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그대로 읽는 한국근대소설) 현진건 빈처 외• 저자명 |현진건• 출판사 | 하북스• 내페이퍼명 | 하북스• ECN 번호 | • 전자책 ISBN | 9791187131281• EMAIL | berlian@naver.com• 출판일 | 2019-10-10 - P74
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 한 개를 피워 물 적에 한성은행(漢城銀行) 다니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 왔었다.친척은 다 멀지 않게 살아도 가난한 꼴을 보이기도 싫고 찾아갈 적마다 무엇을 뀌어 내라고조르지도 아니하였건만 행여나 무슨 구차한 소리를 할까 봐서 미리 방패막이를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여 나는 발을 끊고 따라서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 P3
"빌어먹을 것 되는 대로 되어라."나는 점점 견딜 수 없어 두 손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았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 번,"후 -" 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베고 책상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 P3
˝빌어먹을 것 되는 대로 되어라.˝나는 점점 견딜 수 없어 두 손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았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 번,˝후 -˝ 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베고 책상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 한 개를 피워 물 적에 한성은행(漢城銀行) 다니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 왔었다.
봄은 벌써반이나지났건마는 이슬을 실은 듯한 밤기운이 방구석으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와 사람에게 안기고 비가 오는 까닭인지 밤은 아직 깊지 않건만 인적조차 끊어지고 온 천지가 빈 듯이 고요한데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한없는 구슬픈 생각을 자아낸다. - 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