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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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선 에세이, 집이 거울이 될 때

 

 

 

 


어딘가에서 그때의 나를 만날 것 같다. '누구세요?' 나를 올려다보는, 한참 놀고 있던 아이와 마주칠 것 같다.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의 어릴 적 집을 떠올리자면 미소가 절로 난다. 새로 지은 그 집에 들어가고 며칠 있다가 막내가 태어났다. 사실 며칠인지 몇 달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빵빵하게 불러 있던 엄마의 배가 쑥 꺼진 건 여튼 새 집으로 이사를 마치고 나서였다.

육남매가 북적댔던 그 집. 다락방은 오빠 차지였지만 오빠가 없는 시간이면 난 늘 그 다락방을 차지하고선 문을 걸어잠갔다. TV도 아래서 보면 될 것을 다락방에 딸린 방 쪽으로 난 창을 열고 내려다보곤 했다. 내 동생들은 그런 나를 원망의 눈길로도 보고 선망의 눈길로도 보았더랬다. 그때의 난 그 기분을 즐겼음이다. TV 보기를 즐기지 않았음에도 굳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어 TV를 보는 척했으니까. 그때 내 머릿속을 부유하던 생각들은 오직 '내 방' 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어디를 방으로 삼아야 다락방보다 멋진 방이 될까. 아이가 여섯에 할머니까지 계셨으니 언감생심이었을 그 꿈을 이루려고 나는 머릿속에서 얼마나 수없이 집 구석구석을 상대로 방을 막고 부수고 했던가.

 

 

 

 

 

 

 

사진으로 마주하자 지금의 나는 어른이고 그 얼굴은 내가 지켜주고 키워 내어야 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아이의 모습 같았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우리는 갑자기 '집'에 '갇혀버렸다'. 너무나 급작스런 사태라 평소 그리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던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마저 들고 있다. 그러나 집은 여전히 우리에게 '안전한 공간'이다. 안미선 저자도 그랬다. 팬데믹을 계기로 집에 머물면서 사진과 글로 집을 기록하게 된 그녀는, 이를 기회로 자신이 그동안 저작해온 르포와 인터뷰집 등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내밀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집'이라는 단어에서 내가 나의 어릴 적 집을 떠올렸듯이 저자 역시 시간을 함께 지내 온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가족에 대한 감정은 간단한 느낌으로 규정할 수 없음이다. 철거가 예정된 고향 집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정리하는 저자. 그녀는 그 과정을 통해 가족과의 화해, 많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화해, 특히 자신과의 화해에 이르고자 한다. 그녀의 여정은 과연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그래. 너는 이곳에 있었지. 남아 있는 방이 나를 위해 장담해 주기를, 고개를 끄덕여 주기를, 그래서 나를 붙잡아 주기를 바랐다.

 

유년 시절의 그림자를 해방시키고, 팬데믹 시대의 역할에서의 해방을 염원하며 꾸준히 행진하는 저자 안미선. 어린 시절 그녀의 기억 속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갇혀 있는 교실 속 친구들이, 성폭력 등으로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함몰된 채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썼다는 저자의 행진이 부디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작은 중얼거림으로 응원해본다.

 

 

 

선물답은 도서*

#집이거울이될때 #안미선 #민음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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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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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몰랐던 또 하나의 세상!


이런 구분이 있다고는 나도 몰랐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다 '농아'라고만 생각했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화로 생활을 하는 '농인', 조금이라도 들리는 '경도난청자', 어느 시점까지는 들렸던 경험이 있는 '중도실청자'가 있고 그들 모두 사용하는 언어도 사고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볼 이유도 없었달까.

 

그러고 보니 문득 지하철역에서 만났던 후천적 시각장애자가 떠올랐다. 바로 앞에 떨어진 물건의 위치를 찾지 못해 스틱을 놀리다가 멍하니 서 있던 그분을 지켜보던 나는 그 짧은 순간 엄청나게 멍설였더랬다. 장애우가 원치 않는 도움을 주는 건 배려가 아니라 실례라고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결국 물건을 집어 드리니 그분은 자신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삶이 아직 낯설고 불편하다고 말하며 살짝 웃어 보였다. 도착한 열차를 그냥 떠나 보내고 다음 열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10분 정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벌써 7년도 더 넘은 일이던가. 여튼 그때도 여전히 성숙하지 못했던 탓이었는지 나는 그분께 지금 눈의 상태를 설명해달라 했고 그분은 딱 한 마디만 했다. "깜깜하죠!"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톨이였던 그 방에!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와 형제 모두가 듣지 못하는 농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였다. 아라이가 넘어져 울어도 듣지 못하는 엄마는 혼자서 계속 길을 갔고 큰 비가 내려 집 지붕에 부딪혀도 그 소리는 아라이만 들을 수 있었다. 아라이에게는 이런 환경이 불행이었지만 그가 훗날 만난 많은 농인에게는 정말 다행이게도 그는 농인의 입장에서의 수화 통역을 진행한다. 이를테면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인 "데프 보이스"에 등장했던 '묵비권'이라든지 이번 "용의 귀를 너에게"에 등장하는 '부작용' 같은 조합된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는 일 말이다. 이처럼 용어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는 아라이를 농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상한 듯 쳐다본다. 사실 청인들에게는 이런 일이 농인들에게 얼마나 답답함을 일으키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인들은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지'라고 말할 정도라니!

 

그리고 이러저러한 모든 이유로 아라이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 농인과 결혼한 형이 낳은 아이도 농아였다. 아라이는 혹시 자신의 아이도 농인일까 두려웠다. 어쩌면 지금 동거 중인 여자친구와 그녀의 아이 미와는 아라이의 아이가 농아라면 수화를 배워 소통할 사람들이었다. 단지 아라이는 그 아이가 느낄지도 모를 소외감이 걱정이다. 일찍이 아라이 자신이 느꼈던 그 외로움 말이다.

 

 

 

 

 


나는 강해. 지금 나는 말이야. 나는, 용의 귀를 가지고 있어.


이런 걱정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아라이에게 법정 통역 의뢰가 들어온다. 40대 농인이 피고인인 강도 사건이었다. 사건의 개요를 훑던 아라이는 피고인이 취조 당시 형사와 검사의 유도와 강요에 의한 자백이었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것이 과연 '말'일까요?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어떤 음을 내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발성한 음의 연속을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언어가 상대에게 전해질 때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수월하게 해결되는가 싶은 사건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마음을 파로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사건도 있다. 아라이는 미와의 학교 친구이자 등교를 겁하고 있는 소년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치게 된다.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말을 할 수는 없는 함묵증으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에이치는 적극적으로 수화를 배워나갔고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목격한 일을 아라이에게 털어놓는데... 살인사건이었다! 과연 에이치는 무엇을 본 것일까? 말하지 못하는 그의 '증언'은 과연 인정될까?

 

농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마류야마 마사키의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용의 귀를 너에게"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법정의수화통역사세트 #마루야마마사키 #황금가지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청인 #농인 #청각장애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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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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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마사키, 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데프 보이스

 

 

 

 

 

사람들은 모르는 소리가 들리는 찬란한 세계가 있다!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부자, 아버지와 아들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17년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벌어진 일인 데다 동일 인물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또 한 명의 동일인이 있다. 전직 경찰 출신인 아라이 나오토다. 그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였다. 부모가 모두 농인이지만 들을 수 있는 아이, 그래서 수화를 또 하나의 모어처럼 습득한 사람, 그러나 결국은 농문화 속에서 자라야 했고 농인으로 분류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필연적이게도 아라이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을 비롯한 농인 사회에서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자랐고 결국 가족과도 멀어진다.

 

전 직장에서의 모종의 일로 쫓기듯 직장을 나온 아라이는 구직 활동 중 수화 통역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의 부모와 형제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들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그의 가정 환경이 그러했기에 어쩌면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수화 통역사 시험을 통과해 다시 농인 사회에 발을 들인 아라이는 17년 전의 사건에서 수화 통역을 맡았던 살해 용의자와 다시 마주친다. 당시 묵비권의 개념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수사관들에 휘둘렸던 용의자는 이번에는 비영리 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라이는 NPO의 전속 통역 자리를 받아들였고 17년 전 용의자의 딸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 '우리 편인지 아니면 적인지'를 농인들의 질문으로 다시 맞닥뜨린다.

 

 

 


수화 통역은 확실히 기술도 필요하지만 마음이 통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건을 짚어가던 아라이는 용의자의 두 딸 중 한 명이 호적에도 올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의 뒤에 무언가 있음을 직감하는데... 과연 아라이는 선천적 농인과 후천적 농인들의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살인사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으나 그 사건이나 해결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주변의 세계를 부각시키는 마루야마 마사키. 장애를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 장애인을 무시하고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파렴치한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라이는 다른 삶을 살아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가족애가 있음을 깨닫는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계와 소리로 이루어진 세계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무례한 일들. 그 끝에는 세상을 보는 시선을 뒤바꾸는 미스터리가 있다. "데프 보이스"로 가슴 따뜻해지는 미스터리의 포문을 연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를 만나니, 문득 요즘 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특별한 안무가 연상된다. 보라색 풍선을 발견한 모든 이가 즐겁게 춤을 추는 평화로운 세상을 노래한 BTS. 미스터리에 꼭 피맛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마루야마 마사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데프 보이스"다.


출판사 지원도서*
#법정의수화통역사세트 #마루야마마사키 #황금가지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청인 #농인 #청각장애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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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클래식 클라우드 28
김주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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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쇼팽,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쇼팽의 음악은 다양한 모습이나 느낌 이상으로 다채롭고 오묘하며 셀 수 없이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어디서,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듣느냐에 따라 재빨리 그 색채를 바꾼다.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조성진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어린 나이때부터 출전한 각 대회에서 여러 상을 받아왔던 그였지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은 특별히 이슈가 되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쇼팽"의 저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주영은 조성진이 거둔 승리에 대해 '변화'와 '절충' 사이에 합리적인 위치를 찾아낸 이상적인 쇼팽 해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음알못인 나도 왠지 흥분해 괜히 조성진 연주를 찾아 듣곤 했고 수줍고 약한 남자 쇼팽에 대해 새로운 관심의 날을 세우기도 했더랬다. 시니컬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쇼팽이라... 그의 일생을 좇는 저자의 여행에 동참해본다.

 

 

 

 

 

 

그 옛날 폴란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작센 프로이센 프랑스 에스파냐 등이 달려들어 각자의 이권을 차지하고자 찢고 분할했던 곳이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외세 열강에 시달렸던 우리나라를 보는 기분이다. 이렇게 힘없고 부침 많았던 폴란드에 조국에 대한 애정 찐하게 불러일으킨 이가 있다. 쇼팽이다.

 

 

 

 


자신의 생을 바칠 곳이 오로지 건반 위라는 것을 알았던 천재 소년 프레드리크 프랑수아 쇼팽은 일곱 살 때 첫 작품을 발표한다. 폴로네즈였다. 당시 바르샤바 상류사회에서 인기를 끌면서 피아노 음악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던 춤곡이자 악곡의 한 형태였던 폴로네즈. 이는 쇼팽의 어린 시절 외세의 침략이 강해지면서 깨어난 민족의 결속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유행했던 장르였다. 그런데 일곱 살의 아이는 악보를 그릴 줄도 몰랐다고 하니 쇼팽의 즉흥 연주를 스승 지브니가 악보화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고 한다. 이후 쇼팽의 곡은 작곡 기법보다 연주 기교 면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스승 지브니와 엘스너의 방임 같은 교육 덕분에 쇼팽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데 거침이 없었고 이것이 천재가 대가로 가는 흔하지 않은 방법이 되었음이다.

 

이제 열아홉 살이 된 변방의 천재 소년은 빈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다.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스물두 살의 베토벤, 국제적인 명성은 얻었지만 빈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서른두 살의 요하네스 브람스 사이를 딱 가르고 들어선 시기였다. 바흐의 평균율을 성경처럼 신봉하고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을 친근하게 여기는 고전적 음악가로 성장한 그는 폴란드 시골 사람들의 춤과 노랫가락에 깊이 빠졌고 이는 훗날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드디어 파리에 입성한 쇼팽. 남들은 뿌듯해할 일일지 몰라도 쇼팽으로서는 슬픈 일이었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했기에 떠날 수밖에 없었음이다. 파리로 건너간 쇼팽은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유한다. 여성적 성격이었던 그는 다행히 폰타나나 오귀스트 프랑숌 등의 보살핌 속에서 천재의 날개를 활짝 펼친다.
그리고 시작된 쇼팽의 연애. 그는 상드와 약 9년간 파리와 노앙을 오가며 사랑을 키웠고 이는 걸작을 탄생시키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우울한 성격은 마침내 자신이 객지를 떠돌다 생을 마칠 것이라는 불안한 확신을 끝내 떨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육체적 허약함과 예민한 성격, 외모 치장, 심각한 낭비벽 등으로 뭉친 삶을 살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그의 나이 겨우 서른아홉이었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가 있을 정도로 쇼팽은 피아노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찬사를 받을 만한 음악가겠다. 프렐류드, 에튀드, 녹턴, 왈츠, 폴로네즈, 즉흥곡, 발라드 등 일평생 거의 피아노를 위한 곡만을 쓰면서 이 악기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깨우고 발전시킨 쇼팽이 아닌가! 특유의 섬세한 서정과 우수, 교묘한 화성 진행을 통한 격정의 표출 등으로 낭만적 피아니즘의 정수를 보여 준 그를 사람들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렀다.


라디오 방송 진행, 강연, 칼럼 집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 젤라조바볼라를 시작으로 조르주 상드와의 이야기를 간직한 발데모사와 노앙을 거쳐 음악가로서 주 무대로 활동하며 정점을 찍은 파리까지 쇼팽의 자취를 따라간다. 지브니, 엘스너, 슈만, 멘델스존, 베를리오즈, 리스트... 당대 유명 음악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던 쇼팽. 문필가 슈만이 "여러분, 모자를 벗으시오. 천재요!"라고 극찬한 쇼팽을 만나는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28번째 도서 김주영의 "쇼팽: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으로 함께했다.

 

리딩투데이 클래식클라우드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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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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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기핀, 우리가 원했던 것들

 

 

 

 

 

 

그렇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가장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슈빌의 부촌에서 엘리트 남편과 결혼해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니나 브라우닝. 그녀의 남편 커크는 엄청난 부를 이루었고 그들의 자랑스런 아들 핀치는 여러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냥 행복한 이 순간에 사건이 터진다. 12학년인 핀치가 같은 학교 10학년짜리 라일라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모습을 사진 찍고 그 아래에 인종차별적인 멘트를 달아 친구에게 전송한 것이다. 이 사진은 여러 사람의 핸드폰으로 전송되었고 니나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라일라는 싱글 대디의 딸이었고 중산층이었지만 내슈빌의 최고급 사립학교 윈저 아카데미의 장학생으로 입학해 다니던 참이었다.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속에서 라일라는 딱히 끼어들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핀치를 짝사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과보호하는 아빠 톰 볼피는 목수 일에 우버 기사까지 하고 있었지만 올곧은 사람이었다. 그래서라고 하기보단, 암튼 톰은 자신의 딸이 찍힌 사진에 격분해 학교에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순간 핀치는프린스턴 대학교 입학 자격을 상실할 것이었고 라일라는 묻힐지도 모를 사건이 부각됨으로써 더 많은 사람에게 사진이 전송되고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지도 몰랐다. 십대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이를 묻어버리려는 라일라와 핀치와 커크. 하지만 니나와 톰은 이 일을 그대로 넘길 수가 없다.

 

 

 

 


진실된 가치와 가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이보다는 더 나은 것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뿐 아니라, 행여 우리가 물러선다고 해도, 이게 과연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문제가 언제고, 우리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반전인가 싶은 상황이 펼쳐지고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믿고 싶은 대로 고르는 사람들, 거기에 자식의 일이라면 설사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덮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만다. 거짓말, 스캔들, 회유, 뇌물공여, 또 다른 거짓말과 반전 속에 성폭력과 인종 차별, 심지어 계층 간의 갈등까지 드러난다. 그 중심에서 화자는 세 명이다. 니나와 톰과 라일라. 왜 세 명일까? 사건의 중심에 놓인 핀치는 끝내 화자로 나서지 않는다. 이것은 감추려는 것일까, 아니면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일까?

 

우리가 불편하고 반갑지 않은 이슈라는 이유로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누군가의 꿈을 빼앗고 누군가의 삶을 뒤흔드는 숨은 폭력들임을 에밀리 기핀은 소설 내내 조용히 주장한다.
돈 앞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의, 치유, 회복, 화해, 용서... 이러한 가치는 얼마나 하찮아지는가! 자식을 인성적으로 키워내겠다고 하는 부모들은 자식의 앞날 앞에서 얼만큼 무릎 꿇는가!
성적과 성과와 돈에 몰두해 스스로의 인성은 물론 자식의 인성마저 좀먹으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부모들과 학교들에 펀치 한 방 날리는 에밀리 기핀의 사회적 문제 제기 소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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