜로가 많이 나온다. 난 좋다. 멜로 영화 팬이거든. <너는 내 운명>을 보았고, <외출>을 보았고, <사랑니>를 보았고, 앞으로 개봉될 많은 멜로 영화들을 보고잡소.

  <너는 내 운명> 영화를 볼 때 시작전에 <사랑니>광고를 했던거 같다. 그때 아니 이게 머야! 서른살짜리 여자랑 열일곱살짜리 남자랑 머하는거래. 거꾸로된 영화는 몇 있었다. 그리고 많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그럼 이건 머야? 이건 그들에게 어떤 눈으로 비춰질까. 에 이건 아닌데...  한쪽이 나이 많은 성인이고, 한쪽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사랑은 안된다 라는 게 아니라,  여교사와 남학생 간의 사랑을 미화시키는 것 같아서 -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현실이 영화를 반영하고 영향을 받는 사례가 많은지라 -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능할 수도 있고, 이해해줄 수도 있다.  



* 맹장수술 자국을 보여주는 조인영과 그걸 만지고 있는 이석.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여교사 조인영 -초등학교 2학년 때 날 좋아했던 또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랑 이름이 같다 - 과 키크고 덩치큰 꽤 들어보이는 남고생 이석(여고생이란 말은 참 익숙한데 남고생이라는 말은 익숙치가 않다. 이것도 어쩌면 남성중심주의 문화의 산물일터)이 사랑을 한다. 나의 첫사랑과 비슷하게 생겼고, 이름도 같다. 마치 예전의 그 사람을 보는 듯 하다. 이루지 못한 첫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서른살 먹은 여자 조인영, 자신을 좋아라하는 17살 먹은 남학생에게 자신의 마음 또한 숨기지 않는다. 느닷없이 맹장수술 자국을 보여달라는 걔나 그걸 보여주는 얘나 참 이해안되기는 하지만 좋아하니깐 뭐. 그러더니  속도 붙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껴안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따라오란다. 모텔로 가더니 다시 나온다. 결국 나중에 다시 가긴 했지만.

  학원에서 함께 밤을 지샌 인영과 석. 다음날 아침 학원생들이 몰려오고 컥 들통났다. 모른척 하고 누워있지만 이미 들킨걸 어쩌랴. 그날부터 학원생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학원강사를 하는 친구의 몰아침. 친구에게 항변하는 그녀.

"누구랑 키스하고 싶은게 나쁜거야?

  나쁜거 아니다. 흠. 용기 있는 거다. 때로는 키스하고픈 누군가가 있어도 주변여건 때문에 혹은 용기가 없ㅇ서 못하지만. '때로는'이 아니라 '항상'이구나.



* 동거남과 동거녀. 유혹하는거? 장난치는거?

  장면 1. 이름이 같은 남학생과 인영의 첫사랑 이석의 귀국. 인영과 동거하는 남자친구, 그리고 인영 이렇게 네 사람의 만남은 어색하다. 말 한마디 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 이석. 방안으로 들어가고 인영의 남자친구 뒤따라 들어가 게임한다.

  장면 2. 이석의 쌍둥이 형의 죽음.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조인영이라는 여학생. 그녀와의 만남. 키스. 그리고 그녀와 서른살 조인영과의 만남. 어색함.

  한가지. 감독은 왜 이름이 같은 두 남자와 이름이 같은 두 여자를 설정했을까. 사실 이름이 같은 두 남자는 조인영의  첫사랑과 그와 닮은 남학생이라는 컨셉에서 이해가 됐지만, 이름이 같은 두 여자, 조인영과 조인영은 왜 그렇게까지 어거지로 이름을 같게 해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7살 이석에게 있어서는 두 여자는 그의 기억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라하는 여학생 조인영과 나를 좋아라하는 서른살 조인영과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의 고민과 갈등.



* 여학생 조인영에게로 뛰어가버린 이석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조인영. 운전대를 붙잡고 운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사랑의 설레임과 아픔과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설정이 어설프고 이해 안되기는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는 사랑을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충분한 일들. 서른살 여자와 일일곱 남자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랑법. 함께 엠피쓰리를 듣고 노래를 하고,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고.

모든 사랑에는 나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내 인생에 있어 찾아온 사랑이 몇 번인가에 상관없이 각자의 사랑법이 있다. 그것은 몇차례 시련과 아픔을 겪고, 또 사랑에 성공하면서 겪어온 자기자신만의 노하우. 작업거는 비법? 그런거 있지만 전수는 안된다. 몸으로 체득하는거다. 이것 역시 홀로 경험 속에서 체득하는 거다. 조인영에게는 조인영만의 사랑법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사랑법이 있다.  

  애초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럭저럭 기대만큼만 충족시켜주었던 영화 <사랑니> 
  하지만 극장에서 봤을 때 말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봤을 때 아련히 가슴 한 구석이 아렸던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대로. 절대로. 노는날 늦게 일어나서 이불도 안개고 이도 안닦고 세수도 안한채로 밥만 먹고 쇼파에 눕는 행위는 안된다. 뭐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 매번 하는 나지만, 오늘도 또 이같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왜 안되는고 하니 이 순서로 생활이 시작되면 그날은 영화보고 잠자고 밥먹고 이런걸로 시간 다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난 이런거 질색이다. 나 자신에게 용납이 안된다. 폐인이 된거 같은 기분.

  밥먹고 쇼파에 누워 케이블 티비를 돌리다보니 노는 날이라고 또 안해주던거 해준다. 한쪽에서는 이미 봤던, 하지만 매우 재밌었던 <데어데블>을 해주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방탄승>을 해주고 있었는데, 난 이미 본 영화보다는 안 본 영화로. <방탄승>은 제목 그대로 총알을 막는 승려라는 뜻이다. 제목 참 유치뽕짝빤스하다. 그게 머니. 우리나라 영화 그런식으로 제목 지었다가는 내용이 아주 재밌어서 소문에 소문을 퍼뜨리는 영화가 아니라면 망하기 십상이다.

  '주윤발 주연, 오우삼 제작' 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 제목이 안겨준 단점을 그걸로 극복했구나.

  왠 한적한 산중에 사찰이 있는데- 아마도 티벳이지 싶다 - 독일 나치들이 몰려와 그들을 몰살하고 뭔가를 찾는다. 늙은 스님 하나가 젊은 스님에게 뭔가를 전수해주고 비 뭐시기더라. 하튼 뭔가를 소중히 간직해야한단다. 그러면서 그 스님 총알 세례 받고 죽었다. 밖에선 제자 스님들이 인간띠를 형성해 사찰로 들어서는 나치를 막았으나 모두 총알받이. 마지막 남은 내공전수받은 스님, 그들에 맞서 간단히 몸풀고 마지막 남은 나치대장도 보내버린다. 아니 그럼 진작 나서서 다 도와주지 왜 시간을 끌어 끌기는. 다 죽고 난 뒤에. 영화니깐. 영화니깐 많이 죽어야 재밌는거다.



* 좀 놀게 생긴 젊은 소매치기와 스포츠 머리하고 도시풍 옷을 입으신 스님.

  시간은 흘러 흘러 60년 뒤 미국의 어느 도시. 티벳승려는 현대식으로 옷을 입고 스포츠 머리를 하고 신문을 본다. 그러다 냅다 달리는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 그 놈들은 예전에 만났던 나치의 손녀가 부리고 있는 부하들. 60년 동안 저들로부터 쫓김을 당하는 스님,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댕긴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만난 소매치기 하나. 오 필 오는데? 요놈 쫓아댕기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귀찮게군다. 기거하는 중국극장 황금성의 집으로 찾아오질 않나. 내 밥을 먹고 내 침대에서 잠을 잔다. 이런 어이 없는.

  "스님은 이름이 뭐요?"

  "나 이름이 업네."

  "스님 왜 그들에게 쫓기는 게요?

  "핫도그는 10개씩 팔면서 왜 핫도그 빵은 8개씩 팔까? 이 질문에 답하면 대답해줌세."

  "아니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게 어딨답니까?"

 "쿨쿨..."

 

* 지하철 소매치기 패거리들과 겨루고 있는 카. 첫번째 예언의 실현.

 이제 함께 나치놈들로부터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두 사람. 젊은 스님은 60년 전의 할아버지 스님의 예언에 따라 전설의 두루마리를 보호해줄 후계자를 찾는데 아무래도 이 소매치기가 제격인것 같다.

 첫째 예언은 학 무리의 학이 공중을 날 때 그가 적군을 무찌른다. 둘째 예언은 보석궁에서 사랑을 위해 싸운다. 셋째 예언은 모르는 형제들도 자유롭게 하리라.

 첫째 예언은 이미 확인했다.  소매치기 카 가 지하철 다른 패거리의 구역에서 일을하다 그들에게 잡혔을 때  왕초를 상대로 학 권법(?)을 구사하며 대적했다. 봉 돌리는 솜씨하며, 권법하며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어설프긴 했지만서리.



* 오 이쁜데? 누구지? 검색해봤더니 나랑 동갑이고, 별다른 영화에 참여한게 없다. 카가 훔쳐간 목걸이의 주인공이자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

 둘째 예언은 무엇인고. 지하철 소매치기 패거리와 싸웠던 카. 그곳에서 절세미녀를 만나는데 그녀가 나를 도와줬다. 나를 살려주었다고. 그녀의 목걸이를 훔쳤고, 후에 그녀는 목걸이를 찾기 위해 그를 찾아나서고, 결국 두 사람은 그녀의 집에서 야밤에 만나게 되는데, 만나자마자 싸움질이라. 내 목걸이 내놔. 훔쳤지? 아냐 훔치지 않았어. 빌려간것 뿐이라고. 돌려주려고 했어. 그럼 왜 빌려갔어?!! 엎치락뒤치락 머하는거니. 아무래도 애정행각같은데 싸움이 아니라. 어찌되었건 러시아 마피아의 딸인 그녀는 거대한 궁에서 살고 있었고, 여기서 두 사람이 만나 사랑다툼을 한다? 두번째 예언의 실현. 그렇담 세번째는?

 자 이제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독일 나치가 빼앗아간 두루마리를 찾아 떠난다. 인권협회건물로 돌격. 카와 그녀는 그곳에 잡혀 고문받고 있는 스님들을 풀어준다. 오 세번째 예언의 실현. 모르는 형제들도 자유롭게 하리라. 그래 너네가 제격이다. 두 사람 모두 무명승이 찾던 인물들인 것이다. 내공을 전수해주고 나이든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 방탄승. 두 사람에게 두루마리를 전해주고 마지막 문장의 앞과 뒤를 각각 전해준다.

  영화는 그냥 오락용이다. 사실 별 내용이나 교훈이나 기타 별다른 감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락용으로 딱 좋다. 중간중간 불가의 물음을 던지기도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그냥 뭔가 있어보이려는 수작. 결국 영화는 나치에 맞서 두루마리를 사수하는 방탄승의 이야기이고, 오락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밌다.  주윤발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

 

* 리뷰 쓰고 나서...

참 오락영화는 쓸거리가 없다. 줄거리를 빼면 암것도 안남는다. 그래서 시시하다. 힝... 지금도 줄거리 빼면 남는게 없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RINY 2005-10-0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배우가 입은 옷은 혹 개량한복저고리?

마늘빵 2005-10-0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것 같죠? 딱 브라만 하구 저 저고리만 걸치고 있네욤. ㅡㅡa

하이드 2005-10-0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이 영화 본 것 같아. -_-a

물만두 2005-10-0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젠 저런 영화는 시들해서리...

마늘빵 2005-10-0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 ^^
물만두님 / 저도 저런 영화는 극장에서 안봐욤. 케이블 돌리다 나오면 그때 보죠. 주윤발 팬도 아니고. 전 멜로를 좋아한다는...
 
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울로 코엘료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다. 국내 출간된. 결과적으로 좋은 인상으로 시작했다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나와 결별하게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또 번역되거나 출간된다고 할지라도 별로 사보고 싶지 않다. 책 값이 싸기에 확 다 질러버리긴 했지만 차라리 그 돈 모아 다른 좋은 작품 살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든다. 누구에게나 맞는 스타일의 작가가 따로 있겠지. 당신은 단지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야 라고 위로해본다.

  요전에 읽었던 <뽀뽀상자>(순전히 그의 작품은 아니고 그가 하나의 단편을 집어넣었을 뿐이다)의 별로 안좋았떤 느낌을 지워버리기 위해 한참 지난 후에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써본다. 왜냐면 비록 연달아 읽긴 했지만 한 작품에서 받은 안좋은 느낌을 그의 다른 작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악마와 미스프랭>은 그보다는 나았다.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을 이야기를 통해 내놓고 있다. 미스프랭은 선한가, 악한가? 범위를 넓혀서 당신은 선한가, 악한가? 나는 선한가, 악한가? 우리는 선한가, 악한가? 결국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어떤 자를 선하다고 말하고, 어떤 자를 악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선과 악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을 괴롭혀 왔다. 선과 악이 무엇이고, 어떤자를 선하다, 악하다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미 죽은 많은 이들이 고민해왔고, 저마자 대답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고민거리다.


  만약 어떤 이가 악하다고 하자. 그의 악함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의해 악함을 가진 것인가? 반대로 누군가가 선하다고 했을때 그의 선함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어떤 한 개인의 내면에 깃들어있는 악함과 선함을, 소설은 풀어내고 있다. 미스프랭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예수가 어쩌고, 유다가 어쩌고 하면서 기독교적인 지식들을 끄집어내놓는 통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는, 게다가 기독교라면 조금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있게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는 거부감에.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스프랭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선함과 악함을 모두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

 

  파울로 코엘료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거나 인류는 그 기원부터 영원히 분리된 두 대립항 사이에서 방황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그리고 우리는 늘 우리 조상들과 똑같은 의심을 품고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났다. 이 책의 목표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와 관련된 전설들을 이용해 이 주제에 접근해보는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달 2005-09-2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씩 제 속에 악마가 들어있다고 느낄때가 있어요.
잇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마늘빵 2005-09-2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잘못된거 같은데? 한번씩 천사가 들어있다고 느끼는게 아니고? ㅋㅋㅋ

이리스 2005-09-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코엘료는.. 영... ㅡ,ㅡ

parioli 2005-09-2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료 한 권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물론 앞으로도 안 읽을 거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는 자체가
이미 그 수준을 말해주는 거 아닐까요?

마늘빵 2005-09-2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넹. 코엘료는 영...
pilatuskr 님 / (<-요고 머라 읽어야하죠?) 처음 뵙습니다. ^^ 훔. 전 그가 왜 이렇게 인기있는 작가가 되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 중 다수가 그를 싫어하게됐다고 고백하는데 비해서 그의 인기는 너무나도 높아가고 있으니까요. 하긴 그의 명성 때문에 저도 그의 책을 모조리 보긴 했지요. 저 역시 그 판매율에 일조했다는... 쩝.

parioli 2005-09-2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야 머 출판사에서 광고해대고 방송 한번 타고 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뜰만한 책을 골라서 광고하겠죠.
암튼, 아프락사스님 서재 자주 들르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