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

 

1993년에 특이한 한 권이 책이 출간된다. 이름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를 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한 단어를 알면, 연관된 단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응과 함께 단박에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진입한다. 지금도 이 책은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주니어용으로 나와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본어>라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자> 등으로 응용되어 출간되기도 했다. 그 전까지 영어는 우격다짐식의 암기가 전부였다. 당시 유행했던 암기법은 콘사이어 사전을 뜯어가며 암기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형은 한쪽을 다 암기하면 그 페이지를 찢어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어 먹었다. 괴기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당시에는 흔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튼 당시는 대체로 그런 풍경이었다.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까지의 암기식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영어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다. 무조건 암기가 아리라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동일한 단어지만 어떤 어근을 붙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가를 설명해 준다. ‘앞에서란 뜻의 affection에 붙여affection을 만들면 애정’ ‘호의가 되고, fair에 붙이면 affair이 되여 이나 추문등의 뉴스거리란 의미가 만들어 진다. ‘af- 내가 하면 affection, 남이 하면 affair’란 제목으로 달았다. 이런 식의 공부는 재미도 있을 뿐더러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공부법이었다. 단어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어는 또 다른 단어를 부르고, 그 단어는 다른 단어와 연관되어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책을 부른다. 얼마 전 THANKSBOOK7을 읽다가 최재선교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힘이란 글을 읽었다. 그곳에는 <삐딱한 글쓰기>를 읽고 받은 감동을 기록되어 있다. 수십 년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일 해온 저자가 <작은 책>이란 월간지를 읽게 되면서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틈틈이 써온 글을 분류하고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이야기다. 2006<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란 제목을 출간한다. 20147월에 글쓰기 비법을 소개한 <삐딱한 글쓰기>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욍도 <그 삶이 내게 다가왔다> 등의 5권의 책을 공저자의 이름으로 출간해 왔다.

 

최재선교수는 안건모씨의 책을 평하기를 그의 삶의 이야기는 박진감이 있었고, 소극적으로 살던 삶이 주체적 인식과 행동을 동반한 성찰적 삶으로 바뀐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글을 읽고 나서 저자인 안건모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온라인 서점에서 저자의 책을 검색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저자의 인터뷰나 저술 동기와 여정 등을 읽었다. 과연 안건모씨는 생존을 위해 고등학교 중퇴를 해야 했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시내버스 기사가 되었다. 기사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인 것이다.

 

최재선교수는 이처럼 좋은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고 마무리 한다. 자신이 이야기,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 공감과 감동이 있는 글쓰기가 된다. 이분의 이야기를 알아가면서 이 책의 서평과 인터뷰를 통해 단 책을 소개 받는다. 오마이뉴스에 강정민 기자의 글을 보면 안건모씨가 읽게 된 다른 책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글쓴이는 자신이 속고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고. 그때 안건모 선생님이 읽은 책은 <태백산맥>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 <찢겨진 산하> <노동의 새벽> 같은 책이었다. 그는 현대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

 

안건모씨를 눈뜨게 한 책들이다. 생각의 전환을 일으킨 책을 읽고 싶지 않은가. 필자는 이미 <태맥산맥><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읽었다. 나머지 두 권도 읽고 싶다. 이처럼 책은 책을 부르고 한 권의 책은 다른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모르지만, 안건모씨는 <전태일 평전>이나, 스티븐 킹의 글쓰기 교재인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을 터. 이 외에도 수많은 책이 그의 서재에 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다시 이태준의 <문장강화>로 이어지고, <문장강화>는 다시 조정래의 <황홀한 글 감옥>로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나는 필독서를 따라 읽지 못한다. 한 책을 읽다 그 책 속에 소개된 책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사 놓고 도미노 식으로 읽기도 한다. 책은 책을 부르고, 한 권의 책은 다른 책을 낳는다.


그나저나 추천마법사는 나를 뭘로 알고 <잡놈들 전성시대>를 추천한단 말인가. 안건모를 검색하다보니 이선주의 신간 <창밖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의 <노예의 역사> 역시 같은 범주에 넣어도 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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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8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5-03-19 18:45   좋아요 0 | URL
그 책 아는 분 적어도 서른은 넘은 분인데..ㅋㅋ

해피북 2015-03-19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땡스북 7호 읽었지만 설명 덧붙여주시니 책에 관심이 갑니다
그리구 알라딘 추천 마법사는 좀 생뚱한게 있더라구요 구입한 책인데도 추천으로 뜨고 말이죠 ^~^

낭만인생 2015-03-19 18:45   좋아요 0 | URL
벌써 8호가 나왔습니다. 시간이 쏜 살처럼 지나가네요.

시간의안그림자 2015-03-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란 것이 그런 것 같아요! 한권의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을 손에 잡은 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완주한다는 다짐으로 읽는다면야 그것보다 더 좋은 독서는 없겠지만 마음잡히는대로 느낌이 접수해주는대로 필요한 만큼 입체적이고 개괄적으로 때로는 참고용 삶의 지식 노트처럼 읽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몇권을 읽었느냐 보다 책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얻었느냐가 인생 길에서는 더 향긋한 교훈으로 친구처럼 다가와 줄테니까요....

낭만인생 2015-04-04 20:06   좋아요 0 | URL
꼬리를 무는 책 읽기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방문 감사합니다.
 

한비야를 읽다

 

일단 제목이 도전적이다.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 제목. 현실은 가당치도 않지만 설렘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이성과 논리만으로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때론 비약이 있어야 하고, 사실 너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한비야는 비약이자 이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고 또 읽고 있다. 평범한 삶을 뛰어넘어 비범한 삶을 살아가는 을 보여준 탓이다. 나 또한 그녀의 그런 삶을 동경한다. 인간이란 언제나 꿈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줄 아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그녀는 평범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다니고, 미국으로 넘어가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 홍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대로 잘 나갔다. 국제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라에서 근무하던 중, 어린 시절 꿈을 기억한다. ‘걸어서 세계일주라는 황당한 꿈이 말이다. 세계 여행은 아직 낯설 때,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걸어서 세계 일주는 황당함을 넘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후 7연간에 걸친 세계 오지 여행의 경험담을 담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펴냈다. 난 그 때도 말로만 수긍했다. 좋다고, 멋지다고.

 

그러다 작년 여름 한비야의 동영상 강의를 듣게 되었다. 월드비전에 들어가 구호봉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풍경이 아니었다. 세계를 여행하며 그녀가 보았던 것은 다름 아닌 가난전쟁고아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안락한 한국을 떠나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이전까지의 여행과 전혀 달랐다. 이젠 회복과 치유를 위한 여행이다. 구호 현장을 누비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몸부림친다. 그렇게 해서 써진 책이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이다. 들어가는 글의 첫 문장은 이렇다.

 

아직까지 나를 세계 일주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 오지 여행가 한비야는 잊어주기 바란다. 이제 나는 긴급구호 요원으로 안전히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는 변했다. 7년 동안 오지 여행을 하면서 여행이 끝나면 난민 돕는 일을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토 종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국제 구호 단체에서 난민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그녀는 보고 들었던 것을 몸으로 실천하고 싶었다. 여행의 절정은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얻는 것이다. 타자 없이 없다. ‘를 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한데, ‘타자는 또 다른 이어야 한다. 타자는 나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타자는 독립적 이어야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타자를 위한 헌신은 나를 위한 것이다.

 

한비야를 읽고 있다. 참으로 행복한 여성이다. 이 분을 읽으니 나 또한 행복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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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이 어릴적 식탁이나 벽면이나 또 입고있던 티셔츠 조차 세계지도가 그려졌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납니다

식사 시간에 입고있던 티셔츠에 밥풀이 떨어지면 아빠가 ㅇㅇ 나라에 밥풀 떨어졌다고 이야기해주시며 세계 여행을
함께 꿈꿔주셨다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두 나구요 저두 `바람의 딸`시리즈를 아껴 읽던 기억이 나네요^~^

낭만인생 2015-03-18 16:43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읽을 수록 감칠맛이 나는 문장이 많습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창조적 습관을 위한 의식


페이스북을 지웠다. 무슨 일을 하다 틈이 나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페이스북을 들여다본다. 아이콘에 새 소식을 알리는 숫자가 뜨면 더 반갑지만, 없어도 뒤적거린다습관이 무섭다불필요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지웠다. 삶을 단순화 시키려 한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트와일라 타프의 책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을 읽으면서 결단했다. 불필요한 것을 지우기로.

 

2장 제목이 '자신만의 의식을 만들어내라'인데 핵심은 몰입, 단순화이다. 몰입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한 삶일 때 가능하다.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이나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는 하는 장애물들이다. 의식을 만드는 것, 그것은 '마치 기독교 신자들이 교회에 다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까지 비유하는 저자의 속내는 분명하다. 그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창조성이 습관화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환경과 연결된 준비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그런 환경 속에 놓음으로써 그들은 창조적인 하루를 시작한다." 29

 

의식, 예배, 절차……. 이런 식의 표현들은 창조적 습관은 결국 운명을 만들어내는 형식과 분리가 불가하다는 선언이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의식-다른 말로 습관은 있던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모순이다. 모순, 바로 그곳에서 신이 아닌 인간의 창조적 습관은 시작된다. 의식은 창조적 습관(이 말 자체가 모순이다)은 매일 반복되는 의식을 통해 몰입의 단계로 들어간다. 커피 한자, 머리감기, 청소, 옆 사람과 수다 등등 자신만의 의식이 있다. 송창식은 아침에 일어나면 소리를 꽥꽥 지른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것을 우스개로 말했지만 나는 의식으로 들렸다.

 

타프는 이렇게 2장을 마무리 한다.

 

"당신에게 적합한 작업환경을 선택하고, 매일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밀어붙이는 의식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다른 흥밋거리에 눈을 돌리지 않을 때 첫 번째 장애물은 뛰어넘은 셈이 된다. 당신은 이미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46

 

그랬다. 의식은 단순화의 시작이고, 창조적 습관을 위한 전주곡이다.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매일 아침 스튜디오에 들어가 똑같은 일을 반복했는데, '피아노 앉아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는 것이다.(29) 저자가 아는 어떤 요리사는 '집에서 손바닥만 한 테라스를 차지하고 있는 뜰을 꼼꼼히 돌보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반복된 습관이 결국 창조적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도 하루를 시작할 때 항상 커피를 마신다. 어제는 바빠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다른 날보다 힘들고 우울했다. 생각해보니 바쁘게 일하다보니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날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는 것과 마시지 않은 것의 차이는 컸다. 사소한 곳에서 하루의 성패가 좌우된다. 이것이 의식이다.

 

의식은 그것 자체에 있지 않고, 그 의식 다음의 일들에 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다른 단추도 바르게 낄 수 있다. 커피 말고 다른 의식은 없는지 살펴보니 있다. 알라딘에 접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니가 기다리고 있다. '주인님 어떤 책을 소개해 줄까요?'라고 묻는다. 무의식적인 클릭이 신간과 MD추천 도서나 오늘의 신간 등으로 이동해 들어간다. 요리저리 살핀 다음 브라우저를 닫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십 분에서 많게는 30십분 정도지만, 책을 살피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느낀다.

 

알라딘은 나의 독서생활과 창조적 습관의 의식이다. 오늘도 신간 마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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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치명적 매력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지만, 얼마 동안 알라딘을 떠났었다. 마음이 말이다. 글을 성의없이 몇 개 올리기는 하지만 마음을 콩밭이다. 예스24에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고, 수년 동안 방치한 네이버 블로그에도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나 두어달 가까이 노력한 것에 비해 보람이 없다. 수고한 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할 뿐더러 그들만의 묘한 텃세를 느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세계는 낯설기가 그지 없다. 알라딘도 그럴까? 


뭐든 새로 시작하면 대가를 지불해야하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도 쉽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단기간에 뭔가를 얻으려는 욕망 때문이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론, 글쓰기의 불편함이 극도 이르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알라딘의 경우는 원하는 책은 불러들여 삽입하기도하고, 이미지도 수월하게 넣을 수 있다. 이것또한 익숙한 탓이리라. 이러한 알라딘의 매력 앞에서 다른 블로그는 불편하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결국 오늘 결론 내리기를 '알라딘에 다시 착륙하자'다. 



하구잡이는 바쁘기만 하고 성과는 없다. 내가 그렇지 않는가. 좀더 깊이 있고 성의 있는 글로 채워야겠다. 숨겨든 나만의 끼도 내보이고 싶다. 알라딘이 좋다. 봄이 오니 더 좋다.



지금 읽고 있는 세 권의 책이다. 봄에 어울리는 책은 아니지만 삶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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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5-03-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알라딘을 떠나기가 저도 어렵더라구요

낭만인생 2015-03-11 13:53   좋아요 1 | URL
알리디너들의 특징일까요? 댓글 감사합닌다.

[그장소] 2015-03-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만 램프요정에 훅~당하지않도록!^^
ㅎㅎㅎ밀당을 잘하는 고수거든요~(응?)

낭만인생 2015-03-12 20:3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요술램프가 문제네요.

클라라비 2015-03-12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헤어날 수가 없어요

낭만인생 2015-03-12 20:3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글맛에 제법이죠.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53회 너무도 쓸쓸한 당신


오랫만은 아니다. 불과 20일 전에 들렀으니 말이다. 책을 사지 않는다 않는다 하지만 결국 또 저지르고 말았다. 책 중독이 분명해. 난 그걸 알아. 그치만 어떡해 이게 내 운명인데. 책은 내 운명이야. 


며칠 전, 아들이 '알라딘에 가고 싶어요!'한다. 아들의 입에서 책을 사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어떤 부모가 '안돼!'라고 딱 잘라 말할까? 다른 사람은 그럴지 몰라도 나는  못한다. 난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아들의 말이 귀전에 맴돌즈음. 아내에게 알라딘에 가자고 꼬득인다. 그리고 이말, 아들이 알라딘에 가고 싶데.는 말도 빼지 않고. 아내 경고가 엄숙하게 이어진다. '아들 책만 사고, 당신 책은 안 돼요!' 딱 잘라 말한다. 너무~~~하시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응 알았어'가 나온다. 일단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아내를 건드려 좋은 일이 뭐 있겠는가. 또한 몰래 사려는 속내도 감출겸 나는 그렇게 순한 양이 되었다. 늑대인데 말이다.


그렇게 우린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아들이 도착하자 곧바로 서면으로 출~~발. 날씨가 풀려서인지 거리에 차가 많다. 알라딘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니 입구에 [만차]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이런... 멀지만 언제나 주차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5분 정도 걷는 것은 몸에도 좋지 않는가. 그렇게 우린 함께 걸었다. 


서면 시내를 걷기 참 오랫만이다. 곧바로 알라딘으로 직행한다. 대현 지하상가에 들어서니 뭇 여성들의 웃차람이 심상치 않다. 봄이 가까운 것이다. 열의 아홉은 여자다. 여자는 도시를 좋아한다. 여자는 수다를 좋아한다. 여자는 가까이 있어야 행복한다. 천상 도시는 여자의 것이다. 남자는 고독을 씹으며 홀로 거해야 하니. 이것이 남자의 운명이다. 시골을 내려가자는 가족치고 남자가 서두르지 않은 집이 몇이나 될까. 하여튼 봄은 여자에게 먼저 온다. 


알라딘에 들어서니 오늘 들어노 책의 권수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1561권. 와우 누가 저 많은 책을 팔고 갔단 말인가? 입구에 세워진 책, <메이드 인 공장>이 보인다. 가격을 보니 중고인데도 무려 9,100원이다. 다시 내려 놓았다. 아내와 아들은 순신간에 사라지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알라딘에서 우리는 이산가족이다. 뿔뿔이 흩어지고 찟어진다. 이건 운명이다. 내가 가장 즐기는 곳은 바로 '오늘 새로운 들어온 책'이다. 그곳으로 직행해 책을 고른다.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집어든다. 다시 <설득의 심리학>을 집어 들었다. 설득의 심리학은 저번에 잘못 고른 적이 있어 저자를 확인했다. 로버트 차아디니 맞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책,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와 박완서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이다. 둘 중의 한 권을 골라야 했다. 몇 초의 갈등을 하고나서 박완서를 선택한다. 박완서의 책은 오래된 것이라 절판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박완서의 책은 수집하려는 속셈도 있다. 그렇게 나는 세 권을 구입했다. 아들이 살아남기 시리즈를 잔뜩 들고 온다. 이게 아니었는데, 아내는 사 준다고 한다. 이런... 글밥이 많은 책을 사야지. 하지만 아내는 그래도 오랫만인데 하며 사준다. 하는 수 없이 계산대고 간다. 


계산을하니 오만원에서 3천원정도가 모자란다. 직원 가라사대

"오만원이 되면 2000마일리지 추가 적립됩니다." 


눈이 번쩍 뜨인다. 그럼 사야지. 꼭 사야지. 그게 얼만데 하며 들어올 때 봐 두었던 <메이드 인 공장>을 들고온다. 이런. 비싸잖아. 아내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투덜거린다. 그래도 모르는체 하고 계산한다. 이게 인생이지 않는가. 이게 책 사는 재미이고. 이렇게 네 권의 책을 구입했다.  


 

 

박완서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읽다가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절대공감바로 그 이유로. 서문부터 남다르다. 직접 인용하면 이렇다.

 

내가 상을 탈 때라던가 남의 수상식에 갈 때마다 느기는 건데, 상금만 있고 수상식은 없었으면 상도 탈 만하련만, 하고 느끼곤 한다. 수상식엔 으레 음식이 나오니까 수상식까지는 참아준다 해도 빤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수상소감이라도 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비슷한 생각을 책을 낼 때도 하게 된다. 왜 꼭 빤한 작가 서문이라는 걸 써야 되는지. 그 부담감이 소설 한편 만들기보다 훨씬 괴롭다.”

 

서문쓰기 싫어하는 내색까지 하는 작가라. 참 기이하다. 그런데 밉지 않다. 바로 이점의 박완서의 매력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에게도 할머니뻘인데도 묘한 매력이 있다. 어쨌든 책의 제목인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곧장 나아갔다. 1997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은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교장선생님의 사모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 헤어지려고 딸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 집을 나선다. 교육이란 명분으로. 이혼은 아니지만 서로 무관심한 별거상태다. 아들 딸 모두 제 길을 갔는데도 귀가(歸家)하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 남편은 퇴직하고 시골집에 머문다. 그런데도 미운 감정에 절대 내려가지 않다가 아들 결혼 때문에 결국 만나게 된다. 재력이 되는 안사돈과의 관계 때문에 부하기 치밀지만 참는다. 사돈이 자식들에게 주라고 건네준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일부러 주지 않는다. 골탕 먹이고 싶었지만 이것도 실패한다. 결국 남편과 함께 작은 모텔에 들어간다. 아들은 사돈집에 빼앗겼다는 것도 억울하고, 남편이란 작자도 체면만 차리고 다부짐도 없어 더 허하다. 마지막 남은 것이란 고작 남편의 정강이다.

 

오늘 하루 쓰잘데 없이 애만 썼다는 사소한 허전함이, 일생을 헛간 것 같은 거대한 허전함이 되어 그녀를 한없이 미소하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럴 줄 알고 뭔가로 메우려고 너무 허둥댔음일까? 검부러기라도 움켜잡듯이 마지막으로 움켜잡은 게 펴보니 고작 남편의 정간이었다.”

 

말라비틀어진 남편을 보며 헛한 생각이 찹찹하다. 자식들을 위해 벌지는 못해도 과하게 아껴 쓰며 살아온 남편을 생각하니 갑자기 불쌍해진다.

 

도대체 어떡하고 살기에 제 몸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때가 낀 손톱과 함께 그의 지나치게 초라하고 고달픈 살림살이가 눈에 선했다. 그렇게 안 살아도 될 만한 연금을 받고 있는 남편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마냥 얽매여 있으려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목구멍으로 뜨겁게 치받쳤다. 그녀는 세월의 때가 낀 고가구를 어루만지듯이 남편 정강이의 모기 물린 자국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발견일까? 아니면 아버지의 재인식일까? 불쑥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기억으로 침공한다. 빨리 시골에 내려가야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좀 더 건강하실 때 돌봐 드려야겠다.

 























바늘 귀를 통과한 여자도 있다. 시집.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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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1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라인 중고서점도 5만원 이상 구입하면 적립금을 주는군요. 저도 중고서점에 생각날 때마다 방문하는데 5만원 이상 사본 적이 없어요. 많이 사면 3만원 넘어갑니다.

낭만인생 2015-03-11 11:3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중고서점은 가격이 싸서 5만원이상 구입하는게 쉽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