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윤동주의 시. 진정 스러져가는 별처럼 나약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했던 시인. 오늘 그의 시를 암송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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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정신을 단 한 단어로 말하면, 합리성이다. 그러나 근대 정신은 다른 말로 물화이며, 객관 또는 개인의 탄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근대와 더불어 전체주의와 제국주의가 탄생한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물화를 <번역과 일본의 근대>는 과학적 사고를 <근대를 말하다>는 다양성을 말한다. 하지만 결국 근대는 신을 떠나 인간의 자유를 외친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라는 필연으로 이어진다. 기나긴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들어오면서 벌인 갖가지 사건들을 언급하지만, 결국 일본은 곧 근대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있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쏜 것을 '일본 근대의 심장을 쏘다'라고 표현했으니까요. 
















도서출판 B의 책들인데.. 출판사도 낯설고 일본문학이라는 특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금의 한국 현대사는 일본의 근대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의 근대를 모르고 한국의 현대사는 없다. 해법은 일본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근대는 서양 근대나 미국의 근대와는 다른 이질적이고 기이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그런면에서 중국의 근대는 서양의 근대사와 훨씬 더 닮아 있다. 더 연구할 주제이긴 하지만 일본의 근대는 현대 한국사의 암울한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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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친으로 있는 행성B 대표인 림태주 대표가 페북에 '책바치'란 표현을 썼다. 대충 의미는 알겠는데 정확한 뜻이 알고 싶어 사전 검색을 하니 없다. 책에 미친, 책에 흠뻑빠진 그런 뜻 같은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아래는 글의 전문이며 강조글은 내가 한 것이다. 



어떤 출간 이유서

소년들은 이따금 딴짓을 합니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켜 엄청 혼나기도 합니다. 그 딴짓하던 소년이 자라서 책바치가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철학자라면>이라는 책을 부득불 우겨 계약해서는 폭망한 적이 있습니다. 절대 손익을 못 넘길 거라고 편집진에서 극구 반대했는데도 결국 고집대로 해서 아직도 초판을 못 팔고 있습니다. 그때 무릎 꿇고 벌 서는 사진과 함께 ‘반성문을 가장한 호소문’을 페북에 올려 동정표를 대량으로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로인해 겨우 사장직에서 쫓겨나는 걸 면했습니다.

살다보면 저절로 끌리는 책이 있습니다. 또 인생의 어떤 전환점이 되는 책이 있습니다. 스무 살 때 우연찮게 종군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가 쓴 <한 남자>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읽게 됐습니다. 그 청년이 자라 책바치가 되었고, 그 소설이 얼마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지 그녀가 직접 쓴 자서전을 출판 계약하기에 이릅니다. 마치 그래야 하는 운명인 것처럼 말이지요.

몇 해 전에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라는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우연히 읽은 게 아니었습니다. 스물한 살 때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내내 가슴 안에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던 그 청년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사랑했고,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눈 떴고, 수전 손택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청년의 삶을 뒤흔들었던 그녀들의 반항적인 문체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책바치가 된 한 남자가 펴냈습니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를 출간한 이유는 내 딸도 그 청년이 그랬던 것처럼 버지니아 울프와 시몬 드 보부아르와 실비아 플라스의 파득거린 생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행성B의 신간들이다. <각방예찬>과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은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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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4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장인들을 부르던 명칭(?) 중에 갖바치 ㅡ가 있죠 .
만들어 파는 사람 ㅡ 뭐, 책바치는 책을 제조하고 파는 사람 쯤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 .. ^^ 책쾌 들과 더불어 찾아보시면 재미있을거에요.

낭만인생 2017-02-25 13:4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지난 달 부턴가 주유소를 지나다보면 가격표를 유심히 보게 된다. 어느새 1500원대 이상의 가격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언제 오른지도 모를 휘발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스도 나오지 않고 말이다. 예전에 대우자동차에서 레간자 선전할 때, '소리 없이 강하다'고 했든데, 이건 소리 없이 오른다.'다. 


예전에 5만원이며 가득 차던 주유탱크가 7만원을 넣어야 가득 찬다. 불과 일년 사이에 가격이 20%이상 오른 것 같다. 내 기억으로 분명 작년 초만 해도 1300원대가 종종 보였는데 이젠 1400원대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이제 어디 다니는 것이 겁이 난다. 부산 한 번 오가면 주유비만 8만원 정도, 도로비까지 합하면 기본 12만원 정도는 훌쩍 넘어간다. 오로지 도로 위에만 쏟아 붓는 돈이다. 그냥 아깝다. 그렇다고 안 다닐 수도 없고. 




한길사로로부터 <안희정의 길>이 도착했다. 빠르다. 어제 보냈는데 말이다. 또 다른 신간이 있는 가 싶어 찾아보니 두 권이 더 보인다. <난세의 사상가 야산 어달>은 일제 강점기 시절 주역을 통해 역사를 해석한 독특한 인물이라고 한다. <주역>이 하도 궁금해 나도 읽어 보니 난 도무지 눈에 들어 오지가 않는다. 아직까지 나에게 주역도 버겁다. 


안희정! 정치에 너무나 관심이 없는 나에게 안희정은 낯설고 어색하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페친 중의 한 분이 집중적으로 안희정을 띄우는 타세 자주 읽게 되었다. 초기에는 청렴결백, 핸섬 총명 뭐 이런식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최근에 안희정은 내가 보기에 급속히 우경화 된다고 해야할까?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의 기사들은 그것은 강조해 보여준다. 그래서 난 안희정은 응원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성질 고약한 이재명도 그렇고. 문재은 뭔가 2% 부족하고. 어렵다. 


휘발유가 조용히 오릇듯 대선주자들도 조용히 아니면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 정의당 찍는 거 아냐? 
















그런데 안희정의 책이 적지 않다. 직접 쓴 것,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까지 합하면 열권은 되보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정치인들은 책 내고 출사표를 던지는가 보다. 그런데 이 분들 정말쓸 자신이 직접 책을쓸까? 내가 볼 때 99.99999%는 아닐 것이다. 진짜라면 대단한 사람들이다. 누가 좋다 나쁘다는 떠나서 한 사람 한 사람 알아가는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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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의 매력이 적지 않다. 단지 품절되고 가격이 싸서 가는 것만은 아니다. 어제도 순천 헌책방에 들러 7만원이 넘는 책을 사들고 왔다. 18권에 7만원이라니...

눈물나도록 싸다. 이렇게 사도 되는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몇 권만 사야지 하면서도 나올때는 항상 무겁다. 작년에 사 놓은 박완서의 <한길 사람 속>이란 책을 읽다가 중간에 껌종이를 발견했다. 아~ 예전에 껌종이 많이 모았다. 학창시절에 친구끼리 모여 껌종이 따먹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지만 껌종이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어떤 껌종이는 매우 비쌌다. 아마도 구하기 힘든 껌종이가 가격이 많이 비쌌던 것 같다.


어떤 책에서는 선물용으로 저자 사인이 들어간 책도 있고, 어떤 책은 선생님이 졸업한 학생들에게 사서 사인해준 책도 있다. 아쉽게도 선물받은 책들은 대부분 줄하나 그어지지 않은 깨끗한 책이었다. 깨끗하게 읽으려는 습관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팔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십여년 전에 어떤 여학생은 책을 사서 학기가 지나면 그 책을 후배나 다른 사람에게 되팔았다. 그녀의 책은 정말 깨끗했다. 그래야 중고책의 가격이 높다고 설명까지 해주었다. 난 팔 책이 단 한 권도 없다. 하나같이 줄을 긋고 더립힌다. 팔 생각도 안하거니와 줄을 긋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전히 기억력이 좋지 못한 까닭이다. 





헌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저자 도장이다. 지금은 도장을 대체로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 책들은 대부분 도장을 사용했다. 책이 많이 팔리면 3쇄 4쇄 때마다 도장을 가져가 찍었다. 초보작가나 무명은 자기가 수천권을 다 찍었지만 이름이 나있는 작가들은 출판사에서 도장을 찍어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도 박완서 선생의 도장이 찍혀있다. 그립다. 살아 계시다면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텐데.. 


혹시나 신간이 있나 찾아보니 몇 권이 보인다. 아직 읽지 않은 세 권을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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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헌책방에서 산 책을 펼치면 오래된 낙엽 한 장을 발견하곤 합니다. 세월의 흐름 때문에 낙엽 색깔이 정말 누렇습니다.

낭만인생 2017-02-23 19: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에 낙엽 많이 넣었는데... 추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