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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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혜민 스님 책처럼 짧은 글들을 모은(아마도 트위터 길이) 책이다.
그래서 어쩌면 시집처럼 부담 없이 아무 쪽이나 읽어도 괜찮은.. 형식을 갖고 있다.
예전 10분.. 과 달리(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뒤에 긴 호흡을 가진 문장 형식의 글이 있다는 게 조금 다르다.
뒤에 육아 고민 상담소는 전에 신의진의 3-4세 심리? 랑 유사했다.(이것도 중간에 읽다가 강제 반납.이런게 꽤 됨)

참 신기한 게 문장의 길이는 짧지만 또 그만큼 짧은 글이 있는 빈 여백은
나의 많은 복잡다단한 생각들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짧은 글 안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것이 이 의사 분 글의 매력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란 유전자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활이나 마음 그대로를 아이에게 전달해 주기에..
그런 어마어마한 존재라는 책임감이 들었다.
언제나 있어주면서 아이에게 사랑의 마음을 아낌없이 주고 또 그 사랑을 받으면서
무서운 세상에 맞설 힘을 키우는 아이들.

또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느꼈던 나와 엄마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정말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었다.
애착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절대 내가 애착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 이유가..
내 동생과 다른 이유가 무얼까 몇십 년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어이없게도 이 책이 너무 명확하게 알려줬다.
그것은 엄마가 동생에게는 보이지 않았고 나에게는 강력하게 피력했던 감정인..
˝불. 안.˝이었다.
이 책을 보면 부모는 처음 아이들을 보면서 이 생명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엄청 불안해한다고 한다.
그 마음이 전해져 애가 조금만 못해도 불안으로 혼내고 제재하는 것이 많다는 것.
점점 뒤에 있는 아이들은 앞서 키워 본 일들로 불안은 줄고 그만큼 인자하고 사랑을 베풀 마음이 늘어난다는 거다.

이놈의 불안이라는 성격은.. 공부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사실 아이들이 처음 자신을 평가받는 곳은 학교다.
거기서 무언가 해야지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생각한 불안이 높은 학생들은 공부가 재밌어서라기보다는
뒤처지면 혼날 수도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으로 악착같이 공부한다.
언젠가 엄마랑 참.. 공부는 못하는데 장사나 이외의 다른 인간관계 등을 기막히게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
알고 보면 이 사람은 장사할 `넉살`(불안의 반대말?)을 타고난 게 아닌가 한다.

언제나 엄마는 `넌 딸이라서. 동생은 아들이라서.. 그렇게 다른 성격으로 키운다.`라고 했는데..
그 말도 내겐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게 왜일까도 이 `불안`을 대입하니 깔끔하게 떨어졌다.
엄마는 내가 딸이기 때문에 더 `불안`한 거였다.
그래서 장녀에 딸인 나는 초특급 `불안`을 껴안고 살았던 거다.

그걸 안 순간 머릿속 한 실타래가 스르르 풀어지는 경험을 했다.
비로소 부모님은 부모님의 방식대로 진정 나를 사랑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의 방식이 결코 `불안`이 들어가지 않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불안`을 없애는 데 지금 읽고 있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언젠가 강제 반납당하고..(ㅠㅠ)너무 읽고 싶어서 이북으로 결제를 했는데 정말 이 책은 소장가치가 있다.
20년 동안 사랑받는 육아서는 이유가 있다.

야밤에 제정신이 아닌 채 쓴 서평이라 이 글 안에 책에 한 다섯 권은 들어가 있나 보다.

마음이란 일정한 크기가 있어요.
그 공간에 걱정이 들어차면 남은 공간은 적어집니다.
공간이 부족한데 새로운 일, 힘든 일이 주어지면
물이 넘치듯 흘러나오는 것이 짜증입니다.
마음의 여유는 걱정이 차지하고 남은 공간입니다.
결국 걱정을 버려야 여유가 생깁니다.
아이에게 자꾸 짜증을 낸다면
그 이유는 대개 아이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30)

PNP 대화법이 있어요. 긍정-부정-긍정으로 이어지는 대화지요.
1.˝괜찮아?힘들었겠다.오죽하면 그랬겠니.˝(긍정positve)
2.˝그런데 남들이 볼 때 네 행동은 위험해 보일 거 같아.˝(부정 Negative)
3.˝이제 너도 알았으니 앞으로는 잘 해낼 거라고 믿어.˝(긍정 positive)
상대의 마음을 열고, 적절한 조언을 한 다음, 미래를 향해 행동을 격려하는 대화 방식이 PNP 대화법입니다.(88)

형제가 다툴 때 잘잘못을 가리지 마세요.
그냥 멈추라고 하세요.
너희들이 싸우면 마음이 아프니 이제 그만하라고 하세요.
아이들이 상대방의 잘못을 말하면
난 경찰도 판사도 아니라고 끊으세요.
아이들은 자기가 기분 나쁜 순간에 매이고
자기가 한 행동은 기억조차 못 합니다.
양쪽 다 마찬가지예요. 누구 잘못인지 대개는 알 수가 없어요.(125)

미래는 알 수 없고 아이들은 불안합니다.
아이들이 기댈 부모들 역시
자기 내면의 불안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자신의 노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장기적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확인 가능한 결과에,
남과 비교할 수 있는 결과에 더 집착합니다.(190)

아이가 부모를 공격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
자기를 보호하려는 마음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기가 처한 현실에 부딪히는 것이 겁나서일 수도 있어요.
부모와의 갈등 속에 숨어 현실에 달려들지 않으려는 거죠.
그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와의 싸움이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가 아닌 현실에 부딪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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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8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좋은밤되세요.^^

책한엄마 2016-01-18 22:33   좋아요 2 | URL
네!책과 함께 오늘 마무리해요.^^

cyrus 2016-01-18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자녀는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불만’이 되고, 그 마음이 너무 커지면 ‘불안’으로 악화됩니다. 그러면 감정이 예민한 자녀는 부모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끼고,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갖습니다.

책한엄마 2016-01-18 23:55   좋아요 0 | URL
오-이렇게 나쁜 감정들이 순환되는군요.불만과 불안에 대한 차이점에 대한 살명 감사해요.^^기대를 내려놓고 사랑을 듬뿍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cyrus 2016-01-18 23:56   좋아요 1 | URL
꿀꿀이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에요. 참고로 저는 미혼입니다. 말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하죠. ㅎㅎㅎ

서니데이 2016-01-19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오늘도 추워요. 맛있는 저녁 드세요.^^

2016-01-19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9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2-09 12:16   좋아요 1 | URL
신의진 책 읽어봤어요.
이분은 서석천 의사시고 팟캐스트로 들어봤는데 언행일치의 삶을 사시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세요.
신의진 어이없어요.애는 무조건 3년 엄마 손에 키우라고 하고 자긴 안 키웠어요.
친정엄마가 키워줬으니 그 정도는 괜찮다며 스스로 한 결정에 항변하는 모습.정말 제가 싫어하는 사람 전형이에요.자기에겐 너그럽고 타인은 날카롭게 지적하는..

2016-02-0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레이] 책도둑 : 슬립케이스 한정판
브라이언 퍼시벌 감독, 제프리 러쉬 외 출연, 로저 알램 목소리 / 20세기폭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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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새해 첫 영화

독일의 어두운 시절에 대한 이야기.
당시 히틀러는 공산주의자와 유대인을 무차별하게 배척했다.
그 와중에 해븐가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뭔지 유대인이 왜 미움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부모가 공산주의자이기에 굶어 죽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가여웠고
자신을 구해 준 유대인의 은혜를 갚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자인 `죽음`은 열심히 일을 한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 있다.
죽음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래도 죽음과 무관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엇갈린 운명들이 영상으로 깔끔하게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글씨를 알지도 못 했던 주인공 리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다.
맥스 아저씨와 대화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깨우친 리젤은 점점 삶의 중심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깨달아 간다.

히틀러는 독일에서 사상을 점령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자신과 같게 만들어 버렸다.
그중에도 한스와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스는 웬만하면 독일의 사상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자기가 가진 양심 앞에서는 양심을 선택한다.
히틀러가 책은 불온한 것이라며 자신 말만 들으라 응집했을 때도
시장 부인은 자신의 책을 버리지 않았다.
그 책은 리젤의 삶이 된다.

무엇이 옳은 걸까?

역사라는 권력의 핵심 앞에서 죽음은 이렇게 얘기한다.

˝누구나 죽습니다.
예외는 없죠.˝

시간은 가고 옳지 않은 것 또한 사라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기록과 그 안에 들어간 사랑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 `죽음`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눈물이 주책맞게 흘러내렸다.

꼭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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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15 00:10   좋아요 2 | URL
책을 싫어하는 정권은 일단 의심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지금행복하자 2016-01-15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 더 감동적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마커스 주삭의 최고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책한엄마 2016-01-15 07:15   좋아요 1 | URL
꼭 읽어봐야겠어요.추천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6-01-15 0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는데, 책이 더욱 감동적이라니... 또 리스트에 올려봅니다 ㅎㅎ

책한엄마 2016-01-15 07:16   좋아요 1 | URL
같이 읽을 분이 생겼군요!요즘 북플 덕분에 독서가 외롭지 않습니다.^^

mira 2016-01-15 0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스터가 몽환적인데요

책한엄마 2016-01-15 07:49   좋아요 1 | URL
영화를 잘 설명해주는 포스터죠.^^

서니데이 2016-01-15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15 17:58   좋아요 2 | URL
오늘은 금요일이에요.tvn덕분에 설레이는 날이네요.^^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불금이 되시길 바래요!

2016-02-09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9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 아이 러브 유 - 아웃케이스 없음
리처드 라그라베니즈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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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1. 새해가 되기 전에 본 마지막 영화.

친정 식구들이 모여 있는 시간.
나는 잠시 아이들을 맡겨놓고 소파에서 혼자만 있듯 집중해서 이 영화를 봤다.
예전에 보고 싶던 영화이기도 했고
친정엄마네 집 C&M 케이블 티브이에서 무료 영화인데다가
무료 영화 기간이 공교롭게도 12월 31일까지였다.
한마디로 우연처럼 만난 영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10년 동안 잘 사는 케네디 부부.
케네디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여자는 말없이 삐졌고 남자는 왜 그런 건지 물어본다.
여자 홀리는 자신의 엄마에게 자기 때문에 애를 안 낳는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듯한 남편에게 화를 낸다.
남편 제리는 언제든 아이를 원하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냐며..
여자는 더 돈을 모은 다음에 아이를 낳자는 것뿐이라며 반박한다.
남편은 당신이 사 모으는 명품 구두 때문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고 여자는 당신이 사업하겠다며 빌린 돈 때문이라며 무섭게 싸운다.
그런 평범한 부부.

그런데 사진이 몇 장 나오더니 그 인자해 보이던 남편이 죽었단다.
여자는 정신이 나가있고 끊임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홀리의 서른 번째 생일날부터 제리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 편지는 제리의 고향이자 둘이 처음 만난 아일랜드 여행권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홀리의 친한 친구들인 두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제리의 친한 친구였다는 윌리엄을 만나며 새로운 로맨스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다 홀리는 여행 중에 한 친구는 임신했다는, 다른 한 친구는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여기에 홀리는 무너져 버린다.
이해할 수 있다.
홀리는 결혼을 했었다. 그리고 아이도 가질 수 있었다.
이 두 친구보다 우월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순식간에 남편의 부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친구를 순수하게 축하해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찌질해 보였을 것이다.
그 이전에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에 대해 처리하는 것 또한 힘든 일이었다.
다시 홀리는 숨어버린다.

그리고 떠나간 제리의 편지를 곱씹으며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찾았다.
창조하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갖는데서 끝내지 않고 만들기로 결심한다.
홀리는 신발 만든다.
그리고 힘을 얻고 결혼하는 친구에게 나타나 웨딩슈즈를 선물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상한 남편이 죽기 전에 남긴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단순한 멜로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일단 그렇게 보지 않았다.

홀리의 좌절은 사랑하는 남편이 떠난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홀리 아빠는 가족을 버리고 홀리 엄마는 홀로 두 딸을 키워냈다.
왜 하나님을 내 남편을 데려가셨냐는 홀리의 분노에 홀리 엄마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나도 똑같다며 같이 화를 낸다.
남편의 부재는 죽음뿐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거나 믿었던 그 무엇에 좌절하는 상황을 포괄한다.
그런 좌절 안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죽는 날만 기다린다.
그럴 때 죽은 남편의 편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뭔가 메시지가 날아온다.
하나님을 믿으라는 전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책에 적혀있는 어떤 문장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런 영화를 통해서일 수도 있다.

너만 그렇게 상처받은 게 아니야.
넌 괴로운데 주위 사람은 행복해 보여서 상대적 박탈감에 더 깊게 힘들어하는 것 너만 겪는 게 아니야.
넌 소중해. 다시 힘내보자.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
그리고 열정을 다해서 후회 없이 살아봐.

영화는 이렇게 내게 얘기해주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라드 버틀러가 고향인 아일랜드를 버리고 뉴욕에 살게 한 치명적 여인이 힐러리 스웽크라는 거다.
아마도 레이챌 맥아담스 정도의 사랑스러움이라면 납득을 조금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계속 주위에 있던 `솔직 증후군`을 앓고 있던 청년이 아닌 남편의 고향 친구인 윌리엄과 로맨스로 여지를 준 것은 마음에 든다.
아마도 친구란 비슷한 취향과 느낌을 공유하는 사람일 테고 그러니 둘의 로맨스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의 인연과의 만남을 보니 `미 비포유`에서 약혼녀가 주인공의 절친과 결혼하는 것
요즘 빠져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와 정환이가 삼각관계에 빠진 이유도 납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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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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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검은 꽃’을 읽고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님의 글을 몰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에. 전에 어떤 이웃님이 서평을 써 놓으신 것을 보고 뭔가 ‘살인자’이야기라 무서워서 꺼려진다고 얘기했더니 살인이 이 소설의 주는 아니라고 읽으면 짧고 잘 읽힌다고 하시면서 추천해주셨다. 또 ‘힐링 캠프’에서도 이경규 mc가 영화감독으로서 이 소설이 탐난다는 얘기에 영화로 각색도 괜찮은 이 소설에 대해 궁금증이 점점 커져있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때 부담 없이 펼쳐들고 2시간 만에 뒤에 평론과 김영하님의 소설에 대한 후기까지 후루룩 읽을 수 있다.

작가님은 분명히 책을 쓰기 엄청 어려웠을 거다. 내용은 치매에 걸린 살인자가 기억한 내용을 적은 노트를 기본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살인자에다 알츠하이머라니! 일단 그 사람이 되어서 감정을 적어야 하니 분명히 자신이 살인자와 알츠하이머라는 질병 안에 들어가 부유했을 거다. 내가 읽기에는 이 책은 소설이라는 포맷의 한 편의 긴 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와 같은. 한 마디로 얘기해 보면 미친놈의 헛소리를 늘어놓은 게 바로 이 소설이다. 그러나 미친놈에 천하의 나쁜 놈인데 이상하게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바로 내 안에 어쩌면 미친 부분과 나쁜 부분이 분명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계속 연쇄살인을 했었고 25년이 지난 지금은 한 가족을 죽이고 살려놓은 수양딸 은희 만을 키우고 수의사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박주철이라는 사나이를 만나는데 느낌이 꼭 주인공과 닮은 살인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친한 안형사는 근처에서 연쇄살인범을 찾고 있지만 그는 주인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뱀의 눈이었다. 차갑고 냉혹했다. 나는 확신한다. 그때 우리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다.(20-21)

가끔 자신이 살인자의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

30년 동안 꾸준히 사람을 죽였다. 그땐 정말 열심히 살았다. 공소시효는 다 지났다. 나가서 떠들어도 된다. 미국 같으면 회고록을 출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욕하겠지. 하려면 하라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생각해보면 나도 독한 놈이다. 그렇게 오래 하던 살인을 딱 끊었다. 어떤 기분이냐면, 글쎄, 배를 팔아버린 뱃놈 혹은 퇴역한 용병 같은 기분이다. 모르긴 해도 6.25나 월남전에서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놈들이 다 밤잠을 설치고 있을까? 아닐 거다.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보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44)

십계명 중 처음 하지 말라는 그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른 정말 최악의 사람. 그러나 자신을 정당화한다. 나보다 더 못된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딸만 살려달라는 그 말을 듣는 자신은 일말의 양심이 있어 은희라는 딸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박주철은 결국 은희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이 말에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치매에 걸린 노인네는 자신이 끊임없이 살인을 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 덕분인지 은희라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오는 요양보호사를 죽였다. 은희는 원래 은희 엄마를 죽인 그 때 어린 은희를 죽였었다. 한 마디로 정말 의심의 여지없는 극악한 놈이었던 것이다. 공소시효가 다 된, 수없이 많은 시체가 대나무 밭에 밑에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 죽인 요양보호사의 죄로 아마도 그 치매 노인은 벌을 받게 될 거다. 다 늙어서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 그게 무슨 소용인가? 기자와의 대화가 인상깊다.

한 남자가 찾아와 만났다. 기자라고 했다. 그는 악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진부함이 나를 웃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144-145)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극악과 극광기에 대한 경계가 애매해 진다. 나는 예전에 솔직하고 올바른 것이 최대한 바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윤리에 대한 결벽증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법이 권력을 뒷받침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냥 정의와 자유에 대한 번드르르한 보기 좋은 말을 섞어서 권력의 이익을 아주 멋있게 포장한다.
죽이는 것은 나쁘다. 남을 사라지게 하는 사람은 정말 나쁘다. 나의 기준도 다른 관점으로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내 친구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내 친구의 큰 아빠는 돌아가셨다. 그것도 10년 전에. 근데 할머니는 아직 그 아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다만 그 아들이 시간이 없고 바쁘기 때문에 안 온다고 생각한다고 하신다. 그 얘기를 듣고 몇 번을 물어보았다. 정말 큰아버지가 살아계신다고, 죽음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계시냐고. 그렇다고 했다. 과연 이건 나쁜 행동인건가. 기억에 대한 평화가 옳은가 아니면 현실의 충격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기에서 주인공 살인마는 이야기한다. 원래 나에게 시를 가르치는 선생의 시집이 형편없어서 죽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살려주었다. 그 선생은 자신이 나의 자비로 인해 원래보다 더 오랜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있겠지. 하지만 살인마는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만난 사람도 인연이라며 은희 엄마를 죽인다. 그리고 은희 또한 죽였다. 그리고 다 늙어서 보험을 가입하며 내가 죽으면 은희에게 상속해주겠다고 했지만 보험설계사는 죽을 위험이 아닌 “너무 살” 위험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어쩌면 죽는 것도 재앙이지만 살아가는 것도 재앙일 수 있다는 새로운 시점의 변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본 많은 영화가 떠올랐다. 최근에 봤던 잠깐만 기억하는 여인의 일을 그린 ‘당신이 잠든 사이에’ 좋은 배우들과 좋은 원작이 있었지만 어느 화면의 씬 때문에 긴장이 다 풀려버려 아쉬웠던 영화. 요즘 핫 했던 ‘인터스텔라’를 만든 천재 감독의 출세작 ‘메멘토’(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답지만 슬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영화와 이 소설은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자신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다 쓴 후에 내 내면에서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뇌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고. 어쩌면 글쓰기가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라는 존재는 의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 문장을 쓰면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따라야 한다. 소설의 끝에 도달하면 작가의 자유성은 0에 수렴한다. 마지막 문장은 앞에 써놓은 그 어떤 문장에도 위배되지 않을 문장이어야 한다. 무슨 창조주가 이래? 이럴 리는 없다.(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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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4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꿀꿀이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14 22:00   좋아요 1 | URL
네!한 번 열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그걸 영어로 뭐라고 하던데 생각이 안 나네요.그런 책이었어요.서니데이님 안녕히 주무세요.^^

살리미 2016-01-14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이 책 읽으며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겠다 했는데 올 해 아마 영화로 개봉할 것 같아요.. 설경구 주연이라는데... 제가 요즘 설경구에게 많이 실망하는 중이라 그닥... ㅎㅎ <용의자>를 감독했던 원신연 감독 작품으로 나온대요.

책한엄마 2016-01-14 22:03   좋아요 1 | URL
참 배우 사생활로 선입견을 갖으면 안 되는데..자꾸 그런 선입견을 갖네요.그래도 책과 영화를 같이 보는 재미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 개봉하면 보고 싶어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6-02-24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이지터너 ㅡ를 말하시는걸까나..

책한엄마 2016-02-24 17: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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