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렌까‘는 ‘꾸우낀‘의 넋두리를 아무 말 없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듣는 것이었고, 그러한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지는 때도 있었다. 꾸우낀의 불행은 마침내 ‘올렌까‘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꾸우낀‘은 안색이 누렇고 이마에 곱슬머리가 덮인 작달막한 키에몸집이 여윈 사람이었다. 음성은 가느다란 테너였는데, 얘기할 적마다 입을 실쭉거렸고, 얼굴에는 언제나 절망의 빛이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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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도 저녁녘해서 또 검은 구름이 몰려 왔다. ‘꾸우낀‘ 은 미친듯이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어쩌겠다는 거야? 퍼불테면 얼마든지 퍼부어라! 몽땅 물에 잠기고, 내가 물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실컷 퍼부란 말이야! 이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저승에서까지 나를 못살게 하겠다는 게로군! 배우들이 나를 고소해도 좋다! 재판도 무섭지 않다! 시베리아로 유형(流刑)을 보내도 좋고, 교수대에 올려놔도 겁날 것 없다! 핫 핫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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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생활이란 요모양 요 꼴입니다. 올리가 세묘노브나‘(올렌까). 울어도 시원치 않을 지경이죠! 별 고생을 다하고 죽도록 기를 쓰며 일해 봐야, 그리고 어떻게던 좀 나아질까 하고 밤잠도 자지 않고 별궁리를 다해 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첫째로, 관중이 야만인이나 다름없이 무지막지하단 말이예요. 나는 그들에게 일류 가수들을 동원하여 가장 고상한 오페렛타나 무언극(無言劇)을 공연해 주지만, 과연 관중은 그런 것을 필요로 하겠습니까?설사 그걸 구경한다 해도, 도대체 무엇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관중은 광대를 요구합니다. 아주 저속한 것을 상연해야 한단 말입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이 모양입니다. 거의 매일 저녁 같이 비가 오지 않습니까? 오월 십일부터 시작해서 유월 내내 장마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겠어요! 구경꾼은 얼씬하지도 않는데, 그래도 텃세는 물어야 하고, 배우들에겐 보수를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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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에는 이 집 건넌방을 빌려 쓰고 있는 ‘찌불리‘ 야외극장 지배인 ‘꾸우낀‘이 하늘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제기랄!" 그는 울상이 되어 투덜거렸다.

"또 비야!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허구한 날 비만 오니, 이건 내 모가지를 졸라매자는 건가! 날마다 손해가 이만 저만 해야지! 이러다간 파산이로군, 파산이야!" 그는 ‘올렌까‘에게 두 손을 쳐들어 보이며 불평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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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퇴직한 팔등관(八等官)인 ‘뿔레만니꼬프‘의 딸 ‘올렌까‘는 생각에 잠겨 자기 집 현관 층계에 앉아 있었다. 날씨는 무더운데, 파리까지 짓궂게 덤벼들어서, 기울어져 가는 해가 빨리 저물기만 기다려졌다. 검은 비구름이 이따금 생각난 듯이 습기 찬 미풍(微風)을 일으키며 동쪽으로부터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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