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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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까지
책 이름이 신선하다.
˝사랑해 선영아˝ 마케팅 이후 또 흔한 이름으로 하는 마케팅이라니..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내가 82년생. 나름 흔한 이름. 초등학교,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 이름도 김지영이었다. 우리 과에도 김지영 박지영(2명) 한지영 등 많은 지영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그다지 큰 관심이 가진 않았다. 그러다 차츰차츰 입소문이 들려왔다. 대단한 책이라고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충격을 준다고..

내가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다르다.

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거짓말과 허풍으로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다. 평론을 쓴다고 잘난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라는 걸 잘 안다. 책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맨땅에 헤딩. 딱 한 주제를 가지고 머리를 모았다. 그래도 쓰기만 하면 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구상을 끝냈다. 큰마음을 먹고 제안서를 출판사에 뿌렸다. 결론은 거절이다. 그나마 위즈덤하우스가 애매한 거절 답변을 했을 뿐 다른 출판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좌절했을 때 책 쓰기 교실을 하는 작가가 쓴 구절을 봤다.(꼭 완성된 원고가 있어야 합니다.)아... 일단 잘 쓰든 못 쓰든 글이 있어야 했다.

이런 답을 알게 됐을 때, ‘82년생 김지영‘이 나온 과정도 알게 됐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상을 타고 등단했다. 그럼에도 원고 청탁은 오지 않았단다. 어느 순간 자신이 미리 쓰고 이 글을 어필을 해야 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이후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82년생 김지영‘이다. 그럼에도 많은 출판사는 이 원고를 거절했다. 결국 민음사 편집자가 가진 탁월한 안목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말이다. 이런 내용 글을 읽고 당장 책을 펼쳤다.
어설픈 평론
그렇구나.편집자가 뭘 아쉬워했고 출판을 주저했는지도 살짝 알 것 같았다. 김지영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80년생 세대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적절하게 건드렸다. 좋은 문장과 스토리텔링으로 책을 잘 안 읽는 독자들조차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했다. 저자가 가진 문장력은 실로 뛰어났다.

살짝 아쉬웠던 점이 있다. 시점 이동에 대한 부분. 처음 남편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그리고 의사 시점으로 이동한다. 이는 ‘채식주의자‘가 가진 단편과 같은 전개다. 채식주의자는 세 중편 소설이 모여 장편이 된 경우다. 반면 이 책은 아니다. 그렇기에 세 부분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작가 입장에서 남자 입장에서 보는 여성을 보는 시점을 넣고 싶었을게다. 그 폭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앞 뒷부분이 작품 일관성과 방향을 흔들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다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 부분 남편이 보는 지영이에 대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뚜렷한 답을 못 찾았다. 오히려 채식주의자 속 남편이 시점에서 미쳐가는 주인공 모습만 겹쳐 보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가운데 부분 지영이 일생을 보여주는 객관적 관찰자 시점인 글은 깔끔하고 뛰어났다. 그 부분은 보면서 어떤 누가 이렇게 압축적으로 사람 인생을 세련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했다. 이 부분만 떼어내고 상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작가란 누구일까?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아주 많다. 정말 많다. 심지어 허경영도 자신이 하는 말을 글로 쓰는 능력만 있으면 진짜 엄청 뛰어난 문필가다. 그러니까 그런 투자자를(호구라고 하고 싶으나) 확보할 수 있었을게다. 작가란 시대를 읽어내고 꼬집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조남주 작가는 선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이 읽힌다는 사실만으로 기쁘다. 이런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이 분이 나온 다음 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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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5-22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은영이에게- 라는 노래도 생각나네요... 은영이 선영이 지영이...

저도 김지영과 비슷한 세대지만 전 남중남고남대 나와서 그런가 주변에 은영씨 선영씨 지영씨가 하나도 없네요. 제게는 관념적으로 흔한 이름들이에요.

근데 왜 갑자기 슬퍼지지......

책한엄마 2017-05-22 14:05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선영이 지영이 선영이..모두 흔한 이름이네요.^^

저는 여고 여대 나와서 실제적으로 흔한 이름이에요.
친한 친구 중 은영이도 있었고 아는 언니 중 선영이도 있고..^^;;왜 슬퍼지셨을까요?

제 이름도 흔한 이름이에요.ㅎㅎ

stella.K 2017-05-22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소설 쓰기가 참 쉽지 않아요.ㅠ
지금도 계속 쓰고 계신 거죠?
꿀꿀이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책한엄마 2017-05-22 15:52   좋아요 1 | URL
아!!스텔라님!!
안 그래도 지금 열심히 스텔라님 책 읽고 있어요.^^
글은 일단 쓰고 있습니다.
출판이 안 된다고 해도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 중이에요.^^

stella.K 2017-05-22 16:17   좋아요 1 | URL
아유.. 읽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ㅠ

즐겁게 작업중이시라니 저도 왠지 기운이납니다.^^

책한엄마 2017-05-22 17:47   좋아요 1 | URL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 책은 소설로 만날 수 있길-
기다릴게요!!^^*

소설이라는 허구에 진실을 담는다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ㅜㅜ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일레인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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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항상 엄마는 나에게 물어봤다.
생후 3일째 일, 그리고 100일째 일 돌 때 일들. 그 때 왜 울었는지 물어보면 나는 과연 기억할 수 있을까?놀랍게도 나는 만2세쯤에 아주 무서운 꿈을 꾸고 2시간 동안 울었던 꿈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삼촌 집에 맡겼던 나를 상주로 할아버지 상을 치르던 엄마가 데리러 오게 만들었다. 항상 대답하기 난감했던 엄마의 물음들, 도대체 난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괴로웠던 내 스스로를 구원해준 책이 바로 이 책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다. 자기 전에 잠이 안 와서 무심결에 들었던 ‘지대넓얇‘ 팟캐스트, 김도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10명 중에 1-2명은 있다는 민감한 사람.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 또 스스로를 깨닫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작가, 역사가, 철학가, 판사, 예술가, 학자, 이론가, 심리 치료사, 교사, 부모, 그리고 평범하지만 양심적인 시민의 입장에서 마치 왕실의 고문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모든 가능한 결과를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앞으로 돌진하는 다수를 저지하기 때문에 종종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긍지를 가져야 한다. 전사들이 우리가 자기들보다 열등하다고 하는 말은 모두 무시해야 한다. 전사들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용감한 스타일을 갖고 있듯이, 우리 역시 각자 스타일이 있으며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055-056)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떠오른 영화가 있다. ‘미스터 노바디‘. 미래를 본다는 주인공에 대한 내용인데 주인공과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나 똑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마도 민감한 사람들의 생각 구조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앞뒤 전혀 맞지 않은 난해한 이 영화가 내겐 너무도 명쾌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영화는 민감한 자들을 위한 소수 마니아 취향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민감한 내 본능을 모든 생활에 적용을 한다면 난 신경쇠약증으로 살아나갈 수 없을 거다. 나는 살기 위해 어떤 부분에 대한 관심을 하예 차단시켜 버린다. 그 느낌을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부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바깥세상에 나가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방관자가 된다. 그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거나 나약하거나 결함이 있다고 느낀다.(102)

이에 저자는 처방을 내린다. 우리 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단다.

-하지만 나를 나약하게 취급하지 말기 바란다. 특히 병약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내 나름 아주 똑똑하고 강하다. 당신이 나 대문에 주저하고 노심초사하거나 나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길 바란다. 나는 당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귀찮은 조재가 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당신이 성인답고 현명하게 처리할 것이라 믿는다.(120)

또 나는 중학교 때 내 친구가 왕따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정확하게는 나랑 몇 번 말을 나눠봤던 지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일이 나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엄마는 너와 상관없는 타인이 받는 그 고통에 네가 왜 더 크게 반응 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에 저자는 나를 대변하여 이야기해 주고 있다.

학교에 다니게 되면 민감한 특성이 새로운 방식으로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될 수 있다. 누구처럼 넓은 세상과의 만남으로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것들을 더 많이 인식하며 인생의 작은 아름다움을 더 깊이 즐기고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터무니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시기에 민감한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여러 가지 이유로 증가할 수 있다. 첫째는 긴장을 하면 주변 환경이 더운 두려워질 수 있다. 둘째, 사람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으며, 잘못하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셋째, 민감한 안테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두렵게 느껴지면, 그들에게 생존을 의지하고 있는 경우 일부러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을 자제하게 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남아서 보다 ‘터무니없는‘ 두려움이 된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불만, 비난, 분노가 두려워서 가능하면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모든 규칙을 따르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잘하려고 하다가 자신의 정상적인 감정인 초조함, 좌절, 이기심, 분노 등을 돌보지 못한다. 또는 남이 하자는 대로 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다. 결국 원망이 쌓이고, 그런 감정들이 두려워서 묻어두게 된다. 그 두려움은 또 다른 ‘터무니없는‘ 두려움과 악몽의 근원이 된다.(135-136)

엄마는 항상 ˝왜 너는 나 없이 못하니?˝라고 얘기를 한다. 이에 대해 민감한 아이의 특성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숫기 없는 소년들과는 반대로 숫기 없는 소녀들은 엄마와 잘 지낸다. 그녀들은 엄마에게 착한 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감한 딸에게서 엄마는 자신이 꿈꾸는, 즉 가정을 떠나지 않고, 떠나서도 안 되며, 떠나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래서 세상을 탐험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꺾어버린다. 소녀들은 자신들을 향한 엄마의 비판, 거부, 냉정함 같은 부정적인 태도에서 세상에서의 푸퇴를 포함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민감한 소녀들은 아마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들은 딸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좋건 나쁘건 부모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137)

또 민감한 여성들 대부분의 선택을 내가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숫기 없는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정해진 인생의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직업을 갖거나 결혼해서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훨씬 적었다. 마치 그들은 자립을 하지 않고 아버지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 가는 가부장제의 전통을 따르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여성들이 고등학교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독립적이고 지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야망이 크고 주관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독립하고 싶은 욕망과 유일하게 안전하며 조용한 오아시스는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151)

민감함과 숫기 없음이 동일한 뜻은 아니지만 민감한 사람이 숫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어떤 일을 당한 후에 트라우마가 남보다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종종 스스로 숫기가 없다고 느낀다면 아마 그럴 만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처음부터 지나치게 자극적인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좌절감을 맛보았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비난을 듣거나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너무 긴장한 탓에 엉뚱한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드물기는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만성적으로 숫기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더욱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그만큼 다시 또 실수하기 쉽다. 이런 식으로 계속 악순환이 이어지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사람들과 만나는 모든 상황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160-161)

사실 나는 외롭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나면 지나치게 피곤해진다. 그 친구나 지인들이 나를 피곤하게 하거나 힘들게 한 것을 결코 아니다. 소위말해 나를 기 빨리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왜 난 그럴까 고민할 때 이것이 민감한 사람들의 특징이란 이 책을 만나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특이한 게 아니라 많지는 않지만 민감한 부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언젠가 솔직하고 진심 나를 사랑한 친구가 내게 돌 직구로 얘기했던 불만을 다른 민감한 사람의 사례에서 보고 놀랐다.

베티는 유능한 직원이었다. 상사도 그녀를 신뢰했다. 하지만 상사가 그녀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베티가 왜 상사의 표적이 되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런 일이 직장 경력에서 처음은 아니라고 시인했다. 나는 그녀가 본의 아니게 초연하고 우월하게 보여서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 눈치가 없었다.
베티는 직장에서 ‘무리로부터 떨어져‘ 있어 쉽게 표적이 되었다. 내성적인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기 일만 끝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곧장 집으로 갔다. 그녀는 종종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잡담을 즐기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 결과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페르소나를 사용해서 어느 정도 잡담도 하고, ‘아첨꾼‘들을 사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러나 베티는 어떤 면에선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고 있었고,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사람들은 그녀를 도와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그래서 상사는 베티를 모함해도 안전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221-222)

남편에게도 내가 했던 정말 고질적인 잘못이 있다. 정말 남편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내가 불쾌하게 느꼈던 일들에 대해 꾹꾹 둘러 참았다가 어이없는 사소한 일에 그 때 일까지 싸잡아 화를 내는 것이다. 남편은 전형적인 오형 남자로 바로바로 화내고 털어버리는 사람으로서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특성에 대해 저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불쾌한 긴장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분노, 대립 눈물, 근심, 싸움, 실망, 강요된 변화, 실수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수치를 당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비판 또는 모욕하는 것 등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책, 경험, 어쩌면 관계 상담 등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막상 감정을 표현할 때가 되면 아무나처럼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의 직관이 항상 한발 앞서간다. 불쾌한 상황을 상상하고 미리 겁을 먹는 것이다.
두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이 상상하는 결과를 의식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도 함께 상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등이 해결된 후에는 어떻게 될지, 또는 만일 문제를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둘째, 자신이 솔직해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상대방과 상의해볼 수 있다.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지만, 당신이 이런저런 반응을 보일까 봐 털어놓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관해 합의를 할 수 있다.(251-252)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이게 민감한 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왜냐면 이 모든 민감한 사람의 부류에 100% 부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담백한 남편을 적용해 볼 때 여기에 해당사항의 거의 없었다. 신기한 일이다. 내가 그러면 모든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나 중심적 사고가 여기에도 적용이 됐었나보다. 내 자신을 모른다는 것, 착각한다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다. 더군다나 내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내 성격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유를 묻는다면 더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 내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대신 정리해준 책이 이 책이다. 나같이 스스로를 힘들게 느껴지는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는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들을 더 빌렸다.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지만 읽고 내게 더 많은 힘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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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고 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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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육아 - 하루 11분 그림책
최은경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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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육아가 대세다?


아이를 낳기 전에 도대체 어떻게 애를 키워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때 정신없이 임신 출산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던 도중 보이는 책 중 '책 육아'가 많이 보였다. 책을 읽어주면 생각이 깊은 아이가 영재가 된다나? 나 같은 '책 중독자'는 이런 '책'에 대한 육아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숨 쉬듯 책을 읽는 나에게 아이에게 또 '책'이라는 걸 읽는 걸 가르친다는 게 정말 뜬금없었다.(퍽퍽~책 날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신간으로 던져주세요.ㅋ)

아이를 낳고 걸음마 하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난감했다. 무엇보다 정말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림책에 있는 그림은 내게 감흥을 주기 어려웠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그 동시인지, 그림책 문구는 따분하고 지루했다. 그래, 아이에게 스스로 고르는 재미를 주자!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고르는 책은 애정을 갖고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이렇다.



책을 골라도 저런 장난감 같은 책만 골랐다. 아니면 백과사전 같은 읽어주기 난감한 이상한(?) 책만 가져왔다. 이건 아니다. 부모도 그림책을 좋아해야 아이도 그림책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고르는 안목도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그림책'을 공부했고 더 나아가 '동화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타깝게도 그림책에 푹~빠지지는 못했다.

다행이다. 요즘 동화책을 소개하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처럼 책에 관심은 있지만 동화책에 많은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 이런 책은 단비 같다. 이런 책을 통해 나 혼자 지루한 그림책과 함께 아이에게 무심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다.

책으로 아이와 이야기하기

이 책은 이렇게 키우라는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워킹맘이 두 딸 엄마로 어떻게 책으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점점 저자는 아이 때문에 책을 읽다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다. 처음 삐딱한 눈으로 책을 읽다 어느새 바른 자세로 저자가 내가 된 것 같은 혼연일체를 느꼈다.

둘째 딸이 기저귀 뗄 때 힘들었던 일이 기억나는 부분이 있었다. 그때 저자 차녀 또한 기저귀 떼기 훈련을 하는 중이었나 보다. 그때 책을 읽으며 딸과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며 과거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또다시 이런 일을 하게 되겠구나.(ㅠㅠ)



항상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 아이가 흘린 부분을 끊임없이 닦는 그런 엄마. 사실 내가 꿈꾸는 엄마다. 부지런한 엄마. 아이가 지난 자리도 깨끗하고 완벽한 세상을 만드는 엄마. 과연 그게 옳은 엄마인지 물음표를 넌지시 던진 책을 만났다.



과연 윤이 반짝반짝한 완벽함이 옳을까? 아이에게는 그런 청결보다는 흥미와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놀이가 더욱 좋을 텐데 말이다. 이 부분 동화책이 더 이상 아이만 가진 전유물로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유치원 부모와 만나서 같은 동화책을 읽고 수다 떠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읽었더니 글쎄 우리 딸이 이런 얘길 했다고. 이 책 한 번 읽어보라며 넌지시 추천하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다가 몇 권은 이미 아이와 함께 읽어본 책도 있었다. 분명 그 책을 읽었다. 잘못 읽었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했다. 놀라웠다. 이제껏 그림책이 재미없었던 게 아니었다.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었다. 그 책 이름은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라는 책이다.


엄마가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 혼낸다며 협박을 한다. 이에 아이는 반항한다. 말 안 듣는 건 나뿐 아니라 엄마도 그렇단다. 엄마도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서 혼내야 한다고 소리 지른다. 이후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꾸고 엄마에게 착한 아이가 되기로 약속한다. 엄마도 아이를 안아주며 따뜻하게 끝나는 그런 이야기로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 엄마 등 뒤에 망태 할아버지가 찍어주는 도장이 찍혀있다는 사실 말이다. 꿈에서 엄마도 망태 할아버지에게 혼쭐이 난 게 아니었을까? 이 부분을 읽으며 이제껏 우습게 봤던 그림책이 가진 힘을 깨달았다.

그림책이 부모를 만든다.

알고 보면 부모는 만들어진다. 그렇다.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엄마'가 아니다. 아이가 엄마를 만든다. 게다가 직장까지 겸업을 하고 있는 워킹맘은 더욱 엄마 됨에 있어 불안하기 쉽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경험을 통해 "이렇게 해야 육아를 잘 한다."라며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그림책을 갖고 아이와 이야기 나눈 추억을 이 책 안에 남겨놓는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알고 보면 그림책은 아이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림책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부모가 되기 위한 열쇠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그림책이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작가가 만든 그림책이란 세계 속에 있는 지혜 열쇠를 찾을 것이다. 아이와 같이 찾으며 그림책 속 참 재미를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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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5-17 17:53   좋아요 1 | URL
옛날부터 내려오는 무서운 할아버지래요.ㅎㅎ전래동화에 나오는..^^

2017-05-1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5-17 18:00   좋아요 1 | URL
그쵸?그런데 애들은 엄청 좋아하더라고요.흐흐-아이들 세계는 정말 신기해요.

cyrus 2017-05-17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녀들이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은 부모가 함께 해야하는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

책한엄마 2017-05-18 08:25   좋아요 0 | URL
성우님들 존경합니다.ㅜㅜ
책 읽는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더라고요.
낭독 훈련이다-뭐다 생각해도 왜 내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답니다.ㅜㅜ
이 아이들이 크면 언젠가 저랑 같은 책을 읽고 얘기하는 날이 오겠죠?^^
사일러스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셜록글 잘 읽었어요!!@0@b(엄지척!!)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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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주는 정중한 삭막함.


정이현 작가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날카로운 현실을 알려주는 이야기. 이를 진행하는 스토리텔링에 능력 있는 작가. 예전 독서토론 강의를 가르쳐주셨던 김민영 선생님 블로그를 통해 책을 추천받았다. 얼마지않아 '소라 소리'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윤소라님께서 단편 두 편을 접했다. 귀로 듣는 소설. 목소리는 어느덧 머릿속 실제 상황으로 변환시키는 듯했다.


1.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화자는 아빠 전 애인인 미스조와 친하다. 미스조는 아빠와 헤어지고 아빠가 돌아가신 후 페이스북을 통해 화자에게 다가온다. 갑작스럽게 죽은 조은자 여사. 고양이 인형 샥샥과 미스조가 남긴 거북이 바위를 대신 키우며 생각에 잠기는 짧은 이야기.

샥샥과 나 사이에, 바위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줄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33)

2. 아무것도 아닌 것

이 소설을 먼저 귀로 들었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며 무심하게 듣다가 어느샌가 쪼그려 앉아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내용은 두 중년 여성을 교차하며 보여주며 출산과 육아, 그 남녀 차이에 대해 무심하듯 심도 있게 그린다. 책임을 회피하는 유명 프라이팬 회사와 함께 비교하며 이 세상에 만연한 불평등에 대해 건드렸다.

3. 우리 안의 천사

동거하던 둘. 불순한 의도로 돈이 생기며 가정을 차린다. 경제력과 윤리성 사이에 있는 그 무엇. 묵직하게 다가온다.

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않을 텐데.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97)
4. 영영, 여름

항상 놀림당하는 아이인 화자. 미모가 인생 잣대인 한국인 엄마와 일본인 아빠. 셋은 제한된 언어로 가족이 된다. 아빠 직업으로 K 국으로 이사 가 학교를 다닌 화자. 한 한국인 친구를 만나 외모가 아닌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그렇지만..

어떤 비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한동안 여기 더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131)
5. 밤의 대관람차

 특별할 것 없는 25년 차 사립 정교사 이야기. 평범한 남편, 그리고 박군, 다가오는 장 이사장. 이야기 사이사이 남성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나이라는 잔인한 차별성에 대해 건드리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누구나 죽는다.(160)
6. 서랍 속의 집
 전세를 전전하는 맞벌이 부부. 또 가격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말에 분노한다. 시세를 보니 전세와 구매가격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사기로 한다. 그러면서 생기는 일. 맞벌이 보통 가정에서 생기는 서글픔이 과하지 않게 그려진다.

남자의 말줄임표 속에 회한이나 주저, 서글픔 같은 감정이 혼재되어 있는 듯했다. 진은 얕게 전율했다.
저들은 왜 무엇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이는가!(185)

7. 안 나
내가 가장 좋아한 소설. 의사와 결혼한 박사인 화자. 잠시 활동한 댄스 동아리에서 만난 안나를 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 만나며 생기는 이야기다. 정말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많은 폭력이 숨어있다. 우리는 어떻게 사람을 계급 짓는가에 대해. 위로받으면서도 내가 상대에게 지고 있다는 자격지심에 빠지는 모순에 대해.
안나의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경에게는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218)
짧지만 묵직한

짧은 일곱 개 소설은 우리에게 묵직한 무언가를 던진다. 주위에 있을 이야기. 특별할 것 없는 반전. 어쩌면 내 이야기를 이렇게 써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만만해지긴 싫다.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진 않다. 그럼으로 인해 겉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 한없이 계산기를 두드린다. 가끔 너무 당연한 차별에 직면하기도 한다. 거대 자본이 계약직이나 앵무새 같은 as 센터를 이용해 자신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한다. 남자란 이유로 벗겨지는 죄책감과 여자라는 이유로 지어야만 하는 책임감이 있다. 돈이란 무엇일까? 언젠가 하상욱 시인이 트위터에서 한 강하고 짧은 한마디가 기억난다.

돈은 인생 전부가 아니다.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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