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읽은 줄도 모르고 다시 읽다.

'다시 읽는다.'고 생각하고 읽는 것과 '읽은 줄 모르고 다시 읽는 것'이 뭐가 다를까?
중간 정도 읽고 나서 끊임없이 박완서 작가님 소재 고갈에 대해 생각하다 이 책을 읽었음을 깨닫고
음-음-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죄송함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놀람이 느껴졌다.
올해는 부쩍 재독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인데 오히려 '놀라움'이 계속된다. 이유는 아마도 '내가 변했다'는 점에 있다. 나는 많이 변했다.
변하게 한 힘은 '책'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내 위치 '변화'도 부정할 수 없다.

줄거리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다. 어느 정도 허구도 있겠지만 작가 본심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전쟁을 겪으며 공부를 잘 한 화자이자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미군에 일자리를 얻는다. 보통 '미군'에 일을 다닌다고 한다면 요즘 '유학 갔다 온 여학생'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니까 유학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온 지 모르듯, '양공주'와 '미군 여직원'은 거의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대였다. 그 당시 현보라는 엄마 쪽 먼 친척이 이웃집에 살며 '썸'을 탄다. 현보는 군에 있다가 해외로 나가고 그 사이 혼기가 다한 주인공은 같이 일하고 은행에 다니는 총각과 결혼한다. 자신이 일했던 자리는 시어머니 이웃사촌인 '춘희'란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일을 대신한다. 안타깝게도 춘희는 미군 사람과 사귀며 잦은 중절 수술을 한다. 주인공은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고단한 시집살이를 한다. 그때 현보를 만나기로 한다. 재회는 무산되고 현보는 베트남 전쟁 때문에 머릿속에 벌레가 들어가 뇌 수술 중 실명한다. 나이가 들어 현보와 춘희를 다시 만나고 상념에 빠지며 소설은 끝난다.

첫사랑에 대한 쌉싸름한 추억

난 글을 쓰고 싶다고 설쳐댔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박완서 작가님 소설을 보면 더더욱 그게 느껴진다. 과연 나는 이토록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생각에 시달려 녹초가 되고 말았다. 내가 시달리는 게 몸의 갈망인지 마음의 갈망인지부터 알고 싶었다. 나는 결혼한 몸이고 남편과 넘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딴 남자의 몸을 고파한다면 나는 음탕한 여자가 된다. 음탕한 여자라고 해서 검날 것도 없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딴 남자의 몸을 고파한다면 나는 음탕한 여자가 도니다. 음탕한 여자라고 해서 겁날 것도 없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럼 내가 시방 고픈 건 마음인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마음보다 더 깊고 더 높은 곳에서 해방을 꿈꾸는 것의 실체는 육체라고도 영혼이라고도 규정지어지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다. 남보다 도덕적이지도 동물적이지도 않은 평균치의 인간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영육이 있을 것이다. 지금 시달리고 있는 것은 영혼인가 육체인가. 성적 갈망과 영혼의 고픔은 어떻게 다른가. 왜 영혼의 고픔은 추앙받고 성 욕망은 매도당하는가.(178)

토론 중에 75세라고 하시는 할머니가 그러셨다. "첫사랑은 미원이야. 그냥 추억일 뿐이지. 세상 고단할 때 만나서 얘기하기 좋은 친구라고." 토론 수업 안에 있던 모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언제쯤 박완서 작가님과 토론에서 만난 할머니처럼 솔직한 게 더 이상 나쁜 일이 아닌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이 큰 토론 수업 안에 유일한 남자분이 우리 조에 편성됐다. 그분은 계속 똑같은 논제를 만들어 내셨다.
"플라토닉한 사람만으로 여자는 평생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나요?" 이런 종류였던 듯.
그런 와중에 어떤 분이 남자분에게 물었다.
"남자는 왜 화장하고 꾸몄을 때랑 자연스러운 모습일 때랑 대해주는 게 다른가요?"이 말에..
"화장과 꾸미는 것은 남에 대한 예의다. 나에게 예의를 차리니 그렇게 대접해주는 것이다. 왜 집에서 화장한 아내를 좋아하는 줄 아느냐? 나를 위한 예의를 차리기 때문이다."이런 발언을 했다. 나는
"그러면 만약 여자가 '남자 차는 예의다. 벤츠 정도 타야 상대 여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모닝 타는 남자는 예의가 없기에 막 해도 된다.'그러면 인정하시겠냐? 물었다. 그냥 이 일은 기억해 보고 싶어서 남겨 본다. 모든 남성을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결혼이란

 앞서 읽었던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그 책이 옛날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편, 이 책은 우리 전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책 안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화자와 '춘희'를 통해 이야기한다. 자신은 주위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직장에서 일을 했지만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직장도 나쁘지 않은 그런 남자와 결혼했다. 예전 읽었을 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은근히 남편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묘사하는 듯하면서 은근 자랑하고 있다. 시어머니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능력과 아내에게 보이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이 한국 '다이시'를 떠오르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첫사랑 '현보'가 중심인물이다.)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왜 그렇게 복잡하고 이상하게 굴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가풍의 차이를 마치 반상의 차이처럼 꾸며대려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110)

 '우리 딸은 당신 아들에게 꿀리지 않는다.'를 형식을 통해 들먹거리고 싶었던 친정엄마의 나름 사랑이 이 부분을 통해 느껴졌다. 새댁이었던 예전 읽었던 나는 결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받아했던 친정엄마 모습을 생각하며 화자와 같이 공감하며 화만 냈었다.
 춘희 삶은 미군과 인연을 맺으면서 화자와 인생이 달라진다. 춘희 생각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된 주변인은 더 이상 춘희를 '보통 한국 처녀'로 생각하지 않는다. 춘희는 나름 살기 위해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가 살고 가난한 자신 가족을 끝까지 부양한다.

양키하고 살면 화수분하고 사는 줄 아는지 식구들이건 남자이건 간에 엠병, 바라는 건 왜 그렇게 많은지, 굴뚝같이 바라면서 속으로는 똥보다 더 더러워하고, 대놓고 무시하고.(254)

이 춘희 신세타령은 시어머니가 '아직도 커피냐'면서 커피를 들고 온 춘희 욕을 하는 것을 보고 직접 느낀다. 사람은 어쩜 그렇게 유치하고 뻔뻔할까. 남을 가리킬 필요도 없다. 나도 분명 저럴 거다.

여자라는 삶

 예전 내가 발췌한 부분은 아이를 낳는 부분이었다. 새댁에서 한 아이 엄마가 되는 부분. 2011년 나는 그랬다. 시어머니가 남자 무당을 맹신하는 모습과 며느리에게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부분은 그 당시 거의 '내 이야기'였다. 특히 언제 아이가 생기냐고 점을 물어보는 부분은 절정이었다. '무당'이 '목사님'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리고 임신했던 난 모든 관심이 '출산 후 삶'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삶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뱃속에 있었던 아이는 자신 생각을 이야기하고 동생을 돌본다.

바람도 돈이 있어야 피우지.
고작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을까. 그런 말은 차라리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의 그 멋대가리 없는 한마디가 나에게는 결정타였다. 내가 먼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다시는 그런 소리를 안 하게 되었다. 그를 불쌍하게 여기려다가 내가 불쌍해지는 짓을 뭣 하려 하겠는가.(260)

권태로운 삶에 남편에게 '바람을 피워봐라'는 뜬금없는 주인공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이 이야기가 머나먼 미래에 있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이야기다. 그렇게 시간은 지났다. 그저 작품을 그대로 있을 뿐이지만 나는 무력하게 변해간다.

엄마

주인공도 엄마가 된다. 그리고 엄마 네 명이 더 나온다. 현보에게 언제나 업신여김을 받던 허리가 굽은 늙은 현보 엄마. 홀로 살면서도 지혜를 잃지 않고 아들을 나름 방식으로 사랑한 시어머니. 딸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딸이 거부 당할까 불안해하는 친정 엄마. 원만한 성격을 갖고 있었던 춘희 엄마. 내가 쓴 순서는 이 책에서 묘사한 분량에 따른 배치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 이건 진리다.(병리적으로 학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설 속 엄마는 자신 방식대로 아이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어떤 자식은 무참히 그 사랑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긴다. 곧 후회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우리 엄마 돌아가실 때도 내 헌 빤스 입고 돌아가셨다우.(290)
책은 고기다.

이 책은 내게 새로운 경험을 줬다. 읽은 줄도 모르고 다시 읽다니. 기억력 모자란 나를 탓하기 전에 작가를 탓하는 나 자신. 자신이 가진 추악함을 엄마에게 푸는 현보랑 겹쳐 보인다.
 책은 읽을수록 맛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사실 책뿐 아니라 내 글도 다시 읽기 싫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지루했다. 그래서 내 글은 엉망인 채 남겨졌다. 요즘 다시 읽고 고치는데 또 문제가 있다. 고친 게 전보다 못한 비극이 생기고 있다. 다시 읽고 발전된 나를 발견하듯, 내 글을 좀 더 좋은 글로 바꾸는 연습도 그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예전 리뷰보다 이 리뷰가 좀 더 나아졌길 바라는데 뭔가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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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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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소녀에서 아줌마가 됐다.

당당하게 '문학 소녀'라고 말하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공책으로만 4권 빼곡히 적은 독서일기에 끝없이 읽어댔던 문학 소설. 지금 있다면 반백년 된 전집을 읽었다. 그 안에 있는 흰색 책벌레를 지긋이 눌러가며 한 페이지에 2단으로 나눠졌던 작은 글자를 따라 읽었다. 이런 내 정성을 생각하면 자칭 '문학 소녀'는 과언이 아니었다. 제인 오스틴에 빠져 모조리 그녀 책을 다 읽고, 샬롯 브론테와 그 자매 책을 모조리 다 읽고, 다음엔 토마스만에 빠져 허우적댔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빨간 책방'에서 그 시대를 '헤르만 헷세' 이름을 빗대어 '허름한 허세'라고 칭했는데 정말 와 닿았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그 시대 책을 읽고 있다는 뭔가 모를 자랑스러움이 활자를 읽는 힘에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 내가 20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었을 소녀인 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에 빙의 되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잠이 들곤 했다. 지금 아줌마인 나는?

"언제부터 그분(다이시 씨)을 사랑하게 된 거니?"
"아주 서서히 일어난 일이라 나도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펨벌리에서 그분의 아름다운 영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가 아닌가 해."(512)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러면 그렇지!'라면서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당연히 속물 엄마에 속물 딸이 진리라고 생각한 듯이.. 다시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1995년도 BBC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고 다시 깨달았다. 엘리자베스는 다이시경이 숨기고 싶어 하는 선행을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얘기할 수 없기에 그냥 웃자며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였다. 하하-난 이렇게 속물이 되어 있었다.

소설 안에 인생이 있다.
               
주인공 집안 아버지와 어머니

이 책 배경은 베넷 가다. 아버지는 하급 귀족이고 어머니는 중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젊고 아름다운 데다 마음씨도 착해 보이는-젊고 아름다우면 마음씨도 착해 보이게 마련이니-한 여인에게 반해 결혼하게 되었는데, 막상 결혼해 보니 머리도 나쁘고 마음도 꼭 막혀 있는지라 그녀에 대한 애정은 결혼 초기에 진작 끝나버렸다(328-329)

엄마는 결혼으로 나름 성공했다. 결혼 사업은 성공했지만 애석하게도 자식 사업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 했다. 그 당시 남자에게만 유산을 주는 관습에 따라 다섯 명 딸은 아버지가 죽으면 모든 재산을 뺏기게 된다.
콜린스라는 조카에게 상속하기로 된 불합리함. 엄마는 본능적으로 먹고 살 일을 위해 자신이 성공했던 '결혼사업'을 자식을 통해 성공시켜 보려 노력한다. 엄마의 '자녀 결혼 사업'은 현대로 치면 마치 다단계나 보험 영업 같은 색채를 띤다. 부자고 가능성 있어 보이는 젊은이 앞에서 철면피를 깔고 보험 상품이나 다단계 정수기 등을 소개하듯 딸을 소개하고 팔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런 속물적인 행동을 본 다이시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표현한다. 그런 엄마를 보며 그 상품인 딸이 예쁘게 보일 리 없다. 정숙한 첫째 딸 제인과 지혜로운 엘리자베스 진가를 뒤늦게 깨닫는다.  이 소설에서는 네 종류의 결혼을 소개한다.

베넷가 재산을 상속할 예정인 콜린스. 그는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성격이다. 아부를 잘 하고 뭔가 고지식하다. 이런 면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그가 한 청혼을 거절한다. 바로 뒤이어 콜린스는 엘리자베스 친구 샬롯에게 청혼하고 결혼한다. 이 둘이 한 결혼은 비즈니스다. 서로 같이 있기에 삶이 윤택해지는 윈윈 효과. 아마도 이 시대에 보편적인 결혼일 거란 생각을 한다.

                 막내 리디아와 한량 위컴

푼수 막내 리디아. 엄마는 그저 딸이 결혼하는 게 지상 목표이기에 어린 딸도 그냥 사교계에 넣어버린다. 세상 물정 모르는 넷째 막내는 그저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둘째 언니와 썸 타던 위컴과 도망을 가는 위험천만한 일을 감행한다. 엄마는 이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 딸에 대해 한동안 분노를 한다. 결국 둘이 번듯하게 부부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기는 행동을 취한다. 한결같은 속물 역할을 담당하시는 엄마.

                 빙리와 제인, 다이시와 엘리자베스

이상적인 결혼을 한 커플이다. 빙리와 제인은 둘 다 신중하고 상냥한 성격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평생 서로 감정을 얘기하지 않은 채 끝날 수도 있는 인연이었다. 속물 엄마를 보고 베넷 집안에 편견을 갖고 있던 다이시는 친구 빙리에게 '제인과 사귀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오만이었다. 결국 자기도 베넷 집안과 결혼한다. 서로 편견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오만한 커플인 다이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제 건방진 점 때문에 제가 마음에 드셨나요?"
"당신의 마음이 생기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이 책 안에서 알려주는 인생 팁이 있다.
1. 항상 첫인상이 맞는 것은 아니다.
-위컴과 다이시를 통해 증명한다.
2. 먼저 찔린 사람이 항상 먼저 흉을 본다.
-전에 mc 신동엽이 한 말이다. 누군가 대해 흉을 보는 사람을 멀리한다고-
200년 전 소설에도 그대로 한 인간 군상이 그대로 그려진다.
3. 누군가 마음에 들면 주위를 서성거려라.
다이시 집에 구경 간 엘리자베스는 다시 기회를 잡는다.
4.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뒤에 급하게 끝낸다.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사실 후속편도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엘리자베스의 결혼 후는 혹독할 것이다.
실제 제인 오스틴은 비슷한 상황 때문에 결혼이 좌절된다.

이 책이 아직까지 읽히는 이유

 베넷가 엄마가 야심 차게 벌렸던 '결혼 사업'. 어쩌면 이 책 주인공은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엄마다. 결론은 엘리자베스가 행복하게 끝난 게 아니라 베넷가 엄마가 의도한 사업이 성공한 성공신화다. 이 책이 아직도 읽히고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슬프게도 아직도 이 '결혼 사업'이 성행한다는 증거다. 그나마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여성은 변변한 직업을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사촌 집에 잡일을 도와주며 전전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나마 소설을 써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을 거다. 그녀가 쓴 '결혼 사업'에 얽힌 연애소설은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200년이 지나 그대로 읽힐 뿐만 아니라 어느 지구 반대편 사는 동양 여자아이가 이 책을 읽고 애 엄마가 되어서 다시 읽을 정도다. 언제쯤 결혼으로 여자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일을 그만할 수 있을까?

결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것과 신중한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신중함이 끝나는 지점은 어디고 탐욕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딘가요? (219)
그럼에도 다이시
                 이 소설에 가장 큰 매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다이시다. 그는 처음 아주 무례했다. 그렇지만 점점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엘리자베스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된다. 요즘 대부분 연애 소설에 나오는 츤데레 남자 주인공 원조는 아마도 '다이시'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사람은 조삼모사 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에 그런 인물이 매력 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의심해본다. 요즘 미국 대선후보 트럼프처럼. 막말과 어이없는 공략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비난함에도 말하면 지질해지니까 말하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대신 말해줘서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한다. 디폴트를 찍고 아마 트럼프는 '다이시'처럼 어떤 호의를 베풀면서 어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일찍 죽었지만 이 작품은 죽지 않는다. 죽기는커녕 계속 진화된다. 이 작품으로 나온 책이 무수히 많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감독 버 스티어스

출연 릴리 제임스, 샘 라일리, 잭 휴스턴, 벨라 헤스콧, 더글러스 부스, 맷 스미스, 찰스 댄스, 레나 헤디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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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다시쓰기

감독 댄 제프

출연 제미마 루퍼, 엘리어트 코원

개봉 2008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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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 클럽

감독 로빈 스위코드

출연 마리아 벨로, 매기 그레이스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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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생겼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은 작품이란 그런 게 아닐까? 책을 읽고 나도 그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들게 하는 책. 그렇기에 아마도 이 책은 앞서 말한 '결혼 사업 성공기'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음을 부정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녀는 죽었지만 그녀가 만든 이 작품이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긴 알까? 그걸 의도하고 이 책을 만들었을까?

난 세상엔 계획해서 되는 일들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아.(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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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콜라보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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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로맨스의 정석.당시 여성에 대한 시대적 한계가 속통터져 별 하나 제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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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5-20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시리즈의 표지가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번역도 괜찮은가요.
꿀꿀이님 좋은하루되세요.^^

책한엄마 2016-05-20 18:11   좋아요 1 | URL
네-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결혼 밖에 답이 없는 그 시대가 참 답답했어요.
 
우리 선생님은 마녀 꿈상자 8
박수연 글, 이희랑 그림 / 키즈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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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을 읽고 잔 수호가 새 학기가 되어 새 선생님을 만나며 겪는 일이에요.새학기 적응에 대한 공포를 그림책을 통해 재치있게 이야기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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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빅 쇼트
아담 맥케이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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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비관적 예측을 믿지 않으려 할까?하긴-믿으면 어쩔건데..어차피 다가올 비극을..닥치고 생각해도 늦지 않기도 하지-불행에 도박한 사람들에 대한 성공 이야기.씁쓸하면서도 통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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