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라딘 서재 한 해를 돌아보니


참 묘한 인연이다. 알라딘에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언제이고 무엇 때문인지 알 턱이 없다. 다만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작해야 4년 정도. 그 이전에도 책을 주문하기 위해 가입은 했지만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어느 순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간을 흘러 알라딘 서재의 달인으로 등극? 했다. 즐거운 일이다. 어디서든 두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과 대가가 지불되었다는 뜻이다. 종종 방문자 통계를 살펴본다. 통계 자체보다는 어떤 글이 이슈가 되었는지 알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가려낼 수는 없지만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효과는 있다.

 



3년 동안 서재 통계가 올라와 있어 살펴보니 적지 않은 글을 썼음이 확인 된다. 12년에는 784,041자를 쓰고전체 39번째였다그런데 14년에는 2,632,913자인데도 불구하고 103위에 등극했다거의 3배 가까운 글인데 오히려 순위는 물러났다이것은 이전해와 비교해 알라딘 서재에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고더 많이 썼다는 결론에 도달한다아마도 세월호 사건 때문일 것이다키워드는 정확하게 짚어 낼 수는 없지만나름 생각해 보면 그렇다


2012년

2012년 낭만인생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384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784,041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6.81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낭만인생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39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1년간 총 방문자는 175,129명이며,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날은 8월 21일(화)로 1,642명이 방문하셨습니다.


2013년

2013년 낭만인생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351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618,544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5.37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낭만인생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50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1년간 총 방문자는 141,995명이며,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날은 8월 23일(금)로 709명이 방문하셨습니다.


2014년

2014년 낭만인생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251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2,632,913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22.86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낭만인생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103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1년간 총 방문자는 239,488명이며,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날은 6월 2일(월)로 9,343명이 방문하셨습니다.


1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읽은 권수를 대충 헤아려 보니 약 170권 정도이다. 어떤 분은 올해 읽은 책이 200권이고, 내년에는 좀 더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독서광이 맞다. 나도 그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생생하게 지워지지 않는 책이 있다. 그 몇 권을 정리해 보자.

 

1. 태백산맥

1권부터 10권까지 분량이 만만치 않다. 두 달 만에 다 읽었다. 중간 중간에 다른 책도 읽었지만, 거의 쉬지 않고 읽은 책이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이어가는 흥미진진함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다.

 

2.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걸맞은 책이다.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시민정신의 토양을 만들어 나가는 작은 공동체를 소개한다. 아줌마의 힘이 느껴지는 멋진 작품이다.

 

3. 톰 아저씨의 오두막1.2

영문학 고전을 읽는 프로젝트 중, 한 권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이 책은 경제적 논리에 함몰된 흑인들의 인권과 가치를 가장 사실적으로 풀어낸 걸작이다. 플롯에 시비를 거는 후대 비평가들도 있지만, 그런 엉터리 비평가들의 말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믿는다.

 

4.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1.2.3

이 책은 충격이었다. 이 책을 읽고 태백산맥을 읽었으니……. 읽은 이들만 한다. 묘하게도 이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한 때는 430일이다. 그러니까 세월호 사고가 416일 아침이었느니, 바로 2주 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의 감추어진 진실을 들여다보았다. 그 후, 나는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고, 사회적 약자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이 책을 읽고 난후 계속하여 다른 책을 주문해 읽었다. <기록>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 <전쟁과 사회> <전태일 평전> <전환 시대의 논리> <젤롯> <한전쟁의 발발과 기원1>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등이다. 태백산맥 이후 빨치산에 관심이 높아져 중고로 <장군의 후예2.3>을 주문해 읽었다.

 

5. 김훈 <자전거 여행>

말이 필요 없는 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허무적 객관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6. 단단한 독서

유유 출판사의 두 권의 책은 말 그대로 단단하다. 전에 세르티 양주의 <공부하는 삶>도 좋았고, 이번에 읽은 에밀 파게의 <단단한 독서>는 책 읽기의 패러다임을 변화 시켜 주었다. 천천히 읽기의 기쁨과 유익이 무엇인지 단디 알려주는 책이다.

 

7.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그리 어려운 책도 아니고, 심도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책이다. 닭장에 갇혀 사는 아이들의 고통을 해소할 방법이 '공간'에 있다고 말한다. 공간은 사유에서 나오고, 사유는 관점에서 나오리라. 처질의 말처럼 사람은 건물을 만들지만,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교사나 부모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책 5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독자이다. 종종 오마이 뉴스에 들어가 기사를 읽는다. 오마이뉴스는 공평하다. 아니 편협적이다. 시민들에게 편중되어 있으니 말이다. 익명의 대중이 아닌 시민을 위한 기사를 쓴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소식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을 향한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좋다.


올해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서평단 게시판에서 제기된 주제, 올해의 책 5권을 뽑았다. 


1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2위 눈먼 자들의 국가 

눈먼자들의 도시는 내가 함께 붙였다.

3위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4위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5위 교사 입시를 넘다


이렇게 시각이 다른다. 시민들이 바라본 한해는 공평과 공의다. 진실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기레기 뉴스가 아닌 한 시민으로서, 한명의 국민으로서 바라본 한해를 책으로 표현 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한 권 말고는 아직도 대부분 읽지 못했다. 새해가 오면 이 책들부터 구해서 읽어야 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4-12-2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시골빵집>이 조선일보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주는 것을 보면 조금은 의아스럽습니다.

낭만인생 2014-12-24 11:4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시골빵집이 많은 인기를 누린 이유가 시대에 맞는 내용과 읽기의 편리함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고민하며 읽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죠.
 

[독서일기도서관에서 절대 빌려서는 안 되는 책들

 

 

어제부터 위기철의 <이야기가 노는 법>을 읽고 있다부제가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로 달려 있는데동화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선배의 조언쯤 될 것이다아내와 함께 마트에 들렀다가 아내가 장보는 사이 나는 마트 옆에 있는 서점에서 찾아낸 책이다이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위기철'이란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손에 어느 새 책이 들려 있었다위기철이란 이름은 아이들을 위해 샀던 <아홉 살 인생>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이다이 책 말고도 많은 어린이 동화와 위인전을 집필했는데 글이 재미있다톡톡 튀는 느낌이다그러면서도 문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난한아니 감동이 되는 그런 책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지 않던가. <아홉 살 인생>은 어른을 위한 책은 아니지만 어른이 읽어도 동일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위기철 키워드로 검색하니 정말 많은 책이 검색된다. 




 












<이야기가 노는 법>은 저자인 위기철이 계간지인 [창비 어린이]에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지금까지 읽은 많은 책들 중에서 상당히 솔직하고 호소력이 있다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가의 환상도 버리라고 말하고글쓰기로 돈 벌기도 역시 힘들다고 말한다또한 폐인처럼 보이는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려 준다이런 말까지 한다.

 

"문예진흥원에 동냥 오는 3대 거지가 글쟁이환쟁이극쟁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 정도니까요그러나 작가가 되겠다고 작심한 순간부터 생활고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24

 

뭐 이런 정도다아마도 작가라는 멋진꿈을 꾸는 분들이 있다면 이 정도는 알고 덤벼야 하지 않을 성 싶다그렇다고 비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글쓰기 방법도 솔직 담백하게 알려 주니 꽤쓸만한 책이다첫 부분에서 언급한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라'는 어디서나 통하는 말이 아니던가또한 야구 선수가 야구 선수의 몸을 만들듯 작가는 '작가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러 준다작가의 몸은 다른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 연습과 훈련이다.

 

이런 좋은 책은 도서관에서 절대 빌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나는 책을 빌려서 읽지 않는다한 때 호주머니 사정도 어렵고 넘쳐나는 책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은 적이 있다어떻게 한 달에 열 권이 상을 매달 산단 말인가이런저런 이유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니 몇 가지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줄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줄을 치는 습관이 있다그래서 중고 책은 절대 팔지 못한다좋은 문장중요한 문장공감이 되는 문장 등이 보이면 어김없이 줄을 친다이러니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얼마나 답답한지 이루 말할 수 없다책을 읽고 대개 서평을 쓰거나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데 줄을 긋지 않으면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이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둘째는 대출 기간이다.


대개 도서관에서 빌리면 10일부터 14일 정도다한 번 가면 3.4권을 빌려 오는데 맘 잡고 읽으면 일어 낼 수 있지만 바쁜 일이 겹치면 한 권도 읽지 못하고 반납하기 일쑤다돌려줄 때는 맘이 얼만 쓰린지…….


셋째는 반납과 동시에 책 속에 깃든 영혼이 사라진다.


예전에 도서관에 빌려서 큰 감동을 받은 책이 몇 권 있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과 <천천히 읽기를 권함>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란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것을 후회한 책이다읽을 때 줄도 치지 못했지만그 때 받은 감흥을 반납하면서 빼앗겼기 때문이아직도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사지 못하고 있는데한 번 기회를 놓치고 나니 서글픈 마음만 들지 손에 책이 잡히지 않는다특히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도서관에 반납하고 그 즉시 새 책을 구입했다아직도 이 책은 깨끗하게 책꽂이에 있다그러나 처음 읽었던 책이 아니다그 책에는 나의 손때가 없다다시 읽는다면 다르겠지만 이상하게 새 책을 다시 집으니 읽혀지지 않는다그 후로 나는 생각했다다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 않으리라고.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14-12-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밑줄을 그을 수 없어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북다트로 표시를 해 둔 다음, 컴퓨터에 옮겨 적는답니다.
대신 빌린 책의 장점은, 정해진 기간까지 강제 독서가 된다는 점이예요.
저도 못 읽고 반납해서 속쓰릴 때가 있지만, 그래도 억지로 읽는 경우가 많아서 좋아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 제가 산 책들은 오히려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미뤄 두게 되더군요.

낭만인생 2014-12-22 17:32   좋아요 0 | URL
marine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많습니다. 반나해야하니 억지로라도 읽을 때가 있죠. 그런면에서는 장점이 되겠군요.
 


한공주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http://www.youtube.com/watch?v=h8tRKdtvX8A


왜 하필이면 밀양일까? 밀양은 묘한 악연이다. 전도연 주연의 밀양으로 한국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교회의 민낯을 보여준 그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밀양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것이었고, 한국교회를 그 사실에 직면해야 했음에도 기억하기를 거부했다.

 

또 다시 밀양이었다. 송전탑 문제로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왜 밀양의 할머니들이 그렇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압선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건 밀양의 일이지 머나먼 우리집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또한 밀양 송전탑을 외면했다.

 

다시 밀양이 떴다. 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영화로 만든 한공주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14세였던 최모양과 그의 고종사촌인 노모양 (16)을 밀양공업고등학교, 밀양밀성고등하교, 밀양세종고등학교에 3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 115명에 의해 밀양시내 가곡동의 모 여인숙 등에서 집단 성폭행, 구타, 공갈협박, 금품갈취 등을 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놀라운 건데 여기서 가해자였던 한 여성이 밀양에서 멀지 않은 의령경찰서에서 황모 여경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을 조사할 때 밀양 경찰은 피해자에게 '밀양 물을 다 흐려 놨네.'라며 오히려 구박했다고 한다.

 

그들은 잊고 싶을 것이다. 자신들의 과거와 죄를. 그러나 잊혀질 것 같았던 그 사건은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더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번 여우주연상의 소감문과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는 밀양 여중생 사건을 함께 클릭해 읽어 볼 것이다. 지금 이 글도 검색이 된다면 읽을 것이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게 되었다. 끊임없이 공유되고 퍼 나르는 시대에서 그들은 이제 낙인찍혔고, 인식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

 

망각은 쉼을 주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사라지게 한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의도적 망각이 일어난다.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잊혀질 권리'가 있다.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도 기억해야 하고, 밀양 여중생 사건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겐 잊혀질 권리가 없다
















칵테일파티효과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기억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은 바로 그 의미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임을 의미한다. 즉 기억은 곧 그의 가치를 보여준다.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부정적인 것들은 애써 잊으려한다. <의도적 눈감기>는 인간의 이런 측면을 보여준다. <설계된 망각>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향적으로 정보를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낙관주의로 흐르는데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것을 거부하려는 뇌의 구조가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낸다.

 

<설계된 망각>이나 <의도적 눈감기>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 취사한 나머지 경고신호를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에는 눈감아 버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은 취사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크게 보고,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인식하고 저장하는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영화 <한 공주>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의도적 눈감기'도 아니고, '잊혀질 권리'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바로 서야할 기억의 의무이자 존재 그 자체이다.

 

제프리 올릭의 <국가와 기억>, <기억의 지도>를 추천한다. 이 외에는 국가와 집단 기억에 대한 책은 많다. 우리나라가 새로워지려면 반드시 그릇된 기억을 걸려내고, 바른 기억을 찾아내야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이 2016-05-13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해자들은 읽고 낄낄거리며 웃을꺼 같은데..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왜 바보가 되었는가?

 

 

무능한 조직, 일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는 조직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사람이 배제된 결과 중심의 조직이다. 수단이 결여되고 목적만이 숭배 받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곳에 머물 뿐이다.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중심의 조직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이 효율이고 결과이다. 부하를 믿지 못하고, 상사를 존경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뢰하지 못하는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의 중의 하나는, 사고가 일어나가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쓰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희생양을 찾아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희생양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일을 잘하고 직원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직원인 경우가 많다. 부패하고 무능한 조직일수록 희생양 찾기와 마녀사냥에 집착한다. 그렇다면 최고의 조직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참고할만한 책을 한 권 소개 한다. 저자인 최동석은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는 여러 조직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조직을 컨설팅하면서 배고 배운 것들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는 책을 시작하면서 조직은 조직이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조직은 몇 가지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변화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의 정신적 토대가 바뀌었을 때 비로소 조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구성원들의 인간과 조직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8쪽)


조직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변화야 조직도 변한다. 사람이 변한다는 말은 곧 인식이 변한다는 말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사람의 변화는 무엇일까? 저자는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관료등의 무능을 '일본식 군국주의 문화'에서 찾는다.(10쪽) 일본식 군국주의는 독재 정권과 군사 독재와 미국식 자본주의 영향으로 강화되어 무능한 관료주의를 낳게 되었다. 저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다룬다. 


첫째, 착취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서로 협력과 상호 부조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산업사회에서 통용되선 각종 제도적 장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적 제도를 만련해야 한다.


셋째, 미봉책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


결국 상명하달식의 군대식 조직이 아닌 서로 협력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민주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연 맞는 말이다. 현대는 더이상 혼자만의 지식으로 살아갈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 민족만이 최고이니 다른 민족을 사라져야한다는 식의 '제노사이드'의 무서운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럼 어떻게 바꿀까? 몇 가지 방법을 추려 보았다.


1.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우리나라 속담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43쪽)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자식을 들을 부모가 하는 말, 행동, 사회성 등을 닮는다. 심지어 자존감까지도 닮는다고 한다. 조직에서 마찬가지다. 상관을 보고 부하가 따라 한다. 상관이 청렴하면 부하도 청렴하다. 상관이 부패하면 부하도 부패해 진다. 보이지 않는 리더의 영향력이 모든 팔로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일어났을 때 공사판마다 ‘부실공사 추방’ ‘혼을 담은 시공’ ‘성실 시공’이란 입 발린 구호가 난무했다.(47쪽)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을 그것들이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구호가 아닌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먼저 리더가 바꿔라.


 

2. 깨진 거울로 얼굴을 보지 마라.

 

문화는 거울이다. 조직의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조직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먼저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그 조직의 리더와 조직원들이다. 저자는 이점을 주의하면서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지만 문화는 다시 인간을 주조 한다’(143쪽)고 말한다. 세월호를 통해 드러나 우리나라 관료들의 어리석음은 세월호의 책임을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먼저 관료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넘기기식의 무사안일의 행정이야말로 국민들을 참담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무능한 관료들이 보는 거울이다.

 

3. 서로 합의하라.

 

일본식 군국주의는 한 사람이 명령하고 나머지 부하들이 따르는 방식이다. 그곳에는 합의도 토론도 창조적 아이디어 개진도 없다. 오직 복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부패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품의제도(稟議制度)’라고 한다.(197쪽) 품의제도는 혁신 적인 조건을 정면으로 배치하는 제도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품의제도는 이런 것이다.

장관이 부하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면 부하는 다시 자신의 직속부하에게 동일한 명령을 내린다. 마지막 말단 직원에게까지 그 명령이 내려간다. 말단 직원은 명령을 받고 실행문을 만든다. 이 기안을 품의서(稟議書)라고 한다. 그 기안을 가지고 상관에게 ‘어찌 하오리까’ 문의한다. 상관은 읽고 맘에 들지 않으면 되돌려 보낸다. 부하는 상관이 고쳐준 대로 다시 작성해 올린다. 이것을 결재(決裁)라고 한다.

 

품의서로 움직이는 조직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고,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하고,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 또한 전문성을 키울 수도 없어 언제나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조직은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째보면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이렇게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가진 치명적인 실수들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작은 조직의 한 리더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품의서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의 특징은 일이 아닌 사람에게 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4-12-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옛날에 나온 비봉출판사의 <똑똑한 관료들의 멍청한 짓>(맞나?? 가물가물)과 내용이 비슷한거 같습니다. 구매하지 않은게 다행입니다. 알라딘 중고서점 갈적마다 이 책이눈에 띠었는데...전, 심리학이나 논리 분야의 책인줄 알았습니다. 21세기북스 책이니...자기계발서 아니면 경영서이겠거니 생각했어야 했는데....출판사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니!

낭만인생 2014-12-19 11:41   좋아요 0 | URL
아마 그럴겁니다. 21세기북스에서 이런 책을 낸 것도 이상하구요... 내용은 좋았습니다. 현 시대를 읽어내는 그런 책이니까요. 아마도 세월호 사건 이후 다시 정리해 펴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