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청계천에 즐비하게 늘어섰던 무허가 '간이 이발소'가 자취를 감춘 것은 복개 공사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27쪽 김태길 <이발소> 중에서


수년 전에 청계천을 다시 개방? 했는데, 복개라니.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세월은 이렇게 흐르는 가보다. 시골집에서 찾아낸 범우사사르비아 문고판이다. 그 때는 이런 책은 많이 읽었다. 이곳에는 피천득의 <인연>과 윤오영의 <방망이 깍던 노인>도 있다. 두 수필은 나에게 수필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와 읽어보니 참 별로다. 그들에게 죄송하지만. 특히 피천득의 '인연'은 왠지 어색하고 억지스럽다. 그때는 강렬한 인상을 받고 '미완의 아름다움'과 '세월의 헛됨'에 괴로웠는데. 이제 돌아보니 별로다. 내가 변한 거겠지. 


윤오영의 <방망이 깍던 노인>은 '벌써 40여 년 전이다.'로 시작한다. 그때도 오래 전인데, 그보다 40년 전이라면 얼마 전이란 말인가? 아마도 1937년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윤오영의 생몰연대가 1907년에서 1976년이니 말이다. 위앙스가 삼십대 초반쯤되니 1907년에 30년을 더하면 1937년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 수필은 1976년 죽기 바로 직전에 쓴 것일수도 있다. 신혼 때, 내가 갓 세간 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 내려가 살 때였다.(20쪽)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노인을 답답하게 생각하던 저자는 세월의 허무 속에서 삶에 천착했던 노인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이젠 방망이 소리 듣지 못한다고 한숨이다. 나 또한 어릴 적 어머님의 방망이 소리를 들으며 컸다. 이제 그소리 들리지 않는다.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내 아들은 달나라 구경을 하며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갤럭시 노트5를 보며, 참 많이 변했다고 허탈해 하지 않을성 싶다. 역사란 다 그런거다.


그나저나 요즘 명수필은 어떤게 있나?
















이젠 수필보다 에세이란 이름을 더 많이 붙인다. 요즘 뜨는 에세이 작가를 보니 한비야, 김하영 임경선 등이 있다. 김하영의 에세이는 아직 읽지 못했다. 현대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는 박완서와 장영희다. 두 분다 고인되어 더이상 새로운 글을 읽지 못함이 아쉽다. 더 젊은 작가들이 나오겠지. 내 맘에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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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3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얼마전에 슈테판 츠바이크 책을 봤는데, 문장가와 수집가의 아름다운 조합이었습니다. 그가 쓴 베토벤에 대한 전기집을 읽어보고 싶더군요.

한국작품으론 이상의 수필집 추천합니다. 그의 비유는 전혀 고루하지 않아 글 전체가 빛나죠^^

낭만인생 2015-06-02 10:04   좋아요 0 | URL
이상도 수필을 썼군요. 감사합니다. 아직 수필 쪽은 문외한이라..

oren 2015-06-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마득한 옛날 생각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게 만드는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살던 옛 고향집에도 여느 시골집이나 마찬가지로 책은 참 드물었는데, 그 당시(새마을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초가집이었다가, 새마을 운동 이후로 기와집으로 바뀐 바로 그 고향 시골집에서 살 때) 가끔씩 눈에 뜨이던 `샘터`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이야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착각할 때도 많았답니다. 읽을 거리가 너무나 없을 땐 `국어사전`을 마음내키는 대로 펼쳐 읽던 때도 자주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ㅎㅎ
 

이런 책도 있구나. 식탁의 교제가 이리도 소중한 것인데 잊고 산다. 한 끼의 식사는 생물학적 필요만 채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또 다른 읽기가 존재한다.


"밥 먹자!"

누군가와 식사를 하다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알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이력서나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진실하고 중요하다.

_ 미셸 퓌에슈 < 나는, 오늘도 먹다>

(도서출판 이봄 페이스북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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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들에 관하여

 

예언자 (豫言者)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가올 일들을 미리 말하는 사람' 정도로 정의한다. 그럴 법도 하다. 한자어를 봐도 예'미리'란 뜻이고, ''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만약 예언자가 미래를 미리 말하는 사람이라면 왜 다가올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닐까? 종교를 떠나 예언자는 종종 하늘의 계시는 받거나 신적 능력을 입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하나의 설교이다. 예언은 무료한 일상에 대한 충격요법으로 생각해도 된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지는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는 미래가 아닌 여기의 이야기다. 일상을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도록 관점을 우회시켜 준다. 랍비인 아브라함 헤셀 역시 이스라엘의 고대 예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들려주지만 결국 지금 여기의 우리의 이야기다. 예언자들은 미래를 말하는 사람으로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새롭게 보도록 관점을 혁신시킨다.

 

예언자를 검색하면 당연히 기독교 서적들이 많다. 성경에 엄연히 예언서가 존재하다보니 그에 대한 책들이 즐비할 것이다. 모든 종교는 계시로 시작한다. 이것은 기독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땅의 종교로 알려진 힌두교도 계시에 의존한다. 땅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하늘은 땅에 다른 이름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윤회설은 땅과 하늘이 조우하는 이론이다. 물론 도무지 믿기지 않겠지만. 윤회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늘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건 땅의 이야기다. 즉 땅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는 다음세상을 판가름한다. 이것은 윤회설을 떠나 기독교의 실천적 신앙측면에서도 동일하다. 문제는 땅이지 하늘이 아니다.

 



















존경하는 학자인 월터 부르그만의 <예언자적 상상력>은 일상에 함몰되어 우상이 되어버린 삶을 타파하고 삶을 초월하는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촉구한다신앙의 힘은 땅을 이겨내는 힘이 아니다하늘의 힘으로 땅을 변혁시키는 것이다예언자는 하늘의 집배원이다하늘의 이야기를 땅으로 전달한다땅을 변혁하고 새롭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결국 땅의 이야기인 셈이다헨리 나우웬의 전기인 마이클 앤드류 포드의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도 땅의 이야기를 다룬다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면서 삶의 고뇌를 겪는다참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결국 진리를 찾아 나선다그는 순례를 떠난다길 위에서 진리를 발견한다그것은 예수의 길이었고상처 입는 삶이다상처를 입은 자만이 상처 입은 자를 위로할 수 있다차준희 교수의 <열두 예언자의 영성>을 통해 구약의 예언자들의 영혼을 다룬다아프지 않고 아무도 예언자가 되지 못한다.



















 

지난 주부터 클라우스 코흐의 <예언자들1.2>를 읽고 있다구약의 예언자들에 대해 말한다코흐는 예언자들의 발흥(勃興)을 왕정시대로 잡는다고대 이스라엘은 선견자아 예언자는 존재하지 않았고있어도 갑자기 임한 특별한 순간에만 임시적이었다아브라함은 족장임과 동시에 예언자다왕정이전에는 제사장들과 모세와 같은 특별한 리더들이 예언자를 겸했다그러나 사울왕 이후 예언자들은 돌출적으로 시작된다이것은 왕정이란 체제가 합리성과 철저한 땅의 논리에 함몰되기 때문이다예언자는 하늘을 이야기하는 자들이다하늘을 이야기함으로 땅에서 혁신을 추구한다하늘이 사라진 땅은 반드시 타락한다물이 고이면 썩듯예언자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부는 하늘의 바람인 것이다코흐는 왕정시대가 되면서 예언적 역할을 감당한 제사장들이 갑자기 하나님의 영감을 구하지 않’(39)았다는 것을 주목한다즉 하늘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거짓과 탐욕을 왕정을 통해 이루기 위해서는 왕정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경계를 넘어선 그 어떤 것도 추가 시키거나 들여서는 안 된다.

 

예언자들은 왕정이 강제한 침묵을 깨는 자들이다그들은 하늘의 관점에서 땅의 타락을 깨부순다폭력과 타협으로 이루어진 합의를 폭로한다그런 의미에서 예언자들은 사건의 참된 증인들이다예언자들이 하나님을 인격적 실체로 묘사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하나님은 이스라엘에 개입한다불의를 질책하시고착취와 억압을 지탄(指彈)한다이스라엘 초기 선지자였던 아모스는 이렇게까지 왕정시대의 불이를 고발한다.

 

야곱의 두령들과 이스라엘 족속의 치리자들아청컨대 들으라공의(公義)는 너희의 알 것이 아니냐너희가 ... 내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그 뼈에서 살을 뜯어 그들의 살을 먹으며 그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꺽어 다지기를 남비와 솥 가운데 담을 고기처럼 하는도다.”(3:1-4)

 

예언의 핵심은 파멸이다너희의 그러한 행실은 나(하나님)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는 하늘의 소리를 대언한다물론 이것은 회개(悔改)를 촉구하는 땅의 이야기다하늘의 이야기는 결국 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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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믿지 않는 예언가, 카산드라...그래서 신화가 참 신비하기도 합니다. 그 오래 전에도 여전한 세상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칼릴 지브란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서 예언자를 가져온 만큼 그것을 단순히 미래적 종교성으로는 볼 수 없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여기, 이 현실을 바꿀 때 열리는 미래를 말하려고 했다고 할까요. 코흐의 예언자들은 어떨지 또 궁금하네요

낭만인생 2015-05-12 17:49   좋아요 1 | URL
예언자들은 공부할수록 매력적인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과 글쓰기


한메일은 잘쓰지 않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두 번쯤 들어간다. 그러니 중요한 일이 있으면 못보는 수가 있다. 그런데 며칠전에 쓴글이 블라이드 처리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ADHD가 만들어진 질병이라는 기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기사를 통째로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고 나의 의견을 조금 추가했을 뿐이다. 사실 그런 글은 거의 쓰지 않지만, 글쓰기 싫은 날 뭔가를 말하고 싶을 때 그런 식의 글을 쓴 적이 몇 번 있다. 


친절하게도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알라딘에서 블라인드 처리 해 주었다.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이번 일로 계기로 글쓰기에 좀더 고민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다른 곳에 비해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이기에 큰 부담을 갖지 않는다. 맞춤범이나 오타등을 수정하지도 않는다. 잘못된 생각이다. 앞으로 신경을 써야 겠다.


저작권 컨테츠에 대한 알라딘 방침 글을 읽어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글은 자신의 얼굴이다. 나의 나태함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좀더 신경을 써야 겠다. 알라딘 서재지기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긴급공지] 뉴스 등 저작권이 있는 컨텐츠 게시 관련 안내

http://blog.aladin.co.kr/zigi/5359984






저작권 관련 책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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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저렇게 메일로 알리는군요. 저는 이 운영방침을 알고 있는데 글을 쓰다보면 그 사실을 잊어버려요.

낭만인생 2015-05-13 14:06   좋아요 0 | URL
저도 자주 잊습니다. 메일을 확인을 잘 안하니... 신경이 쓰이네요.
 

사랑초와 옥살리스


 여름에도 꽃이 있는가 보다. 꽃=봄이란 공식을 따라 여름에는 꽃이 없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여름꽃을 찾아보니 의외로 많다.


이질꽃, 접시꽃, 집신나물꽃, 고마리, 가시엉겅퀴 등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원추리꽃도 여름 꽃이다. 산이 가까운 길가에 피는 나리꽃 종류도 여름꽃이다. 그러고보니 여름에 피는 꽃이 참 많다. 왜 이리 무심하게 살았는지 원참! 주변을 둘러보면 꽃이 지지 않는데 봄이 가면 꽃도 지는 줄 알고 산다. 가을이야 국화가 있으니 당연히 꽃과 연결이 되지만 여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깐! 여름이면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잡은 감꽃도 있지 않던가. 여름이 시작되면 더위와 함께 감꽃이 핀다. 간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면 감꽃이 뚜욱뚝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머리에도 떨어지고 장독에도 떨어진다.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그렇지만, 시큼한 맛이 좋았다. 


그리고 옥살리스로 불리는 사랑초가 있다. 사랑초는 봄과 여름을 잇는 틈 속에서 피어난다. 꽃 참 많다. 꽃 도감하나 구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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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5-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한때 식물도감이 있었는데..그때 제가본 식물을 찾아내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후에 어떤 이웃님은 사계절과 색깔로 분류한 책(예를들어 봄에 노란꽃을 보셨다면 도감에서 계절중 봄편, 노란색으로 찾을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을 구입하셨다고 들었는데 도감 구입하실때 그런 분류가 잘 되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랄께요^~^

낭만인생 2015-05-08 16: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계절별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