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흘러흘러 어디로 갔나!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고독한 늑대의 피, 흘러흘러 어디로 갔나!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다!

폭력단 대책법 시행 전의 히로시마.
구레하라 동부서  폭력단계 반장 오가미는 경찰 표창 수상 100회에 달하는
히로시마 현경 내 최고의 민완 형사이다.
더불어 징계처분도 최고를 기록하는 감잡기 어려운 인물.
그는 수사의 명목으로 폭력, 금품 갈취,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야쿠자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오가미의 폭력단계에 배속된 신입 형사 히오카는 오가미와 같이 움직이며
그의 수사 방식 등을 접하는 동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인 소설에서 가끔 히오카의 시점이 나오는 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오가미가 아닌 히오카라는 암시일 터.

폭력배들과 격의 없이 한담을 나누고 때로는 절도 있게 예를 갖추는 오가미의 모습에
히오카는 그가 경찰인지 조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오가미의 뛰어난 직관과 통철력, 놀라운 기억력 등은
범죄 검거율로 나타나니, 그가 징계를 받아도 아쉬운 건 경찰계 내부일 뿐이다.
자신의 수사망에 걸려든 사건은 무엇이든 달려들어 파헤치는 오가미는
자신이 젊은 시절 사고로 잃은 아들과 이름이 같은 히오카 슈이치를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정보원들과 접촉하게 하며 일을 가르친다.

 




그러던 중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접수된다.
구레하라 금융회사의 경리였던 우에사와는 행방 불명된 지 3개월 째.
구레하라 금융은 폭력단 계열의 악덕 대부 업체로,
고금리 대부놀이를 통해 이자를 갚지 못하는 여자는 유흥업소에 팔아넘기고
남자는 장기 매매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특별반을 꾸려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는데
이 납치 사건에 폭력단 간의 이권 다툼이 결합되어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폭행, 살인 미수 등의 사건이 정신 없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나끼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초반 이후부터 재미있어지는 구조의 소설이다.
약간 지루한 초반은 소설의 중반 및 후반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였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에 또다른 반전까지 선사하는 미스터리 경찰 소설,
고독한 늑대가 또다른 늑대를 어떻게 키우는지 보여주는 콜드 느와르
≪고독한 늑대의 피≫이다.

네 번째 피해자, 그것이 알고 싶다

네 번째 피해자
천지무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네 번째 피해자, 그것이 알고 싶다

끝나지 않은 살인, 피해자를 찾아라! 범인을 찾아라!

유명 설치예술가 팡멍위가 여성을 납치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다.
구출된 여성은 저우위제, 팡멍위가 교수로 있는 학교의 학생이었다.
팡멍위는 수백 건의 공공건설 사업에 참여했고,
타이베이시 국회의원 경선에 추천되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집 서재에서 발견된 살해 증거인 시약병
'최고의 응시, ' 손바닥 온도', '향기로운 자양분'에는
각각 여성 세명의 혀, 심장, 자궁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던 '영원한 이별'의 시약병에 신체 일부가 담길 뻔했던 저우위제는
그녀의 친구 덕분에 무사히 구출된 것이다.
체포된 팡멍위는 피해자들의 시신 행방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고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건전지를 삼켜 자살을 시도한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팡멍위는 죽기 직전
네 번째 피해자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 시신이 숨겨진 곳에 대한 단서를
저우위제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언론은 앞다투어 열띤 보도 경쟁에 휩쓸리는데....

졸지에 팡멍위 사건의 열쇠가 되어버린 저우위제는
탕런글로벌 방송국의 간판 아나운서 쉬하이인의 보호를 받으며
이 사건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협조하기로 한다.
승부욕도 강하고 똑똑한 데다 자기 주장 또한 똑부러지는 쉬하이인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제법 멋진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지만
늦는 아이 러러 때문에 가슴 한구석이 편치는 않다. 


하늘이 이 조그마한 손을 당신의 손에 맡긴 이유는
하늘이 당신을 돌봤던 것처럼
당신이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보호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러러의 상처마저 잘 극복해낸 쉬하이인은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과 후배 아탕의 추리 및 도움으로
피해자들의 시신을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언론의 물불 가리지 않는 보도에 대중은 점점 공포에 휩싸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게다가 저우위제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음성을 변조한 젠여사의 의문제기에
저우위제와 쉬하이인은 곤경에 처하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팡멍위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범행을 일체 인정한 걸까요?
아니면 입을 열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말입니다.
생방송에서 과감하게 의견을 밝힌 젠여사는 과연 누구일까요?
팡멍위의 아내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굳이 그녀가 팡멍위와 저우위제의 혈연관계를 세상에 알릴 이유가 있을까요?
과연 저우위제의 어머니는 팡멍위와 어떤 관계였을까요?

그것이 알고 싶다, 아니 쉬하이인이 진행하는 '뉴스 속의 진실'에서
끝끝내 파헤치다가 예상 못했던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반전일까요?
네 번째 시약병 '영원한 이별'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
모든 우연은 사람이 계획한 것 아니면 운명의 장난이다.

단순히 추리공포 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 도덕적 범주를 거스르는 불륜이나 왕따 등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낸 세태를 드러내는 사회고발소설의 성격이 강하다.
어쨌거나 그들은 미쳤다고밖에 정의할 수 없는 추리소설
타이완 천지무한의 ≪네 번째 피해자≫이다.

지적인 낙관주의자, 긍정적으로 왜곡된 뇌를 갖춰라

지적인 낙관주의자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옌스 바이드너 지음, 이지윤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지적인 낙관주의자, 긍정적으로 왜곡된 뇌를 갖춰라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낙관주의자란?
세상을 장밋빛으로만 보는?
어디 한 군데 나사가 빠진 듯한?
지적이지 못한?
현실 감각이 없는?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비관주의자겠다.

불평불만의 산사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비평가로 위장해 자신의 약점을 덮는다.
따라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능력은 없지만 낙관주의자 앞을 가로막는 최대 적수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비관주의자인 불평꾼들도 사생활에서는 낙관주의자일 수 있다.
이는 직장과 달리 본인의 결정이 직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결정권자이자 실행자이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자는 누구보다 마음 편히 살고, 잘 자고, 더 행복하며
심지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왜 그럴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검증하고,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기에
낙관주의자의 긍정적 초점 맞추기는 최적화를 위한 열망으로 이어기 때문이다.
때로 부작용도 있으니 탐조등을 비추어 살피듯 제대로 찾아내
파생적 낙관주의로서 함께 만들어갈 사회의 성공적 발전을 위해 잠재력을 깨우는 게 좋다.
이때 긍정적으로 왜곡된 뇌를 갖추는 것이 필수.
긍정적으로 왜곡된 뇌는 책에서 찾아보기^^

낙관주의는 자신의 선택한 바대로 인생에 길을 낸다
성공은 낙관주의자들의 몫이다.
그들은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오래 산다.
돈도 잘 벌고, 자기 건강도 잘 챙긴다.
어쩌다 상황이 나빠질 때도 그들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데 낙관주의자라고 다 같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관주의자는 다음과 같이 다섯 유형이 있다.

목적 낙관주의자: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순진한 낙관주의자: 장밋빛 미래를 믿고 세상이 아름다운
숨은 낙관주의자: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현실주의적인
이타적 낙관주의자: 세상을 먼저 생각하는
최고의 낙관주의자: 지적인, 출세 지향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삶의 목적을 직업적 성공에 맞춘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최고의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는 게 좋다.
다섯 가지 유형 중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비관주의자로 사는 것보다는 나은 삶을 보장한다.
그러니 무조건 낙관주의자가 되기를 권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낙관주의자는 "다 잘 될 거야"라는 무조건적 낙관주의가 아니다.
긍정적 감정에 대해 평생 연구해온 심리학자이자 교육하자인 옌스 바이드너는
천천히 시작하고, 일단 결정하면 미래를 향한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최고의 낙관주의자인 지적인 낙관주의자라고 정의했다.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더 멀리 나아가는 사람들의 인생 기술,
≪지적인 낙관주의자≫에서 찾아보자.

원래 내 것이었던, 독자들에게 숙제를 주는 발칙한 소설

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원래 내 것이었던, 독자들에게 숙제를 주는 발칙한 소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나는 사고를 당했다, 그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 병실에 코마 상태로 누워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의사나 간호사 실습생
혹은 내 보호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주고받거나 내뱉는 말들을 다 듣고 있다.
깜박 정신을 잃거나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때를 빼고
나는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어필한다.
하지만 그들은 듣지 못한다.
이게 혹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일까?

방송국 리포터 출신 앰버는 인기 라디오 쇼 <커피 모닝>의 서브 진행자로 일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데다 예민하고 독불장군처럼 구는 메인 진행자 매들린은
1년에 비서 3명을 갈아치울 정도로 성질이 고약하지만
스태프들은 모두 그녀에게 설설 긴다.
앰버는 언젠가는 매들린을 뛰어넘어 메인 진행자가 되고 싶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커피 모닝> PD 매튜는 앰버에게 경고한다.
매들린이 앰버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과
둘 중 한 사람을 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20년 동안 <커피 모닝>을 끌어온 매들린을 택하겠다는 것.
힘들게 얻은 직장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에 앰버는 친한 직장동료 조와 함께
매들린 퇴출 작전을 세우고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이야기가 거기서 끝이라면?
그저그런 계략을 다룬 소설로 그쳤겠다.
하지만 ≪원래 내 것이었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독자를 쉬게 만들지 않는다.
처제, 즉 앰버의 예쁘고 영리하고 똑똑한 여동생 클레어와
소설가이자 앰버의 남편인 폴 사이에 뭔가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고
앰버의 옛남친 에드워드는 끊임없이 앰버 주변을 맴돈다.
그리고 앰버의 친구 조, 어렸을 적 앰버의 일기장 등은
이 소설의 반전을 그야말로 제대로 담고 있는데...

게다가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배신, 광기, 살인이 어우러진 탁월한 이야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
미친 반전 스릴러.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추측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추천평이 정말 딱 들어맞는 소설 ≪원래 내 것이었던≫이다.

안녕, 평양-북한을 들여다보아도 좋을 시간

안녕, 평양
성석제 외 지음 / 엉터리북스 / 2018년 7월

안녕, 평양-북한을 들여다보아도 좋을 시간

매달리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천생 뱃사람으로 태어난 이명길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동네 사람들과 고기잡이 배에 올랐다.
만선의 꿈에 취한 선장과 선원들은 북방어로한계선을 넘은 줄도 모른 채
고기잡이에 열을 올렸고 결국 납북됐다.
매질, 고통, 위협, 세뇌공작에 시달리던 그들은
5개월 후 배를 빼앗기고 구명선에 실린 채 남한으로 추방당한다.
하지만 귀환한 그들은 바로 경찰서로 직행해야 했고
무시무시한 고문이 시작되었다.
선장은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고,
선원 둘은 폐인이 되었으며, 한 사람은 도망쳤고,
명길은 14세 미만이라 하여 일상으로 돌려보내졌다.

명길은 운 좋은 사내로 알려질 만큼 그가 키를 잡은 고기잡이 배는 늘 만선이었고
23세에는 어느 선장의 딸과 결혼해 이듬 해 아이를 낳아 그야말로 행복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그의 운 좋은 생활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 옛날 도망쳐 숨어 살던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북한노래를 부르다가
이웃에게 간첩으로 신고당했고 고문을 받던 그가 '명길'의 이름을 뱉은 것이었다.
명길은 밤중에 들이닥친 사복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고문은 누구든 간첩으로 만들어버리던 시절이었다.
연좌제도 있던 시절이었기에 이명길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이혼당했고
12년 후 풀려난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찾아와 며칠을 함께 보낸 아들에게 의절 각서를 써주었다.
그의 인생은 파탄났고 국가는 그를 외면했다.
명길과 함께 고문받았던 이들은 죽거나 여전히 감옥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고문했던 경찰 등은 모두 포상을 받아 승진했거나 은퇴했다.
명길은 그들에게 사죄의 말을 듣고 싶었으나
그들은 "나라가 시켜서" 혹은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답할 뿐이었다.

명길은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 시절 가장 괴로웠던 고문 방식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며 삶을 버틴다.
그리고 10여 년 후,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사람들이
변호사들의 조력을 받아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 무죄를 받아냈다.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정도의 보상을 받은 명길은
부랴부랴 자신의 아들을 찾아가지만...

명길은 끝내 허무하고 슬프고 참혹하게 자신의 몸을 매달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