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론 - 베이즈 정리는 어떻게 250년 동안 불확실한 세상을 지배하였는가
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머니스트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비로소 시대가 무르익었다.

  베이즈 통계학의 위력과 매력을 일단 깨달은 연후에 다시 빈도주의자가 되기는 어렵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많은 수학책들도 부분적으로나마 베이즈 정리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도 여기에 한몫 하였다.

  베이즈적 사고는 '(빅)데이터'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강력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강규호, 『베이지안 계량경제학』(박영사, 2016) 서문은, 베이즈의 기념비적 논문이 발표된 지 2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2013. 12.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Bayes 250’ 학회에 참석한 경험을 들려준다. 저자는 학회에서 한국인 학자를 한 명도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고 하면서, 그것이 책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일하는 한 조사역은 강규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체적으로 빈도론자가 70%, 베이지안이 30% 정도 되는데, 한 번 베이지안이 되고 나면 개종이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한 이론의 역사가 이렇게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비전문가이면서도 오랜 기간 방대한 문헌을 섭렵하여, 현재진행형인 그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하였다. 논쟁사적 의의를 책 구석구석에 짤막짤막하게나마 충분히 밝혀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포착하지 못하고 악평을 쏟아내신 분들이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영원히 고통받는 베이즈 ㅠㅠ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적 대중서이기에, 이를 감안하여 설명을 축약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베이즈 정리 자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부록 B에 식과 수치 예가 실려 있는데ㅠ), 주류 통계학인 빈도주의의 아포리아에 대한 사전 이해가 어느 정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어쨌든 참고문헌 목록은 전문 학술서의 그것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논문을 쓰면서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옮긴이도 이만하면 충분한 이해를 갖고 번역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에 달린 옮긴이 주석도 효과적이고 정확하며, 참고문헌 목록을 오롯이 살린 것이나 뒤에 '찾아보기(index)'까지 꼼꼼히 마련해둔 것도 이 책을 활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찾아 봤더니 『신호와 소음』, 『애덤 스미스 구하기』,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소셜 애니멀』, 『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협력의 진화』, 『스노볼』, 『욕망하는 식물』,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등을 옮기셨다. 넓은 분야에 걸친 번역서 포트폴리오도 놀랍거니와 선구안이 훌륭한 번역자시라고 생각된다. 번역의 품질을 생각할 때에도 책에 대한 악평은 부당하다[다만, 536-537쪽에 '넷픽스'는 '넷플릭스(netflix)'의 오기임이 명백하다. 여러 번 잘못 기재되어 있어 놀랐는데, 국내에 넷플릭스가 알려지기 전에 시대를 너무 많이 앞서간(?) 탓이거나, 편집 단계에서 뭔가 오해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이 품절되어 2017년 10월 현재, 헌책이 무려 20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성숙되면 필히 재출간되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상찬받아 마땅한 선구자들이 있었다. 깊이 공부하실 분들을 위하여 전문서적 목록을 먼저 정리한다(출간일 순. 단, 김달호 교수의 책은 2005년에 나왔던 것을 2013년에 2판으로 다시 낸 것이다). 이영의 교수의 『베이즈주의: 합리성으로부터 객관성으로의 여정』은 철학적 저술이다. 한빛미디어의 '프로그래밍 인사이트' 시리즈는 연일 히트작을 내고 있는데, 그 중 관련성이 가장 깊은 Allen Downey의 책 한 권만 우선 이 책들과 링크한다.



  다음이 베이즈 통계학을 언급하고 있는 조금 쉬운 책들이다(부분적으로 베이즈 정리를 다루고 있는 책들은 무수히 많다. 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는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베이즈통계학 입문』에 실린 예제를 풀다 보면 베이즈 통계학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책은 정말 훌륭한 입문서이다.



  통계학의 역사를 다룬 대표적인 책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스티븐 스티글러(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의 아들)의 책은 19세기까지의 통계학사이고, 데이비드 살스버그의 책은 빈도주의 관점에서 20세기 통계학을 다루었다(뒤의 둘은 같은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 절판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밖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하여... 유사한 책들이 워낙 많아 일부만 담는다. 확률과 통계 책들은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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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몰랐던 국제금융 이야기
이성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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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풍부한 현장 경험이 녹아든 참 좋은 입문서.
분야의 특성에 따른 짧은 수명을 감내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이다. 어렵지도 않다.
밑그림 그리는 셈 치고 일독할 가치가 지금도 충분하다.

글쓴이의 지위상(?) 1쇄만 찍어 여러 권을 주위에 나누어주시고는 책이 절판되었을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개정판 혹은 후속작을 내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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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국제회의 통역노트
김고은.허지운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간명하고 실용적이다. 유사한 종류의 책들 중 활용도가 높다.

- ‘읽다 만 책, 마저 읽기’ 한가위 프로젝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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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타산지석 19
최창근 지음 / 리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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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할 만한 대만 입문서. 

  믿음직한 필체로 대만의 속살을 구석구석,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가, 1983년생 젊은 분이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

  나이에 비하여 '삶의 내공'이 원숙한 분 같다.

  '우리가 잠시 잊은 가까운 이웃', 대만과의 관계 회복과 개선에(어떻게 보아도 우리 잘못이 크지 않은가) 앞으로도 좋은 역할을 많이 해주시기를 기대한다.


  작가 인터뷰: "[인물탐구] 최창근,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대만은 지금 (現在臺灣) (2015. 6. 1.) http://nowformosa.blogspot.kr/2015/06/korean-wrote-books-about-taiwan.html

  



  이식, 전원경 선배 부부의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를 읽고 영국빠(?)가 되었는데, 저자도 위 책을 읽고 리수의 '타산지석'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출판사를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벌써 개정 3판이 나온 이희철, 『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가 시리즈의 한 권으로 들어가 있는 등 익숙한 책들이 '타산지석' 시리즈에 다수 포함되어 있어 새삼스럽다. 벌써 이만큼이나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포트폴리오가 그럴싸하다. 출판사에서 저자를 세심하게 가려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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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 히피의 창조력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이케다 준이치 지음, 서라미 옮김, 정지훈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부제를 포함한)에 현혹되어 사 읽었다가 후회를 많이 했다.

  시간이 아까운 (욕도 조금 나오는) 책이다.

  원제는 『ウェブxソーシャルxアメリカ : <全球時代>の構想力』으로, '웹×소셜×아메리카: <지구화 시대>의 구상력' 정도가 될 텐데, 번역 제목은 대단히 매력적이나(그래서 속았지만) 책 내용에 반드시 들어맞는 제목은 아닌 것 같다.


  고단샤는 겉멋만 잔뜩 든 함량 미달의 필자에게 (속아) 저술을 맡겼고, 저자의 구상은 야심찼을지 몰라도 역량이 부족하여 폭망하였다.

  저자가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은 채로 쓰다 보니(혹은 자신의 고백대로 그때그때 서핑한 정보들로 책을 깁다 보니), '키워드의 무질서한 나열'과 '갖다 붙이기 식 논리 전개'로 글의 초점이 끊임없이 흩어지고 책 전체가 강변(強辯)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번역도 다소 아쉽다(역자 주를 꼼꼼히 달아주신 것은 감사하나, 전문용어의 번역은 부정확하다).

  책은 읽지 않으면서 폼 잡는 기술만 익힌 경제신문 기자의 요란한 기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가 후기에서, "웹은 하이퍼링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웹상의 정보는 형식적으로는 서로 관련 없는 짧은 문장이나 잠언이 마구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문장을 살펴보면 안에는 저마다 링크가 숨어 있고 독자의 의지에 따라 다른 텍스트가 각주로 붙여진다. 얼핏 맥락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다수의 관련성이 숨어 있는 셈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책에서도 "숨은 맥락을 얼마나 끌어낼 것인가는 읽는 이의 몫이고, DIY적인 읽기가 기대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산만하고 불성실한 글쓰기를 정당화하면서 잘난 체한 대목에서는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DIY적인 읽기'라는 말이 적반하장으로 느껴져 궁서체로 표시하였다).


  읽다 만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땐, 솔직히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런 것이었는데, 끝까지 읽고서 마지막 호의(?)를 완전히 거두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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