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정리의 발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3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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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의 정리 법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또 느낀 것은 어느 한 부분을 깊게 연구한 사람만이 깨우친 '장인'까지 오기까지의 깊이다.
전에 봤던 스시 초밥의 달인도, 그 영화에 나왔던 생선의 달인들에게서도 느껴진 기운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집중한 대상에 대한 영적인 경지에 다다라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치수를 떠나 이른바 '감'이 생긴 것이다.

이 작가 또한 정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물건들을 보며 뭔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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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8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꿀꿀이님의 서재에서 다시 만나 참 좋은걸요,
꿀꿀이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책한엄마 2015-12-28 20:02   좋아요 1 | URL
네!
예전 책들과 달리 감각적인 사진도 있어 좋았어요.무엇보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전 책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되어 있어 더 감동이었어요.서니데이 님도 편한 저녁 보내세요.^^
 
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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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종대왕과 함께 가장 훌륭한 인물로 평가 되는 이순신.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기반으로 백의종군에서부터 이순신이 죽음을 맞이한 노량해전까지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기술된 소설이다.

소설이다. 하지만 곧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어느새 임진왜란과 더러운 사람의 욕망 안에서 꿋꿋하게 바른 자리를 지키는 진정한 장군 진짜 이순신이 내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작가 김훈의 짧은 글 안에서 울리는 남자다운 기개와 분노 안에서도 자신을 극도로 절제하는 성인으로서의 풍모가 책 안에 그대로 풍겨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국가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풍전등화 상황에서 글을 쓰는 절박한 심정으로 읽었다. 마지막 말없이 이순신 장군 뒤에서 같이 칼을 휘두르고 장렬히 전사한 이름 하나 하나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가슴에 새겼다.

이순신은 뛰어난 장군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해야 했던 약한 군주 선조에게는 그는 일본군과 같은 적이다. 결국 선조는 이순신을 내친다. 그리고 자신이 신임하는 원균을 그 자리에 앉히고 그는 칠천량 전투에서 대패를 한다.

 

원균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고 아무도 말리지 못할 무서운 적의를 지닌 사내였다. 그 사내는 모든 전투가 자기 자신을 위한 전투이기를 바랐다. 그는 전투의 결과에 얻을 것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때때로 수많은 적의 머리를 주어서 그를 달랬다. 그의 활화산 같은 적의와 분노가 날개를 펴고 달려드는 적의 방사진 앞에 장졸과 함대를 집중시켰던 것이다.(21)

 

한마디로 관심 병에 걸렸던 원균. 그는 결국 죽었다. 그리고 도망간 배설이 남긴 비겁한 배 십 몇 척이 후에 명량해전을 성공으로 이끈 자랑스러운 배가 된다. 그 사이 길삼봉이라는 존재 자체도 의심스러운 자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한바탕 살육이 벌어진다. 서양으로 치면 마녀 사냥과 같은 그런 끔찍한 일이었다. 이 끔찍한 이벤트 앞에는 정철이라는 정치 달인이 있었다.

 

정철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민첩하고도 부지런했다. 그는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근면히 살육했다. 살육의 틈틈이, 그는 도가풍의 은일과 고독을 수다스럽게 고백하는 글을 짓기를 좋아했다. 그의 글은 허무했고 요염했다. 임금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임으로써 권력의 작동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삼봉은 천 명이 넘었으나, 길삼봉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42)

 

선조는 자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타인에게 칼을 댔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자신의 목숨을 보전했다. 어떤 점에 있어서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는데 유능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라를 다스리는데 뛰어난 자는 아니었다. 선조 후의 광해군은 자리를 뺏긴다. 선조같이 자신을 지키는 지혜는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쟁 중에 이순신은 어머니를 보내고 아들 면의 목숨을 적들 칼에 내어주고 말았다.

 

면의 작은 입과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생각했다. 날이 선 연장을 신기해하던 면의 장난을 생각했다. 허벅지와 어깨에 적의 칼을 받고 혼자 죽어갈 때의 면의 무서움을 생각했고, 산 위에서 불타는 집을 내려다보던 면의 분노를 생각했다. (130)

 

여진이란 여인을 만나 인연을 갖는다. 여진은 자신을 죽여 달라했다. 그냥 보냈던 이순신은 결국 여진을 적의 노리개로 있다 죽어 시체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렇게 전쟁은 끔찍했다. 아들이 죽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죽고 자신의 어미가 죽어도 예를 다할 수 없었다. 왕은 없었다.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왕은 그를 죽여 마땅하나 대신 싸울 사람이 없어 죽음을 잠깐 사해준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게도 적이었지만 왕에게도 적이었다. 지금은 그의 행동이 의롭다 평가하나 그 당시 그는 나라에서는 왕권을 위협하는 사람이고 적군에게는 위협적인 장수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항상 이 전쟁 안에서 죽을 곳을 이야기한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베어 나온다.

 

나의 적은 전투대형의 날개를 펼치고 눈보라처럼 휘몰아 달려드는 적의 집단성이기에 앞서,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적의 개별성이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개별성의 울음과 개별성의 몸이 어째서 나의 칼로 베어 없애야 할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나는 알 수 없었다.(264)

 

이순신은 혼란스러워한다. 그가 가차 없이 베어내는 적은 개별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국가를 위한 일이라며 목숨을 담보로 적인 이순신에게 뛰어든다. 국가를 살리기 위해 이순신은 그들을 죽인다. 끊임없이 목을 벤다. 그러나 정작 왕은 이순신의 머리를 베고 싶어 한다. 이순신은 분명 선조를 위해 싸우는데 선조는 이런 이순신을 증오한다.

 

그때, 적들은 경건해 보였다. 적이 경건했다기보다는, 적이야말로, 그 앞에서 내가 경건해야 할 신비처럼 보였다. 신비, 신비하고나 해두자. 나는 대장선 갑판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빌었다. 무엇을 향해 빌었는지, 나는 빌고 있었다. 바다는 문득 고요했다.(336)

 

사실 이순신은 그냥 훌륭한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평가만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이다.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공감할 수 있다. 도대체 이순신에게 왜구란 무슨 의미였을까? 선조는 이순신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순신은 분명 선조가 아닌 자신을 믿고 따랐던 농민들과 우리 민족을 위해 싸웠다. 민초들 식량은 왕에 의해 뺏기고 적에 의해 뺏겼다. 심지어 그들은 노예로 적군에게 끌려가 적군 배에 노를 저어야 했다. 이순신은 그들을 지키려고 목숨을 다해 싸웠을 것이다. 오히려 왜적이 이순신 명을 늘여주었다. 만약 왜구가 계속 침략을 노리지 않았다면 선조는 길삼봉사건처럼 이순신에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를 대고 목숨을 거둬갔을 것이다. 선조 자신의 왕좌를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행위다.

역사는 말한다. 무능보다 더 악한 것은 이기심이다. 분명 선조는 창피한 왕이다. 자신의 안위만 급급한 치졸한 사람이다. 그래도 이순신과 그를 따랐던 인물들이 있기에 아직도 이 작고 연약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독립 국가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다.

민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다하는 이순신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일 것이다. 최소한 선조처럼 비겁한 사람은 되지 말자. 이 책을 보며 다짐하고 또 다심했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314)

원균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고 아무도 말리지 못할 무서운 적의를 지닌 사내였다. 그 사내는 모든 전투가 자기 자신을 위한 전투이기를 바랐다. 그는 전투의 결과에 얻을 것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때때로 수많은 적의 머리를 주어서 그를 달랬다. 그의 활화산 같은 적의와 분노가 날개를 펴고 달려드는 적의 방사진 앞에 장졸과 함대를 집중시켰던 것이다.(21)

정철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민첩하고도 부지런했다. 그는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근면히 살육했다. 살육의 틈틈이, 그는 도가풍의 은일과 고독을 수다스럽게 고백하는 글을 짓기를 좋아했다. 그의 글은 허무했고 요염했다. 임금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임으로써 권력의 작동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삼봉은 천 명이 넘었으나, 길삼봉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42)

면의 작은 입과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생각했다. 날이 선 연장을 신기해하던 면의 장난을 생각했다. 허벅지와 어깨에 적의 칼을 받고 혼자 죽어갈 때의 면의 무서움을 생각했고, 산 위에서 불타는 집을 내려다보던 면의 분노를 생각했다. (130)

나의 적은 전투대형의 날개를 펼치고 눈보라처럼 휘몰아 달려드는 적의 집단성이기에 앞서,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적의 개별성이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개별성의 울음과 개별성의 몸이 어째서 나의 칼로 베어 없애야 할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나는 알 수 없었다.(264)

그때, 적들은 경건해 보였다. 적이 경건했다기보다는, 적이야말로, 그 앞에서 내가 경건해야 할 신비처럼 보였다. 신비, 신비하고나 해두자. 나는 대장선 갑판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빌었다. 무엇을 향해 빌었는지, 나는 빌고 있었다. 바다는 문득 고요했다.(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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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8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해가던 차에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새록 새록 기억이 되살아 났어요. 참 멋진 소설이죠!!

책한엄마 2015-12-28 08:24   좋아요 1 | URL
네-곧 김훈 작가님의 다른 역사 소설인 남한산성도 읽어요.벌써부터 설레네요.^^날씨가 엄청 추워졌네요.감기 조심하세요.

마르케스 찾기 2016-12-04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이 책 칼의 노래의 마지막 장을 읽고,,, 다른 분들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서 리뷰를 찾아 읽었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책한엄마 2016-12-04 21:56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훌륭한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칼의 노래 서평 쓰신 것 읽으면 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더라고요.
아마 마르케스 찾기 님 글 읽고 그런 생각이 다시 들 것 같네요.^^

마르케스 찾기 2016-12-04 22:07   좋아요 1 | URL
김훈 작가님께선 기억도 못하실ㅋ 사인본을 받아 읽은 터라,, 그 빚을 어찌 갚아야 하나,,, 고심을 했어요ㅋㅋ 꼼꼼히 끝까지 다 읽어,, 감동받은 독자를 한명이라도 더 늘여 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뿐이겠죠ㅠㅠ
때론, 좋은 리뷰는 또다른 책 한권을 읽는 것 같아 좋았거든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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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분명 언젠가 읽었다. 내가 읽었던 서평을 찾아보니 곤도 마리에 책 한 권을 읽은 기록은 있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읽었다. 그리고 난 변했었다. 한참 많이 버리고 버렸다. 함정은 버린 게 또 필요해서 사고 또 샀다. 어리고 정리 덕후가 된 여자의 반 사기성이 강한 이 책을 믿고 행동한 내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빨간 책방에서 선정된 책이 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말에 다시 빌려 봤다. 요즘 내 성격이 좋지 않다. 지금 내 안에 열등감이 꽤 많다. 물론 내 열등감을 부정하면서 주변 내가 만만하다 생각했던 어느 대상에 내 분노를 투사하며 열 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내 선에서 끝내자. 나는 지금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그래서 몸을 낮추고 글을 쓰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속의 나와 대화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럴 때 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처음엔 그랬다.

, 얘는 팔자도 좋네. 버리는 것으로 시답잖은 글을 써서 한국까지 책을 팔아 돈을 버네.’라며 살짝 지은이에게 분노를 흘리다가 점점 글을 읽는 내 마음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지은이는 먼저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집안이 엉망진창인 사람들의 유형을 분류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나를 찾아오는 고객의 90퍼센트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타입이고, 나머지 10퍼센트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타입이다. 실제로는 버리지 못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사람(버리지는 못하지만 제자리에 두는 타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물건으로 넘쳐나서 제자리에 둘 수 없게 된다. 게다가 10퍼센트에 해당되는 고객인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타입도 막상 정리 작업을 시작해 보면 쓰레기봉투로 최소한 30장은 나올 정도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041)

 

이 부분을 읽고 개인이 주거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머릿속도 같은 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러운 생각들도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가족에게 주지 마라: 내 물건을 가족에게 떠넘기지 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를 자유가 있다. 상대방이 내게 에르메스를 사준들 그걸 사주고 내게 귀한 줄 모르고 막 입고 다닌다, 칠칠치 않게 입고 다닌다며 잔소리를 해댄다면 진심 난 안 주는 게 낫다고 본다. 그런데 남이 자신이 안 쓴다고 쓰레기통 대신 내게 던진 물건도 기분 좋을 리 없다. 물론 누군가의 쓰레기가 내게 값진 무엇인가가 될 때가 있다. 그 때 정중하게 묻고 소중한 마음으로 보내주는 일이 필요하다. 혹은 내겐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누군가는 돈을 주고 살만한 것 일수도 있으니 중고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이런 배려에 대한 이야기 또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워낙 내가 책을 좋아해서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책을 버리는 기술도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읽지 않은 책은 언제가 다시 읽을 일이 없다는 사실. 정말 사실이다. 이 부분은 항상 내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 책을 사면 최대한 빠르게 읽어야지.

 

책은 시기가 생명이다. 만난 그 순간이 읽어야 할 때다. 순간의 만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은 쌓아두지 말자.(125)

 

의외로 사람들의 인생은 간단하다. 잘하는 것을 하고 못하는 것은 포기하면 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적당히 만나면 된다. 하지만 욕심이 원인이다. 그놈의 욕심 때문에 만족할 줄 모른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집어넣고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기를 원한다. 그것도 안 되면 많이 사서 쌓아놓는다. 쌓아놓으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내 마음이 대신 쌓아놓은 물건으로 곽 채워진다는 착각을 위안삼아 살아간다. 지은이는 이런 삶에 대해 경고하고 그런 생활을 청산할 것을 조용한 어조로 계속 설득시키고 있다. 그 설득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이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람시계로 시간을 맞춰가며 누구보다 빨리,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쉬는 시간에는 혼자 정리를 즐겨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밝고 활달한 편은 아니었다. 혼자 교내를 어슬렁거리기 좋아했고 이는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행도 쇼핑도 기본적으로 혼자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타인과 신뢰관계를 쌓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물건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본심을 드러내기 싫어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는 방과 무건에 애착이 갔던 것이다. 무조건 사랑하고 감사하는 감정을 부모나 친구보다 먼저 가르쳐준 것이 물건이고 집이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자신감이 없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고 부족한 점투성이인 내가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환경에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과 몸에 지니는 물건 그리고 집과 주위 사람들 같은 내가 처한 환경이 특별히 대단하거나 호화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진짜 좋아하고 소중하고 멋진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자신감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224)

 

언젠가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올리시는 이웃 글에 내가 난 잘난 척보다 후려치기 하는 게 더 싫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티브이를 보면서 저 사람들은 저런 맛있는 것 기다리지도 않고 먹고 돈도 벌어서 좋겠다.’, ‘저렇게 놀면서 돈도 벌어서 좋겠다.’, ‘, 여행 가서 놀고 돈도 벌고 이렇게 여행기까지 편집돼서 나온다니 말이 돼?’ 등등 궁시렁대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자꾸 그렇게만 보지 마.” 그 한 마디에 순간 등 뒤가 서늘해졌다.

내가 그렇게 싫다는 후려치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 것이다.

요즘 날 위한다면서 글 쓰는 일도 힘들다고 얘기하는 내게

블로그에 글 올리는 사람들 돈 번다고 비난할 게 아니야. 분명 그 일은 업무보다 더 힘든 일인거 같아. 해보려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힘들더라.”라고 얘기하는 내 친구를 보면서 두 번째 참회를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다 힘들고 남이 하는 일은 너무나 쉬워 보인다. 이것 또한 다른 방식의 이기주의다. 작가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해왔고 이런 정리로 많은 칭찬을 받아왔을 거다. 이런 자신의 장점을 취미가 아닌 전문적인 일로 발전시키고 자신만의 이론으로 정립해 이런 글을 쓰는 일도 보통일은 아니다.

그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이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아 작가는 같이 작게 만드려고 후려치기작전을 쓰려고 했다. 반성한다. 그리고 이 작가가 얼마나 더 자신을 발전시켰는지 최신 책도 바로 읽어봐야겠다.

 

평생 해야 하는 것은 버릴지, 남길지의 판단남기기로 정한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254)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람시계로 시간을 맞춰가며 누구보다 빨리,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쉬는 시간에는 혼자 정리를 즐겨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밝고 활달한 편은 아니었다. 혼자 교내를 어슬렁거리기 좋아했고 이는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행도 쇼핑도 기본적으로 혼자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타인과 신뢰관계를 쌓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물건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본심을 드러내기 싫어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는 방과 무건에 애착이 갔던 것이다. 무조건 사랑하고 감사하는 감정을 부모나 친구보다 먼저 가르쳐준 것이 물건이고 집이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자신감이 없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고 부족한 점투성이인 내가 싫을 때도 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자신감이 없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고 부족한 점투성이인 내가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환경에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과 몸에 지니는 물건 그리고 집과 주위 사람들 같은 내가 처한 환경이 특별히 대단하거나 호화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진짜 좋아하고 소중하고 멋진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자신감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224)

평생 해야 하는 것은 ‘버릴지, 남길지의 판단’과 ‘남기기로 정한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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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3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곤도 마리에의 책을 읽고 나면 정리하고 설레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나네요.
꿀꿀이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5-12-23 19:39   좋아요 2 | URL
네-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해에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저녁식사는 이미 하셨겠죠.편한 밤 책과 함께 마무리 잘 하시고 다음에 또 만나요.^^

cyrus 2015-12-23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도 평생 가질 것인지 버릴 것인지 판단을 잘해야합니다. 미루면 안 되는데 책을 버릴 용기가 없네요. ^^;;

책한엄마 2015-12-25 18:2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그래도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잖아요.팔려고 갔다가 사서 오는 것은 비밀입니다.ㅎㅎ
 
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좋지 않았을 때 이 책과 영화에 푹 빠져들면서 힐링을 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과 대입해 보게 되고 또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을 무엇일까 되씹어보면서 은근슬쩍 나도 바라보게 되면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생각해본
꽤나 철학적이지만;민 어렵지 않고 재미 있었던 책이었다.
영화는 책에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 많은 얘기를 담는 것은 무리기 때문에 나의 이해도와 감독의 이해도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 나머지 13구역 사람들의 자원과 인력을 착취한다.
이건 비인간적인 행위지만 강자의 논리로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게 하고자
겁을 주고 배를 굶기고 또 그에 따른 눈꼽만한 혜택을 주면서 강한 도시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강대국의 논리대로 법을 시행하고 살면 도저히 살아질 수 없는 상태이기에
먹고 살기 위해 소녀 캣니스는 불법 사냥을 자행한다.
같이 사냥하는 게일과는 그렇고 그런 기미가 있지만 아직 십대이기 때문에 그냥 미적미적이다.
그런 와중에 강대국이 겁을 줄 겸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뺏을 겸 해서 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 추첨에
착하고 착한 어린 아이 주인공 캣니스의 동생 프림이 당첨되고 충동적으로 캣니스는 동생 대신 자신이 대신해
죽음의 서바이벌에 들어간다. 그 때 같이 들어간 남자 조공인 피타는 전부터 캣니스를 좋아했었다.
그건 유전적인 끌림인듯 피타의 아빠가 캣니스 엄마를 좋아했지만 소심해서 말을 못하다가 결국
힘센 광부에게 뺏기고..피타도 그냥 계속 캣니스 주위만 맴맴맴맴 돌다가 그냥 끝났을텐데 우연히 이런 기회로 사랑 고백도 하고
(죽기 전에 무얼 못하리..) 또 그로 인해 캣니스도 점점 변화한다.
먹고 살기에 독기 어린, 자기 가족만 살리려고 애썼던 이기적인 마음에서 남을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변모한다.

이 서바이벌에서 우연한 우연한 사건으로 캣니스는 반동의 심벌이 되고
뭣도 모르는 캣니스와 피타는 여기저기 떠돌면서 시련을 겪게 된다.
이 와중에 게일은 분노에 눈이 멀어 가족을 사랑하고 위했던 목적을 잊어버리고
단지 상대방을 파괴시키려는 목적과 과정이 뭔가 와해되는..그런 상태가 되어버린다.

캣니스를 좋아한 이유도 피타는 노래소리가 매력적이어서 잊을 수가 없었다고 얘기한 반면
게일은 남이 캣니스를 희롱하는 걸 보고 열 받아하는 자신을 보고(탐욕)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얘기한다.
결국 강대국의 논리나 그에 반한 반대분자 또한 탐욕으로 채워져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려는 것은 똑같은 것이었다.
어떤 팀이 착하고 어떤 팀이 못되고 선악이 분리된게 아니라
결국 그들은 똑같은 욕심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사람이라는 결론.
그 안에서 무력하게 꼭두각시 되어가는 캣니스와 피타.
그리고 그 탐욕의 세계에 찌들어 버린 게일.
내가 보기엔 이렇네-

결국 사람을 우선시했던 피타를 보고 피타가 없으면 죽을 듯 힘든 사랑을 하게 된 캣니스는
피타랑 잘 먹고 잘 놀고 애도 낳고 잘 산다.

그 와중에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또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포커스가 이게 아닌가 한다.
서바이벌 게임은 상황을 만들어 너도 나와 같은 탐욕덩어리 이기심 깃든 못된 놈이라는 증거를 얘기하려 애쓴다.
그 상황에서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건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

근데 여기서 피타는 캣니스를 좋아한단 이유로 같은 무리에서 칼을 맞으면서 까지 캣니스를 살렸고
의리있는 캣니스는 처음 다른 시청자의 입장에서 피타를 위했지만
결국 서로를 생각하는 그 이타적인 마음이 배고프고 굶주려서 매우 비굴해진 12구역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또 두 번째 서바이벌 게임에서도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마음보다 서로를 연합하여 끝까지 다 살 수 있다는 마음이(13구역 반란군들이 의도했다.)다수의 생존자를 만들 수 있었고..

그리고 세 번째 실전 전쟁에서 남을 이기려는 그 탐욕이 결국 캣니스가 처음부터 지키려고 했던 존재를 잃게 만들었다.





결국 이 책의 주제는 ˝서로를 사랑하자˝인 것이다.

요즘 경쟁 사회에서 살아나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어쩌면 국가가 제공하는 고시나 인원을 제한하고 뽑는 그 무엇이 바로 이런 서바이벌 게임같은게 아닌가 생각한다.
너가 떨어져야 내가 붙고 먹고 산다...이 생각이 만연하는 한 우리는 패배자일 수 밖에 없고 아무 것도 남을 수 없다.
내가 희생해서라도 남을 귀하게 여기는 것.
거기에서 우린 희망이 있고 발전이 있는게 아닐까..

이 책의 결론은 바로 그런 것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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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를 만난다.

마음이 땡긴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고 사랑을 한다.

즐겁게 지내다가 다른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뺏긴다.

배신감과 상실감에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슬슬 마음이 나아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

이 내용이 책의 모든 것이다.

육백일의 섬머였나?그 영화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공감이 가는 글들이 뻔한 내용을 따뜻한 감동과 흡입력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사랑이란 것은 마음을 혼미하게 하는 환희를 주면서도 찢어지게 아프게하는 괴로움과 고통을 선사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 안에 알랭 드 보통이 공부했던 많은 인문학과 철학적 이론을 녹여서

지루하지 않고도 흥미롭게 사랑을 학문화하기도 한다.

 

예전 내 연애시절에 대한 고찰도 해 보고

또 삶의 압축이 연애질에 녹아있다는 심오한 사실을 같이 알게만드는

재밌는 reading material 이었다.

 

무엇인가 비참한 일이 일어날 때면 우리는 왜 하필이면 내가 이런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벌을 받는 것인지 이해하려고 일상적인 인과론적 설명을 넘어서는 설명을 찾게 된다. 참담한 사건일수록 객관적으로 보면 가당치도 않은 의미를 가져다붙이게 되고, 심리적 운명론으로 빠져드는 경향도 강해진다. 나는 비통함 때문에 당황하고 진이 빠진 상태에서 의문부호들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왜 나인가? 왜 이런 일이?왜 지금?"나는 과거를 샅샅이 뒤져 이런 일의 유래, 조짐, 잘못된 행동 등, 내가 입은 상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내려고 했다.





인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그 바람에 자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성난 개는 자살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이나 물건을 물어뜯는다. 그러나 성난 인간은 침울하게 방 안에 틀어박혔다가 말없는 종이 한 장만을 남기고 총으로 자신을 쏜다. 인간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피조물이다. 나는 내 분노를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의 죽음으로 그 분노를 상징하려고 했다. 나는 클로이에게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쪽을 택했다. 나 자신을 죽여 그녀가 나한테 한 일이 무엇인지 내 몸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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