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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문예 세계문학선 071 ㅣ 문예 세계문학선 7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옛날 난 무서운 이야기를 엄청 좋아했다. 그 때 처음 읽었던 책이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그 당시 어린이용 문고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 읽었다. 마지막에 점잖았던 의사와 괴물같이 생긴 하이드가 동일인물인 걸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 날 밤 일로 이불 빨래를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 이제 더 이상 무서운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아니, 어쩌면 이야기는 더 잔인한 사실을 예쁘고 둥글게 깎아 만든 “작품”이란 걸 알았다. 세계, 아니 우리나라만 봐도 지킬 박사 겉모습을 보인 채 하이드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도 영국 북클럽 사람들 사이에 토론 책으로 매우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가지고 한 토론을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만들고 시야를 넓히는 데 유용했다.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들지만 타락은 얼마나 쉬운가에 대한 이야기. 타락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되돌리기 어렵다는 생각. 요즘 타락은 ‘갑질’이 아닐까라는 생각들.
난 세상이 무섭다는 걸 깨달은 이후 끔찍한 이야기를 그만 읽었다. 대신 논픽션이나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읽었다. 예전 재밌게 읽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다시 펴 보기로 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이 나온지 100여년이 지났다. 이 이야기는 시간을 뛰어 넘어 아직도 새로운 이야기를 달고 온다. 많은 논제와 물음표를 지닌 채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달려온다. 그러기에 문학은 필요하다. 끔찍한 이야기가 계속 창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문예출판사 책은 뒤에 ‘악마가 든 병’리라는 단편이 하나 더 들어있다. 병 속 악마는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지만 이 병 주인은 지옥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 병을 팔면 되는데 무조건 산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아야 한다. 비싸게 팔면 병이 다시 돌아온다. 처음 호기심에 산 하와이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보며 부자인 MB와 돈 먹고 돈 먹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마존 프라임 TV에 ‘맥마피아’라는 영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마피아 가족인 주인공이 결국 가족 복수를 위해 마피아 일을 펀드를 운용하며 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겉은 멀쩡한 증권맨인데 정작 하는 일은 깡패다. 마피아 집안이기에 부유하게 잘 지낸 금수저. 그건 악마가 준 부유함이었다. 그 일이 자신을 결국 마피아 행동으로 이끌었다. 아무리 선하게 지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 세상은 원래 그런 모순 덩어리인가. 이왕 그런 모순이라면 좀 더 예쁘게 깎고 보기 좋게 한 걸 느끼고 싶다. 문학이라는 고상한 스타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