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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전쟁법 - 이기는 약자들은 어떻게 싸우는가
박정훈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7월
평점 :
책 제목이 '약자들의 전쟁법'이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떠들썩한 갑을논란이 떠오른다.
갑과 같은 성격의 강자에게 맞서는 방법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고, 강자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니 일단 기대감에 책장을 넘긴다.
사실 스스로가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고, 정말 강자라면 이 책을 보지 않겠지.
신문사 기자 경력 30년의 저자라서 그런지 내용 전개가 어렵지 않다. 2~3번 되뇌이지 않아도 넘어간다.
다양한 인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몰입도가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의 무하마드 알리와 강력한 펀치의 소유자 조지 포먼의 권투경기를
8개의 챕터 앞 부분에 시간 순으로 조금 씩 전개함으로써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전개방법이라 매우 독특했다.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간단 명료했다.
"약자도 강해 질 수 있다. 오히려 강자를 넘어서 승자가 될 수 있다. 단, 목표에 대한 전략과 의지가 필요하다."
흔히 약자란 돈, 학벌, 신분, 건강 등이 다른 이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며,
세상은 '노력충, 노력드립'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약자는 노력이 부족해서 여전히 약자에 머무르고 있다고 단순히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며,
약점을 가진 사람이 약자가 아니라, 약점에 맞서는 의지와 전략이 없는 사람이 약자라고 저자는 운을 띄운다.
약점과 정면으로 대면하려는 의지, 약점을 스마트하게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며 약자가 겪는 역경은 극복할 수록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을 겪었고, 어떻게 극복하여 성공하게 되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전개와 내용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만약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약자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성공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한다는 식의 부처님 말씀으로
일관했다면 아마도 고리타분함에 책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세상에 존재했었고, 그 중에 몇 명은 자주 애기를 들었고 얼굴도 아는 사람들이기에 거부감 없이 메시지를 받아 들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2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사고의 각도를 바꿔야 한다.
강자와 같은 틀, 같은 방법으로 승부해서는 약자가 이기기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래서 약자는 강자로 태어나지 못함을 슬퍼하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사고의 각도를 바꿔야 한다.
카카오톡의 김범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남들보다 더 노력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남들과 다르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고,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 로 함축했다.
두 번째는 직업이 아닌 업(業)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많은 것을 갖춘 강자와 대결할 때 전선을 길게 늘어뜨리면 유리할 것이 전혀 없다.
상대방의 역량을 잘게 쪼게어 세부적으로 나누고 약점을 찾는다. 거기에 약자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서 퍼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량이 그 만이 가진 전문역량이라면 효과가 몇 십, 몇 백배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는 본인의 업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히나 빠른 경제, 기술변화의 환경 속에서는 업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알리의 권투 경기를 시간순으로 쪼개어 전개한 것 만큼 특이했던 것은 저자의 가설을 데이터로 증명하며 책을 끝낸 것이다.
보통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끝내면서, 봐라 이 사람들은 약자였지만 전략과 의지가 있었기에 성공하지 않았냐며 정성적으로 마무리 했을 텐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본인의 가설/주장에 신뢰성이 있음을 주장한다.
물론, 100퍼센트 맞다고 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가 남들은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서점에 넘쳐나는 수 많은 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고, 저자의 이름을 기존에 들어보지 못한 만큼 강자에 속하는 책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자에게 강한 인상과 이미지를 남겨 주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자기만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