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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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복고 미스터리,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새침한 고양이 같은 표정의 교코. 그녀의 직업은 컴패니언. 엉? 그게 뭐지? 오사카 만국박람회 때부터 등장한 컴패니언은 대규모 이벤트나 전시회 등의 행사에 어학 능력이 뛰어난 고급 인력들이 접객 매너를 익혀 활동한 직업이었단다. 암튼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에 등장한 컴패니언 교코는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유명 보석점 하나야가 좀 더 격조 있고 화사한 연중행사를 위해 컴패니언을 부른 파티에 참여한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교코는 보석점 쇼윈도를 홀린 듯 바라본다. 그 모습을 점원은 못마땅하게 쳐다보지만 무슨 상관이랴! 언젠가는 당당히 저 엄청난 액수의 보석을 당당하게 값을 치르며 손에 넣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800만 엔짜리 보석쯤은 채소 한두 개 사듯 툭툭 사고 싶은 교코, 그러기 위해 부자가 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컴패니언으로서 훈남 재벌 2세와 엮이고자 한 것!

 

 

일단 내 힘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남의 힘을 빌린다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야 보석점 고객 감사파티가 끝난 뒤 동료 에리와 함께 퇴근했지만 바로 그날 에리는 호텔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빠져나간 이가 없는 살인현장, 밀실살인이었다. 마침 교코의 옆집으로 이사 온 형사 시바타를 통해 교코는 수사 과정을 대충 파악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교코가 점찍은 부동산회사 전무 다카미가 유난히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시바타는 다카미를 의심하지만 교코는 이것을 기회 삼아 다카미와 좀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수사 과정을 다카미에게 전하는데...

 


갑작스레 튀어나와 교코를 당황하게 만드는 다카미의 여자? 예상 못했던 에리의 과거? 그리고 에리 동료의 죽음? 이게 다 뭐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과 단서들. 누가 봐도 속물 근성 조금 갖춘 교코와 누가 뭐라든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사건을 수사하는 시바타의 묘하게 죽이 맞는 추리로 연쇄적인 트릭이 점점 드러나는데... 비틀스, 당신들은 알고 있겠지?

포장이사가 대부분인 요즘에 맞지 않게 짐 정리가 안 된 채 몇날 며칠을 보낸다든지,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아 옆집으로 전화를 빌려쓰러 간다든지, 카세트테이프라든지 등등 복고풍 소품들이 등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소설 복고 미스터리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갈망하던 그녀의 계획은 과연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까? 난 알지만 안 읽은 당신은 모르는 이야기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로 새내기 시절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보았다^^

 

리딩투데이 미스터피맛골 지원도서*
#그녀는다계획이있다 #히가시노게이고 #하빌리스 #살인사건 #추리미스터리 #미스터리스릴러 #판타지소설 #복고미스터리 #자살 #과거 #미래 #컴패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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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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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되고 싶어, 인간에 맞지 않는​

 

 

 

 


모두가 나를 부정해.
말씀하시는 대로, 쓰레기입니다. 바보입니다. 폐품입니다. 그래서, 언제 폐기할 건가요?

 

 

몇 해 전 난데없이 기이한 병이 발생했다.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형태의 무엇으로 바뀌어버리는 병, 이것은 순식간에 각지로 퍼져나가 전국 곳곳에서 사례가 보고된다. 인간이 다른 형태로 변이된다는 믿을 수 없는 일, 이형성 변이 증후군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감염병은 아니나 청년층, 그것도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들에서 주로 발병되었으니 국가로서는 노동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그나마 안심이었으리라.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변이 환자들은 더구나 끔찍한 외모로 가족에게 내처지고 폭행당하고 때로는 살해당했다. 국가는 이 병에 걸리는 즉시 그를 인간으로서 사망처리했고 변이자들은 야생동물처럼 취급되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2세가 되도록 방 안에 처박혀 있던 유이치 역시 변이되었다. 그의 엄마 미하루는 그러나 아들이기에 돌보고자 하였지만 그의 아버지 이사오는 서둘러 아들의 사망신고를 마치고 그를 내다버리려고 든다. 아들을 지킬 사람은 엄마 미하루뿐. 그래도 아들이잖아. 아들이니까, 엄마인 내가 외면할 수는 없다고.​

 

미하루는 변이자들 가족에게 힐링을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물방울회에서 딸아이가 변이된 노노카를 만나게 된다. 노노카는 자신의 딸이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기에 누구나 이 병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반드시 변이된 본인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 더 나아가서는 가정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미하루는 가끔 유이치와 함께 노노카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지만 그것도 잠시 노노카의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 더 이상 교류하지 못하게 된다. 이 와중에 미하루는 꿈인 듯 생시인 듯 혹은 환상인 듯 공상인 듯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아이는 변형된 게 아니라 두 살 무렵 세균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를 떠나 보내고 실의에 빠진 미하루가 여지껏 아이를 놓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가입했던 물방울회도 노노카도 사실은 망상이었던 것!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벌레 모습을 한 유이치의 얼굴이 들어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다 문득 눈을 뜬 미하루. 그런데 유이치가 보이지 않는다. 아들을 찾는 미하루에게 남편이 말한다, 그 병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있었고 미하루가 유이치를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했기에 버렸다는 걸... 이걸 장자가 호접몽이라고 했던가. 대체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생시인가.

 

 

나는 집안의 이물적인 존재라는 느낌. 내가 없어져야 집안 모든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까 싶은 느낌.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느낌. 그리고 증오..​.
나이를 막론하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이 감염병은 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미하루의 삶에서, 노노카의 삶에서 그 해답이 언뜻 비친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적어도 거기에서 발을 멈출 수 있다면, 다른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엄마는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을 끔찍해하고 두려워하며 자신의 안위를 우선순위에 둔다. 하지만 구로사와 이즈미의 "인간에 맞지 않는"의 주인공 미하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아들을 대했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한다. 그녀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인정하지 못한 아들을 끝내 보듬으니 이 역시 카프카가 보여준 어머니와 결이 다르다.

 

엄마는 말이야, 전부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스스로 다 결정하렴.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해. 엄마도 그렇게 할 거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책망하지 않아.
쭉 지켜볼게.

 


취생몽사, 꿈과 현실의 사이를 오가는 유이치의 넋두리는 편견과 차별과 몰인정이 난무하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사람이 이형이 되고 이형이 사람이 되는 세상이기에 누가 절대적으로 옳고 누가 무조건 틀릴 수는 없다. 비일상과 일상은 종이 한 장 차이니까. 그러고 보니 "인간에 맞지 않는"은 그야말로 소중한 것을 소중한 줄 알지 못한 채 먼 데 있는 목표에만 치중하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성하라는 쓴소리를 던지는 소설이 아닌가.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은 인류에게 독선적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사과일지라도, 재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지라도 꾸준히, 이해해주는 날이 올 때까지, 말과 행동으로 계속해서 전하는 수밖에 없다는 가슴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기 전엔 책을 덮을 수 없다. 메피스토상 수상작에 미래야 소설대상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지 않은 구로사와 이즈미의 사회파 미스터리,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인간에 맞지 않는"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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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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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여성의 신체와 아이가 거래되는 곳

 

 

 

 

아름답다. 때로는 세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루를 망쳐버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말이다. 마음이 몹시 뒤숭숭하다.

 

 


골든 오크스는 여성을 대리모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호스트로 선택되면, 쉬면서 몸속의 아기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골 한복판의 호화 저택에서 지내게 된다. 골든 오크스의 의뢰인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사람들이며 호스트들은 그들의 아기를 임신한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다고 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어쩌면 이게 새로운 시작일지도 몰랐다. 제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생후 6개월 된 아말리아가 있었지만 유모 자리에서 해고되었고 가진 돈은 거의 떨어져가는 참이었다. 그녀는 호스트 선정에 응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합류한다. 이 모든 건 아말리아에게 줄 수 있는 일, 겪지 않게 해줄 일들을 위해서라는 소명의식을 가진 채였다.


골든 오크스는 말하자면, 제인의 일터였고 임신은 제인의 일이었으며, 합숙소에서 함께 지내는 호스트들은 직장 동료였다.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그곳에서 그들은 각자 그리고 공통적으로 대리모로 활동함으로써 대가를 받는다. 무사히 출산을 마치고 나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었다. 돈이 아니라 자유를 원했던, 무언가 참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맛보고 싶었던 명문대 출신 여학생도, 속물인 아버지의 도움 없이 대학원에 진학해 사진을 공부하고 싶었던 여자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이민자들도... 모두 그'임신'이라는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에서 규칙을 잘 따르기로 약속했지만 어딜 가나 제멋대로 튀어나온 못은 있게 마련이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지 않던가!


한편, 댐에 작은 구멍이 생긴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골든 오크스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메이는 '맥도날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거부 덩 여사의 투자를 끌어내 골든 오크스의 대리모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통제되고 있다고 여겼지만 그녀에게는 매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호스트는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제인!

 

 

누군가에게 삶의 의미를 안겨준다는 건 믿기 어려울 만큼 굉장한 일이야.
여기는 공장이고 당신은 상품이에요.
그건 대리출산이잖아! 그런 식의 대리출산은 상품화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야! 신성한 모든 게 외부에 위탁되어 일괄적으로 거래되고, 결국 최고가 입찰자에게 팔려 나가는 거라고!

 

 

많은 스포츠 스타나 연예계 스타들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있어 왔기에 대리모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윤리성' 그리고 '산업화'다. 사실 아아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모란 얼마나 구원을 안겨주는 존재일까 싶다. 나도 어렵게 아이를 낳은 한 사람으로서 대리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기에 조옌 라모스의 "베이비 팜"은 무척 호기심이 동하는 소설이었다.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고 신념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어떤 환경과 맞부딪혔을 때 생겨나는 문제들을 "베이비 팜"은 대리모 산업이라는 주제로 풀어낸다. 여러 호스트 중 이상주의자 레이건과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제인, 골든 오크스의 책임자 메이, 호스트와 책임자를 이어주는 스카우터 아테까지 네 여자를 중심으로 그들 각자의 필요가 어떤 신념을 자아내고 어떤 욕망으로 표출되어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는 여성서사 소설 "베이비 팜". 사회비판적 성향에 약간 치우친 듯 보이지만 이런 사업을 구상하는 이가 내 주변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비밀 대리모 시설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임신, 출산 육아 스릴러라는 카피에서 '스릴러'는 빼도 무방한 책, 조옌 라모스의 "베이비 팜"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의 간략소개입니다.
#베이비팜 #조앤리모스 #창비 #대리모 #임신 #출산 #육아 #거래 #여성이민자 #스릴러 #대리모산업 #비밀대리모 #임신출산육아스릴러 #코디네이터 #아메리칸드림 #인종 #계급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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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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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고발장 기자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근대 사실주의의 대가이다. 그는 당시 사교계와 문학계에 출입하면서 신문과 잡지 등에 많은 콩트오 소설을 발표했는데 20년간 90편의 장편과 중편, 30편의 단편, 5편의 희곡 등의 엄청난 양이었다. 그의 방대한 작품들은 전체성과 유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하에 다시 "인간 희극"이라는 총괄적인 칭호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 소개에 문득 방탄소년단이 떠오른다. BTS의 뮤직비디오가 첫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뮤직비디오가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이루고 있다는 소개를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오버하는 건가^^ 암튼 염세주의자, 회의주의자, 비도덕성, 거친 문체 등으로 그 당시의 대중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그는 전문가들에게는 냉대와 멸시를 받았다. 그 면모를 지난 번 "공무원 생리학"에서도 이번 "기자 생리학"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책은 기자와 언론을 향한 조롱이며 명언이 솟구치는 풍자 문학의 전범이다!'라는 카피가 무색하지 않게 발자크한테 걸리면 속살까지 다 까발려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기자 생리학"이 아닐 수 없다. 발자크는 이 책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전혀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는 저널리즘에 매료되었던 그의 언론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바뀐 것은 자신이 창간한 잡지가 3회만에 파산한 게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때 자신이 저널리즘에 패배했음을 인정하고 그 분노와 원망을 "기자 생리학"에 고스란히 담아낸 것. 특히 저널리즘 세계를 동물 세계라도 되는 듯 품종으로 나눈 것은 어쩌면 참 위험한 일이었을 테지만 '나폴레옹이 할 수 없었던 것을 나는 펜으로 정복하겠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의 강단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두 손 달린 동물 사회의 자연사'라는 표현을 쓰고 문인 종種을 ‘논객’과 ‘비평가’로 분류하고 세분화하니 이러한 분류법 자체가 풍자적 함의인 셈이다.

 


'형편없는 정치인일수록 신문사에서는 최고의 달라이라마가 되어 있다'라며 정치인을 까고 '개념이 없을수록 승승장구한다'고 기자들을 꼬집는다. 또한 오늘날 비평은 단 한가지를 위해 쓰인다. 바로 비평가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명제를 통해 비평가를 저격하고 부르조아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성이 부족하다며 신랄한 비난을 쏟아내는 발자크. 그의 마지막 발언이 어찌나 인상적인지 또 인용해본다.

 


언론은 여자와 같다. 거짓말을 내놓으면서 그걸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들 때에는 그야말로 감탄이 나오며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구독자는, 그러니까 대중은 부인한테 꼼짝 못하는 남편처럼 멍청하다.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풍자문학이 오늘날에도 먹히는 것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나아진 것 없이 그대로 물려받아 행하는 언론, 조작을 위해 교묘히 펜대를 놀리는 저널리즘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친 발자크의 사회고발서 "기자 생리학"이다.

 

 

 

 

리딩투데이 북적북적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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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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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스터리 로맨스 탄금, 금을 삼키다

 

 

 

 

 

 

사립문을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이시리

민상단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심열국은 고가의 미술품 거래로 부를 쌓지만 자식이 생기지 않아 씨받이를 두어 딸아이 재이를 얻고 훗날 민씨부인에게서 외동아들 홍랑을 얻는다. 민씨부인에게는 싸받이 몸에서 태어난 재이가 눈엣가시였지만 재이를 해하면 홍랑이 변을 당한다니, 그저 두고볼 수밖에 없다. 어느 날 홍랑은 남산으로 동백꽃을 꺾으러 갔다가 실종되고 민씨부인은 자신이 액운을 막는 물건이라며 홍랑에게 건넨 범 발톱 노리개가 재이의 치마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격노한다. 심열국은 홍랑의 채색 초상을 그리고 사방팔방 돈과 사람을 뿌리지만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행방이 묘연한 채 시간이 흐른다.
심열국은 가난한 양반 가문의 소년을 양자로 들이니 무진이다. 무진은 자신과 똑같이 민씨부인에게서 천대받는 재이, 툭하면 지붕에 올라타는 그녀, 동생을 찾으러 청으로 갈 거라며 돈을 모으는 그녀에게 말 못할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돌아올 홍랑의 자리를 표시하는 말뚝 같은 존재, 언제든 뽑아 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무려 10년,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어릴 적 기억을 잃은 채 살수검으로 살아가던 홍랑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홍랑을 환영하지만 재이는 홍랑이 아니라고 울부짖고, 홍랑은 그런 재이를 잡아먹을 듯 놀리는 듯 무시한다.
한편 민씨부인은 재이를 눈앞에서 치워버리고자 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는 이내 제주 사는 늙은이의 처로 들여보내려 한다. 하지만 홍랑은 누이와 함께 있어야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며 재이를 데리고 친척 집에 다녀오겠다고 원행을 나선다. 그들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 그중에 재이에게 털어놓지도 못할 감정을 가진 무진도 있다. 무진은 홍랑을 의심하여 그 뒤를 캐려 하지만 이내 심열국에 의해 대마도로 내처지고 마니, 그는 아들이었던 적도 후계자였던 적도 없던 셈이었다. 드디어 민상단의 최고 행수 자리에 오른 홍랑은 무진이 제기한 의문에 다시 자신의 정체를 추궁하는 재이에게 혈육이 아님을 거침없이 드러내는데...

 

 

메뚜기 떼가 덮치듯, 광풍에 휩쓸리듯, 그에게 빠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만월의 효과일까! 대체 날... 얼마나 곤혹스럽게 할 것이냐? 동생이라고 말하지만 방자하고 낯선 사내 홍랑에게 문득 가슴 떨림을 느끼는 재이. 늘 심장이 제멋대로 널을 뛰었다, 민상단에 굳건히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10년 동안 한결같이 재이를 지켜본 무진. 심간에 매달린 추가 너무 버거워 홍랑의 오금이 절로 꺾였다. 일급 검계로 살아오며 복수의 감정만 가슴에 품고 있었던 홍랑. 세 사람의 핏빛 서스펜스 미스터리 로맨스, 평생 금을 삼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형벌 탄금을 받는 이는 과연 누구? 각일각 시시각각 그 끝이 다가오니!

 

 

이제야 똑똑히 알겠지? 눈앞에 있는 사람, 사내인지 아우인지.
조선미스터리, 조선로맨스라는 데서 일단 관심이 확 끌렸던 책인데 뜻밖에 보물을 만난 기분이다. 고전적 문체가 나올까 했는데 읽기 편한 문체로 진행되며 간혹 등장하는 낯선 단어는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니 이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게다가 장다혜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장면이 머릿속에서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면 나 우쭐대는 것?
신분상승, 씨받이, 이복남매, 투기, 순애보, 인신공양, 탐욕, 복수,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까지 막장의 요소는 다 갖췄으나 드문드문 허점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비련하고 애처로운 사연에 가슴 끓는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누가 어울릴까, 혼자서 주인공들 캐스팅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완전 재미나게 읽은 반전소설 장다혜 작가의 "탄금 금을 삼키다"이다.


리딩투데이 미스터피맛골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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