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 이 영화는 제목만 알고 가서 봐야합니다. 
 * 내내 공포감을 조성하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의 정체는 극장에서 확인해보시길

  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오는가.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찌감치 공포영화들이 채 녹지도 않은 땅을 헤집고 하나 둘 머리를 내밀고 있다. 얼마전 <엑소시스트>가 다시 나오더니, 이번엔 <뎀>이다. 여기서 말하는 뎀은 'THEM'. 영어로 '그들'이다. 범인의 이름을 대신해 '그들'이라는 칭호가  사용되었고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이유일까?

  개봉한지 이제 이틀된 따끈따끈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사 스튜디오 까날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진 영화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범인을 칭하길 '그들'이라고 하질 않나 영화를 몰래 만들질 않나. 도대체 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02년 나는 군대에, 사람들은 전국 곳곳 거리에 나와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때, 지구 반대편 루마니아에서는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10월 7일을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수사끝에 범인은 밝혀졌고, 루마니아 국민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루마니아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한 기사를 모두 검색에서 삭제했다.



* 어두운 지하터널로 숨어봐야 소용 없다. 여긴 '그들'의 아지트다.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 그렇게 달렸건만 내가 머물 곳은 여기구나. 밤새도록 달려 이른 새벽 도착했으나 나를 봐주는 이는 없다. 뒤에선 '그들'이 달려오고 있다. 여기서 끝이구나.

  교사 클레멘타인은 퇴근 후 소설가인 남자친구 루까를 만나러 그의 숲 속 깊은 곳의 그의 집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큰 별장에서 두 사람은 둘만의 오봇하고 사랑스런 시간을 보내고 잠든다.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각, 클레멘타인은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기 위해 홀로 1층 쇼파에 앉아있었으나 잠의 적막을 틈타 들리는 수상한 소리. 무시하고 남자친구의 품 속에서 잠을 청하지만 새벽 3시. 침묵을 깨는 또 다른 수상한 소리, 빛.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무슨 소리일까. 알 수 없는 소리가 커다란 집을 휘감는다. 누군지 확인하러 간다는 루까와 뒤를 다르는 클레멘타인. 아니 무슨 남자가 이렇게 겁도 없어.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은 채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는 루카. 하지만 겁도 없는 건 그때뿐이다.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하여 루까는 다리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고, 손잡이는 막 돌아가고, 기분 나쁜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밖에선 누군가 돌아다니고 있다. 한 명이 아니다! 도대체 몇명이나.

  인간의 공포는 매우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악령을 소재로 하여 공포를 전해주는 <엑소시스트>나 <오멘>과 같은 작품도 있지만, 대개의 공포영화는 매우 사소한 곳에서 출발한다. 평소엔 신경쓰지도 않던 티비소리, 하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안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티비소리는 내겐 공포다. 삐이걱. 어릴적 아무도 없이 집에 혼자 있는 때가 있었다. 바람에 살며시 문이 열리는 것이었건만 그 소리는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나는 손에 무기를 들고 조그만 우리집을 화장실, 안방, 내 방 하나하나 조심스레 문을 열고 무기를 들이밀곤 했다.

  때로 공포는 거울에서 오기도 한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을 때, 거울 속에 비친 나는 꼭 내가 아닌 것만 같다. 손을 살며니 내밀고 나를 향해 다가올 것만 같다. 내가 찡그렸을 때 갑자기 거울 속 내가 기분나쁘게 웃기라도 한다면?

  영화 <뎀>에서 보여지는 공포 또한 매우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숲 속 한 가운데 숨어있는 커다란 저택. 전화 끊기도, 전기 끊기도, 누가 현관문을 부수고, 밖에서 조명을 쏘아대고, 드르륵드르륵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달려든다면 이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가 누가 있겠는가.

  잔머리 굴려 저택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런다고 도망갈 곳이 있는건 아니다. 달려도 달려도 숲뿐인 것을. 나는 도망치고, 그들은 쫓아온다. 여러명이 사방에서 나를 조여온다. 그들은 그걸 즐기고 있다. 내가 공포에 질린 것을 즐기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막다른 골목이다. 아 죽는구나. 그래 죽는거다 그렇게. 공포에 질린 채로.

***

  범인은 밝혀졌다. 그리고 루마이나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국가적 패닉상태를 맞이했다. '그들'은 10살에서 15살의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왜 그랬어요? 재밌잖아요. 재미삼아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고 찌르고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들은 그것을 즐겼다. 살인이 목적이 아니었다. 살인은 그저 한참 재미본 뒤에 마지막에 오는 결과물일 뿐이었다. 상대를 위협하고 공포에 몰아넣고 쫓으며 상처 입히고 때로는 풀어줬다가 다시 또 쫓고. 그들은 그걸 즐겼다. 클레멘타인과 루카가 범행의 대상인 것은 두 사람이 그들에게 원한을 사서가 아니라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는 주변에 있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들은 거기에 숲이 있고 거기에 집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에게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 하다. 그런 멍청한 질문도 없다. 재미인 것을 어쩌랴. 재밌는 것을 어쩌랴. 왜 라는 질문은 행위의 목적이 있을 때 성립하는 물음이다. 그들에겐 목적이 없다. 왜 라는 물음에 굳이 답변을 내놓는다면 그냥, 정도가 가장 훌륭한 대답일 듯 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인건 그들이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교활하고 못될 수가 있는가. 세상의 때가 채 묻기도 전에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청소년 범죄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전북 익산이었던가.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례가 있었다. 한번이 아니었다. 그런 사례는 끊임없이 나왔다. 아버지가 돈이 있는데 안내놓는다고, 어머니가 혼냈다고 찔러죽인다. 영화 <공공의 적>에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다. 신문에 오르내리는 실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그래선 안되는 거다. 정말 그래선 안되는 거다.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성인의 범죄보다 더 한 경우들이 많다. 성인들은 죄를 저지르고 잘못한 것이라도 알지,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잘못을 알지도 못한다. 이런 아이들을 어리다고 내보내고, 기껏해야 소년원에 잠깐 머무는 정도로 끝내서는 안된다. 사회의 책임이라고? 아니다. 사회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어른들이 교육을 잘못 시킨 탓이라고? 그러지 말자. 사회에도 어른들에게도 잘못은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들의 잘못을 사회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죄 값을 치뤄야 한다. 루마니아의 '그들' 은 다수가 풀려났고, 일부는  소년원에 있다 했다. 그래서는 안된다. 우발적인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계획된 잔혹한 범죄다. 이유도 없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대상으로 장난치고 데리고 놀다(?) 죽인다. 그들도 그들이 저지른 행위에 맞먹는 대가를 치뤄야만 한다.

  <뎀>은 그냥 공포영화로 끝낼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그저 이미 끝난 사건에 대해 감독이 재구성하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범행의 과정은 그저 '추측'일지 모르지만 내용은 '사실'이다. 사실이지만 사실이 믿어지지 않기에 너무나 충격적이기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흥행을 목적으로 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를 원한다. 감독은 그저 있었던 일을 영상으로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리고 관객에게 던져줬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영상을 본다. 그리고 충격받는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서가 아니라 그 사실로서 모든 이들이 봐야 할 영화다. '그들'과 비슷한 연배의 청소년들이 봐야 할 영화다. 어떻게 그렇게 잔혹할 수 있는지.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

<루마니아 살인 사건의 전모>

2002년 10월 7일 오후 5시 35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근교 스나고브 지역의 외진 국도에서 모녀로 추정되는 시체 2구와 심하게 훼손된 차량 한 대가 발견되었다. 차량 안에는 10대로 보이는 소녀가 목이 졸린 채 숨져 있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 옆의 수풀 속에서는 흉기에 난자 당한 중년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건 당일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수사는 미궁으로 빠졌다.

2002년 10월 11일 오후 1시경 부쿠레슈티 경찰서로 클레멘타인이라는 여교사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다. 경찰은 실종된 여교사의 집을 찾았고, 찾아간 집안에서 진흙 묻은 여러 발자국과 혈흔을 발견, 곧장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색 결과, 집 안의 모든 전기선과 전화선이 잘라낸 듯 끊겨져 있었고, 곳곳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2002년 10월 12일 오후 3시 경 주변 수색을 펼친 지 하루가 지나 저택 부근의 숲속에 폐쇄된 지하 수로에서 남녀의 사체가 발견되었고, 두 사람은 실종 신고 된 여교사 클레멘타인과 그녀의 남자친구인 루까로 밝혔졌다. 부검 결과 두 사람은 사망한 지 5일 정도 지난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10월 15일 경찰은 비슷한 지역에서 닷새 간격으로 시체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 수사망을 좁혀갔고 마침내 여교사의 집 바닥의 발자국과 주변의 증거물을 토대로 범인검거에 성공했다.

이후 경찰의 사건보고 발표로 ‘그들’이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2002년 전 유럽은 혼란에 빠졌고, 그 해 10월은 루마니아에서 잊을 수 없고, 잊혀지지도 않는 가장 충격적인 달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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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 조지 클루니
  2006년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
  2006년 전미비평가협회 '올해의 영화' 선정
  2006년 골든 글로브 남우 조연상 수상 : 조지 클루니

  빛나는 타이틀로 이 영화에서 재미나 감동을 기대한다면 금물. 결코 화려한 액션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럼 영화를 무슨 재미로 보느냐는 항변이 가능하지만, 이 영화엔 진실이 있다. 감독은 어쩌면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부러 재미와 감동과 액션을 배제했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액션물도 아니고, 100% 진실만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는 이 영화는 진실을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듯 하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면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영화를 찾아 볼 터이고, 그저 흥미거리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스펙터클한 액션만을 취할 대중들을 위해 영화는 그 경계선에서 머물고 있다.

  애초 이 영화를 통해 흥미, 재미, 액션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그런 것은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 다만 먼저 막을 내려버린 <뮌헨> 과 더불어 미국과 중동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127분의 기나긴(?) 러닝타임은 참아야겠지. 다 감수하고 왔노라.

  대부분의 극장에서 간판 내린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아 조조영화로 보았으니, 함께 본 이들은 노부부 커플 하나, 젊은 커플 하나, 나를 포함한 왕따놀이자 4명 정도가 전부. 노부부 커플과 젊은 커플은 영화를 잘못 선택한 듯 하다. 혼자 온 이들은 대개 나와 같은 생각에서 이 영화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없는 억지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전직 CIA 요원 로버트 베이어가 쓴 책 <악마는 없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 책은 1976년에서 1997년까지 CIA 작전본부 요원으로 중동에서 활약한 베이어의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한다. 결국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제작자이자 주인인 조지 클루니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의 실패를 한 특정 정당이나 그룹이 아닌 마치 우리 모두의 실패인 것처럼 다뤘던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초반의 영화들과 같은 분위기를 고수했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중동 지역과 석유 산업의 음모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제목 '시리아나'는 워싱턴 정치 참모들이 미국 중심의 이해관계 의해 재편된 중동의 새로운 지역 구도를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영화를 봤다면 이 정도는 알아놔야지. 그러니깐 쉽게 말하면 미국이 이상향으로 그려내고 있는 중동의 지역구도을 일컫는다는 말.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나?"
  "중동에선 왜 이 영화를 상영 금지시켰나?"
  "미국의 언론은 왜 이 영화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영화 포스터에는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영화를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위와 같은 질문에 쉽게 추측가능한 대답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영화가 내놓는 대답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이렇게 네 명의 주인공들. 맨 뒤 흰 의상은 왕자 나시르.

  영화는 매우 정신없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뒤섞여서 혼재되어 나온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 또한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크게 네 가지 작은 이야기들을 묶어내 내던지고 점차 하나의 메세지를 향해 압축시키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꽤나 시신경이 화면을 받아들이는 순간 족족 짱구를 굴려야 한다.



* 임무수행 중 '레바논의 헤즈볼라'(영화 속 쟤네들이 얘네가 맞나 잘 기억이 안난다)에게 검문검색당하는 밥 반즈.

   첫번째 이야기는 중동에서 활약하고 있는 CIA 요원 밥 반즈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다룬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두 명의 무기밀매상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수행 하던 중 미사일 하나가 다른 곳으로 빼돌려지는 것을 목격, 작전 실패. 이어 나시르 왕자를 살해하라는 두번째 임무를 받았으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결국 그는 CIA의 위험요소가 되고 제거대상으로 전락, 결국 조국으로부터, 조직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이다.



*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 우드먼과 그의 아내. 그는 오랫만에 만난 아내에게 나시르의 도움으로 자신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곧 부자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쉼없이 해대지만, 아내는 큰 아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그가 못마땅하다.

  두번째 이야기.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 우드먼. 잘 나가는 한 석유회사의 에너지 분석가인 그는 나시르 왕자의 초대에 응해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던 중 큰 아들을 잃는 사고를 겪게 된다. 나시르 입장에서는 초대한 자의 아들이 죽었으니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겠고, 그를 자신의 경제자문으로 임명하고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제시한다. 아내는 큰 아들의 죽음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못마땅하고, 결국 두 사람은 떨어져있게 된다. 아내는 작은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우드먼은 중동으로. 결국 왕위 권력 다툼으로  나시르를 잃고 미국의 가정으로 돌아온다.



*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

  세번째 이야기. 미국의 거대한 두 석유회사의 합병문제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 합병 관리자라고는 하지만 야심에 찬 변호사로 자신의 경력에만 관심이 있다.

  네번째 이야기. 미국의 한 석유회사 코넥스에서 일하다가 채굴권이 중국으로 넘어가자 졸지에 해고당한 파키스탄 청년 와심 칸.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는 이제 강제추방이 아니면 다행인 인생. 아랍어도 할 줄 몰라 다시 취업하고자 하나 될리 만무하다. 유일하게 그에게 영혼의 안식을 안겨주는 이슬람 학교. 이곳에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사라져버린 미사일의 소유자를 만나 테러분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네 가지 이야기 속에 미국과 중동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미국의 중동 석유 정책, 또 테러와 미사일, 권력과 돈, 중동의 왕위다툼 문제 등. 석유를 가운데 놓고 서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머리쓰는 미국과 중국과 중동. 누가 더 큰 힘을 쥐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바뀐다. 미국의 중동 석유에 대한 욕심과 음모와 지배전략, 중동의 미국에 대한 경계와 또 한편의 잇속챙기기, 그 가운데 관련된 개별자들의 야심과 욕망, 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져버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 <시리아나>는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던져놓고 127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관련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만으로 이 영화는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간의 대립 구도를 통해  서로 적임을 내세우면서도, 한쪽은 전쟁을 주도하고 한쪽은 테러를 주도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미국은 중동이 없이는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없으며, 중동은 미국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언론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과 현실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음모와 배신, 권력과 돈, 그 실체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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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아직 해요?

마늘빵 2006-04-1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이 안한다고 해서 안하는 줄 알았는데, 음. 오늘 우연히 종로 피카디리에서 봤어요. 두 타임 밖에 안했던거 같은데요. 좀 작은 상영관으루. 전 조조로 봤어요.

하루(春) 2006-04-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블록버스터인가요? 액션? 배우들 때문에 궁금하네요.

마늘빵 2006-04-1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블록버스터로 보면 안되시와요. 액션 아니에요. 흠. 영화 <뮌헨>을 보셨다면 그와 비슷한 성격의 영화이면서, 다른점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내던져지고 나중에 조합된다는 점이에요. <뮌헨>만큼 지루하고 <뮌헨>만큼 흥미와 재미도 배제되었다고 봐야돼요.

하루(春) 2006-04-1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재밌겠네요. 저 <뮌헨> 봤거든요.

마늘빵 2006-04-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 그렇담 큰 기대는 마시고 보셔도 실망하진 않을 거에요. 저도 다 버리고 들어갔어요.
 



  '11살 소녀가 만드는 위대한 감동 실화'는 포스터 문구는 아주 딱이다. '감동적 실화' 와 '다코타 패닝'은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었으며, 사람들은 이 두 가지에 주목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 결국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고, 어두운 영화관에서 나홀로 가슴 부풀어 따스하게 만들어줬으며, 동시에 두 눈도 뜨겁게 만들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야만 하는 상황. 벌써 두 주째 영화관에 가지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가슴에 감동 한 웅큼의 선물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며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외로운게지. 왕따를 자처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라도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홀로 하루 아침 저녁 각각 한편, 총 두편을 보고 있는 나는 몇몇 영화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갔고, '드리머'는 그 중 하나였다. 혼자 '달콤, 살벌한 연인' 이나 '매치 포인트' 이런걸 볼 순 없잖아?

  다리 부러져 더이상 쓸모없는 말을 치료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며 가족과 같이 지내던 크레인 일가. 한때 혈통 좋은 종마를 번식시키는 목장으로 유명했지만, 케일의 아버지 벤의 반대로 직접 경주마를 키우다 돈 다 날리고, 가난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화는 가족의 불화로 이어지고. 하지만 벤이 다리 부러진 말 소냐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상황은 뒤바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화해, 가족의 화목 그리고 케일의 꿈.



* 아버지 벤과 딸 케일. 말을 끔찍히 사랑하고 아끼는 아버지와 똑같이 타고난 그의 딸 케일. 케일의 소냐도르에 대한 사랑 앞에 아버지는 두손 두달 다 들었다.



* 참 아름다운 장면. 다리가 완치되어 케일과 함께 들판을 거닐고 있는 소냐도르. 그녀의 가방을 메고 뒤를 따르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소냐도 케일도. 저 장면은 가방을 입에서 떨어뜨린 상황. 잘 보면 소냐의 발 앞에 파란가방이 살짝 보인다.



* 벤, 케일, 팝 크레인. 아버지, 딸, 할아버지. 말에 대한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케일은 소냐도르의 새 주인이 되어, 아버지 벤을 트레이너로 고용하고, 아버지와 함께 잘린 두  멕시칸 아저씨와 함께, 또 할아버지와 함께, 불가능한 꿈을 꾼다. 그러나 불가능한 꿈은 기적과 같은 현실로 드러나고, 소냐도르의 부활과 함께 가족의 사랑은 쑥쑥.

  뜨거운 가족애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할아버지, 아버지, 딸로 이어지는 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 영화는 가슴 뭉클, 눈물 뚝 흘리게 만든다. 이런 영화일거라는 걸 미리 예상했고, 예상한 만큼 보여주었으며, 딱 그만큼 가슴 적시고, 두 눈 적시고 극장을 나선다.

 *
 다코타 패닝은 확실히 최고의 찬사를 들을 만 하다. 원래 시나리오상 정해져있던 남자아이 캐릭터를, 감독이 다코타 패닝을 만난 뒤 바로 여자캐릭터로 바꿨다고 하지? 이 대단한 1994년생의 꼬마아이가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때론 귀엽고, 때론 울어버릴 것만 같은 그 눈망울.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내 마음도 웃고 운다. 정말 대단한 아이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객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대한 만큼 만족을 선사해주는 그녀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 너는 쵝오.

**
이 영화의 기본이 된 실화의 주인공은 현재 그의 말과 함께 각종 경마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에서의 주인공은 '소냐도르'가 아닌 '마리아의 폭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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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오늘 이거나 볼껄. 기분나쁜 영화 두개나 봤어요. -_-+

마늘빵 2006-04-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왜요. 머 봤는데요. 저도 두개 봤는데. 둘다 나름 만족.

하이드 2006-04-1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치포인트랑 크래쉬요

마늘빵 2006-04-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왜요. 두 영화 다 보고 싶은 영환데. 크래쉬는 엄청난 찬사를 받은걸로 아는데. 오늘 <드리머>볼까 <크래쉬>볼까 하다가 <드리머>가 30분 일찍 하길래 이걸로 봤는데. 혼자 기다리기 싫어서.

라주미힌 2006-04-1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래쉬는 괜찮은 영화죠... (기분 나쁘게 만드는)
아직 안봤음 ㅎㅎㅎ

하이드 2006-04-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 기분 나쁘게 만드는) 네. 정말요.

마늘빵 2006-04-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감이 안잡힌다는...

하루(春) 2006-04-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인 패밀리무비인가 보군요.

마늘빵 2006-04-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족영화에요. 감동적인 드라마 그 자체.

sweetmagic 2006-04-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다코타 패닝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쬐끔 징그러웠어요 ㅜ.ㅜ;

마늘빵 2006-04-1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ㅋㅋ 어른스럽긴하죠 연기가. 아 근데 넘 귀여워요. 볼에 뽀뽀해주고 싶다는.
 

* 스포일러 경고

  지진희와 문소리를 믿었다. 도발적인 포스터와 제목에도 끌렸다. 하지만. 뭐니 뭐니. 아무리 평가가 별 두개 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 취향엔 맞으리라 기대하며 봤는데 실망실망. 이 영화에서 홍상수를 보았다. 홍상수와 이하 감독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나 - 아마도 모르는 사이 - 홍상수식의 영화 전개 방식을 보았다.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등. 홍상수의 모든 영화는 다 특이한 영화 전개 방식을 갖추고 있다. 그만의 특색이 있다는것은 그만큼 매니아들에겐 즐거운 일이겠으나 다수의 영화 관중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의 영화 중 <오 수정>만 괜찮았고 - 이마저도 싫어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 <생활의 발견>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사실 느리고 지루한 카메라 움직임과 대사 속의 스토리 부재를 안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 단점이 아닌 장점이겠지만, 영화를 보는 대중 관객에겐 장점이 아닌 단점이다.   이한 감독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역시 마찬가지. 매끄러운 스토리 진행보다는 장면 장면을 끊어 연결시킴으로써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영화는 홍보에서부터 사전예매율, 극장 관객수 면에서 어느 정도 투자비를 뽑을 만한 정도의 성공은 거두었으리라 예상되지만, 그것으로 족할 듯 하다. <웰컴 투 동막골> 과 <왕의 남자>에서 볼 수 있듯 흥행의 대세는 이미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다. 이 영화는 이미 본 관객들의 악평이 줄을 잇고 있으니 흥행에 성공하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거두는 편이 좋을 듯 하다. 모든 영화가 흥행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은 무시 못할 코드이다.



* 두 생양아치의 첫만남. 심천대학 염색과 교수와 심천대학 만화과 교수의 만남 이자 과거 형의 애인이자 친구의 만남. "내가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들어요?" "그러는 박작가님은 내가 맘에 들어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먹물들이다. 중딩 시절 생양아치로 소문이 자자하던 하지만 지금은 심천대학의 염색과 교수로 있는 조은숙, 같은 중딩 시절 은숙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역시나 양아치로 이름 높이던 또 지금은 심천대학의 만화과 교수로 온 박석규, 더불어 조은숙 교수와 함께 동시다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심천 방송국 프로듀서 김피디와 운동권 초등학교 교사 유선생, 환경공학과 안교수, 국문과 강사 문교수 등등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죄다 공부 좀 했다하는 먹물들. 먹물 중에서도 교수나 선생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흔히 가장 모범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는 보통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다. 그렇고 그런 인물들이 도발을 하는 것보단 전혀 안그렇게 생긴 넘들이 자극적인 도발을 하는 것이 더 '도발'적이다. 낮에는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이고, 밤에는 "이보다 더 밝힐 순 없다"를 자랑하는 여교수. 숨겨진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대낮의 교수와 야밤의 밝힘녀로 대비되는 그녀의 모습이 극과 극을 오간다.

 "저 결혼한거 모르셨어요?"
 "아뇨. 알았어요. 근데 와이프도 있었어요?"


 "나 안경 벗은거 처음 봐요?"
 "나 첨보는데."
 "뭘 첨봐요? 내가 언제, 안경 쓰고 해요?"



* 붉은 와인과 과일안주 셋트를 사이 둔 붉은 카펫 위의 욕설이 난무하는 우아한 만남.

 중딩시절 멀쩡했던 다리를 지금 절고 있는 여교수. 감독이 이와 같은 설정을 했던 것은 과거의 그녀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을까. 그녀가 다리를 절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결코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그것이 사고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자신의 옛모습을 감추기 위한 계획된 행동인지는 모른다. 다리를 절어서 못알아봤다던 새로 부임한 과거의 생양아치 박석규. 그는 성을 바꾸고 다리를 절고 있는 여교수를 처음엔 못알아봤지만, 그게 그리 오래갈수야 없지. 박석규 역시 자신의 과거를 숨기긴 마찬가지. 본명 박석규, 하지만 가명인 박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교수 자리에 부임한 뒤에도 자신을 철저히 숨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아무리 꼭꼭 숨을래야 숨을 수 없다. 서로를 금방 알아본 두 생양아치. 씨댕. 조까 등등의 욕설이 난무하는 두 사람만의 우아한(?) 술자리. "누구나 비밀은 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지난 중딩시절 했던 일들을 알고 있다".

  문소리와 지진희라는 두 걸출한 배우에게 기대한 채 영화를 선택했다간 큰 코 다친다. 홍상수식 코드를 즐겨찾는 이들은 보고서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은 그만 멈춰~. 장면은 야하되 줄거리는 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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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면은 야하되 줄거리는 야하지 않다.
오, 바라는 공식입니다~

urblue 2006-03-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거 아리까리한 평입니다.

마늘빵 2006-03-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앗. 이런 영화 좋아하시나욤? ㅋㅋ 아님 영화에 적절하다는 표현?
우어블루님/ 아 그랬나요? ㅡㅡa 그냥 별루.

하이드 2006-03-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보고 싶은걸요? ㅎㅎ
난 홍상수식 영화 좋아하는데..

마늘빵 2006-03-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이드님 그렇담 후회하진 않을듯. 저는 그걸 기대하고 갔던게 아니라서 실망. 홍상수식 영화라 하더라도 홍상수보다 한 수 아래에요.

하이드 2006-03-25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 청춘만화 예매했어요. ^^

마늘빵 2006-03-2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거 재밌을까요? 심히 의심이 가던데. 보고 실망할까봐. 완죤 애들 소꼽장난놀이정도가 아닐까해서요.

부리 2006-03-2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볼 뻔했어요 저도 문소리를 믿었거든요

하루(春) 2006-03-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창동은 새 영화를 안 내놓는 걸까요?

히피드림~ 2006-03-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홍상수감독이 자기는 영화 찍어서 필름값도 안나온데요.
손해가 너무 커서 영화를 계속하려면 디지털필름을 써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 영화도 부분적으로는 디지털로 촬영됐다고 하더군요. 필름 갈아끼울 필요도 없고 맘에 안들면 지우고 다시 찍고 해서 편하데요.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필름값도 안나온다는 부분에서는 좀 씁쓸하더군요.

비로그인 2006-03-2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소리 좋아하는데.. 나중에 비됴로 봐야겠네요.

마늘빵 2006-03-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 아 그러게요. 이창동 감독 왜 영화를 안내놓죠. 아직 적응이 필요한가.
펑크님 / 네 돈이 안되는 영화이긴 해요. 그 사람 영화들이. 스타일을 고집하다보니깐 아무래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지는거 같아요.
담뽀뽀님 / ^^ 비디오로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전까지는 그냥 멜로영화인줄 알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멜로보단 컨츄리 음악계 가수의 실화로서 더 다가와있다. 영화보는 내내 이거 실화야, 라는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정말 실화일 줄이야. 실화인줄 모른채 영화를 보러갔다가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뜨며 실화임을 알렸을 때의 그 감동은 두 배가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더불어 미국 음악계를 강타한, 소녀들의 우상으로 순식간에 떠올랐다는 쟈니 캐쉬, 난 처음 듣소.

  <앙코르>는 쟈니 캐쉬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한편의 로맨스이기도 하고, 또 한편의 음악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얼마전(?) 봤던 <레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재즈계의 거목, 레이 찰스를 다룬 영화 <레이>. 영화에 너무나 감동 받아버린 나머지 이 영화의 디비디를 구입하고, 또 봤다. 음악 영화하면 또 하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흑인들이 주름잡고 있는 랩의 세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래퍼의 최정상으로 발돋움한 에미넴을 빼놓을 수 없지. 영화 <8 mlie> 또한 나로 하여금 굉장한 감동과 흥분을 전달해준 영화이다. 이 역시 디비디로 소장중.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음악과 영화가 한데 묶인 뮤지션의 삶을 줄거리로 삼고 있는 영화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는 뮤지션이라도 좋다.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라도 좋다. 영화를 통해서 음악을 찾아가는 것도 즐겁다. 평소에 듣던 음악이 아닌, 랩, 컨츄리, 정통재즈 등등 영화에서 다루는 음악들은 나로하여금 새로운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새로운 뮤지션과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다.

  영화 <앙코르>의 주인공 쟈니 캐쉬의 음악은, 정말이지 너무 컨츄리하다. 옛날 티가 팍팍, 시골 티가 팍팍.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삶이 묻어나는 가사들. 아 좋다. 중간에 딴지 하나. 근데 왜 리듬과 멜로디는 계속 똑같고, 가사만 바뀌는 거지. 그리고 대중은 매번 똑같은 멜로디와 리듬에 지겨워하지 않는다. 음 신기한 일이야. 러닝 타임 135분. 두 시간 훌쩍 넘겨버린 이 영화는 90%가 노래하는 장면이다. 아 같은 리듬과 멜로디에 정말이지 노래만큼은 지겨웠다. 영화 <8mile> 덕분에 에미넴을 접했고, 그의 음반을 모두 구입했다. 또 영화 <레이>를 통해 레이 찰스를 알았고, 그의 음반을 구입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쿠바의 음악을 접했고 음반을 구입했다. 하지만. 하지만. 영화 <앙코르>를 통해 내가 쟈니 캐쉬의 음반을 구입할 것 같진 않다. 너무 똑같애. 너무 똑같애. 



* 준과 쟈니. 쟈니는 그동안 준에게 수없이 많이 고백했고, 준은 쟈니의 청혼을 수없이 거절했다. 하지만 쟈니의 재기 이후 함께 한 공연에서, 쟈니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인다. 짝짝짝.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으나 전업음악가로 나선 뒤의 성공, 그리고 같은 레코드사 소속의 아리따운(?) 여가수 준 카터와의 만남, 그리고 사랑, 약물중독, 폐인 또 재기, 새로운 삶. 그의 인생은 어린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쟈니를 인정하지 않았다. 음악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에도 아버지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놈 쯤으로 비춰졌다. 인정받고 싶다고.

  쟈니는 결국 준의 도움으로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고, 다시 투어를 시작한다. 준과 함께. 그동안 수없이 많은 편지가 도착을 했지만, 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편지. 그는 첫번째 투어로 교도소를 택했다. 또 사랑에도 성공했다. 수없이 많이 40여 차례나 청혼을 밥먹듯 했으면서도 준으로부터 거절당한 쟈니. 하지만 결국 준의 승락을 받아내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았다는 이야기. 2005년 준이 죽고, 몇달 뒤 쟈니도 세상을 하직했다 한다. 평생을 투어를 함께 하며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결국 죽음까지 함께 한 쟈니와 준. 애초 영화를 보기전 기대했던 한편의 아름다운 로맨스 일 뿐 아니라 한 뮤지션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고백이다. 이 영화 또 디비디로 지를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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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 ^^; 33으로 들어가면서 괜찮은 숫자들이 꽤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히피드림~ 2006-03-2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어즈'의 자서전을 보면 재기한 자니 캐쉬를 자신들 공연의 오프닝가수로 초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자니캐쉬가 몸만 와서는 도어즈 멤버들에게 악기를 빌려달라고 하죠.^^ 그러자 멤버들이 뭐든 맘껏 쓰라고 선배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멋진 오프닝공연을 보여준 자니에게 큰 감사를 표시하죠. 혹시 영화에 그런 부분은 없던가요?^^;;;

마늘빵 2006-03-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펑크님 도어즈 얘기는 전혀 안나오던데요? 음. 자서전을 한번 봐야겠네요. 관심이 가요.

Kitty 2006-03-2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앙코르가 뭔가 했더니 walk the line이로구만요..
앙코르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받았다길래 영화를 두 개나 찍었나 했더니만..;;;;
이 영화 재밌다고 하데요~ ^^

마늘빵 2006-03-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키티님 제목을 바꿔걸었더라구요. ^^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