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갖는 권위의 토대로서 '정의'라는 것의 모호성과 신비한 기원에 관하여... 폭력

  멋진 책, 좋은 번역.


  자연법주의가 현존하는 모든 법을 그 목적들의 비판 속에서만 평가할 수 있다면, 법실증주의는 모든 생성되는 법을 그 수단들의 비판 속에서만 평가할 수 있다. 정의가 목적들의 척도라면, 적법성은 수단들의 척도다. 하지만 이런 대립과 무관하게 두 학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근본 독단에서 일치하고 있다. 곧 정당한(gerechte) 목적은 정당화된(berechtige) 수단을 통해 성취될 수 있고, 정당화된 수단은 정당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법주의는 목적들의 정당성을 통해(durch die Gerechtigkeit der Zwecke) 수단들을 '정당화'하려(rechtifertigen) 하고, 법실증주의는 수단들의 정당화(Berechtigung)를 통해 목적들의 정당성(Gerechtigkeit)을 '보증'(garantieren)하려 한다. 두 전통은 동일한 독단적 전제의 원을 돌고 있는 셈이다. 그 공통적인 독단적 전제가 거짓이라면, 한편의 정당화된 수단들과 다른 편의 정당한 목적들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이 존재한다면, 그 이율배반은 해결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법실증주의는 목적들의 무조건성에 대해 맹목적이며, 자연법주의는 수단들의 조건성에 대해 맹목적이다.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정당화 사이의) 순환이 포기되고 목적들의 정당성만이 아니라 수단들의 정당화를 위한 상호 독립적인 척도들이 확립되기 전에는 여기에서 통찰력이 전혀 획득될 수 없다.


- 데리다의 78쪽과 벤야민의 141쪽을 종합


  『글쓰기와 차이』는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하시니 읽을 때 주의.



(77쪽까지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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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도 썩 괜찮은 시리즈이지만, 잘 정리된 책. 세미나 혹은 리포트 작성에 대단히 큰 도움을 주었던 책들인데, 주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읽었던지라(그날이 오면 서점에도 회전식 책장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뭘 읽었고, 뭘 안 읽었는지 헷갈린다. 다시 보니 뒤의 추천도서 목록이 좋다. 55권까지 나왔다. 집에도 몇 권이 있다.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




  『사회학』 추천 더 읽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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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서재 결혼시키다 발견한, 아내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졌던 이가 선물하였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책. 책 고름새에 비추어, 멋진(혹은 멋지게 될) 사람으로 보아주신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책인데 소설가 김훈, 강수돌 교수 같은 분들이 소개글을 남기셨다.

  앙드레 고르의 책이 많이 번역되어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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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 결혼시키다 발견한, 어떤 생각으로 이런 시집을 쓰고, 사고, 읽었을까가 궁금해지는 책. 기괴하면서도 아련하다.

  1999년 처음 나왔다가, 2012년에 옮긴이가 바뀌어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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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가 스승에게 바칠 수 있는 이 이상의 헌사가 있을까.

  "이 책은 내가 모르는 내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하는 우에노 치즈코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글쓴이 같은 제자를 둔 우에노 치즈코가 부럽기도 하고, 선생님 생각도 난다.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교환되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는' 상품으로서의 인기가 곧 권력인, '고갸루コギャル'로 대표되는 특수한 세계", 연예계에 속해 있던 글쓴이가, "논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보란 듯이 끊임없이 이기는 여성", 우에노 치즈코를 찾아가 깨지고 싸우며 배우는 과정은 일부러 각색하기도 힘든 드라마다. 『취미는 독서』의 저자, 사이토 미나코는 "Bildungsroman"(성장소설, 교양소설)이라고 표현하였다. 적절한 명명이라 여긴다.

  당연히 충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급자 코스와 초보자 코스의 차이가 극명한, "스키장"과도 같은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담론 지형에서, 이와 같은 독특한 화소(話素)를 가진 책이 줄 수 있는 울림이 분명 있다고 생각된다(어떤 코스를 타던 사람이든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페미니즘 논쟁사에 관한 배경지식을 갖추어 읽으면 행간을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알라딘 책소개에서도 다뤘는데, 뒤쪽 책날개에 억울하고 분한 말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싸움을 하는 열 가지 방법'이 잘 간추려져 있다(인용하면서 살을 좀 더 붙였다).


1. '(자신이 소중한 게) 왜 나쁘냐'는 식으로 되받아치자.

2. 반론하거나 변명하기보다 상대방이 아무런 자각 없이 안이하게 쓰는 말이나 표현에 대해 '모르겠다'면서 질문하자.

 - (인용자 주: 돌이켜 보면, 이 기술을 체화하여 적절히 구사하는 이들이 있었다)

3. 상대의 무지를 드러내려면 '○○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4. 질문을 되묻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모순을 드러내고 자멸하게 만들어 완벽하게 이길 수 있다.

5. 전문 분야를 넘어서는 폭넓은 지식을 갖추자.

6. 눈앞의 틀을 의심하고 틀을 깨는 발상을 하자.

7. 말에 민감해지자. 개미구멍 하나가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

8. 공격할 때는 철저하게! 미처 생각할 틈을 주지 말자.

9. 흥분은 방해가 될 뿐!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하자.

10. 고정관념과 싸워 이기고 설득력을 갖추려면 이론이 필요하다. 공부하자.



  일본에서는 2000년에 초판이 나온 뒤 2004년 문고본이 나오기도 전에 2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실은 책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제목들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2000년 12월에 구판이 나왔다가 2001년 9월에 개정되어 절판된 뒤 2016년 9월 새로 발간되면서 이만큼 주목을 받은 것이다. 결국 글쓴이의 책 중 국내에 소개된 것은 한 권인 셈이다.


 



  우에노 치즈코의 저술 목록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시절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내셔널리즘과 젠더』가 필독서처럼 읽혔고, 뒤에 나온 『경계에서 말한다』도 신문 책소개란에 넓은 지면을 차지하여 다뤄지는 등 꽤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학교 서점에 앉아 읽은 기억이 있다). 최근 들어 더 많은 책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일본어 서적은 뭐, 워낙 많은데 책에 여러 번 인용된 『발정 장치』만 언급하고 나머지는 생략한다(우에노 치즈코는 "남자는 미워하기만 해도 발기하는 생물"이라고 썼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에는 여러 학술서가 인용되어 있는데, 참고문헌을 정리한다(책에 인용된 것보다 범위를 조금 넓혔다). 일본어 서적이 알라딘에서는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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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18-11-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8 올해의 칼럼이라 할 수 있을 김영민 교수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가 실은 이 책의 싸움하는 법 중 세 번째 기술에 해당한다는 사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1192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