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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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 히가 자매 시리즈 2탄 즈우노메 인형

 

 

 

 

 

나는 저주를 받았다. 유미즈 씨도 그러했다. 이와다도...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나 후지마, 편집장의 지시로 마감 전에 갑자기 소식이 끊긴 작가 유미즈를 찾으러 동료 이와다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지, 유미즈는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이와다는 나에게 종이 다발을 건넨다. 유미즈의 집에 남겨져 있던 육필 원고였다. 유미즈의 사망 원인이 원고에 있을 거라는 이와다의 말에 나는 반신반의하지만 결국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도시전설을 읽기 시작한다.
섬뜩한... 도시전설. 기스리 기호라는 중학생이 쓴 교류 노트였다. 원고를 읽고 나자 검은색 예복 차림의 단발머리 인형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랬다. 나는 저주받은 것이다. 이 괴이한 두려움에 나는 유미즈의 후임자인 오컬트 작가 노자키 곤과 그의 약혼녀이자 영능력자라는 히가 마코토에게 도움을 청한다.
노자키와 마코토는 원고를 읽은 자에게만 찾아오는 인형의 존재를 '저주'라고 판단했고, 시시각각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즈우노메 인형을 퇴치할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들도 원고를 읽는다. 그리고 세상에, 그들 역시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저주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야.
말 그대로 도시전설이 혼자 돌아다닌다고 할까...

 

 

 

 

 


친구들 사이에서 '사다코'라 불리며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와무라 이치. "보기왕이 온다"에서처럼 가정의 문제를 저주며 요괴라는 도시전설을 내세워 교묘하게 부각시키는 한편 감추었던 것처럼 "즈우노메 인형"에서도 왕따, 따돌림, 괴롭힘 등을 '호러'적 색채로 교묘히 감추고 드러낸다.

 

 

 

저주, 주문, 요괴, 퇴치, 진정. 그 어느것도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부 거짓이라면, 전부 농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 아이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을 2차적 괴롭힘을 부른다. 이러한 현상을 알고도 눈 감는 어른들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할 괴롭힐 상대를 찾아내 고스란히 고통을 전달하고는 가면을 쓴 채 세상에 섞여 살아간다. 사라지지 않는 악순환, 이 저주는 어떻게 해야 풀릴까!
공포 영화를 보지 않는 내가 공포 소설을 읽다니, 나 혹시 얼마간 이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얼굴을 칭칭 감고 있는 붉은실이 춤을 추는 광경에 섬뜩한 기분이!
스즈키 고지의 "링"이 영화화된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실화풍 소설, 야마모토 슈고로상에 노미네이트된 메타 호러, 사와무라 이치의 히가 자매 시리즈 제2탄 "즈우노메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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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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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현생 인류 최후의 엑소더스가 시작된다!

 

 

 

 


섹스로 태어난 1세대는 이제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계획 없이 태어났기에 품질도 떨어지는 1세대, 그들은 국가의 연구 자원이었다. 정교한 수공예품으로 태어난,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미래형 인간 3세대 재희는 1세대 중 심장에 이상 있는 은성을 사랑했다. 은성은 새로운 삶을 거부하고 1세대로서의 삶을 이어가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예상 수명을 채우고 죽은 후 실험 대상이 되어버린 은성, 이제 은성뿐 아니라 사망한 자연인들의 데이터는 죽은 이의 의식을 되살리는 연구에 쓰일 것이었다.
재희는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은성의 생체정보를 모조리 자신의 머릿속을 복제한다. 혼자서만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기에 재희는 은성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은성의 마지막 순간은 데이터에서 빠져 있는 걸까?

 

 

병이다.
죽음은 인류가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이다.

 

 

은성의 마지막 순간의 데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오빠에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재희는 갑작스런 오빠 범재의 죽음을 전달받는다. 자궁이 아닌 수조에서 삶을 시작한 3세대에게 죽음이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사태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재희 자신이었다!
일주일 후, 범재는 다시 살아났고 재희는 미래연구소의 북동으로 격리조치되었다. 그때부터 재희에게 무수한 데이터들의 접촉 시도가 이루어졌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생체 데이터들이 발신자도 가려진 채 재희가 원하지도 않았지만 마치 원했던 것처럼 꾸준히 그녀에게 흘러들었고 그것 때문에 재희는 데이터 밀반출 혐의 및 폭행 혐의를 받는다. 급기야 오빠의 임종 데이터를 수신한 재희는 데이터의 전송 루트를 역추적하려다 1세대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야 마는데...

 

 

인간은 모순적인 동물이야.
후대가 자기보다 나았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을 뛰어넘으려 들면 극도로 불안해하지.
저들이 천성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나갈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미래형 인간 3세대가 탄생하고 가상현실로 이주하려는 현생 인류 1세대의 자살이 속출하고 지구 문명의 종말을 앞당길 데이터 인간 4세대가 출현한다. 글로 적자니 무시무시한 느낌보다는 막막한 기분이 드는 SF소설 "홀린"의 기본 전제다.

 

그런데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던 3세대는 결국 연방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똑똑한 가축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3세대였던 박범재는 모든 상황을 알았기에 동생 재희를 일깨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손상시키고, 재희는 범재가 구축한 홀린으로 들어가 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기로 한다.
(이 와중에 동물의 가상현실 트랜스포팅 실험에 동물학대의 혐의가 제기된다는 부분이 나와
잠깐 어이없음. 개와 고양이는 동물학대의 혐의...라니! 인간은? 인간에 대한 보호는 없는데 동물에 대한 보호의식은 있다?)

 

 

 

당연했던 것들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인 홀린의 사람들, 그들은 기계 시스템으로부터 일체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솎아내면 사라져버릴 4세대에 불과했다! 재희가 되살려낸 은성은 그들을 '어쩌다가 분에 넘치는 생명력을 얻은 얼뜨기 집단'이라 규정했고 자신의 몸을 손상시켜 데이터로 태어난 범재와 새롭게 몸을 고쳐 살아난 범재의 맞대면에서 보여지듯 3세대와 4세대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스스로 자살을 택했기에 죽자마자 데이터로 다시 태어난 4세대는 과연 인간인가?
지상에서의 경험이 지나치게 생생하고 금방 흥분하고 쉽사리 미워하며 파괴적 본능을 주체하지 못할 그들을 접한 재희, 영생을 원하지 않는 은성과 함께 홀린에서 영생을 누리고 싶었던 재희에게는 범재가 구축한 '홀린'에 흡수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무한재생능력을 지닌 채 살아가다가 데이터화되기보단 유한한 몸이라도 진짜 세상, 가상이 대체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세상을 원했던 그들의 이야기, 장래이의 SF소설 "홀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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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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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우리는 세상을 상당히 오해하고 있다. 즉, 확증편향이다. 이러한 탈진실은 세계적/시대적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고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두려움과 편견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세상에 대한 무지가 이렇게 널리 퍼졌을까? 이는 '지식'이 '적극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즉, 오답이 너무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지를 뿌리 뽑으려면 사람들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다. 이미 기존의 세계관과 지식과 본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극적인 본능 탓에 형성된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엉터리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발전시켜야 한다. 침팬치마저 맞추는 문제를 인간이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들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한스 로슬링은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를 들어 우리의 막연한 착각을 막고자 한다. 부인할 수 없는 자료를 통해 세상은 우리의 우려와 달리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길 바란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의 참모습에 관한 이야기다.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스티븐 핑커 등 많은 유명 인사가 왜 이 책을 추천했을까? "팩트풀니스" 사실에 충실한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빈곤, 교육, 환경, 에너지, 인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이미 선입견을 통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정형화된 세계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좁혀준다.
한스 로슬링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정답률을 비교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큰 착각에 빠져 있는지를 일꺠운다. 특히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일수록 높은 오답률이 나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왜 그럴까? 이는 10가지 비합리적 본능, 즉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때문이다. 이러한 비합리적 본능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팩트풀니스"가 필요하다.
한스 로슬링은 사실과 주장을 혼돈하여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행위의 교정을 "팩트풀니스"를 통해 이루라고 말한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확보하고 그동안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다.

 

 

 

 

 

흔히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듣는다. 테러가 늘고 어류는 남획되고 바다 오염은 심각해지며 얼음은 녹고 해수면이 계속 높아진다. 그렇다면 세계는 정말 위기에 처했을까? 한스 로슬링은 통계를 들어 오존층 파괴 물질이 1970년대와 비교해 100분의 1로, 재해 사망률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한다. 안전한 상수원의 물을 이용하는 사람,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의 비율 등 많은 부문에서 수치는 나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게 불안해 보이는 이유는 변화의 속도가 워낙 느리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어쨌든 사소하고 느리지만 세상은 좋아지고 안전해지고 있음이 '팩트'다.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카더라'는 이제 그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에 대해 좀 더 명확한 대비를 하기 위해 팩트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이것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다.

 
지인에게 선물받은 리딩투데이 자유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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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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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늘 조용하고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기에 나무 위에 있기를 좋아했던 '나'는 우리 집과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좀머 씨' 이야기를 꺼낸다.
계절에 상관없이 호두나무 지팡이를 짚고 우비만 든 배낭을 메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늦은 저녁까지 끊임없이 사방을 쏘다니는 좀머 씨.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그저 자신의 자연 회귀에만 관심을 두었나 보다.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마지막 걸음마저 걸어서 가버린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극단적 선택을 막아주는 친절을 베푼다. 물론 그 일은 좀머 씨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좀머 씨가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도 가만히 있는다. 그가 친절을 건네려던 아버지와 나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간청하는 듯하던 좀머 씨의 이 말은 그저 나온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한 거부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어쩌면 좀머 씨는 세상이 두려웠고 삶이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나는 아저씨를 존중하기로 했고 아저씨의 말을 존중했으며 그래서 좀머 씨가 호수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끝내 지켜보았다. 이것은 내 키가 1미터가 안 되던 시절부터 170센티미터가 된 열여섯 살까지의 인생살이 속 기억이다.

 

 

 

 

 

 

 

 

"좀머 씨 이야기" 속 소년인 '나'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익명성을 띤다. 즉, 아이들로 대변되는 우리들의 유년기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익명성은 '좀머 씨'라고 불리는 한 아저씨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스치고 지나가는 어느 아저씨, 혹은 숱하게 스쳐 지나가는 무작위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죽어서야 제대로 된 이름이 알려진 좀머 씨. 그는 어쩌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어느 익명의 사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끝나고 말아 왠지 허무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장자크 상페의 그림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독일 소설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만나보았다.

 

#좀머씨이야기 #파트리크쥐스킨트 #열린책들 #그러니제발나를좀그냥놔두시오

#리딩투데이 #함시도 #리뉴얼시리즈 #독일소설 #장자크상페 #어른동화 #코딱지

사진협찬: 이다랜드 https://blog.naver.com/airan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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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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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WHY(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1)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난해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겁을 집어먹은 채 그녀의 에세이 세 편과 단편소설 7편이 담긴 이소노미아의 인문교양총서,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중 "WHY"를 펼쳤더랬다. 글을 읽어가면서 나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쉬운데? 역시 어렵군? 처음엔 후자였다. 그녀가 휘갈긴 대로 그녀의 의식을 따라 가자니 내 상상력의 한계를 느꼈달까. 역시 인류 천재라 할 만하군, 싶었다. 그리고 몇 편 읽어갈수록 그녀에 대한 일말의 동정이 일었다. 조금 그녀가 읽히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이는 의식들은 어디서 비롯되었을지 궁금해 짧게나마 버지니아 울프의 일생을 보자니, 어머니가 사망한 후 13세에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 정신질환 증세는 아버지의 사망 후 더욱 악화되었다고 하니 그녀를 직접 접해보지 않아 모르겠다만 현실생활이 순탄치 않았겠다.
그런데 이 외에 발견되는 바가 없다. 비평가들과의 모임을 가지고 유명잡지에 문예비평을 쓰고 정치평론가인 L.S. 울프와 결혼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나 보다.

 

단편소설 <유산>에서 그녀는 남편에게 일기장을 유산으로 남긴다. 주위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꼼꼼하고 세심한 유산을 남긴 것에 비해 남편에게 남긴 일기장은 무척 소박해 보이지만 그건 일기장을 읽기 전의 감상일 뿐, 정말 폭탄이었다. 일기장을 통해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남편, 그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게다가 그녀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거울 속의 여인>에서 그녀는 '그녀와 친분이 오래되었는데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고 고백한다. '오랜 세월 이사벨라를 알고 지냈는데 그녀에 관한 진실이 뭔지 말할 수 없다는 자체가 이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는 사람도 많았고 친구도 많았으며 수많은 만남과 약속을 가져왔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고 식사 약속을 위해 이동하면서도 그녀는 가면을 쓴 듯한 무심한 얼굴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진실일지 가면 속 모습이 진실일지는 그녀도 몰랐음 직하다. 그녀는 방 안에 거울을 달아 두면 안 되는 법이라고 자조한다. <초상> 속 많은 초상만큼이나 <거울 속의 여인>은 다양한 면모를 보인다.
그녀는 남들 눈에 하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을 귀히 다루고(<견고한 것>) 우리 생각이란 게 얼마나 쉽게 새로운 대상으로 우르르 몰려가는지를 개미 떼가 지푸라기 하나를 세상없이 열정적으로 옮기다가 금세 놓고 가 버리는 것에 비유하고(<벽에 난 자국>),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꾼다(<유령의 집>).

 

세 편의 에세이가 먼저 실려 있는데 나는 왜 소설부터 언급했을까! 소설이 훨씬 쉬워서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모음집 "WHY"를 읽는 나름의 팁을 주자면, 뒤쪽의 소설부터 읽어라 정도! 그러다 보면 우리가 어느 중고 서점을 슥 훑어보다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누군가와 변화무쌍한 깜짝 우정을 나누는(<런던 모험, 거리 유랑하기>) 기분을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누릴 수 있을 수도 있다^^
이소노미아의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그중 1권 끊임없이 '왜?'라는 물음이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기는(<왜>) 삶을 살아간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모음집 "WH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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