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찻길로 직로라 차로 오자면 고향은 배편이 안전타고 뱃길로 돌아왔다. 어디는 제 땅이 아니냐. 아무 데나 내려서 가자. 인천에 와 닿고 보니 뜻도 않았던 삼팔선이 그어져 제 나라가 아닌 것처럼 남과 북이 제멋대로 굳었다. 그래도 내 땅이라 못 갈 리 없다고 삼팔의 경계선을 넘다가 빵 하고 산상에서 터져 나오는 총소리에 기겁들을 하고 서성거리다 보니 동행자 중 한 사람이 거꾸러졌다. 삼팔의 국경 아닌 국경을 넘기란 이렇게도 모험인 것을 체험하고 고향이래야 일가친척도 한 사람 없는 그리 푸진 고향도 아니다.어디를 가도 제 손으로 터를 닦아야 살 차비다. 서울도 내 땅이라 보퉁이를 풀러 놓고 터를 닦자니 어려워만지는 생활, 겨울까지 눈앞에 떨어졌다. 초막의 추위는 지금도 고작이다. 밤새도록 담요 한 겹에 쌔워 신음하는 어머니, 가슴이 답답하다. 시원한 바람이 그립다. 눈이 짝해지자 산을 탔다. 산을 타니 산바람이나 시원할까. 고향이 그립다. 배꼽줄이 떨어져서부터 놀던 바다, 고향의 앞바다, 푸른 바다, 시원한 바다, 그 바다나 마음껏 바라보았으면 바다 끝같이 가슴이 뚫릴 것 같다.부질없이 봉우리를 주어 올라 지랄을 부려 보나 마음이 후련할까. 아침이 늦었다고 시장기만이 구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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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하자. 마음을 아끼지 않아 오건만 한 칸의 집, 한 자리의 일터조차도 이렇게 정에 등졌다. 일본이 물러가고 독립이 되었다. 자기도 반가웠거니와 제 땅에 뼈를 묻게 된다고 기꺼워하시던 어머니---아버지도 고로에 뼈 못 묻힘을 못내 하하셨다. 자기만 고로에 묻힐 욕심이 있으랴, 아버지의 유골도 같이 모시고 나가야 한다.밤잠을 못 자고 무덤을 파서뼈마디를 추려 가지고 나온 것이 한 사람의 잠자리도 정하지 못하였다. 나올 때에 보자기에 싸가지고 나온 그대로 어머니 곁에서 초막살이다. 묻기야 어딘들 못 묻으련만 고국도 고향이 그렇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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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위에서 까치가 푸뜩 하구 날아만 나두 가슴이 막 내려앉는 것 같구나! 글쎄 --"
어제 아침에도 낙엽을 한아름 긁어 안고 들어오며 한숨과 같이 허리를 펴는 어머니의 말을 무어라 받아얄지 몰랐다.
귀국한 지가 일년, 지난 겨울이 곱돌아 오도록 집 한 칸을 마련 못 하고 초막에다 어머니를 그대로 모신 채 이처럼 마음의 주름을 못 펴드리는 자기는 구관을 제대로 가진 옹근 사람 같지가 못하다. 가세는 옛날부터 가난했던 모양으로 아버지도 나와 한가지로 만주에서 시달리다 돌아가셨다지만 제 나라에 돌아와서도 이런 가난을 대로 물려 누려야 하는 것이 자기에게 짊어진 용납 못 할 운명일까. 만주에서의 생활이 차라리 행복이었다. 노력만 하면 먹고 살기는 걱정이 없었고 산도 물도 정을 붙이니 이국 같지 않았다. 노력도 믿지 않는 고국 --- 무슨 일이나 이젠 하는 일이 내 일이다. 힘껏 하자.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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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리 또한 그 봉우리를 헤어 넘지 못하고 중턱에 맞고는저르릉 골 안을 쓸데도 없이 울리며 되돌아와 맞는 산울림이 켠 아래서 낙엽 긁기에 배바쁜 어머니의 가슴만을 놀래 놓는다.
별안간의 지랄 소리에 어머니는 흠칠 놀라고 갈퀴를 꽁무니 뒤로 감추며 주위를 둘러 살핀다. 소리의 주인공을 찾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귀에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큰 소리가 총소리보다도 더 무섭게 들린다. 집이라고 가마니 한 겹으로 겨우 둘러싼 산경의 단칸 초막, 날은 추워 온다. 겨울 준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산등성이에 자연히 자라난 풀도 금단의 영역에 속한다. 풀이 없으면 눈비의 사태질이 산밑의 집들을 위협하는 줄을 모르느냐는 핏줄 서린 눈알이 엄한 호령과 같이 군다. 가슴이 뜨끔거리는 낙엽 긁기다. 위로와 도움은 못 드릴망정 부질없는 고함 소리로 어머니를 놀래었다. 자기인 줄을 알려야 할 텐데......어서 알리고 싶어 몸짓을 하여 목을 내빼어 보나 어머니가 그 형용을 알아줄 리 없다. 눈을 둘러 주다가 자기의 그림자를 산상에서 찾고는 긁어 모은 낙엽도 모르는 채 그대로 버리고 슬며시 돌아선다. 필시 자기를 아침마다 호령하는 그 눈 붉은 사나이로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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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헨다
1

산도 상상봉 맨꼭대기에까지 주어 올라 발뒤축을 돋우 들고 있는 목을 다 내빼어도 가로놓인 앞산의 그 높은 봉은 정복하는 수가 없다.
하늘과 맞닿은 듯이 일망무제1)로 끝도 없이 마안히 터진 바다, 산 너머 그 바다, 푸른 바다, 고향의 앞바다, 아아 그 바다, 그리운 바다.
다시 한번 발가락에 힘을 주어 지끗 뒤축을 들어 본다. 금시키가 자랐을 리 없다. 역시 눈앞에 우뚝 마주 서는 그놈의 산봉우리.
"으아---"
소리나 넘겨 보내도가슴이 시원할 것 같다. 목이 찢어져라 불러 본다.
"으아---"

주석> 1) 일망무제 :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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