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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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래적 작가를 만나다.

사실 나는 이제껏 소설을 안 읽었다. 난 거짓말하는 게 싫다. 솔직한 게 좋았다. 과연 그럴까?  안다. 사실을 쓰지, 거짓말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이상한 결벽증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님이 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나 거짓이 주는 정신적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비관했다. 북클럽을 통해 소설을 읽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특히 내가 실제로 겪으면 끔찍했을 일을 대면하는 게 제일 고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고통받는다니, 어이없어하며 읽었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언젠가 멋진 사기꾼이 되기로. 아주 제대로 거짓말을 해 보기로 말이다.
 어떤 작가는 더 이상 끔찍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이상 끔찍함을 창조한다.(코맥 맥카시) 누군가는 매우 비참한 상황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내가 웃고 있다. 사람을 변태로 만든다.(위화, 필립 로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그릴 뿐인데 그 공명이 큰 글을 쓰기도 한다.(줌팔 라히리, 존 윌리엄스)
 이 작가는 다르다. 매우 숙련된 아나운서 같은 느낌이다. 내용은 끔찍하다. 이상하게 그 끔찍함이 현실적으로 적혀있지만 불쾌함이 밀려오지 않는다. 분명 내가 그 사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은 든다. 그러나 작가가 보호해 주는 안전한 막에 싸여 모든 상황을 응시하는 느낌이다. 아주 잔혹한 사건을 뉴스로 생생하게 보는 듯한 느낌. 나는 이 작가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안에 작가가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작가는 선생님이었다. 이 책은 과연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아주 모호하다. 한마디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사기 친 책이다.


줄거리

 엄마 로레타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후에 알게 된다. 그녀에게 세 자녀가 있었다. 줄스란 아들과 머린과 베티라는 딸. 줄스는 잘 생긴 아들, 그리고 머린은 그 상황에서도 책을 좋아했던 딸. 베티는 흑인들과도 잘 어울리는 민족 평화주의자(?)다. 1930년에서 1960년 중반 공장이 밀집해있는 하층 노동자 계급이 사는 디트로이트가 배경이다. 이들은 빈곤 때문인지 교육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 건지 비극이 계속된다. 마지막은 흑인 폭동 사건으로 끝난다.

로레타
                

내가 상상한 로레타

단단한 여자. 시련이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오빠가 같이 자고 있던 남자친구를 죽였다. 그 후 조사 나온 경찰이 그녀를 겁탈했다. 임신으로 결혼한다. 후에 남편은 경찰에서 비리로 잘리고 공사장에서 죽는다. 재혼했지만 남편이 딸 머린을 죽도록 때려 이혼한다. 쥴스, 머린, 베티를 키웠다. 결국 남자는 경제력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산다.

그래, 내가 잘해줬다니까. 항상 걔를 많이 사랑해주고, 관심을 줬어. 우리 엄마랑은 달리. 우리 엄마는 애를 키우는 게 어떤 건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애를 낳아 기를 수 있었던 게 놀라울 따음이야!(438)
줄스
                

이렇게 생겼다면 부잣집 딸이 너랑 도망갈만해.

로레타 큰 아들. 살해당한 남자친구 아들인지, 경찰 남편 아들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름 가족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한다. 부잣집 마나님을 모시는 일(호스트)을 하며 돈을 번다. 그러다 연결해 준 부자 사업가 기사 노릇을 하다 네이딘이란 소녀를 만난다. 앞에서 잠깐 이디스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의도 한 걸까?) 참 스토너에 나오는 이디스와 네이딘 성격이 비슷하다. 네이딘에게 고통받고 폭동으로 고통받는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면 사치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들의 눈에는 기적의 막이 덮인다. 그러니 평생 가난했지만 지금은 사랑이라는 사치에 흠뻑 젖은 줄스도 비현실적인 감각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544)
네이딘
                

줄스가 정신을 잃고 사랑할만한 여인.팜므 파탈

 줄스는 돈을 위해 부자인 부인들을 모신다. 그러다 인생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 네이딘. 그녀와 함께 도망쳐 냄새나는 모텔에서 힘든 삶을 살기도 했다. 아픈 줄스를 두고 네이딘은 결국 도망친다. 변호사와 좋은 집에 살던 네이딘은 다시 줄스를 만나 흔들린다.

여자는 꿈같아. 여자의 일생은 기다림의 꿈이지.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면서 꿈속에서 산다는 뜻이야. 굴욕적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어. 어떤 여자도 도망치지 못해. 여자의 일생은 남자에 대한 기다림이야. 그뿐이야. 이 꿈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그 문을 통과해야 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늦든 빠르든 그 문을 열고 통과해서 어떤 남자, 한 명의 남자에게 도달해야 돼.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 결혼 상대는 누구든 상관없지만, 이 길에서 벗어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507)

이 부분에서 바로 보인다. 왜 네이딘이 왜 악독한가에 대해서. 사회 규범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내면에서 거부한다. 시대는 1900년 중반이다. 여자의 삶은 한없이 수동적이었다.

머린
                

삶이 힘겨울 때 책으로 도피하는 여자.

엄마는 머린을 이해 못한다.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된다. 그런데 얘는 왜 도서관에 가는 거야? 결국 삶은 머린에게 몸 파는 법을 가르쳐주고 만다. 엄마처럼. 엄마는 책 읽는 딸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남자를 만나려는 머린을 보고 안심한다. 머린은 영문학(국어) 수업을 듣는다. 내 실제 일을 썼는데 선생님이 낙제 점수를 줬다. 이유는 '개연성 부족'. 한마디로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다는 거다. 뭐라고? 내 진짜 이야기인데 네가 이해가 안 간다고 이 점수를 줘? 먹물 먹으면 다야? 항의 편지를 오츠(지은이 실명) 선생님에게 보낸다. 머린은 애가 셋이나 있는 유부남 강사를 꼬셔 이혼시키고 결혼에 성공한다.

이 허구가 알려주는 것.

이 책은 40년 전 나온 책이다. 그 당시의 이야기였고 지금은 과거 이야기가 됐다. 과거는 아름답게 포장된다. 아니면 지나치게 과장된다. 이 책을 사실 그대로를 담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세련 되고 객관적이다. 디트로이트 하급 노동계층을 통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이 끔찍한 삶. 죽음이 아주 가까이 있고 돈이 가끔은 몸과 사상보다 중요해지기도 하는 삶. 그래서 정말 나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의 영혼은 분노였다. 분노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대상 없는 분노, 자신에 대한 분노, 인생에 대한 분노, 조립 라인에 대한 분노, 바퀴벌레 물이 새는 변기에 대한 분노. 어떤 것이든 훌륭한 이유가 되었다. 분노. 돈이 없다는 것. 그 돈이 다 어디로 갔어? 돈이 어디서 나와? 분노. 돈. 아버지.(197)

과거 이야기지만 지금 이야기이기도 하다. 점점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힘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 소설처럼 부당한 방법으로 훔치거나 몸을 팔거나 폭동을 일으켜야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다. 같이 가난해도 백인들은 흑인들을 보며 더 못난 사람들이라며 위안을 얻는다. 사는 방식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살아간다. 부잣집 소녀 네이딘도 다르지 않다. 여자라는 이유로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없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황금소리나는 '데이지'같은 인물이다.

넌 날 사랑한다면서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나한테서 뒤로 물러나지. 너는 평생 가난하다는 것, 남들한테 이리저리 차인다는 것을 피난처로 삼고 나 같은 사람들한테 우월감을 느낄 거야. 넌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지 않으려고 해.(541)

삶은 계속 어긋난다. 열심히 살고 올바르게 살고 싶은데 불가능하다. 항상 윤리와 양심을 무시하고 살아야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들은 결국 조금씩 법을 어기고 윤리를 무시하고 죄책감에 대해 무뎌진다. 그 사실을 책은 그냥 보여주기만 한다. 그래도 궁금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등장인물들이 좀 더 나아질 것인지. 넌지시 작가는 답을 넣어놨다. 잘생기고 사랑스러운 남자아이 줄스 입을 통해서.

언제나 계속 살아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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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03-3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줄스에 데인 드한..잘 어울려요. 약간 머리탈색을 조금 하고 눈에서 기를 좀더 빼면 더 어울릴듯. 저도 종종 소설을 읽을 때 영화배우를 대입시켜서 읽는 때가 있는데..네이딘은 클로이 모레츠도 어울리기는 하는데, 그보다는 약간 더 백치미 느낌이 나는 쪽으로 가도 좋을듯. 누가 있을까요...

책한엄마 2016-03-30 17:40   좋아요 0 | URL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안 되지만 젊을 적 밀라 소르비노가 생각났어요.
글쎄-워낙 연기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제니퍼 로렌스(?)도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맥거핀님 이번에 읽은 1980년대 시카고 배경으로 한 소설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3-30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영화로 나오나요? 사진을 올려주셔서요.^^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3-30 17:42   좋아요 1 | URL
아니요-나온다면 영화보다는 미드(?)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오랜만이에요.서니데이님!!

eL 2016-03-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끔찍한 내용인데도 불쾌함이 밀려오지않고 보호받는 느낌이라니 읽고 싶어지네요. 빨책에서 칭찬이 자자해서 궁금한데도 저도 때론 내용이 힘든 내용이면 너무 이입이 되어서 읽기 힘들어하곤 했거든요. 서평감사해요! ^^

책한엄마 2016-03-31 23:40   좋아요 0 | URL
네-가장 대표적으로 고통이 밀려오는 책은 `호밀밭 파수꾼`이죠.
부잣집 도련님이 방황하는 이야긴데 왜 이리 읽기 힘든지..이 책은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찢어지게 가난하고 끔찍한 상황 안에서 희망을 보는 내용입니다.^^

서니데이 2016-04-0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1 18: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4-0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3 20:54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벚꽃이 예뻐요.비가 안타깝긴 하지만요.즐거운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만나요!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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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고.
(Dare to be optimist.) p.268
저자 글을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십오 년 전 단대 건물 지하에서 같이 라면을 먹었다. 친구는 ˝난 라면은 안 먹어.˝라고 자신 원칙을 얘기하며 단칼에 거절했다. 참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돈을 나눌 때 50원 단위까지 챙겨 주는 친구. 누군가에 대해 감정보단 이성으로 공평하게 대했던,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 이 책을 보면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살아온 저자. 그렇기에 대학 시험에 수석을 했고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붙고 연수원에서 되기 어렵다는 판사가 됐다.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 이 분과 내 친구 공통점을 그렇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시련이나 스트레스 안에서도 기어코 의미를 찾아낸다. 만약 실수가 있다면 그 답을 찾고 스스로 발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나를 위한 최선인 행동 ˝을 한다. 이렇게 어렵게 깨닫게 된 자신이 겪은 삶에 대한 좌표를 공개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절대, 절대 유명해지기 위하거나 거대한 야망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일 또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뿐이다.
이 책은 `개인 주의자`라는 자극적인 생각을 먼저 내세웠다. 먼저 난 나를 먼저 생각한다는 `개인주의자`에 대한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다음 판결과 주위에 있었던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부분은 책이나 영상을 보고 생각해 본 세상에 대해 적었다.
왜 개인주의 자인가
저자 내면에 대한 내용이다. `나란 누구인가? 왜 나는 이런 책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참 개인적으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무척 좋아하고 주위 다른 사람이 내 삶에 대해서 재단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기 싫은 일은 정말 싫어하는 자신을 `개인주의자`라고 칭한다.
보통 `판사`가 책을 낸다고 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조금 있으면 대권에 도전하겠구나.`라고. 아니면 정재계에 많은 연줄을 얻기 위해 내는 글이라고. 자서전처럼 거창하게 자신이 한 선의를 멋있게 포장한 책일 거라고 오해할 수 있다. 조금만 읽어보면 그 오해가 풀린다. 그는 그런 일은 질색이다. `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소소한 `글`을 쓰는 행동은 좋아한다. 그뿐이다. 그냥 쓰고 싶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딱 그 정도. 더 이상 나가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자신은 야한 책을 좋아한다거나 어렸을 때 조국 교수님을 보고는 홍콩 배우가 왜 여기 있냐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박장대소했다. 자신이 더 이상 부귀영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은 상상으로 대신 얘기한다.
최후의 오지 여행을 하며 유서처럼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는데 이게 또 어떻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중계방송 보듯 찾아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기사화되더니 팬덤 형성. 응원의 메시지에, 따라 걷는 순례자들이 속출하며 일이 커진다. 어느새 그런 관심에 중독되어 신경 안 쓴 척 실제로는 엄청 신경 쓴 사진과 감동적인 한마디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상의 반응을 즐기기에 이른 노인이 삶에 대한 의욕이 과다 충전된 나머지 `고독의 끝에서 생의 의지를 발견하다`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를 하며 도시로 복귀. 그동안 적은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여 돈도 벌고 멘토 행세하다가 선생님 선생님 하며 따르는 미로 여대생과 눈이 맞아 이태리 멋쟁이 노인 흉내를 내며 스키니진 입고 스카프 두르고 데이트 다니다가 민족정론 디스패치에 대서특필, `늙으면 죽어야지` `지랄도 풍년`이라는 어제의 팬들의 댓글 러시 속에 이혼당하고 무일푼으로 전락. 그러고는 독거 노인이 되어 <대장금> 재방송을 무한 반복 시청하며 수명만 대책 없이 연장해놓은 과학자와 의사들을 저주.....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여성 5명과 불륜˝ 파문
[앵커]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불륜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해왔는데요.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이정헌 도쿄 특파원입니다.[기자]2011년 5월 일본의 한 야구장.[오토다케 히로타다 : 마음을 담아서 던지겠습니다.]불편한 몸이지만 멋지게 시구를...

타인을 통해 성장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판사 유감`이라는 책을 살짝 읽었다. 그 책에서는 대부분 판사로 재직 중 생겼던 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 선 내용이 많은 부분이 2부에 있다. 사회적 약자들. 알고 보면 억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사정을 듣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 입장에서 쓴 글이다. 법리 해석이 앞서기 때문에 판결로는 얘기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이 부분을 통해 쓰고 있다.
참 위험한 일이다. 판결이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 타인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자신 생각만을 쓰는 일은 외줄 타기나 다름없다고 본다. 문유석 판사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이런 아슬아슬함을 즐긴다고 하신다. 어쩌면 그가 `개인주의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을 더욱 즐기는 후회 없는 삶. 카르페 디엠.
절망으로 끝나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어리석더라도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보고 싶다.(140)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기
사람 간 어려운 사정을 해결하는 판결하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시야를 넓게 본 내용을 적었다.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들인 세월호 사건, 국제 테러 행위, 그리고 사회 계층 간 불화에 대한 내용들을 다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저자가 일 년 동안 하버드 로스쿨에 유학하며 겪었던 미국에 대한 풍경이었다. 미국은 빈부 격차가 정말 크다. 사실 가장 선진국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수준과 삶의 질이 정말 낮다. 저자는 그들이 배우지도 않고 그저 국가가 주는 돈에 의지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공화당 부자들이 세금을 내기 아까워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다른 편에서 보면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노동자 계급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면 그 수준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시대가 변하며 토사구팽 당한 그들이다. 이 사실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인간 사회는 참 묘해서 교과서처럼 정의가 늘 승리하지도 않고, 거기 앞서 무엇이 정의인지도 정의하기 어렵고, 분명히 선의에서 비롯한 정책이 오히려 사람들의 고통만 심화하기도 하고, 인간의 능력과 노력에는 슬프지만 많은 격차가 있고, 빈곤과 불평등에는 사회가 책임질 부분도 있지만,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239)
사실 이 부분을 보고 `판례를 많이 보면 이렇게 만연체가 되는구나..`를 여실히 깨달은 부분이었다.(살짝 위로받았습니다. 판사님.)
부정을 긍정으로
저자 본인은 자신을 `개인 주의자`라고 칭했다. 그게 나쁜 말일까? 내 스스로에 집중하는 삶 말이다.
책은 내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향하고 사회를 향하고 있다. 어쩌면 내 자신을 정확히 알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보통 우린 나 자체도 모른 채 타인을 보고 세상을 마음대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아니고 세상이 잘못되고 타인이 나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고 평가한다.
저자는 판사다. 타인을 평가하고 단정하고 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런 분이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그렇지 않은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타인을 평가하고 싶어요? 먼저 나를 알고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써 봐요.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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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5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토다케는 행복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많이 강조하던데 너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았던 것 같아요. 육체적 쾌락 또한 개인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쾌락이 주는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불명예스러운 일이 발각되고 말았어요.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봅니다.

책한엄마 2016-03-25 18:09   좋아요 0 | URL
오-어쩌면 그도 지독한 개인주의자였군요.하지만 판사님이 주장하는 `합리성`, 즉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예의는 없었나봅니다.아내와 그가 쓴 책으로 용기를 얻었던 사람들을 우롱했어요.사회에서 떳떳한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어요.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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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비틀어 읽기.모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선생님과 수업한다면 학생이 참 행복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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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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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는 실력.700페이지 책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제대로 된 거짓말쟁이 이야기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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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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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말은 최소한 나에게 100% 적용된다.
나 포함해서 내 남편 절친인 분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남자가 됐다면 저렇게 됐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그분 나랑 자음 이니셜도 똑같아. 게다가 동본이야.(진짜 억지로 끼어 맞추는 것 맞습니다.)

뭔가 내가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철저히 나 혼자 공간으로 들어간다. 겉에서 보면 나는 남에게 전혀 관심 없는 사람, 매정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원래 다른 사람에게 다정다감했던 모습과 180도 바뀐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하기도 한다. 그런 내 패턴이 바뀐 것은 큰 시험인 수능부터다. 그 이후로 나는 남편과 연애를 했고 내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은 없었다. 내 인생에서 큰 지위를 얻을 수 있기 위해 온 힘을 쓸어 담을 혼자 있을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앞서 읽었던 `여자의 인간관계`는 여자란 존재는 패거리, `모여 다님`을 중시하는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긍정적인 여성상으로 얘기한 `별난 여자`는 혼자 있음을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더 이상 억지로 모여있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혼자 있으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말라는 용기와 혼자 있을 때 자기 발전을 위해 행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먼저 저자는 언제나 우수한 집단 안에 속해 있다가 대학 입학이 좌절되면서 `강제 혼자 있음`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면으로 혼자 있음으로 자신이 발전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독을 극복하면서 단독자임을 자각할 수 있었고, 오로지 혼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7)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누구나 한 번은 지극히 괴로운 고독을 맛 보아야 한다. 같이 다니는 것은 마음 안정을 줄 수 있지만 내 개인에 대한 발전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누군가가 배신하고 무시당하게 되면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보다 지독한 괴로움을 맛보게 된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내 개인을 위해서는 타인과 비교하고 의지하고 같이 다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혼자도 훌륭히 업무를 해낼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같이 모여 협동했을 때 비로소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다.
수동적인 고독을 넘어 적극적인 고독을 선택한 사람, 안락한 자리를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깊고 빛난다.(54)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만의 시간
그렇다면 어떻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기는 했는데 아직도 타인 생각으로 혼란스럽다면 어떻게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까? 먼저 혼자 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책을 읽고 교양을 쌓는다. 활자 형태로 일기를 써서 자신 감정을 직접 마주하게 한다.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눈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한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 리딩의 일환으로 원서를 읽고 이에 번역을 하는 행위를 해 본다. 마지막으로 고독에 대한 책을 읽어 본다. 계속 나 혼자 스스로 명상과 같은 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게 한다.
혼자인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저자는 혼자인 시간에 가르쳐준 것들 대부분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 대부분 책을 만났고 책 안에서 삶에 대한 답을 찾은 듯하다. 책을 읽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이를 일본 고전 문학에 있는 문구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고독을 명확하게 언어화한 작품을 접하면 적어도 우리는 누군가와 고독을 공유할 수 있다. 더구나 공감의 상대는 위대한 선인들과 문학의 대가들이다. 고독을 그린 작품을 읽는다는 자체가 고독에 대한 긍정이며, 외로움의 밑바닥에서 치고 오르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134)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하여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 고독은 피하려고 할수록 더욱 고독해진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고전을 보자. 그 안에 많은 답이 숨어 있다. 혼자 있으면 무엇보다 자신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 목표가 명확해진다. 또한 혼자 있게 되면 감성이 풍부해진다. 이를 이용해 자신 감정을 더욱 직접 만난다. 이를 통해 내 마음을 알고 다스리기 쉬워진다. 사람들은 더 이상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한다. 남들이 효율이 좋고 안정적이라는 직업을 무조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하기 전에 무작정 그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만 한다. 누군가 좋다는 가방, 물건, 수업만 따라다닌다.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가 그만큼 더 외로워졌다는 증거다. 차라리 혼자 있는 시간을 직접 만들고 내 스스로를 단단히 만드는 일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이 책을 읽고..
앞서 읽었던 `여자의 인간관계`와 함께 읽어서인지 혼자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그 방법에 대해 적용하며 읽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며 사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로 이해받고 같이 있는 듯한데 나만 혼자 떨어졌다며 소모적인 아픔을 겪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니다. 개개인 누구에게나 혼자 있을 시간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내가 혼자 있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을 거부하는 일은 예의 없는 행동이다. 다만 내가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때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기억하며 이 시간은 타인에게 거부 받은 시간이 아니라 내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자. 그 시간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시간으로 생각하며 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잔 생각을 했다.
고독은 잘못 다루면 위험해진다. 이 위험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고독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꼭 습득하기 바란다. 그 시간을 통해 분명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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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23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 바람이 많이 불어요.^^

책한엄마 2016-03-23 17:5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밖에 공기가 좋지 않아요.
참 좋은 봄인데 안타까워요.^^잘 지내셨죠? 이따 서재 놀러갈게요.

eL 2016-03-25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절친분 자음이니셜도 ㄲㄲㅇ....?

책한엄마 2016-03-25 16:19   좋아요 2 | URL
ㅋㅋㅋ실명이요.깔깔이를 좋아하긴 하는...듯(썰렁한 개그 죄송.^^)

eL 2016-03-25 16:2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혼자 꼴꼴이 낄낄이 막 생각했는데 깔깔이는 생각도 못했네요ㅋ 재밌어요ㅎ

책한엄마 2016-03-25 16:25   좋아요 2 | URL
ㅎㅎㅎ꼴꼴 낄낄이 더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