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될 때 빠지기 쉬운 오만과 편견" 이라는 영화문구는 정말 딱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지침서. 사랑이라는 것은 연애와 결혼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의 시작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 그렇다고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필받은 두 남녀가 만나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의 총칭을 '사랑'이라고 칭해도 될 터이다. 사랑은 그만큼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 쓴 고전작품 <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매우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봤던 인물들의 특징이 영화 속 캐릭터에 매우 잘 드러나 있다. 이쁘고 똑똑하고 자기주장 강하고 고집센 처녀 엘리자베스도, 무뚝뚝하고 오만하여 본래의 친절함과 겸손함이 종종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다아시도, 그리고 베넷과 베넷부인, 빙리, 제인, 위컴 등등의 인물들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콜린스에게는 더더욱 눈길이 간다. 콜린스를 연기한 배우가 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쩜 소설 속의 그 코믹하고 엉뚱하고 고지식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콜린스를 그렇게 잘 그려냈는지,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너무나 재밌었다. 싫다고 됐다고 그만하라는데도 꿋꿋하게 무릎 꿇은 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흐흐.

  자존심 강한 여자와 무뚝뚝한 남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정답은 영화 속에 들어있다. 서로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자존심녀와 무뚝뚝 오만남은 서로 잘났다 이건가. 내가 쟤보다는 아깝지. 그러니 내가 먼저 쟤한테 마음을 표현할 순 없어. 먼저 내게 다가오렴. 뭐 이런거?

 

* 이토록 사랑했으면서 왜 아닌 척 한거야. 왜 싸운거야. 왜왜.

  두 사람은 첫만남부터 삐걱거리지만 그 삐걱거림은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있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홀로 괴로워하는 두 남녀. 사랑의 줄다리기는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당겼다간 뒤로 넘어져버린다. 폭우가 쏟아지는 오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버린 오만남. 고백을 거절해버린 자존심 편견녀. 사랑은 너무나 어렵다. 이루어지기 이토록 힘들어서야. 오만 자존심남이 상처를 받았으니 다시 한번 고백을 할까? 자존심녀는 그가 다시 자신에게 고백해주길 바라지만 스스로는 먼저 표현하지 않고. 아 한편으로 답답하면서 한편으로 재밌구나. 고백은 쉬운 게 아니라고. "사랑해"라는 그 한마디는 너무나 어렵다.

  소설을 먼저 읽은 이들은 영화를 보면서 소설 속의 이야기를 영화가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을 두겠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채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그저 하나의 로맨스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내용을 모른 채 보더라도 이 영화는 참 재밌고 잘 짜여진 한편의 사랑놀음이다. 영화를 먼저 접한 나로서는 영화를 본 이후 소설을 읽으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다양한 사랑의 관계가 등장하고,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벌어지는 각종 오해와 이해의 이야기들은 사랑을 고파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갈 거리들을 안겨준다. 웃으며 재밌게 본 영화지만 생각할 거리도 안겨줬던 영화였다.



* 넘 이쁜거 아냐? 촌티나면서도 매력있다. 키이라 나이틀리. 기억해야지.
  근데 얼마전 이 여자가 섹시화보 찍은걸 봤는데 음. 이미지 확 달라졌다. 배우는 진실을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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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5-1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쁘네요....ㅎㅎ;;;

비로그인 2006-05-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예요^^ 사실 사랑에 있어서 밀고 당기기 하는 건 다 비슷한 것 같은데 매번 영화나 책의 주제로 다루어져도 지겹지 않으니 참 신기하죠? ㅋ

마늘빵 2006-05-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아침입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오죠. 모든 연애와 사랑이 다 다르듯이.
 



  그 잘난 탐크루즈의 얼굴을 들이대는 이 부담스러운(?) 약간은 촌스러운 영화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너무나 재밌었다. 왜 포스터를 저리 만들었는고. 무슨 람보 포스터 같잖아. 하긴 예전의 무식한 람보가 현대식 장비를 갖춘 약삭빠른 람보로 변신한게 '이단'(영화 속 탐크루즈 이름) 일지도 모른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홀로 종로로 영화를 보러 떠났는데 날씨가 화창한지라 커플들이 더 바글바글 하다. 아휴 괜히 왔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 바글바글 거리고 더워죽갔구만 왜들 그렇게 아주 꼭 껴안고 다니는지. 치치치. 그래도 불꺼지고 영화를 보는 동안은 좋았다. 다시 불켜지고 나가는 순간 다시 현실을 깨달아야했지만.

  탐크루즈. 그는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정말 변함없이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62년생인 그는 78년생인 케이티 홈즈와 사귀고 딸을 보기까지 했으니 뭐 말 다 했지. 몇살 차이야? 17살. 헉헉헉. 세상에나. 도둑놈 도둑놈.



  탐크루즈는 83년 데뷔 이후 거의 모든 영화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고속 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그의 이쁘장한 미모(?)와 포근한 인상의 상징이 되어버린 영화 <탑건>을 비롯하여, <레인맨> <어퓨굿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제리 맥과이어> <아이즈 와이드 샷><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우주전쟁>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거의 모든 영화에서 대박대박. 개인적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 중 좋아하는 영화 몇개를 고르자면 <탑건> <어퓨굿맨> <콜래트럴> <제리맥과이어> 를 뽑을 수 있다. (하나만 고르자면 <콜래트럴>에서의 조금은 색다른 냉정한 그의 면모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모든 영화에서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로 승부를 봤다. 직업은 비행사, 변호사, 살인청부업자, 경찰, 비밀요원 등 가지가지였지만 모든 영화를 관통하는 그의 매력은 첫째, 잘생겼다, 둘째, 몸좋다, 셋째, 다정다감하다, 넷째, 가정적이다, 등등. 특히나 잘생기고 몸좋은 서양의 남자배우들은 쎄고 쎘지만 다정다감과 부드러움과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가 데뷔 25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는 것은 그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96년 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2000년의 두번째 작품에 이어 2006년에 세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4년과 6년의 텀을 두고서 나왔는지라 우려먹는다는 생각보다는 기다림이 더 강했다. 세번째까지 나올 줄은 정말 몰랐지만. 그렇다면 네번째도 나올까? 네번째는 오버가 아닐까 싶다. (아 가벼운 뒷조사 결과 4탄은 일본에서 촬영된다는 정보를 접수) 대개 1탄 이후의 작품들에서 특별한 뭔가를 선보이지 않으면 관객들로부터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인데, <미션 임파서블>은 용케 잘 극복했다. 1탄, 2탄, 3탄에서의 액션장면들은 모두 색다른 것이었다. 3탄에서도 역시 화제의 줄타기는 간간히 선보였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실망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뻔히 보이는 구성과 줄거리이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뻔함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있든가 감동이 있든가.





  이단 헌트는 이번에도 여전히 고난이도의 액션과 강한 책임감을 보여주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지경까지 갔다 되살아왔다. 잠시 저 세상을 간 사이 그의 애인이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가 살아날 수 있었을까. 잘생기고 멋있는 탐크루즈를 살리기 위해 감독이 그의 애인을 의사로 설정한 것은 참 다행이지 싶다. 그렇지 않고 그를 죽였다면 온갖 질타를 받아야 할테니까.

  더이상 무엇이 나올까 싶어 우려먹기라 생각하고 나중에 비디오로 볼까 했지만 극장에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액션 영화였다. 아 역시 우리의 탐크루즈는 생긴거나 하는 짓이나 넘넘 멋있고(나 여자 아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도다. 이 영화 또 전세계에서 대박 터뜨리겠구만. 결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탐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로 감상을 마무리짓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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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5-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 크루즈 정도의 재력이면 17살 차이도 무난하게 극복 되는것이지.. ㅎㅎ

2006-05-0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5-0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아 그렇군. 근데 재력 덕인가, 인물 덕인가. 아님 둘다. 흠.
숨은님 / 네. 제가 빼기를 잘 못합니다. ㅡㅡ;;;

마늘빵 2006-05-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 10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인데 =333

2006-05-0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5-0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10살 '어린'이 아닌가요??
그리고 뭘 받아줘 ㅎㅎㅎ

BRINY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취향이 변했나봐요. 그냥 내내 요란하게 뭔가 부수기만 했다는 인상밖에 안남더라구요. 친구는 재밌다고 하던데.

마늘빵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속삭인님 / 그런가요. ㅋ 능력. 근데 정말 케이티홈즈한테 몇십억을 그냥? 헉. 이혼하면 몇백억? 와... 돈 정말 많네.

이리스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살 연상.. 이 아니었나 사료됩니다. ㅋㅋ

마늘빵 2006-05-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 ㅋㅋ 부수기는 어지간히 부쉈죠. 다리 부시고, 건물 폭파하고, 다 깨고, 차도 몇 대가 날아갔는지. 전 별 기대 안했는데 재밌게 봤어요. ^^

비로그인 2006-05-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10살 연상이겠죠??ㅎㅎ

라주미힌 2006-05-0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나이가 중요하겠어요.
'동안'이면 됨.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늘빵 2006-05-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그럼 저는 안되겠군요. ㅠ-ㅠ

비로그인 2006-05-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한 사,오십대에는 그래도 비교적 동안이실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6-05-0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Feel이 중요하지요^^
그 후엔 돈..
그 후엔 얼굴..
어라.. 이게 아닌데.. ㅎㅎ

마태우스 2006-05-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전 뭐, 그냥 그렇더라구요. 요즘 현란한 액션영화가 어디 한둘이어야죠.... 제 타입의 미녀가 안나온 탓이라고만 생각진 마시길^^

마늘빵 2006-05-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슈님 / 결국 필은 거짓말이에요? 그런거야.
마태우스님 / ㅋㅋ 맞아요. 미녀가 안나온건 흠이었어요. 케이티 홈즈라도 데리고 오지.

마태우스 2006-05-0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케이티 홈즈는 누군지 모르지만 어디 정을 붙일만한 구석이 없었어요ㅠㅠ

마늘빵 2006-05-08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담뽀뽀님 다 알면서 모른 척 했어요.

비로그인 2006-05-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리우드에 그보다 더 잘생긴 배우, 더 키가 큰 배우, 발성이 더 좋은 배우도 넘치는데 하필이면 이 배우가 아직도 건재한 것이 한편으로는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후훗
그런데 포스터, 정말 좀 많이 촌스럽지요?

비로그인 2006-05-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보고 왔어요~
영 아닐까봐 걱정했는데 생각외로 배우로서의 톰 크루즈는 아직 건재한것 같아요~

비연 2006-05-0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영화내용보다는..탐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나이차이에...ㅋㅋㅋ
이 영화, 오늘 볼 건데요. 괜챦다는 말씀이신거죠? ^^
제가 아프님보다 먼저 보고 감상문 올리려고 했는데..벌써 봐버리시다니..미오~

마늘빵 2006-05-0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정말 포스터가 넘 촌스러워요. 영화를 보기 싫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좀 잘 만들지.
체셔고양이님 / 네 톰크루즈 역시 아직 멀쩡해요. 우리나라에선 나이 40대 중반이면 아저씨 배역맡는데 톰은 아직도 젊은거 같아요. 돈도 많으니 관리도 많이 받았겠지만 그 나이에 저런 액션을 소화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죠.
비연님 / ^^ 네 영화 괜찮아요. 내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들어요. 감독이 참 잘 만들었어요. 저는 이제 담에 영화 볼 땐 '노스컨츄리' 나 '콘스탄트 가드너(?)' 를 보려고요.
 

* 스포일러 경고

  어제 또 홀로 영화를 보고 왔더랬다. 집근처인 용산 CGV로 갔더니만 웬 사람들이 이리 바글바글 거리는지 도대체 몇시간을 기다려 영화를 봐야하는지 감이 안와서 즉시 지하철을 타고 나의 사랑스러운 종로로 직행. 역시 주말엔 종로야. 종로로 와야 편하게 영화를 선택할 수가 있어. 주중과 주말의 영화관람료에 차이도 없고, 똑같이 티티엘 할인하고, 단성사 카드로 적립하면 그야 말로 쵝오. 단 같이 보는 이가 없다는 것이 흠.

  도착시간 오후 4시. 다섯시엔 <국경의 남쪽>이 있었고, 다섯시 이십분엔 <콘스탄틴 가드너>가 있었다.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두 영화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분명 <국경의 남쪽>은 사랑영화인지라 커플들이 바글바글한 틈 속에서 봐야할 터이고, <콘스탄틴 가드너>는 20분 더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국경의 남쪽>보다는 커플들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결국 커플 틈 속에서 고통스럽게 영화를 보는 것을 택했다.  한 시간이 남아 가지고 있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도마뱀>을 읽고, 입장.  극장 뒷좌석에 앉아 앞문으로 커플들이 입장하는 것을 관찰. 그래 즐거운 시간 보내렴.



* 물에 빠질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군에게 총살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두만강 건너 한국땅에 왔다.
  이제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한국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것 뿐이다.



*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는 선호와 연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날만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

  아 가슴뭉클한 슬픈 사랑 영화. '국경의 남쪽'은 남한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전쟁시 공을 세운 돌아가신 할아버지로 인해 평양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던 한 가족에게 할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뭐냐. 할아버지는 남한에서 내노라하는 자본가였던 것이다. 헉. 정부가 눈치를 챈 듯 하다. 가족회의 결과 도망치기로 결정. 결국 온 가족이 가볍게 짐을 싸들고 어렵게 남한으로 도망치는데 성공했으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고나. 남한의 삼촌들은 우리를 쏘아보고, 한번 마주친 이후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북한에 사랑하는 여자 이연화를 두고 온 김선호. 그녀를 향한 사랑은 변함없었으나 현실은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기당하고,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달, 나이트 삐끼 등 안해본 것이 없는 그는 결국 누나로부터 그녀가 결혼했단 이야기를 듣고. 결국 남한에서 만난 연상녀 서경주와 결혼을 한다.

 어느날 250명 가량의 탈북자가 남한으로 도피하는 데 성공했단 뉴스가 들려온다. 그리고 연화를 만난다. 그를 위해 다리에 총을 맞아가며 두만강을 건너 남한까지 도착한 연화를 만나 선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결혼했지만 나 결혼했어라고 말 한마디 못하는 그는 연화와 놀이공원도 가고, 햄버거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들통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를 두고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되돌아갈수도 없습니다. 
   세상엔 넘을 수 없는 국경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

  "그여자 젖가슴이 만져딥디까? 그여자 젖가슴이 만져지더냐고요!!"

  그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을 가지고 찾아온 그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연화는 선호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조용히 몰래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우연히 선호는 연화의 결혼소식을 접하게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녀가 결혼했다는 거짓소문을 듣고, 포기한 채 그녀를 가슴에 묻어둔 채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혼자 슬픈 사랑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둘이 함께 보는 것보다 더 나은지도 모른다.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또다른 맛이 있다. 컴컴해진 극장안에서 소리내지 않고 눈물 뚝뚝 흘리며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내가 이상한 놈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어때.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고 좋잖아. 아무도 날 보지 않는다. 난 영화 속 선호가 되어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마음과 동화된다.

  분단은 슬픈 사랑을 낳았고, 청년은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괴로워했으며,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평생 그를, 그녀를 가슴 속에 묻어둔 채로 살아가야 했다. 사랑하기에 모든 것들 극복할 수 있다는 명제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들은 너무 멀리 와버렸다.

  분단의 현실을 소재로 삼아 만든 또 하나의 감동 휴먼 드라마. <공동경비구역> <태극기를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에 이어 분단을 소재로 삼은 네번째 감동 드라마다. 한번은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군인들의 우정을, 한번은 형제애를, 한번은 대열에서 뒤떨어진 남북 군인과 순박한 산골마을 사람들의 정을, 그리고 이번엔 분단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만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나는 오고 너는 남았다. 너는 왔고 나는 너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뜨거운 눈물 뚝뚝 떨구며 봤던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 영화 속 차승원이 사랑하는 북한여자로 등장하는 조이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뭐 별로 이쁜거 같지도 않고 매력도 없어보이지만 그게 매력인 여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차승원이 사랑고백을 못하자 답답해하며 자신이 차승원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버리는 여자. 당차고 솔직한 그녀가 좋다. 강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여리다. 사랑 앞에 무너져버리는 여자다.  

 

* 아이 이쁘다. 순박하니 산골 처녀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격은 안그렇다.
   당차고 할말 다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그녀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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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우를 뚫고 영화를 보셨군요. 난 돈주고 나오라고 해도 안갈텐데.저도 조이진 좋아하는데 요즘 성형했다는 소문이 돌데요.

마늘빵 2006-05-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폭우를 뚫고 기여이 영화보고 왔어요. 비오는데도 사람 많더라구요. 전 조이진 전에 어디 나왔는지 몰라서 성형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특별히 눈에 띄는 '연예인'형 얼굴은 아니라는 생각.

히피드림~ 2006-05-0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이 영화 궁금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보셨다는 아프락사스님 글을 보니 더 보고 싶은데요.^^

마늘빵 2006-05-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머 혼자 청승맞게 그런 짓 잘합니다. -_-v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에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그는 정작 위험한 상황에서는 재빠른 두뇌회전과 민첩한 행동으로 항상 위기를 모면하곤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콘 에어>에서도, <페이스 오프>에서도, <더 록>에서도 그는 항상 이 같은 캐릭터를 가진 범죄자 혹은 형사였다. 83년 데뷔 이후 엄청나게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그가 등장한 영화는 대개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성공했다. 영화 <대부3>의 음악을 맡은 카마인 코폴라의 손자이며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조카라고 하지만 그들의 후광을 입기 싫어 굳이 이름을 바꿨다는 그는 순수하게 홀로 노력해서 성공한 스타일이다. 64년생이니 올해로 44살이군.



* 예년의 멤피스 조직원들이 모였다. 손떼고 정직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왜 불러다모아 모으길.

 

  2000년 개봉된 <식스티 세컨즈>라는 영화에서도 역시 그는 솜씨좋은 범죄자다. 무슨 차종이든 상관없이 그에게 단 60초만 주면 차를 털어낼 만큼의 실력가. 그를 따라하던 동생이 위기에 처하자 형으로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손을 뗐던 그 바닥에 다시 들어온다. 예전의 멤버들을 다시 불러모아 72시간 내에 고급차 50대를 훔쳐내야 하는 과제를 맡았다. 이틀은 훔칠 차량을 조사하고 사전 준비작업에 사용, 정작 차를 훔쳐야하는 시간은 1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하룻밤 만에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서로 다른 종류의 차량을 50대 훔쳐 와야 동생은 살 수 있다.

  페라리, 포르쉐, 벤츠, 볼보 다 훔쳤다. 그런데 남은 한대는 67년형 포드 무스탕. 이 차를 훔치다 안좋은 경험이 몇 차례 있었던 그는 모든 차를 다 훔친 뒤 마지막 작업으로 남겨두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갈리 만무하다. 도시를 다 헤집고 다니는 추격전 끝에 결국 약속시간 12분을 넘겨 반 고장인 상태로 배달완료. 조직원이 봐줄리 없지. 결국 차는 폐차장으로 가고, 멤피스는 황천길?

  머리 식히기 딱 좋은 영화다. 괜찮은 킬링타임용 영화 리스트에 수록. 이 영화에 출연한 또다른 유명인이 있는데 '안젤리나 졸리'다. 저 위에 포스터를 보면 아래에 팔짱끼고  뭘 꼴아보냐고 묻고 있는 머리 땋은 저 여자. 안젤리나 졸리다. 아 영화 보면서 참 매력있다 했는데, 아니 어떻게 안젤리나 졸리를 못알아보다니. 내눈이 확실히 어떻게 되긴 됐나보다. 난 이상하게 몇몇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에서 변신을 하면 못알아본다. 우리나라 배우는 알아보지만. 그런데 왜 포스터에는 니콜라스 케이지만 크게 써있고 안젤리나 졸리는 저렇게 구석에 처박아 놨을까. 영화 속 비중이야 니콜라스 케이지가 훨씬 크고, 안젤리나 졸리는 그저 조직원의 한명일 뿐이긴 하지만 말야. 그래도. 감히 졸리를. 안어울리는 한쌍 같이 보이는 니콜라스와 졸리지만, 영화 속에선 썩 잘 어울린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훔친 자동차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난 차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봐도 아 고급차구나 그러고 말지만.

 

* 졸리 졸리 졸리. 아 이쁘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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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예전에 비됴로 본건데..재미있죠.
 



  이 영화 역시 킬링타임용으로 아주 딱이다.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재미 말고도 또 다른 재미가 있으니, 내가 좋아라하는 두 배우가 출연한다. 처음엔 모르고 봤는데 보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인데 하면서 무릎을 탁. 포스터 왼쪽에 있는 아저씨가 로렌스 휘시번. 오른쪽이 에단 호크다. 로렌스 휘시번은 이전에도 영화를 몇 편 찍었지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아 그 책임감 강하고 무게있는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니. <매트릭스>의 네로도 네로지만, 모피어스 또한 꽤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여기선 악당으로 나온다. 근데 마냥 악당만도 아닌. 오른쪽의 에단 호크는 정말 누구지 누구지 하면서 한참 뒤에 알았다. 너무나 다른 역할이었기에. 내가 그를 기억하는 건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에서의 이미지였으니 당연히 여기서의 그 약에 쪄든 경찰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지.

 

* 여기 두 아저씨.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경찰과 범죄자로 변신해서 나왔네. 에단 호크와 로렌스 휘시번.

  <어설트13>은 디트로이트의 악명높은 범죄자들을 호송하던 차량이 폭설로 예정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은 옛날 건물의 고립된 13구역 경찰서로 방향을 틀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13구역 경찰서에는 은퇴를 앞둔 나이든 할아버지 뚱보 형사와 술에 쩔은 여비서 하나, 약에 쩔은 경사 하나, 그의 충실한 동료 하나만이 있을 뿐. 그러니 뭐 죄수들 관리가 제대로 되겠어. 새해를 맞이하며 경찰서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싫을 밖에. 그런데 이들 때문에 경찰특공대로부터 공격을 받게되니 더욱 어이 없을 밖에.

  13구역의 경찰관들과 이곳에 갇힌 죄수들은 힘을 합쳐 밖에서 공격해오는 부패한 경찰특공대를 맞아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지 않으면 우리는 질 수 밖에 없다. 저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믿어라. 믿을지어다.

 허나 믿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키며 서로를 의심케되고 그때마다 죄수 대빵 로렌스 휘시번과 경찰 대빵 에단 호크가 서로의 진영을 때로는 말로 다독이며 때로는 폭력으로 다스리며 믿음을 강요하는데.

  전형적인 미국판 범죄 스릴러 액션으로 범죄자와 경찰관의 대립, 부패경찰과 선량경찰의 대립 구도는 익히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써먹어 왔던 방식이다. 다만 다른 것은 위기에 처한 범죄자와 선량경찰이 힘을 합쳤닫는 것. 결국 많은 이들이 죽게 되지만 킬링타임용 영화는 원래 시간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많이 죽인다. 그 긴 러닝타임동안 아무리 천천히 죽여도 사람은 죽게 되어있다. 좋았던 시절은 가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끝까지 살아남았구나. 딱 쇼파에 누워 오징어 뜯으며 즐기는 영화이지만 그저 로렌스 휘시번과 에단 호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 근데 두 사람은 이 영화를 왜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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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왜 그래요.. ??? ㅎㅎㅎ

승주나무 2006-05-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게요. 하나 골라 봐야겠수다^^

마늘빵 2006-05-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 그동안 본거 올리는건데요. 너무 많이 올리셔서 그러시는거죠? ^^
계속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하나 올리니깐 필받아서 계속 올리고 있어요. 아직 두개 더 남았는데. 내일 할까 오늘 마저 할까 생각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