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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10월
평점 :
메타버스란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린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Meta로 바꾸기도 했다. 책 제목대로 과연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개념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게다가 저자는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 교수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은 소설가로도 알려졌지만, 이화여대에서 오랜 기간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한 이인화 교수가 썼다. <리니지2>에 심취해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이야기』를 쓰며 일찍이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눈을 떠, 2008년부터 이대에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으니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나오는 '메타버스' 이름이 들어간 저작물의 저자 중에서도 돋보이는 이력의 소유자라 하겠다. 본인은 '게임 중독에 빠진 한심한 교수라는 조롱을 당하면서 얻은 작은 결실'이라고 몸을 낮추지만 내용물은 매우 알차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실체 / 쟁점 / 활용」의 3부로 나누고 그 내용은 12개 챕터, 38개의 도표와 그림으로 요약했으며 저자가 생각하는 요점들을 소설가답게 이야기체로 풀어주고 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이 분야에 너무 까막눈이기에 책의 내용을 소화하기엔 기본기가 매우 부족하단 점이다. 메타버스를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MMORPG로 대변되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선경험이 필수적일 텐데, 게임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난 게임과 담을 쌓고 살았다. 결국 메타버스라는 신세계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려면 시각적인 접근이 필수적인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만 접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어쩌면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여기 소개된 <로블록스>에 한 번 접속해 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를 수 있겠단 생각이다. 용어도 생소했고, 개념은 뜬구름 잡는 듯 해상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빼어난 소설가인 이인화의 필력으로도 나 같은 문외한을 구하진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문제다.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미 국방장관 도날드 럼스펠드의 '지식의 사분면'에 따르면, 난 철저히 '뭘 모르는지 모르는 무지Unknown Unknown'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76쪽)
이 대목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빠르게 변한다. 젊은 층은 빠르게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도 분명 존재한다. 이제 겨우 따라갈만하면 또 다른 신문물이 눈앞에 버젓이 나타나니, 보조를 맞추기란 요원하다. SNS에 비유하자면 아직 블로그에 열심히 글 올리는데, 인친들은 어느새 모두 인스타그램 위주로 활동하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이제 겨우 네이버, 카카오톡 그리고 거기서 제공하는 각종 2차원 서비스에 익숙할만한데, 3차원 그래픽으로 된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아바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한다고? WHY?
<로블록스>의 대표 페르소나는 열세 살이다. <로블록스>의 5천만 개에 달하는 게임 월드는 대부분 미성년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이고, <로블록스>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튜디오 스크립트 대사부인 옐롯 선생은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란다. 10대가 선도하는 매체 메타버스는 열세 살 공룡이가 천백만 원씩 버는 세상이다.
"2020년 <로블록스>에서는 이런 아이들 125만 명이 3619억 원을 벌었다. 상위 1250명은 <로블록스>에서 천백만 원(1만 달러) 이상을 벌었으며 최상위 300명은 12억 이상을 벌었다." - 18쪽
뭔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기보다 무섭다.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름 몇 가지 메타버스에 대한 핵심 포인트는 기억해두려 한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가상공간이다. 더 상세히 말하면 인터넷에 의해 연결된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기반의 인터랙티브 환경으로, 아바타가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가상화된 세계이다." - 22쪽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는 구글 같은 데이터 검색 위주의 2차원 웹 포털을 대체할 '3차원 웹 포털'로 진화할 것이다." - 126쪽
"영화나 소설처럼 한 사람의 작가에 의해 창작되어 시작, 중간, 끝의 일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선형적 서사라고 한다. 그에 반해 메타버스의 서사는 매체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고, 사용자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비선형적, 상호작용적 서사이다." - 135쪽
"말과 글과 코딩은 인간이 뭔가를 배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세 가지 방법이다. 인간의 의미작용은 말하기에서 글쓰기로, 글쓰기에서 코딩하기로 발전해왔다." - 216쪽
"메타버스를 포함한 디지털 미디어는 국적과 인종과 문화권을 초월하여 전 지구적인 규모의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여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거대한 스토리 거주 환경이 나타날 것이다. 스토리를 말하는 것storytelling이 아니라 스토리 안에서 살게 될 것storyliving인 것이다." - 234쪽
책의 표지 "우리가 살아갈 오래된 미래, 메타버스"란 문구가 보인다. 장강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인터넷, SNS, 암호화폐, NFT... 그리고 메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