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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미술과 클래식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경arte / 2023년 7월
평점 :
이번에 소개된 39인의 예술가 중에 내가 제일 인상깊다고 생각했던 3명은 화가 프리다 칼로, 현대미술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이다.
멕시코 출신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는 꽤나 유명하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침대에서 누워 보내던 시절부터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은 프리다 칼로의 삶의 이유이자 삻 그 자체였다.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을 하지만 디에고 리베라는 여성편력으로 수많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것은 물론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과도 사귀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 내가 굳이 프리다 칼로를 제일 처음으로 인상깊다고 쓰는 이유는 그림 'Viva la Vida'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눈썹이 거의 일자로 붙은 자화상을 많이 떠오릴테지만 이 책에서는 수박이 나오는 'Viva la Vida'를 제일 처음으로 소개한다.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 '인생이여, 영원하라'는 뜻인 'Viva la Vida'에 왜 수박이 나오는 걸까? 프리다 칼로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무언가 혹은 애정으로 가득찬 것이 아닌 다양한 익음 정도를 보여주는 수박으로 'Viva la Vida'를 그린 것은 참신하였으며 '도대체 왜 하필 수박이지?' 갖게 해주었다. 예술에는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고 작가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뜨거운 여름을 견디는 수박으로 인생을 표현한 것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미술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을 소개한 것은 정말 놀라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예술가로 분류되는 화가, 가수, 조가가 등이 아니라 미술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을 책에서 소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페기 구겐하임이 현대미술의 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페기 구겐하임은 1900년대 초반 부모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은 후 미술 컬렉터로 이름을 알린다. 각종 인물사전에 직업이 '미술 컬렉터'로 소개가 될만큼 예술분야 중 미술에 엄청난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현대미술을 하는 작가에게 아예 생활비를 주며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할 만큼 예술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유한 사람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돈을 제대로 사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좋은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페기 구겐하임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미술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으며 실력있는 예술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페기 구겐하임은 사후 그 이름을 딴 현대미술관 페기 구겐하임이 생겼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그 페기 구겐하임이 구겐하임 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건물은 페기 구겐하임이 살던 그 건물인 것은 맞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에는 못 가봤지만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 봤던 사람으로서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구겐하임 미술관은 살면서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책에 소개된 인물 중 유일하게 모르고 있던 사람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나름 예술을 좋아하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며 주변에 예술을 하는 사람도 많으며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책에 소개될 정도의 인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했는데, 이번에 모르는 사람이 나와버렸다. 책을 읽은 후 유튜브에서 마리아 칼라스를 검색하여 노래를 들어봤는데 상당히 마른 몸을 가졌지만 부드럽고 힘찬 음색으로 노래를 불러 매우 놀라웠다. 화가가 아닌 음악가가 소개될 때는 QR코드로 해당 음악가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두었는데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좋은 생각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