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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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어머니는 칼을 쥔 여자였다!

 

 

 

 

 

엄마의 삶이 인생에 남긴 자국!

 

 

 

 

 

25년 전 신행 살림에 쓰려고 샀던 1500원짜리 특수 스댕 칼.
어쩌면 그날 그 칼을 산 것은
어머니가 평생 수많은 칼자국을 남기며
칼로 벌어먹어야 할 인생의 전조였을까.
한없이 순하고 내성적인 아버지는 제대로 된 가장 노릇을 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봉지 쌀을 사는 서러움도 벗고 먹고살기 위해
빚을 얻어 국숫집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팔자 좋게 신념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인생 원래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다.

아버지의 유유자적과 대비되게 어머니의 삶은 몹시 소란스러웠다.

어머니는 국수를 눈 감고도 썰 수 있을 정도였다.
오른손이 칼질을 하는 동안 왼손 손가락 두 개는
칼 박자에 맞춰 아장아장 뒷걸음쳤다.
어머니의 칼질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하지만 국숫집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어머니는 자주 칼에 손가락을 베었고
장사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엄마는 자식보다 손님이 더 좋아"라는 딸의 투정에 부닥쳐도
그저 한 손에 칼을 쥔 채 삶의 고단함을 꿋꿋이 견뎌냈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종종 동정하거나 나무라거나 잔소리를 했고
어머니는 성질을 내며 전화를 끊곤 했다.

내가 니 새끼냐?

그런 어머니는 부엌에서 국수를 삶다 쓰러졌다.
죽기 전, 음식의 간을 보고 있던 어머니였다.

 

 

 

 

 

 

 

 

저절로 자란 듯하지만 결국 우린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어머니의 손끝에서 탄생한 음식을 받아먹으며 하루하루 성장했다.
우리가 끊임없이 먹어야 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가 맥박처럼 집 안을 채우는 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우리는,
어머니의 칼자국이 우리 삶에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우리 또한 너무 당연하다는 듯 안부 전화를 드려야 하리라.
우리 주위의 많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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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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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팔림프세스트 혹은 펜티멘토

 

 

 

 

아무리 덧칠을 해도 그녀가 돌아다닌다, 살금살금!

 

 

 

 

여기 안전한 동네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이 한 채 있다.
보안도 철저하고 조명부터 욕실의 수온까지 집안 곳곳의 시설이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해 자동으로 조절되는 집.
미니멀리즘의 대표라 할 만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
게다가 집세마저 시세보다 훨씬 싸다.
이 집에 살고 싶다면 우선 기다란 신청서 양식에 많은 걸 적어넣어야 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집 주인이자 건축가와 일대일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그게 끝일까?
그 과정을 모두 통과해 이 집에서 살도록 허락을 받더라도
이후에는 수많은 규칙을 지켜야 하고 금지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남자친구 사이먼의 집에서 지내던 에마는 한밤중에 혼자 있다 강도를 당한 후
이사를 결정한다, 그녀의 눈에 이 집은 그야말로 안전해 보였다.
사이먼은 내키지 않지만 에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이사를 강행한다.
하지만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에마는 사이먼에게 결별을 선언하고는
에드워드와 사랑을 나누기에 이른다.

 

(현재)
얼마 전 아이를 사산한 제인 역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집이 필요했다.
그녀는 아이를 사산한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했기에
아이와의 생활을 꿈꾸었던 집에서 떠나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소개된 공간과 그곳을 설계하고 건축한 주인 에드워드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다.
얼마 후 제인은 에마가 이 집에서 살해됐다고 말하는 사이먼과 마주치고
에마가 정말 살해된 것인지, 아니면 경찰의 말대로 자살인지를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누가 조절하고 그걸 따르는 자가 있느냐의 문제일 뿐.
그 집 문간에 에드워드의 죽은 부인과 아이가 묻혀 있다는 괴담 따위는
집을 본 순간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는 잡소리가 된다.
각 잡는 거 좋아하고 어질러져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에드워드,
그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은 애인마저 죽은 아내를 닮은 여자를 고르게 한다.
제인은 자신과 똑 닮은 에마의 얼굴에 놀라고
자신들이 에드워드와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 얼마나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는지를 깨닫는다.
에마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제인에게 날을 세우는 에드워드.
제인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집 안에서 그녀들은 마치
집을 구성하는 장식물처럼, 인형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
과거의 여자 애마와 에드워드와의 관계가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반복됨을 알아차린 제인은
반복강박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그녀의 마음도 어쩌면 에마를 죽게 만든 독으로 물들어버린 걸까.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기본,
어느 순간 서늘해지는 이 느낌!
삶을 엿보고 통제하려는 이가, 지금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팔림프세스트: 사본에 기록되어 있던 원 문자 등을 갈아내거나 씻어 지운 후에,

다른 내용을 그 위에 덮어 기록한 양피지 사본.
펜티멘토: 제작 도중에 변경하여 뭉개버린 형상(形象)이나 터치가 어렴풋이 남은 자취,

또는 아련히 나타나 보이는 원래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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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유격수 소설의 첫 만남 12
스콧 니컬슨 지음, 노보듀스 그림, 송경아 옮김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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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유격수, 단지 야구를 하고 싶었던 소년

 

 

 

 

 


다르다는 것이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가상의 세계, 그곳은 계몽된 사회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다름'을 대놓고 차별하지 않았다.
지방 소도시의 한 청소년 야구팀에 뱀파이어 소년 제리가 나타나기 전까지,
속마음을 꽁꽁 숨겨둔 채 선하고 열정적인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핏빛 음료수 통을 목에 걸고 있는 제리는
연습이 끝나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박쥐로 변해 돌아갔고
늑대의 모습으로 연습장에 나타났다.
같은 팀 선수들은 아무도 제리와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제리는 꺼려지는 존재, 뱀파이어였으니까.
심지어 감독마저 움찔하게 만드는 다른 존재였으니까.

 

 

 

 

 

 

 

유격수 제리는 실력이 아주 독보적이었고,
만년 꼴찌였던 야구팀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승승장구한다.
그러자 관중은 제리를 향해 그동안 숨겨왔던 혐오와 멸시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결승전에서 관중은 극도로 흥분한다.
그들은 제리의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아 넣으라며 섬뜩한 말을 쏟아낸다.
상대 투수는 제리의 얼굴을 과녁 삼아 공을 던지고
뱀파이어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사실, 제리가 얼굴이 아닌 마음에 깊이 상처받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제리는 결승전에서 끝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야구에 재능이 있고 열성적으로 연습에 임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이유로 온갖 멸시를 견뎌야 하는 제리.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만
자식을 능가하고 자식의 포지션을 위협하는 제리를 두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고 제리를 기용한 감독을 위협한다.

 

지금도 그 애에게 자기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초대하는 아이는 없단 말이야.

 

 

다른 존재를 멀리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독의 속마음은
어쩌면 우리의 속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야구를 하고 싶었기에 모든 위협을 무릅쓴 뱀파이어 유격수 제리.
그가 내뱉은 "우리"라는 말이 널리널리 퍼져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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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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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심장은 일생 동안 얼마나 박동할까?

 

 

 

 

 

 


심장과 관련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도 파악하기 힘들었으며,
현재도 심장의 기능과 심장박동은 수수께끼가 많다는 게 현실이다.
일단 외과의사 윌리엄 하비가 발견한 혈액 순환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왜 가슴이 뛰는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선구자들이 으레 그런 취급을 받았듯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람 말이다.
동맥과 정맥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몰랐던 그리스 외과 의사들에게
하비의 주장은 그야말로 천부당만부당이었으리라.

어쨌거나 심장은 일생 동안 25억 회 박동한다.
헉. 평균 연령이 나와 있지 않다.
오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마 저만큼 아니겠지만
그 '오래'의 기준이 없으니 대략 난감.
또 한 번 어쨌거나 혈액은 심장에 의해
평균 시속 5~6킬로미터의 속도로 흐른다.
따라서 팔에 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면 뇌까지 몇 초 만에 도달하고
이 속도가 평균 혈류 속도이다.

그리고 신기한 사실 하나.
보통 물과 같은 액체는 좁은 파이프를 통과할 때 힘을 가하면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우리 몸의 모세혈관에서는 물과 반대로 피의 혈류 속도가 느려진다.
왜?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잘 공급하기 위해서!
정말 놀라운 인체의 위대한 계획, 위대한 신비다.

 

 

 

 

 

천둥과 번개, 음속과 빛의 속도

 

 

 

 


그리스의 사상가 탈레스, 그의 제자들 아낙시만드로스와 아낙시메스가
천둥 번개에 대해 신화적 접근 방식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노릇이었다.
그들은 바람이 구름을 강타함으로써 천둥소리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번개를 일으키는 불꽃이 튄다고 보았고
이 결론은 이후 2천 년 간 지속되었다.
이 와중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빛이 소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주장을 최초로 내세웠지만
탈레스 들의 결론을 기반으로 한 주장이었음이 아쉽다.
이후 갈릴레오의 시대를 지나 벤저민 프랭클린은 실험을 통해 번개의 정체를 밝혔고
번개가 먼저 치고 천둥소리를 낸다는 결론을 확립했다.
그럼 음속은 얼마이고 빛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에서 확인해보자.

 

 

 

 

 

 

 

 

 

 

 


밥 버먼이 밥 먹고살기 위해 '속도'를 추적하다 만든 책! 농담농담.
어쨌든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이유는?
빛보다 빠른 물질은 정말 있을까?
방 안의 먼지는 얼마의 속도로 떨어질까?
사람을 날리는 바람의 속도는?

 

등등
'움직임'과 '속도'가 어떻게 우주의 모든 측면과 관계되는지를 조사한 남자의
속도에 관한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손톱이 얼마만큼의 속도로 자라는지, 그에 비해 발톱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자라는지부터
용암, 극점의 이동, 허리케인, 우주 팽창 속도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거의 모든 것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밑줄 긋고 딱지 붙이다가 독후감 쓰는 것이 오히려 막막해져버린 책.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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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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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언제나 안녕

 

 

 

 


드넓은 우주, 어느 별에서 소시지 할아버지는 작은 개를 만났습니다.

 

 

 


어느 날 소시지 엄마는 소시지 아들을 낳았어요.

 

 

 

 

 

 

 

 


조금 자린 아이는 밖에 놀러 나갔다가
쫓기듯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밖에 나가 놀지 않아요.
늘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 생활하죠.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느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엄마는 그동안 꼬부랑 쭈그렁 할머니가 되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된 아들을 남겨둔 채 멀리멀리 떠나갔습니다.
둘이 함께 앉았던 쇼파에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눈물만 남았습니다.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할아버지는
곰인형을 하나 들여와 쇼파에 앉히고 그리움을 달래요.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옵니다.
하지만 또래나 다른 이들과의 교류가 없던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다가와 핥고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를 견디지 못해요.
강아지가 자신을 먹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지요.

 

 

 

 


제법 시간이 흐른 뒤,
할아버지는 관계를 맺는 법, 사랑하는 일, 마음을 연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았지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강아지는
마을 길거리에서 폭탄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어느 다른 별에서 강아지를 지켜보지요...

 

 

 

 

 

 

 

 

 

 


그림책 많은 부분이  설명 한 줄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나도 그림만 늘어놓고 싶었다.
그림만으로도 가슴이 찡하고 울컥해져서
딸아이에게 냉큼 보여주었다.
그림 밑에 달아놓은 내 설명이 자칫 그림의 참뜻을 해쳤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그냥 자기 맘 흐르는 대로 읽어야 하는 책,
빨리 지나가는 시간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상황이
최고의 감동을 전해주는 책.
오늘 우리 인사 한 번 나눌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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