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 P5
작가 소개현진건소설가, 언론인호는 빙허(憑虛)1900년 대구 출생1943년 장결핵으로 사망근대 단편소설의 기반 마련과 사실주의 문학을 개척하였습니다.주요 작품으로 「빈처」 , 「술 권하는 사회」 , 「타락자 , 「운수 좋은 날」 ,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의 단편소설과 「적도」 , 「무영탑」 등의 장편소설이 있습니다. - P3
판권운수 좋은 날지은이 | 현진건펴낸이 한윤희펴낸곳 더플래닛발행일 | 2012년 4월 26일출판등록 | 201171312-2011-000033호출판사 카페 | cafe. naver.com/theplanetbook출판사 이메일 | planetbook@naver.comISBN | 978-89-97306-61-9 - P2
이렇게 몹시 춥고 두려운 날 아침에 문 서방은 집을 나섰다.산산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뿌연 상투메 휘휘 거둬감고 수건으로 이마를 질끈 동인 위에 까맣게 그으른 대패밥 모자를 끈 달아 썼다.부대처럼 툭툭한 토수래(베실을 삶아서 짠 것이다.) 바지저고리는 언제 입은 것인지 뚫어지고 흙투성이 되었는데 바람에 무겁게 흩날린다. - P5
2022년 01월 01일 토요일입니다.여러분! 2022년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험악한 강산 세찬 바람과 뿌연 눈보라 속에 게딱지처럼 붙어서 위태스럽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모든 집에도 어느 때든-공도가 위대한 공도(公道)가 어그러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꼭 한때는 따뜻한 봄볕이 지내리라. 그러나 이렇게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우짖으면 그 어설궂은 집 속에 의지 없이 들어 백인 사람들은 자기네로도 알 수 없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