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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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작가는 31년생 경기도 출생이다. 학국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마흔 살이 던 1970년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 이후 40년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의 유명한 작품을 발표했으며 암 투병 끝에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접한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 작가의 10주년 추모 에세이로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그 남자네 집'에서 담은 내용은 박완서 작가의 '첫사랑'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면서 연서의 성격이 담겨있다.

하지만 연서라는 단어로 파생되는 산뜻한 설렘, 낭만보다는 이 책의 배경은 1950년대 전후 서울의 피페한 겨울 풍경과 더불어 전쟁과 생존에 관한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다. 첫사랑과 전쟁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주는 주재로 읽는 내내 아쉬움을 엉긴 묘한 감정을 동반했다.

책 여기저기에는 한국적인 묘사들이 많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 시댁 문화, 음식, 그 시절 한 여자에게 첫사랑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첫사랑을 회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드라마틱 한 첫사랑이 있는 건 아니지만(첫사랑이 어디서부터 첫사랑인지 모르겠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박완서 작가님의 '그 남자네 집'을 통해 첫사랑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첫사랑에 대한 연애소설, 1950년대 전쟁통 모습, 박완서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온기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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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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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 대한 아무 내용 없이 그저 창비에서 출판한 책이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한 서평책이다.

'이완의 자세' 줄거리는다. 배경이 되는 여자 목욕탕은 읽는 내내 미묘하고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게 한다. 목욕탕은 계급장을 떼고 알몸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으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그곳에서도 몸매 관리, 재테크, 자식 교육 따위로 엄연히 서열과 위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새삼 놀라웠다. 또한 오회장의 유방암 수술로 한쪽 가슴을 적출한 채 목욕탕을 나오던 일을 기점으로 그동안 출입을 하지 않았던 유방암 수술을 한 여자, 장궁 적출 수술, 관절 수술을 경험한 여자 등이 출입하면서 변화를 맞이하는데 이를 통해 '정상'이라 여기는 몸을 가진 사람들만 자신 있게 벌거벗은 채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란 게 눈에 띄었다는 말에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했다.

여자 목욕탕이라는 배경, 한 부모 가정, 세신사로 일하는 엄마, 츤데레 오회장,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자기 삶을 살고 있는 발레학원 원장, 불자지 만수까지 왠지 있을 법도 한 이야기에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애정이 간다. 가공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고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다.

엄청난 반전이 있고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담백하고 솔직하다. 작가가 글을 맛있게 써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재미있었으며 길지 않은 양에 금방 읽는다.

삶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경직된 사람들에게 온탕의 부력을 이용해 두둥실 떠 이완할 수 있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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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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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의 뜻은 를 말한다.

오, 이건 진심인데 긴가민가는 했지만 '티핑 더 벨벳'의 뜻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정확히 알았고, 나는 아차 싶었다 ㅋㅋ미리 알았다면 좀 더 조심스럽게 책을 들고 다녔을 텐데 ㅎㅎㅎ (내가 누굴 만났더라..)

이렇게 긴 소설을 읽다 보면 주요인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풀이하기 때문에 주요인물에게 애착이 가지는 것이 평범한데, 오히려 가족과 언니가 있는 윗스터블이나 밀른 부인 하숙집을 외면하는 낸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밉다. 왜 그렇게 가족이나 지난 인연들에게 무심하고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윗스터블을 떠나는 날 아버지가 1파운드 금화 여섯 개를 손에 쥐여주는 장면을 몰입해 보다가 아빠가 생각나 눈물을 쏟았다.

실제 낸시 같은 레즈비언이 이 책을 본다면 얼마나 공감할까? 소설 속 내용을 레즈비언은 이렇기도 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읽으면서도 이것을 소설로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도 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저자인 세라 워터스가 레즈비언이 아니라서 오히려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책으로도, 영화로도 접했던 'call me by your name'도 인상 깊게 봤었다. 이런 이성애를 다룬 문학을 통해 내가 좀 더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개물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이 자아를 찾고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 머지 않음을 안다.

'티핑 더 벨벳'은 2002년에 BBC에서 3부작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하지 않아서 나는 소설을 읽다가 중간중간 유튜브로도 티핑 더 벨벳을 봤다. 그런데 드라마는 책보다 훨씬 퀄리티가 떨어지고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 많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600페이지가 넘고 깨알 같은 글자 크기에 비해 책에 눈을 잡아두는 힘이 있다. 짜릿하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억지스럽거나 특별히 반전이 있지는 않다. 나는 티핑 더 벨벳을 보는 시간이 길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단어들이 자극적이고 적나라해서 자칫 야설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이 오기도하지만 레즈비언을 다룬 것을 떠나 한 사람이 일생동안 겪은 사랑이라는 마음을 훔쳐보는 시각으로 봐도 좋을 그런 소설이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나 읽고 싶어서 신청하였고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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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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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래도 나름 국내 스릴러 영화중에서는 재미있게 봤던 '화차'가 생각났다. 신분을 속이고 사는 여자와, 그 여자의 야망에 사랑이라는 허구로 이용당하는 도구인 남자. 꽤나 두꺼운데다가 2권이나 되는 소설임에도 사건 사건의 연결이나, 중간 중간 설핏 드러'내는' 진실들이 읽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꽤나 빠르게 읽어낼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이런 소재의 소설이, 영화가, 드라마가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타인의 신분을 도용하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훔쳐서 사는 사람. 혹은 자신의 직업이나 출신, 심지어 성별까지도 속이고 본인의 욕망을 이루기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과연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오늘 우리 누구든, 단 한 번도 타인에게 거짓이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악의 꽃은 철저하게 핀다.

스릴러에 가까운 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는 피하기 위해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다만,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미후유 같은 '악'인 들은 매우 철저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비운의 주인공이자 최악의 로맨틱가이인 우리의 마사야는, 부친의 사망과, 남은 빚더미, 가업인 공장의 부도와 대지진이라는 대공황 + 혼돈 속에서 사소한 악행(사소하지 않지만, 미후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그저 약간의 소질을 보이는 소소한 악행이었으리라 생각된다.)을 저지르고 말고, 이는 미후유의 눈에 띄면서 그의 약점이자, 미후유에게 자질을 '어필'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 그리고 마사야는 매우 철저하게 이용당한다.

마지막까지도.

우리의 삶 속에도 사소한 악행들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비난의 돌팔매를 맞지만, 진정한 악인들은 오히려 추앙받고 온갖 부와 명예를 누린다. 물론, 그들 역시 (난 무신론자이지만) 무언가의 힘에 의해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그 악행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언제나 선한 사람들의 피해와 슬픔은 이미 땅에 묻힌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악은 철저하게 피어나며, 그 향기는 너무 향기로워서 선한 사람들은 홀리고 만다. 마사야처럼.

환야. 거짓이라도 아름다운.

책 표지에는 매우 환한 달이 떠있지만, 그 어느 곳도 밝게 비추지 않는 밤을 남녀로 보이는 한 쌍이 걷는 모습이 보인다. 이 표지가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아름다움을 향해 모든 것(그것이 인간성이라도)을 포기하고 치닫는 미후유는, 비록 아름다울지라도 결국은 칠흑같은 밤같은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쫓는 인간은 칠흙의 밤에서 심연의 바닷속으로 실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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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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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교육적인 책이다. 책은 여성작가 편 10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옛 문학을 단순히 모아둔 것이 아닌 한국 현대 소설에 대한 강의를 묶어서 펴낸 책이다.

여성작가편 외에도 남성작가편이 별도로 있어 나중에 연관되어 기억하기에는 좋을 듯싶다.

나는 서평단 때문에 읽지 않은 책들을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지만 이왕이면 소개된 책들을 먼저 읽어 본 뒤 해설본을 보듯 나중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책을 읽고 나 혼자 이해한 것을 떠나 좀 더 디테일하고 넓은 시각으로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아무래도 서평가가 쓴 책이다 보니 뭔가 일반 교과서나 해설집하고 다르게 좀 더 유연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책으로 인해 파생되어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생겼다. 나중에 꼭 읽어야지 생각하며 일단 주문해놓고 책장에 놀고 있는 책들이 목차에 많이 있어서 놀랐다. 아무래도 현대문학이 아니라 그런지, 왠지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지.. 묵은지 마냥 묵혀둔다. 목차에서 반가웠던 책들은 강진재작가의 젊은 느티나무, 박완서의 나목,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다. 워낙 다들 오래된 책이라 읽었던 책도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이 책을 계기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도전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목록에 있는 책들을 보고 다시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 이 서평은 컬처블룸리뷰단으로부터 리뷰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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