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나, 진단과 처방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요는 KAIST 학생들은 술도 먹고 데모도 하고 좀 놀았어야 하는데 공부만 하느라 종합적 사고,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기르지 못했으니(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MIT나 칼텍 같은 이공계 특화 대학이 아니라 종합대학인 '하버드' 중퇴생이라는 것도 강조한다), 농활도 보내고 가난한 나라에 봉사활동을 좀 보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외부강사를 적극적으로 섭외해야 한다는 것과,

  서울대의 장점이었던 시대정신이 최근 쇠퇴하는 것은(수업도 안 듣고 빡세게 데모하고 그렇게 외도를 한동안 하다가도 마음 잡고 공부해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사람들, 특히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 언저리 세대를 조명한다) 무엇보다 서울대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니(여기에 더하여 융합, 통섭이 힘든 캠퍼스 지형;;), 서울대를 세종시로 보내고, 교수평가 엄격하게 하고,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아니, 좀 놀고 데모도 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어??).


  문제는 그보다 훨씬 뒤숭숭하다고 생각되지만, 둘 중에 특히 KAIST의 경우 MIT처럼 되고자 한다면, (살면서 이런저런 경로로 접한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때), 안팎으로 딴딴하게 채워지지 못한 일부 교수들의 갑질, 꼰대질부터 어떻게 해야 할 성싶다(지은이가 "폭넓은 사고와 성역 없는 토론 문화,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교수들의 능동적 자세"라는 대책으로 슬쩍 건드리긴 하였다만,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분들이 그런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지은이는 물리학 전공으로 KAIST에서 학사,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마치고 조선일보 기자를 하신 분인데 지금도 조선일보에 계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도 앞쪽에 방일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술·출판되었다고 써있다. 최선을 다해 내용에만 집중하려 하지만, '조선일보'가 붙으면 마음 속에서 어떤 인상이 생겨나곤 한다.


  (...) 한국은 왜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가라는 물음으로 환원되기도 한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CT)의 창설을 주도하고 초대 대학원장을 지낸 원동연 교수는 이 질문의 답변에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이렇게 답했다.

  ˝내가 하버드대 post-Doc(박사후연구원)으로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나 노벨상을 받은 거인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인상적인 점은 우리가 그들보다 공부를 적게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은 노벨상을 받을 분야를 연구했고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시대의 필요가 무엇인지, 시대를 흔들 연구 분야가 무엇인지 알고 뛰어들었다면, 우리는 그냥 열심히 했다는 점이 노벨상 수상자와 우리를 갈랐다.˝

  열심히 하기는 쉽지만, 주제를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공부하기 전에, 공부의 주제가 시대가 필요한 연구인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갈망하는 연구 주제를 알려면, 사람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사람 자체를 알아야 한다. 그런 통찰력은 책에서 얻지 못한다. 대전의 KAIST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갈라파고스 군도(群島)의 새처럼 공부에 매진했다. 캠퍼스 자체가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도 외진 곳에 있다는 점과 학생들 스스로 데모하기 싫어서 처음부터 KAIST에 진학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학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수학·과학에 과도하게 집중하다 과학고에 진학한 학생이 KAIST에 많은 점도 서울대의 운동권 문화를 찾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인 관심사에 소홀하면,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지식의 편중은 관심의 차이와 남다른 가치관 정립으로 이어진다.

  다른 가치관에 살다 보면 한 하늘 아래 있어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을 인식한다. 별종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울려야 한다.

  ‘사람 장사‘를 해 봤어야, 시대의 필요를 감지한다. 그래야 역사에 남을 연구를 하고, 추격자 한국이 선도자 한국으로 변신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책 80~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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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베이비페어에 갔다가 어린아이 책들의 다채로움, 호사스러움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문가들이 아기들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책을 세심하게 잘 만드는 것 같다. 결국 전통과 이름에 짝이 굴복하였는데, 발상과 반전이 신선한 책들이 여럿 있다.




  90권짜리 세트였구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첫째 권인 『멍멍개야, 뭐하는 거야?』를 선물해 주셨는데, 개의 생태를 절묘한 사진을 곁들여 잘 소개하고 있다. 조금 커서 보면 내용도 더 이해해가며 보겠지만, 일단 재미있게 잘 넘겨본다. 직접 본 적도 없는데 지구별 친구들과 하나 둘 친해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기린, 코뿔소, 얼룩말, 사자, 코끼리, 하마 따위를

직접 봤기에 알게 된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개구리가 무에 그리 좋은지;;; 책에서 개구리만 나오면 아주 난리다. 구석구석 숨은 개구리를 잘도 찾아낸다. 직접 보고 나서도 계속 지금처럼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왕눈이, 캐로피, 케로로에 최근 짤로 돌아다니는 페페까지, 유명짜한 개구리 캐릭터들이 꽤 있었다(이쁜 그림들이 많은데 대부분 저작권 문제가 있는 듯하여 이미지는 패스... 아래 것도 자주 본 그림인데, 원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https://imgur.com/l1yQ2hz).


 




  이런 책들은 알라딘이 온라인 중고샵처럼 플랫폼 역할만 하는 모양이다. 아기들의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을 텐데, 『울지 말고 말해요』 같이 실제로 유용한 팁(?)도 있다[친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어 울기만 하다가 엄마 조언을 듣고 "호동아(개그맨 아니고 호랑이임), 그 로봇, 내 자동차랑 잠깐 바꿔서 놀자. 응?" 해서 서로 사이좋게 바꾸어 논다는 내용]. 압권은 『끙가! 똥을 누어요』. 구분동작을 순서대로 잘 나누어 알려주고 있다. 주옥같은 쪽이 많은데, 소개는 생략...




  이건 소아과 병원에서 많이 본 책인데, '매장DP용'이라고 소개한 판매업자도 있다. 외국 동화를 번역한 것도 있고, 이야기들은 좋다. 『개구리가 폴짝』부터 읽어보았는데, '슬기로운 생활', '실험관찰' 책에(요즘은 뭐라고 부르죠?^^;;;) 나올 법한 상세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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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자려다 한 해 마지막 날이라 하니 왠지 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읽어치울 책을 한 권 빼들었다. 이 분의 놀라운 이력에 흥미를 느껴 산 책이다. 알라딘 평점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석좌교수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나 보다...

  별의별 이야기를 다 욱여넣으셨다.


  솔깃한 대목도 없지는 않은데 헛웃음이 나오는 뜬금포가 많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960년대 한국에서는 국내 대표적 대기업이 밀수를 하다가 탄로나고,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독성 폐기물을 하천에 방류하다가 발각되는 등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비리들은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인용자 추가: 자, 여기서부터 심호흡)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등 저서를 통해서 인간의 이성을 비판했다. 이성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속성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이성이 중요한 만큼, 자본주의 체제 속의 기업에게는 이익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가 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그것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책 145쪽)


  도대체 칸트는 왜 구태여 끌어다 쓰신 건지;;; 게다가 저 두 권이 '인간의 이성을 비판한 책'이라고 요약하면 될 책인지;;; (하지만 아직 『판단력 비판』이 남았으므로 충격받기엔 이르다...)


  이런 문단도 있다.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loser)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不條理, L'absurde)의 하나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뮈(albert Camu)에 따르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irrationalness)"을 말한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했으며,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지성인은 패배 속에서 승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성인의 패배, 지성의 희생은 신(god)이 가장 기뻐하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했다."(책 157쪽)


  부조리하게 동원된 까뮈(Albert Camus), 하이데거, 키르케고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칸트 선생님에 비하면 뭐...

  "(...) 칸트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상상력도 자기완성(self-completion) 능력은 없다. 인간이 상상해낸 것이 언제나 실현 가능하고 실제 환경에 부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력은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받기 위한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상상력은 11장의 탐색시행으로 이어진다."(책 208쪽 10장 Intro의 후반부) 


  자, 이제 3대 비판서를 완성시킬 때가 되었다.

  "이런 상상력의 오류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을 통하여 인간의 판단력을 비판했다. 인간의 상상력도 이런 비판을 받아야 한다. 상상력의 오류가 천동설(天動說)이나 지구 평면설(平面說)처럼 오류 그 자체에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에 치명적인 폐해를 주는 일도 많다. 역사적인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책 232쪽)


  이어지는 '역사적 사례'에는 "히포크라테스의 잘못된 상상력"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데, 히포크라테스의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2천여 년 동안 의료계에서 활용된 방혈요법 때문에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인후염에 걸렸다가 2.5리터 피를 뽑고 이틀만에 사망했다는 '역사적 사례'이다... 상상력으로 가닿기에는 역사적 연대가 너무 떨어져 있는 거 아닌지...


  그 밖에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웹상에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로 입학하셨다가 1학년을 마치고 물리천문학과로 전과하셨다는 정보와 두 학과 다 학사를 졸업하셨다는 정보가 함께 있는데, 어쨌든 물리학을 전공하시고(전체 수석으로 졸업하셨다 한다ㅎㄷㄷ) 전기공학 박사이신 분답게, 자연과학, 공학 원리도 논거로 많이 활용된다. 이 분 책 중에 제목에 혹해 산, 『계량적 세계관과 사고체계』라는 책도 집에 있는데, 여튼 과학기술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만했다.

  다만, 이걸 당신의 경영학 이론에 갖다붙이시는 과정에서 때로는 무리수(교수님처럼 "irrational number"라고 부연해봄) 내지는 유사과학(pseudoscience)스럽게 되어버리는 것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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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19-01-01 0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이다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왠지 손이 안가더군요. 혹시 이분이 <니체는 나체다>를 쓴 저자의 스승이 아니실지 ㅋㅋㅋ 여튼 써주신 글을 보니 왠지 이분이 스승이실듯 ㅋ

묵향 2019-01-01 13:50   좋아요 0 | URL
Nykino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니체는 나체다』 리뷰 쓰신 것을 읽어보니, 딱 그 느낌이 맞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책 181쪽 이하에 실제로 ‘나력(裸力, naked strength)‘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도 일관됩니다.

˝(...) 나력의 개념은 인간이 창조한 작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수에즈 운하 개통을 경축하는 행사에 쓰기 위해 베르디에게 위촉하여 작곡된 오페라 <아이다>는 경축 행사가 끝난 뒤, 즉 옷을 벗은 지 10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격전지 게티즈버그에 국립묘지를 헌정하는 연설에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영원히 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 행사가 끝난 지 20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력을 유지하고 있다.˝(책 182쪽)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읊으시면 나력의 산물 아닌 작품이 없을 것 같은데... (경영학 책들이 대개 그런 면들이 좀 있지만) 10년마다 내신다는 대작으로서는 싱거운 책입니다. 역시 꼭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초란공 2019-01-0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이력을 상세히 밝히셨기에 조사하보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부러운건 화려한 이력이기보다 지하 벙커보다 더 두꺼울것 같은 이 자신감/절대무한긍정의 태도라고 할까요. 대부분 무기력하고 우울한 저로서는 ㅋㅋ 내심 배우고 싶은 점입니다.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묵향 2019-01-01 23:42   좋아요 1 | URL
이전에는 책만 있으면 우울과 무기력을 언제라도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편이었는데, 세상살이가 늘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더라구요~ 윤 교수님도 짧지 않은 세월 중에 그런 시기가 분명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프로폴리스 2019-0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사회학 하시는 교수님들은 글쎄요..제가 아는 선에서는 대개가

묵향 2019-02-15 10:14   좋아요 0 | URL
윤석철 교수님은 경영학과 교수님이시지만, 물리학과를 졸업하시고 전기공학 박사시라고 하네요~
 
 전출처 : 묵향 > * 꼭 읽어야 할 책

  이건 1년 전이네...


  '지난 오늘'은 그 오늘이 지나면 다시 공유할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볼 때마다 그저 많이 안아준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아래는 종전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와 페이퍼로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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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태어나고부터 나 자신과 인간의 생물성과 사회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출생(혹은 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이 무변광대하게 열린 질문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 터 잡고 있는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과 메틸레이션(methylation) 등을 다룬 1부는 물론,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창의성 계발과 배움의 동기 부여 등 발달 단계를 다룬 2부까지, 통념을 거슬러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쪽쪽이 주옥같은 책이다. 페이스북 등지에서 EBS 다큐 <퍼펙트 베이비>의 인상 깊은 클립들을 접할 기회가 왕왕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전체 맥락과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좌절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이 강한 사회(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타인을 밟고 올라서기보다는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하여(하다못해 '욱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키우건 키우지 않건 읽어볼 필요가 충분한 책이다.


(...) 모든 아기들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고 태어나서 스스로 그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좌절하고 실패도 경험하지만, 금세 털어내고 일어나 거듭 도전한다. 인간에게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놀라운 감정의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과도한 기대 혹은 정반대인 방임과 무관심은 아기가 실망하고 좌절했을 때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잃게 만든다. 다시 말해, 아기의 노력이 막다른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균형 감각은 깨지고 무한할 것 같았던 능력은 소멸해가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지금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숨어 있다. 바로 아기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넘치지 않는 보살핌과 부족하지 않는 애정의 '균형 감각'이다. 결국 부모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


  아기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능력들이 잘 펼쳐지고 발전해가는 원리는 이처럼 단순하다. 초기 환경의 열쇠는 부모가 가지고 있다. 시장은 무조건적인 보살핌이었으나, 점차 용기를 내어 아기의 삶과 분리되어야 한다. 아기도 언젠가는 청소년이 되고, 부모와 같은 독립적인 어른이 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


  실험 결과,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실패 상황에서 덜 좌절하고 더 도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여대 아동학과 남은영 교수는 감정조절 능력이 높은 아이들의 동기 수준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감정조절을 잘 하는 아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회복력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의 경우, 불편한 감정을 다시 원래의 평정심으로 회복시키는 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걸립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면 그것을 즐기려는 마음보다는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회복시키는 과정의 힘들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동기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조금씩 키워온 감정조절 능력을 발판으로 점차 다른 사람의 감정도 내 것처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결국 공감 능력과 내적 동기 모두 잘 쌓아올려진 감정조절 능력이 전제되어야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 아동학과 이영애 교수도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라 하더라도 정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가 바로 모든 부모가 바라는 퍼펙트 베이비 아닐까? 정답은 바로 아이의 행복에 있다.


- 2부 닫는 글 중에서 발췌



  김민태 PD는 다음과 같은 책들을 쓰기도 하였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들로, 다음과 같은 책들이 눈에 띈다. 종전 글에서 책을 추가하였다. 올해 나온 책 중에 양성평등 말하기에 관한 『부모의 말이 아이를 틀에 가둔다』에 흥미가 간다.

  사이토 다카시가 작년에 『공신 엄마들의 3가지 말 습관』이라는 책을 낸 것도 새로이 알았다. 이 분은 참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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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19-01-2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SilentPaul/10571913 으로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전출처 : 묵향 > * 민주주의와 반증가능성

  이 날 책을 읽을 때 으슬으슬 춥더니 결국 몸살이 났던 기억이 난다.

  무리하게 1년을 쥐어짜내고 보면, 이맘때쯤 쉬면서 꼭 많이 앓곤 한다.
  여유가 너무 없다.

  여하간 북플 '지난 오늘' 기능을 활용하여 페이퍼처럼 쓴 리뷰들을 다시 페이퍼로 정리하려고 한다.

  (아래도 종전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면서 보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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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포퍼(1902~1994)의 말년 인터뷰와 에세이를 담은 책으로, 1992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1, 2부는 이탈리아 언론인 Giancarlo Bosetti와의 대담을, 3부는 '민주국가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반성', '자유와 지적 책임'이라는 두 편의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다. 칼 포퍼 정치사상의 완성되고 정리된 모습을 개략적으로 살필 수 있다.

 

  포퍼에 따르면, '누가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서투른 정식화이다. 군주정, 과두정, 민주정을 비교하여 '철인통치'를 주창한 플라톤에서부터 비롯된 이런 형식의 물음과 해결책들은, 언제나 최악의 불행을 야기했다.

  민주주의의 본질 역시 '국민주권'이나 '국민에 의한 지배'가 아니다. 그는 과학철학에서 택한 전략대로 민주주의도 부정적(否定的) 방식으로 접근한다. 포퍼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제거할 수 없는 정부', 다시 말해 '독재'와 '부자유', '법의 지배가 아닌 다른 지배의 형식'을 피할 수 있는 힘, 즉 '심판가능성(= 반증가능성)'에 있다. 사람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실수와 오류를 통하여 배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만이 폭력 아닌 이성으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한다. 처칠의 표현처럼,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이다. 다른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고."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 공동의 노력으로 진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따름이다. 영구불변의 절대적 진리는 있을 수 없다. 얼마간 반증을 견디고 있는 잠정적 진실만 있을 뿐이다. 목표는 추상적 선의 실현이 아니라, 구체적 악의 제거에 놓여야 한다. 그 성패는 '의사결정의 제도적 틀로서 비판과 토론이 얼마나 현실적 힘을 가지고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이성/합리주의, 즉 사실의 존중, 비판과 토론에 열린 태도, 오류 가능성에 대한 관용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타적 개인주의' 윤리이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국민법정(popular tribunal)'이어야 한다.

 

  칼 포퍼의 책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번역되어 있다. 번역되지 않은 것은 The Self and its Brain (NY: Springer, 1977); The Open Universe: An Argument for Indeterminism (From the Postscript to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2); Quantum Theory and the Schism in Physics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2); Realism and the Aim of Science (From the Postscript to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3); The Myth of the Framework: In the Defence of Science and Rationality (London: Routledge, 1996); Knowledge and the Body-Mind Problem (London: Routledge, 1996) 등이다. (추가) 2018년에 『포퍼 선집』이라는 것이 나오기는 하였는데 어떤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다. 『현대과학철학 논쟁』은 토머스 쿤과 임레 라카토슈, 파울 파이어아벤트 등의 논쟁을 담은 책이다.



"우리의 문명이 살아 남으려면 우리는 먼저 위대한 인물에 맹종하는 습관부터 타파해야 한다. 역사에 관한 예언자로 행세하기를 중지할 때, 우리는 운명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 사회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는 견해는 흔히, 너무나 쉽게 폭력적 조치를 초래한다. 지상에 천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인간만이 그의 동료를 위해 준비하는 지옥을 만들 뿐이다. 우리의 가장 큰 불행은 오히려 어떤 선한 의도에서, 즉 동료들의 참담한 운명을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 (4쪽)

"통치자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평균 이상인 자가 거의 없었고, 더러는 평균 이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론 최선의 통치자를 얻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최악의 통치자에 대비한 원칙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탁월하고 유능한 통치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냘픈 희망에 우리의 모든 정치적 노력을 건다는 것은 나에게는 미친 짓으로 보인다." (41쪽)

"인류의 구체적 역사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의 역사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모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과 투쟁 그리고 수난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155쪽)

"합리적 접근법은 내가 틀릴 수 있고 네가 옳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공동의 노력에 의해서 진리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60쪽,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재인용)

"이 책을 이루고 있는 논문들과 강의는 매우 간단한 주제의 변주들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182쪽, 『추측과 논박』 머리말 중에서)

"우리의 행정은 소수 대신에 다수를 옹호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유이다. 법률은 개인들의 사적 분쟁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정의를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한 자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떤 시민이 뛰어나면, 그는 다른 사람에 앞서서 국가에 봉사하도록 요청된다. 그러나 그것은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장점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 페리클레스(203쪽)

(7-1) "우리는 마르크스의 성실성을 인정하지 않고서 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의 열린 마음과 사실에 대한 감각, 그리고 쓸데없는 말장난에 대한 혐오, 특히 도덕적 훈화조의 말장난에 대한 혐오는 그를 위선과 표절에 대해 싸우는,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사의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불타는 열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입으로써가 아니라 행위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를 깊이 느꼈다. 그의 재능은 주로 이론적인 데 있었으므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투쟁을 위한 과학적 무기라고 그가 믿는 것을 주조해 내는 데 엄청난 노력을 바쳤다. 진리를 모색하는 성실성과 지적 정직성은 그를 그의 많은 추종자들로부터 구별해 준다. (7-2로 이어짐)

(7-2) 지적 원천에서는 헤겔의 철학과 거의 동일하다 하더라도, 마르크스주의에는 말할 것도 없이 인도주의적 충동이 밑에 깔려 있다. 더구나 헤겔 우파와는 대조적으로 마르크스는 인간의 사회적 문제 가운데 가장 절박한 문제에 합리적 방법을 적용하려는 정직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가치는 그 노력이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는 사실에 의해 감소되지 않는다. 과학은 시행착오에 의해서 진보한다. 마르크스는 그런 시행착오를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7-3으로 이어짐)

(7-3) 경제적 힘이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 있다는 독단은 없애버려야 한다. 오히려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 있는 것은 모든 형태의 통제되지 않은 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하여야 한다. (...) 경제적 힘이 위험스럽게 되는 것은 돈이 직접 권력을 살 수 있게 된다든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파는 경제적 약자를 노예화함으로써 권력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게 될 때이다. (...) 우리는 경제적 힘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제도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착취를 방어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상 7-1~3은 239쪽에서 인용)

"선거일은 새로운 정부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날이 아니라, 과거 정부를 우리가 재판하는 날, 즉 과거 정부가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 날이다." (249-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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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용 2019-01-06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연휴때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었는데 말이죠 ㅎㅎ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1부밖에 읽지 못하고 다시 생산에 집중을..

묵향 2019-01-06 12:42   좋아요 0 | URL
영어로?? 단숨에 읽기는 좀... 옛날 판 민음사 한글 책이면 더더욱ㅎㅎ 씩씩하게 생산하시기를 응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