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다시 시작하는 일본어 - 사진으로 일본어 생초보 탈출!
김현근 지음 / 주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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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정확히 겨냥한 제목 그대로, 여러 번 일본어에 도전하였지만, (특히 가타카나의 벽에 막혀) 번번이 흐지부지되었던 사람이, 어쨌든 새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

 

표지판, 광고 사진 등을 효과적으로 곁들였다. 여러 번 눈에 익히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일본 어린이들에게도 가타카나는 첫 관문이었던 모양인지, 일본 동물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 レストラン이라 쓰지 않고, れすとらん이라고 표기한 것이 눈에 띈다(167쪽). 사진을 통하여 생생한 일본/일본어를 접하다 보니, 문득 한 시대를 풍미한 '오리선생' 한호림 디자이너의 '꼬.꼬.영.' 시리즈가 떠오른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자』까지). 여하간 지은이의 오랜 일본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구성된 책이다.

 

말을 꺼내고 보니 생각이 나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본어』가 진짜 있다. 추억에 잠기며 주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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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3-18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자 그리고 일본식 영어발음까지 4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울분을 터트리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묵향 2017-03-19 13:28   좋아요 0 | URL
예, 정말요 ㅎㅎ 말을 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놨는지... ‘가까운 언어여서 왠지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거의 모든 IT의 역사 -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혁명 거의 모든 IT의 역사 시리즈 1
정지훈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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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한 해에, IT 천하를 삼분할 세 영웅, 스티브 잡스(1955. 2. 24.~2011. 10. 5.), 빌 게이츠(1955. 10. 28.~), 에릭 슈미트(1955. 4. 27.~)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군웅이 할거하여 합종연횡하면서, 애플 왕국(1976. 4. 1. 설립), 마이크로소프트 제국(1975. 4. 4. 설립), 뒤에 합류한 구글 공화국(1998. 9. 4. 설립)의 '삼국지'가 펼쳐진다. 페이스북(2004. 2. 설립)의 마크 저커버그(1984. 5. 14.~), 아마존(1994. 7. 5. 설립)의 제프 베조스(1964. 1. 12.~)는 다가올 시대를 제패하기 위하여 무기를 벼리고 있다.

 

광고사의 기념비적 작품, 애플의 첫 번째 맥킨토시 광고 <1984> https://youtu.be/OYecfV3ubP8

 

  글쓴이가 퍼스널 컴퓨터 혁명(1976~1985), 소프트웨어 혁명(1985~1995), 인터넷 혁명(1993~1999), 검색과 소셜 혁명(1999~2006), 스마트폰 혁명(2007~2010), 클라우드와 미래 혁명(2010~)으로 시기구분한 'IT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책의 초판 1쇄가 발행된 2010. 12. 7.부터 6년 동안 이미 크고 작은 지각변동이 있었다. 퍼스널 컴퓨터 혁명과 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한 풍운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 MIT Technology Review가 뽑은, 혁신기술과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 '가장 똑똑한 기업'으로 당당히 등극하였다("50 Smartest Companies 2016", MIT Technology Review https://www.technologyreview.com/lists/companies/2016/ 참조). '인터넷, 청정에너지, 우주'를 화두 삼은 엘론 머스크(1971. 1. 28.~)가 2003년 설립한 테슬라도 그 기세가 심상찮다. 지금도 어느 괴짜 천재의 머릿속에서, 아니면 퀴퀴한 골방 혹은 차고에서 미래가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창업과 수성을 위한 숱한 계기와 싸움의 끝에 또 어떤 영웅이 새로이 부상할지 모를 일이다.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 2005. 2. 14.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Jawed Karim이 업로드한 <Me at the zoo> https://youtu.be/jNQXAC9IVRw

 

  기전체와 편년체를 결합한(?) 빼어난 역사책이다.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사료까지 충분히 활용하여 보석 같은 책을 꿰어 놓았다. 세상에 내놓고 얼마나 뿌듯하였을까. 글쓴이가 자식처럼 애지중지할 만한 훌륭한 입문서다. 다소간의 오타는 아쉽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글쓴이는 2010년 『제4의 불』로 매일경제신문이 수여하는 '정진기 언론문화상'을 수상하였다. 2014년에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 이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냈다. 그 외에도 많은 책을 옮기고, 감수하였다. 공저도 많다. 저서, 번역서, 공저, 감수·해제한 책으로 분류하여 출간일 순으로 나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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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의 문화와 글쓰기의 윤리
리처드 앨런 포스너 지음, 정해룡 옮김 / 산지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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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성 숭배'는 시공간적 맥락에 종속된 '경제현상'이다(102쪽).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표절'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13쪽).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은 제목이나 플롯은 물론이고, 대사 가운데 수천 행을 다양한 자료들에서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혹은 거의 흡사하게 베끼고 있다. 작가는 그런 사실을 어디에도 밝히지 않았고, 관객들도 그가 다른 작품을 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그에 관심이 없었다. 당대에 '창의성(creativity)'이란, 독창성(originality)'이라기보다는 '개량(improvement)' 혹은 '창조적 모방(creative imitation)'을 의미했다(75~80쪽). 즉, 과거의 예술가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료들을 개작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가치 있는 작업으로 여겼다(12쪽). 현대에 와서도 공공연한 표절은 비판받지 않는다. T.S.엘리어트의 「황무지」는 이전 문학들의 (대개는 출처표시 없는) 인용으로 짠 피륙과도 같지만, 오히려 원본의 가치를 더 높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엘리어트는 자신의 기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15, 81~84쪽).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쳐온다. 나쁜 시인은 자기가 가져온 것을 훼손하지만 좋은 시인은 그것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든다. 아니면 적어도 다른 것으로 바꾼다. 좋은 시인은 도둑질해온 것을 용접하여 독특한 감정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가져오기 이전의 원래 것과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반면 나쁜 시인은 그것을 함부로 쑤셔 넣어 아무런 통일성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좋은 시인은 시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며, 관심도 다양한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기꺼이 빌려오고자 한다." - T.S.엘리어트

 

  (스티브 잡스는 피카소를 인용하여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라고 말하곤 했다. 엘리어트의 위와 같은 논급은 이를 연상시킨다. 스트라빈스키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원조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다음 페이지를 참조. http://quoteinvestigator.com/2013/03/06/artists-steal/ ) 

 

  저명한 법경제학자인 포스너 판사는 '표절'을 정의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베끼기는 범죄행위이고 무조건 나쁘다'거나 '독창성이 없는 지적 상품은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단순한 생각이다. 포스너는 훌륭한 예술이 전적으로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 작품과 다르다는 의미에서) 아무리 독창적인 작품이라도 작품의 가치가 없을 수 있다(13~14쪽). 즉, '창의적'이라는 규범적 판단으로까지 자동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굳이 구분하자면) 도덕적 개념에 가까운 '표절(plagiarism)'과 법적 개념인 '저작권 침해(copyright infringement)'도 구별되어야 한다. 저작권이 만료되면 저작물은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게 되어 누구든 법적 책임을 질 위험없이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의 영역에 있는 저작물을 복제하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여전히 표절로 간주될 수 있다(14쪽). 그 점에서 표절의 핵심은 '베끼기'보다는 오히려 '숨기기'이다. 표절은 표절자와 표절된 작품을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게 만드는, 즉 소비자(독자, 관객, 감상자)를 오인·혼동시키는 '상표권 침해'에 가깝다. 그러나 출처를 굳이 표시하지 않는 '패러디', 교과서, 판결문의 경우에서 보듯 '표절은 숨기기'라는 명제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루벤스, 앤디 워홀의 작업형태나 성경의 경우처럼 작가와 저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저자(author)는 인준(authorize)하는 사람이다(41~53쪽).

 

  표절 여부 판단에는 표절자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섬세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표절을 한 학생, 교수, 작가는 동료들이나 다른 작가들에게 돌아가야할 높은 성적이나 교수직, 평판을 빼앗을 수 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기준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표절 문제에 형법이라는 비용이 만만찮은 무거운 기계를 동원하는 것은 낭비적이다(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역본의 제목은 이상과 같은 포스너의 논지와는 거리가 있다. 역자는 '보론'으로 '윤리적 글쓰기의 가이드라인'을 실었는데, 책 후반부의 보론만을 대표할 수 있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보론도 물론 가치가 있다). 번역본 편집·출간 과정에 포스너의 법경제학자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 책 내용을 포괄하는 보다 상세하고 심도 있는 논의는 다음 책을 참조할 수 있다. 통념을 깨는 질문들을 많이 던지고 있어 '두뇌가 풀가동'되고 '눈의 비늘이 벗겨지는' 걸작이다.

 

 

  포스너 판사가 미국 법/경제학계에 차지하는 위상에 비하여 볼 때, 국내에는 그의 작업이 충분히 소개되어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자유기업센터에서 나온 『법경제학 (상/하)』는 1973년 처음 출간된 포스너 판사의 저명한 교과서 『Economic Analysis of Law』 5판이나, 이미 2014년에 9판이 나왔다. 이외에도 번역되어야 할 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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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작권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하동철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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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핵심을 모두 담았다. 문장도 쉽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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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AcornLoft
정우성 지음 / 에이콘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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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위기는 전쟁을 갈구한다. 유형의 그리고 무형의(intangible)...

 

  무형의 전쟁인 특허전쟁은 국경이 아니라 '경쟁의 경계선'을 획정하여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상대방의 절멸을 통한 '독점'보다 시장의 안정적인 '분점'에 목적이 놓이기도 한다.

 

  지은이는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포문을 연 특허전쟁을 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진영의 '반 구글 전쟁(Anti-Google War)'으로 규정한다. 애플동맹이 노린 것은 실은 구글이었고, 삼성전자는 구글의 방패막이로 동원된 종속변수이다. 그들은 삼성전자와 사이에서가 아니라 구글과 사이에서 경계선을 긋고 싶었던 것이다. 탁견이다. 지피지기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싸움의 복합적 맥락을 점검하지 못한 채 호기롭게 확전의 승부수를 띄웠지만, 스스로 내린 닻은 자만심의 덫이 되고 말았다. 소송과정을 통하여 디자인특허에 대한 통합적 이해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었다. 표준특허전략은 그것이 '양날의 검'임을 깨닫지 못하는 한 가장 무딘 칼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기문학과 정우성'으로 불렸다는 글쓴이의 역량은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무협지처럼 읽힌다. 다만, 강조와 중언부언의 '경계'가 이따금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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