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은 고양이 백건우 판타지 소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검은 고양이

백건우 지음, 교유서가 펴냄





제목에서 왠지 불길함이 솟구친다. 검은 고양이라... 제목에서 일단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먼저 떠오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백건우의 소설 <검은 고양이> 속 주인공 나도 고양이 때문에 아내를 도끼로 살해한 저 소설을 떠올렸다. 그럼 이거 혹시 잔혹동화인가? 그럴 리가...?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순간,

그림 속 고양이가 살아 움직인다?




나는 청계천 벼룩시장의 어느 노인에게서 8천원 짜리 그림을 한 점 샀다. 베르나르 뷔페 풍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액자에는 서명도 낙관도 없다. 액자 뒤편에 연필로 쓴 “一九四一年”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나는 좁은 집 벽에 액자를 걸어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림 속 고양이가 마치 나를 응시하는 느낌... 아, 고양이라면 자고로 요물이라 하지 않던가. 미신에 휘둘리고 싶지 않지만 저 고양이 정말 이상하다. 새벽녘 잠에서 깬 나는 무심결에 그림을 바라봤다가 고양이의 눈이 파랗게 빛나는 것을 보았고... 이웃으로부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아,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기록에서 아편을 운반하는 방식에 대한 것을 읽은 나는 액자를 뜯어보고는 그림 뒷면에 적힌 일제강점기 옛 주소 하나를 발견하는데... 이 소설 어디까지 가려는 거냐!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역사가 교차하는 과정의 시작은 그림 속 고양이였다. 비밀스런 고양이의 실체를 모른 척하고 싶지만 알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은 그림 뒷면에서 발견한 주소 추적으로 이어지고 결국 50년 넘게 감춰져 있던 진실은 고양이로 귀결되니, 역사적 사실은 고양이요 고양이는 허구적 역사라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다.








역사적으로 한 판 돌고 나니 이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등장한다. <쥐의 미로> 속 나는 불면증을 겪으며 쥐의 환각을 보게 되니... 여기도 쥐 저기도 쥐, 온통 쥐다. 소설 속 현실과 인물의 환상 사이의 경계는 이렇게 허물어지는 걸까? 하지만 할당된 서른여섯 개의 화면을 관찰하는 나를 비롯한 일명 감시자들을 수백 개의 모니터로 관리하는 김 부장이 있으니, 대체 이 감시는 왜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상은 누구이며 감시하는 기관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이런 의문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화면 속 여성의 뒤편으로 아내가 의문의 남성과 만나는 장면이 보이니...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하며 자연과 자신의 구별을 잊은 장자의 호접지몽이 떠오르는 환상 특급 같은 소설. 야옹 하는 고양이도 나를 쳐다보고 찍 하는 쥐도 나를 쳐다보는 판타지 소설,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문화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의 "검은 고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분 이해하는 사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주원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주원 사회소설 십분 이해하는 사이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십분 이해하는 사이

김주원 지음, 교유서가 펴냄





지금 위험한 영혼 둘이 학교 옥상에 있어. 봄날 오후 5층 옥상 난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너하고 나 말이야. 유년시절의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고 복수에 나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학폭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요즘, 학교폭력과 왕따와 자살 등의 이슈를 담은 김주원 작가의 사회소설 "십분 이해하는 사이"를 손에 쥐었다.






나는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몰라.

하지만 나는 이런 것도 이해라고 생각해.





옥상 난간에 올라 아래로 몸을 날리려는 너를 내가 빛의 속도로 잡고 끌어내린다. 둘 다 옥상 시멘트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나는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네가 또 뛰어내리려고 하면 내 마음은 아플 것 같아. 다행이랄까, 너는 나와 함께 저쪽 난간에서 물러나 이쪽 난간에 앉았다. 저쪽 난간에서 시방 위험한 짐승이던 우리는 이쪽 난간에서 다시 위험한 짐승이 됐어.








그런데 아뿔사, 잠깐 방심한 사이 너는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내가 다릴 꽉 붙들었지. 너 떨어지면 나까지 같이 가는 거야. 나는 이 손 안 놓을 거니까. 그리고 무심하게 말한다. 나도 봄날, 혼자 옥상에 서본 적 있어. 너와 나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 눈에는 서로만 가득 담겨 있다. 원맨쇼를 하듯 내가 옥상에 섰던 때를 재연하고 다시 난간에, 네 옆에 걸터앉는다. 그나저나 오늘 정말 찬란한 봄날이네. 근데 중요한 건 마음의 날씨 아니겠냐? 이제 반전의 시간이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는 사이네.

나는 처음부터 너 이해했으니까.






십 분 전에 만난 사이인데 십분 이해히는 사이가 되는 일. 그들의 '사'생활에서는 십분, 아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던 아이를 안다. 놀랍게도 가해자였다. 왕따 주동자. 그런데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가 미워졌다. 죄책감이 없는 아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라니! 이해 못하는 나를 더 놀랍다는 듯이 대하더니 이내 눈길을 피한다. 네가 당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라고 하니 당하는 사람이 멍청하다며 적반하장이다.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 연진은 자신의 아이가 혹시라도 무슨 일을 당하진 않을까 불안에 휩싸인다. 아마 너도 그럴까? 아니면 너처럼 주도하라고 가르칠까?









특이한 시선 처리로 마음이 더 뭉클해지는 단편소설 김주원 작가의 "십분 이해하는 사이". 십 분을 잘 넘기고 나면 너와 나 우리는 이렇게 세상에서 여전히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눈부신 봄날의 햇살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몹시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은 제발 사라지기를! 




'화합과 전진'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던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 태어난 우주맨의 사연은 또 어떤가. 저 슬로건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우주맨이 초등학교 3학년 봄날, 우연히 중학교 옥상에서 처음 본 형이 육체라는 특수 죄수복을 훌훌 벗을 뻔한 일을 저지한 경험을 비롯해 인생을 반추하듯 써내려가는 자기소개서 소설 <우주맨의 우주맨에 의한 우주맨을 위한 자기소개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현실의 속살을 눈물 참고 응시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견'으로 누나 집에 얹혀 살던 우주맨은, 갑자기 사라진 영재 조카 한솔이를 구하러 출동한다. 한솔이는 무사할까? 우주맨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낼까? 정상적인 어른은 아이를 도와준단다. 절대 아이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아. 어른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해도 따라 가지 말라는 교훈이 떠오르는 단편소설이랄까, 라고 썼지만 또 다시 반전 타임이다. 한 편은 짠한 반전이, 한 편은 코믹한 반전이 사람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두 편의 단편을 담은 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 김주원의 "십분 이해하는 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은영 공상과학소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정은영 지음, 교유서가 펴냄​





아이가 생기지 않아 하루하루가 고통인 사람들이 있다. 아, 내가 그랬다. 임신에 실패한 걸 안 날이면 우리 부부는 입을 꾹 다물고 침울해했다. 애써 밝은 척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부부는 그렇게 지쳐간다. 아이... 낳아줄 대리모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임산부 로봇이 등장했다. 여기까진 미처 생각 못했는데...





그런데 장애는 모두 당신처럼 바꾸고 개조해야 합니까?

장애라는 것은 공존할 수 없는 겁니까?





머지 않은 미래, 약 2050년의 세계는 아이의 감성은 중요시하는 사회. 처음부터 급을 정해 기계 안에서 '인간들'을 탄생시키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는 결이 다르달까. 과학기술이 포화하다시피 발달한 이 시기에 인구관리국은 혐오 없는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장애아 출산율 0%'를 목표로 하는 출산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인공 자궁에 아이를 품은 헐스를 비롯한 임산부 로봇들은 '행복한 설렘'이라는 명령어가 삽입된 채 출산 때까지 배 속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 유산을 하는 경우, 임산부 로봇의 프로그램은 초기화되어 유산에 대한 기억이 삭제된다. 임산부 로봇들은 동료의 기억을 공유하기에 자칫하면 자신들의 기억 역시 삭제될 것임을 경계한다. 이 정도 로봇들이라니, 나는 갑자기 무서워진다.








그런데 이토록 고도화된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로봇들에게도 간혹 버그가 발생한다. 컴퓨터의 버그는 리부트나 삭제 등으로 제거 가능한 것이지만 임산부 로봇들의 버그는 이따끔 심각한 오류를 일으켜 삭제되지 못한 채 혼란을 부른다. 그리고 인구관리국의 오점이 될 수 있는 제거되어야 할 '행복이'를 가진 헐스는 소환당한다. 헐스는 자신이 왜 소환되었는지를 이미 알고 있지만 행복이를 지키고 싶어 한다. 하아, 이 모성은 대체 어떻게 프로그래밍된 거지?








사랑과 행복은 당신에게





인구관리국의 수장 파파는 자신이 설계하고 고물상이 관리하는 '장애아 출산율 0%'를 위협하는 행복이를 제거하기 위해 헐스를 태아보호센터로 이동시킨다. 여기서 헐스의 반항이 시작된다. 헐스는 자신이 겪어야 할 일을 이미 겪은 임산부 로봇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스크를 쓴 고물상에 반항한다. 안면장애를 가진 행복이는, 인구관리국에서 제거된 마지막 장애아였으나 어떻게 살아남아 안명장애를 마스크에 감춘 채 낙태를 시행하고 임산부 기억을 제거하는 고물상 앞에 놓였다. 이 위기의 순간, 고철 덩어리인 주제에 헐스는 질문을 던진다. 장애라는 것은 (중략) 공존할 수 없는 겁니까? 고물상은 분노한다. 없어. 없다구. 공존할 수 없으니까, 이 어둠 속에 보내졌겠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는 건 견딜 수 없어하니까. 하지만 헐스는 마지막 반항을 하듯 임신유지프로그램을 멈춤으로써 인구관리국에 한 방 먹이는데...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정책은 유토피아를 표방했으나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일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정은영의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는 두 편의 단편 소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와 <소년과 소년>을 통해 고도의 과학기술 사회에서 버그로 취급되는 장애가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제거되고 삭제당하고 이식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행위에 문제를 제기한다. 꿈의 과학은 장밋빛 환상일까, 끔찍한 미래일까. 인간성마저 제거될지 모를 과학기술의 미래는 사양이다. 우리 인류는 이 과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질문, 정은영의 미래소설 공상과학소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그래픽 노블









 

안네의 일기 그래픽 노블

안네 프랑크 지음, 아리 풀만 글,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흐름출판 펴냄

 

 

 


 

숨어 지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지?

사실은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이 집에선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 않아.

 

 

 

 

안네의 엄마는 우울할 때 "세상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을 떠올리며 네가 그렇지 않다는 데 감사"하라고 말하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그런 주문은 말도 안되는 것이었죠. 안네 프랑크 는 엄마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듣기도 하고 그런 말을 진지하게 하는 엄마를 속으로 무시하고 조롱하고 우습게 여겨요. 게다가 말 잘 듣고 착한 큰 딸만 싸고 도는 엄마에게 반감이 강했죠. 한없이 인내하는 엄마의 모습은 안네에겐 비판하고 반항할 거리밖에 되지 않았어요괴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더 괴롭지 않겠어? 안네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어요용기와 신념이 있는 사람은 불행에 짓눌려 비참하게 죽지 않아.

 

 

숨어 지낸 지 2년이 되어가던 어느 날, 안네의 식구와 함께 숨어 지낸 사람들에게 식량 배급표를 제공해준 사람들이 체포되어요. 암사장에서 물건을 구해주던 사람도 독일군에게 끌려갔죠. 그래서 은신하는 일동에게 식량 사정은 최악이 되었고 은신처 근처에 비행기가 떨어지고... 그러다가 8명이 함께 지내는 은신처 창고에 도둑이 든 걸 알게 됐어요. 페터와 도둑의 눈이 딱 마주쳤죠. 페터도 신고하지 못하고 도둑 역시 고발하지 못했지만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했을까요, 경찰이 들이닥쳐요. 경찰은 건물 여기저기를 수색하고 비밀의 문인 회전 책장을 살피는 동안 조용히 있어야만 했던 여덟 개의 심장은 마구마구 뛰었죠. 여기서 들킨다면 모두 수용소로 보내질 테고... 그 이후는 상상도 하기 싫었죠.

 

 

 

 





 

어찌 됐든 1942년이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

버림받았다고 느낀 적도 많았어.

 

 

 

 

194466일 드디어 상륙작전이 시작됐어요. 수많은 항공기, 병력과 폭탄, 함선... 안네는 상륙작전으로 아군이 가까이 왔다는 것, 독일군이 너무 오랫동안 자신들을 탄압하고 위협해왔기에 아군의 출격 소식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에요. 어쩌면 3~4개월 후에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죠.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어른들 눈에는 못된 망아지 엉덩이에 뿔난 것처럼 보이던 안네 프랑크. 어쩌면 안네의 강인하고 때론 제멋대로처럼 보이는 성격은 자의식이 무척 강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궁극적으로 자신의 성격은 자신이 형성하는 거야. 안네 프랑크 가 유대인을 핍박하던 나치 치하에서 숨을 죽인 채 숨어 살아야 했던 나날을 기록한 일기 "안네의 일기". 우리 어렸을 적 해보았던 내 물건에 이름 짓기를 안네는 소중한 일기장에 적용했어요. 일기장 '키티'는 전쟁의 기록이라기보단 사춘기 소녀가 어떤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담은 성장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부모에 대한 원망과 감사, 언니에 대한 질투와 동경,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 어른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죠마음 깊은 곳에선 젊은이가 노인보다 고독하다"현대의 젊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이를 키티에게 털어놓은 안네. 안네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속된 말로 '한자리 했을' 텐데요이런 상황에서 내가 꿈과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전쟁으로 자유를 잃고 청춘을 감금당한 안네 프랑크. 이런 비극의 역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어요. 전쟁은 일으킨 쪽도 당하는 쪽도 그 상처가 우리가 어느 정도를 상상하든 감히 그만큼이라고 한정지을 수 없을 만큼일 텐데요. 평화로운 세상, 아름다운 위아더월드였으면 좋겠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잔인무도한 시절이 끝나고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며 희망가를 부른 안네 프랑크의 기록 "안네의 일기", 아리 폴만이 각색하고 데이비드 폴론스키가 그림을 그린 "안네의 일기 그래픽 노블"로 만나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이은 소설 산책

집이라는 요새에서의 고립과 불안을 산책으로 해소하기







산책


김이은 지음, 교유서가 펴냄





히키코모리 자식을 둔 부모를 안다. 부모의 나이 어언 80이 넘으셨다. 그러니 자식이 50세 가까이 된 셈이다. 그 자식은 20대 어느 날부턴가 방에 처박혀 게임만 하고 식사를 하러 나오지도 않아 밥을 차려 들여주는 지경이니, 부모 속은 썩어 너덜너덜해졌다. 그 자식은 무엇이 불안해 스스로 고립되었을까. 그를 어떻게 산책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부모는 걱정에 땅이 꺼진다. 자신들이 갈 날이 머지않았다며 가슴을 쥐어뜯는다. 난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다. 바라만 본다. 해드릴 말씀이 없다.

그렇게 견디다보면 언젠가 편안한 미래가 쥐어지겠지.

그런데 산책으로 모든 게 해결될까. 산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지도 모른다. <산책>에서 핏줄로 맺어진 선천적 관계인 자매의 산책은 서로에 대한 묘한 경계감을 드러낸다. 집 자체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집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이 다르다. 하지만 그 해석과 욕망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르게 마련이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게 없으면 내 마음 편하자고, 집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하다고 결론 내린다. 내가 뭔가를 가지고 싶다면 내 희망을 높이 사느라고, 집은 재테크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매는 한 배에서 났지만 건널 수 없는 경계를 지닌 채 산책을 나가고, 산책을 하는 도중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깔끔하지 않게 산책을 끝내려다가 발목잡힌다. 자신들이 해결하기 난감한 문제를 맞닥뜨린 자매, 그들은 과연 삶의 해법을 찾아낼까?

​​


낡고 오래된 동네의 소통 방식이란 무례하고

쌍방 소통형이 아니라 일방 직선형인 경우가 많으며

보통 카더라, 통신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그렇다면 자연적이거나 선천적이지 않은 관계, 즉 인위적이거나 후천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어떤 모습의 산책을 하게 될까? <경우지에서>의 주인공 이화는 자신에 대해 떠도는 출처 불분명한, 어쩌면 조리돌림일 수 있는 말들에 시달린다. 이화는 한곳에서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신도 모르게 부풀려진 채 소문으로 퍼진다는 것, 그래서 누가 누구를 알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삶에 반항이라도 하듯 아무에게나 관계를 생성하고자 하는 이화, 그녀의 시도는 일상을 부유하는 삶의 비극에 희망을 안겨줄까? 아니, 어쩌면 그것은 또다른 비극의 탄생일까?












사실 삶의 모든 변화의 순간들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요하게 다가왔다.



세상에 맞서느라고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 스스로 갇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김이은 작가는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산책"에서 이를 '일종의 요새'라고 표현했다. 요새 안에서 생활하는 한 방해받을 일이 없다. 이로써 사람들 간의 관계는 점도가 약해진다. <산책><경유지에서>는 집에 갇혀 권태롭고 무기력하게 일상을 영위하던 주인공들이 산책을 통해 잠깐이라도 주변인과 관계를 맺는 순간을 그린다. 자신의 본모습을 잠깐만 감추어도 되는 관계. 어쩌면 자신의 본무습을 잠깐만 드러내도 되는 관계. 하지만 어느 쪽이든 관계는 일시적일 뿐 지속되지 않는다. 혹시 이들은 이런 한시적인 관계를 원한 걸까? 지속성은 버려두고 일시성을 택한 걸까거의 모든 인간의 깨달음이란 건 일상과 시간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게 마련이었다

사회적으로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에 대한 방식, 이 와중에 생겨나는 고립에 대한 불안과 관계에 대한 욕망, 온전하다고 믿는 삶에 이르기 위한 자기 위안을 이야기하는 김이은의 소설 <산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