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악마(小惡魔)

저자 : 박용철

내 심장은 이제 몹쓸 냄새를 뿜으며
가마 속에서 끓어오르는 콜타르 모양입니다.

가죽히 들리는 시냇물 소리도 귀찮고
개구리 울음은 견딜 수 없이 내 부아를 건드립니다.
내가 고개 숙이고 들어가지 아니치 못할
저 숨막히는 초가지붕을 생각고
나는 열 번이나 들쳐서 나무칼을 휘둘러서는
애먼 풀잎사귀를 수없이 문지릅니다.

비웃어주는 별들도 숨어버리고
반 넘은 달이 구름에 싸여 희미합니다.
힘없는 조으름이 온 나라를 다스리고
배고픔이 날랜 손톱으로 관장을 긁을 뿐입니다.

지리한 장마 속에 귀한 감정은 랑이가 피고
요행히 어리석음에 동말을 타고 돌아다녀서
난장이가 재주란답시뒤궁구르면
당나귀의 무리는 입을 헤벌리고 웃습니다.

이러한 공격을 내가 더 어떻게 계속하겠습니까?
이제 내 감정은 짓부비어 팽개친
종이 부스러기 꼴이 되어 버려져 있습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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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저자 : 박용철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쉬임없이 궂은비는 나려오고
지나간 날 괴로움의 쓰린 기억
내게 어둔 구름 되어 덮이는데.

바라지 않으리라던 새론 희망
생각지 않으리라던 그대 생각
번개같이 어둠을 깨친다마는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 데 계시오니

아-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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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랴마는

저자 : 박용철


설만들 이대로 가랴마는
이대로 간단들 못 간다 하랴마는

바람도 없이 고이 떨어지는 꽃잎 같이
파란 하늘에 사라져버리는 구름쪽 같이

조금만 열로 지금 수떠리는 피가 멈추고
가는 숨길이 여기서 끝맺는다면-
아-얇은 빛 들어오는 영창 아래서
차마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온 가슴에 젖어나리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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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배

저자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ㄴ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회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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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심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또 싱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불거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무 먹어서 그런 걸 모르고 냇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여 심곤 조금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모를 심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도그대로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털썩 주저앉았다. 일이 암만 바빠도 내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대며 장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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