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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와 컴퍼스 - 인공지능 시대와 생각 기술
박승억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12월
평점 :
알라딘 평도 좋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라고도 하고, 글쓴이도 현상학을 제대로 공부하신 듯 보여서 내심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쳐 들었다. '렌즈와 컴퍼스'라는 제목도 심상하지는 않게 느껴졌고...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그러한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에 그친 듯, '발견'과 '구현'을 각각 대표하는 두 도구가 제목만큼 충분한 응집력을 가지고 글에서 유기적으로 견지되지는 못한 것 같다.
쉽게 쓰시려는 의욕이 과하셨는지, 본문인 10장까지는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특별히 없었고, 학부 1학년 교양수업에서 다뤄질 만한 정도의 내용이다. 마셜 맥루언으로 운을 뗀 '에필로그'의 '레고이즘'에 관한 비유, 즉 크기가 작아 의미 중립적인 블럭, 예컨대 0과 1과 같은 디지털 부호가 가질 수 있는 정교한 재현력에 관한 내용은 솔깃하게 읽었다.
다음과 같은 책들을 참고문헌으로 열거하고 계신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책을 읽어야 하는데... 콩드로세도 이참에 들여다 보아야겠다. 에리히 프롬의 책은 장경룡 번역의 1991년 혜원출판사 본을 제시하셨는데, 절판되기도 하여 홍신문화사 본으로 바꾸어 링크하였다. 그나저나 『총, 균, 쇠』는 어쩌다 이런 반열에 올랐는지... 제목빨인 것 같다.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들을 쓰고 옮기셨다. 단독저서, 번역서에 한정한 것이다. 『후설&하이데거: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가 끌리는데, 『렌즈와 컴퍼스』를 읽고 느꼈던 것과 한 줄기인 듯 보이는 "저자께 죄송하지만, 너무 쉽고 간단하게 쓰시려다 보니 별 내용이 없습니다.ㅠㅠ"라는 평이 있다. 흥미롭게도,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을 평한 『찰리의 철학공장』이 있다. 『계몽의 시대와 연금술사 칼리오스트로 백작』도 재미있게 쓰셨을 것 같다.









덧붙여, 알라딘에 마틴 우르반의 이름을 Martin Urben이라고 쓰고 있는데, Martin Urban이 맞다(위키피디아 https://de.wikipedia.org/wiki/Martin_Urban_(Publizist) 참조). 그의 책 중 『Wie die Welt im Kopf entsteht. Von der Kunst, sich eine Illusion zu machen』이, 책의 작은 꼭지 제목인 『영(0)의 발견』[북피아(여강), 2004]으로 출간되었던 적이 있는 모양인데(네이버 책정보 링크 참조), 지금은 『어떻게 세계가 머리 속에서 생겨나는가』[북피아(여강), 2002]만이 남아 있다. 알라딘에는 2002년에 나온 뒤의 것이 '개정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 경위를 알기 어렵다. 참고로, 국내에 나온 책 중에 『0의 발견』이라는 책이 따로 있다. 요시다 요이치(吉田洋一)가 쓴 1939년작, 『零の発見 : 数学の生い立ち』(岩波書店)를 번역한 다음 책이다. 사이언스북스에서 2002년에 번역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