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인기작 <공중그네>는 화려한 미디어 경력자에서 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으로서 국내에 소개된 일본소설 부문 부동의 베스트셀러를 수 년째 유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즉, <공중그네>하면 ’오쿠다 히데오’요.. ’오쿠다 히데오’하면 <공중그네>가 바로 연결되는 아우라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가와 작품의 연결고리를 잇게해준 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이하 이라부)다.

그런데, 이 인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경정신과 의사출신답게 그의 정신세계가 만만치 않다. 독특하다 못해 괴상한 인물.. 이것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온 의사의 통상적인 모습을 깨는 행동거지와 괴상한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다루며 읽는이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예의 그 치료라는 것도 찾아오는 환자를 갑자기 결박하고 자신이 총애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섹시 간호사 ’마유미’을 불러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막가파식 치료법으로 환자들의 치를 떨게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라부’가 막가파식 괴짜스런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4차원 세계속에서 사는 양.. 다섯 살 아이같은 천진한 반응으로 환자들의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몸소 체험하려 들고, 음식점 하나를 문닫게 만들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대학 동문들로부터 모두 따돌림당할 정도로 기이한 평소 행각까지.. 이렇게 그는 만만치 않은 캐릭으로 무장한 이 시대의 못말리는 괴짜스런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치료하고 치유시킨 다섯 편의 이야기가 <공중그네>였으니..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고슴도치>- 여기 일본의 그 유명한 ’야쿠자’ 조직에서 잘 나가는 30대 중반의 중간보스가 있다. 힘들게 목숨을 담보로 달려온 가열찬 그 조직에서 어느날 그는 칼을 무서워하게 된다. 이유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뾰족한 것은 모두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치를 떤다. 심지어 일상의 젓가락과 과자 꼬깔콘까지.. 가오 안살게 말이다.ㅋ 그래서,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데 그의 대책없음에 겁박을 하려해도 이라부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조직내 손가락을 자르는 ’혈판장’ 모임에서 그는 용기있게 폭탄선언을 해버렸으니.. 앓고 있던 그 증상을 날려버렸을까.. 고치지 못하면 야쿠자 생활은 영영 못하고 말 것이다.

<공중그네>- 여기 책 제목의 이야기다. 표지에서 그네를 타는 이가 바로 ’이라부’다. 이라부는 백킬로가 넘는 하마같은 모습에다 전체적으로 넙데데하고 센스라곤 도통 보이지 않는 몸치다. 그런 그가 공중그네를 타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 서커스에 도전한다. 왜냐? 자신을 찾아온 서커스 단원이 어느 순간부터 서커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중그네쇼’에서 연거푸 실패한 강박증에 시달리자 이라부 자신도 타겠다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서커스 단원은 공중에서 회전시 자신을 잡아주는 이를 의심하고 자기를 내쫓으려는 음모라고까지 생각하는데.. 과연, 공중그네쇼의 실패는 자기 탓이었을까.. 남의 탓이었을까.. 그리고, 이라부가 번외로 펼친 공중그네쇼는 잘 되었을까.. 마지막이 대박이다.ㅋ

<장인의 가발>- 다섯 편의 이야기중 가장 ’강박증’이 심한 이야기다. 왜 그런거 있지 않는가.. 무언가 보면 들춰내고 싶고, 어디에 문구를 보면 바꿔보고 싶고, 우리 주위의 모든 현상들을 역으로 들쑤시고 싶은 욕망 말이다. 여기 주인공이 그렇다. 그런데, 이 사람도 이라부와 같은 정신과 의사로 대학 동창이었다. 그러면서 친구 ’이라부’에게 자신의 이런 강박증을 치료해달라 부탁하는데.. 이라부는 치료는 커녕 그와 함께 장난?치기에 바쁘다. 결국, 오랫동안 ’장인의 가발’만 보면 오금이 저려 어떻게든 벗겨내고 싶어했던 이 친구는 그것을 벗겨내며 성공했을까.. 아니면 벗기지 못하고 계속 시달렸을까.. 사실, 어떻게보면 그런 느낌은 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3루수>- 일본 프로야구에서 잘 나가는 10년차 베테랑 3루수 출신의 타자가 있다. 그런데, 이 타자가 개막전을 앞두고 벌이는 경기를 통해서 갑자기 3루쪽 바운드된 공을 잡아 1루쪽으로 던지는데 문제가 생겼다. 공이 자꾸 빗나가면서 에러를 수시로 범하게 된다. 이때부터 잘 나가던 그 타자는 ’입스(YIPS)"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찾게된 이라부 정신과.. 여기서 이라부는 자신도 야구를 하고 싶다며 그 타자와 캐치볼을 하는등 열심이다.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잘 나가던 타자가 앓고 있는 일종의 강박증인 ’입스증후군’은 반대급부로 잘 나가는 신인 선수의 그림자 효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운동 선수뿐만이 아니라 역시 남을 의식하는 심리적 압박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여류작가>- 여기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여류 작가가 있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나름 밟으며 그녀가 쓰는 연애소설류들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면서 계속 또다른 작품을 집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이 써지지 않는다. 전에 썼던 이야기가 아닌지, 전에 나왔던 주인공과 같은 직업이 아닌지.. 마구 헷갈려하며 심적 압박에 한 치도 못나가 구토증세에 강박증까지 시달린다. 그리고서 찾게된 이라부 정신과.. 그러면서 이라부는 이번에 작가에 도전한다. 여류 작가는 얼토당토 않는 그의 헛된 욕망을 꼬집지만 이라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결국, 이 여류작가는 이라부를 통해서 그리고 현재 일본의 출판계를 반영한 현실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서 강박증을 치료했을까.. 알아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고민과 현실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장이었다.

이렇게 본 이야기는 사회병리적 현상중 한 부류인 ’강박증’에 시달려온 환자들 조직폭력배, 서커스단원, 정신과의사, 야구선수, 여류작가등 소위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와 치료하고 치유하게 된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코믹적인 요소가 잘 버무려져 폭소를 자아내게 난다. 그것은 황당무계하면서도 제멋대로인듯 보이는 이라부식 심리치료인 셈인데 놀랍게도 백프로 효과만점이라는 사실이다. 

즉,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위의 그런 환자들의 강박증은 이라부가 직접 직업체험을 하면서 환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적 병리현상속에 숨겨진 웃음과 해학의 코드를 만나며 인간의 내면과 행동양식을 읽게 된다. 그것은 어찌보면 크고 작은 강박증 하나쯤은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네 현대인들에게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줌과 동시에..  

결국, 자신을 지키고 추스를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이라부’가 펼쳐낸 체험식 치료법으로서 누구나 완벽할 수 없음을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되고, 또 그렇게 치료받고 치유되는 그런 우리네 삶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장이 된 작품이다. 그래서 <공중그네>를 감히 강추하는 바이며.. 한 여름의 더위속에서 당장 ’이라부’를 만나보시라.. 유쾌하게 시원할지다.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호러’(horror)로 단단히 무장한 9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고 이 호러 즉, 공포가 주는 분위기가 극강을 달리지는 않는다. 무언가 펑키하면서도 섬뜩을 간혹 비추며 애잔하고 우습지만 때로는 슬픈이야기로 섞어놓은 9편의 단편집 <벽장 속의 치요>.. 그래서, 이렇게 후텁지근한 더운 여름에는 뭐라해도 무념무상속 이런 유의 가벼운 소설이 읽기에 좋고 눈에 착착 달라붙듯 쏠쏠한 재미를 주지 않나 싶다.

특히 이 소설은 ’경묘한 필치, 세련된 유머’가 돋보이는 문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페이소스가 어우려져 이야기마다 몰입감을 주며 읽는 이로 하여금 ’펑키 호러’의 세계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실,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은 <그 날의 드라이브>를 통해서 만나본게 처음이다. 그 속에서 펼쳐낸 어느 40대의 가열찬 인생 이야기는 오소독스 하면서도 패러독스한 맛은 우리네 인생사를 반추케 하는 그림들이었다. 그래서, 다시 찾게된 펑키 호러소설 <벽장 속의 치요>..

각 호러 단편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면 이렇다.

먼저, 책 제목이자 첫 번째 이야기인 <벽장 속의 치요>- 표지의 그림처럼 벽장속에 숨어사는 ’치요’라는 어린 꼬마 소녀유령과 직장을 다시 구하는 어느 한 남자의 잔잔한 동거 이야기다. 섬뜩하기 보다는 귀엽고 여린 꼬마유령의 사연을 통해서 뭉클한 이야기가 전해지니 아마도 꼬마 유령이 주는 애착심일지도 모르겠다. <Call>-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우정과 사랑의 행방을 좇으며 그린 이야기다. 그 속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찡한 애잔함이 있지만.. 누가 호러의 주인공인지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절묘한 서술 트릭의 묘미로 앞으로 다시 가 읽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어느 숲속에서 아버지는 없이 어머니와 어린 두 딸이 행복하고 고요하게 살고 있다. 마치 동화속 그림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불청객의 남자가 찾아와 어머니가 위기에 빠지는데.. 이 위기를 두 딸이 해결한다. 이것은 모두 아버지의 덕?이다. <예기치 못한 방문자>- 어느 한 남자가 실수로 뜻하지 않게 자신의 애인을 죽이게 됐다. 자수하려 하지만 두려운 나머지 집에서 시체를 토막유기 하려하는데 제목처럼 예기치 못한 방문자가 찾아오면서 겪는 한편의 좌충우돌 코믹 범죄극이다.
 
<살인 레시피>-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이 아닌 살인을 부르는 조립법 레시피다. 여기 부부가 그렇다. 서로는 이혼을 결심하듯 사이가 무지 좋지 않다. 하지만 컽으로는 좋은 척 서로를 위해 아니 음식으로 죽이기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마주 앉는다. 과연 누가 의도대로 죽었을까..ㅎ <냉혹한 간병인>- 치매에 걸린 중증의 시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아니 극악무도하게 모시는 어느 며느리가 있다. 마치 장난감 다루듯 하는데 그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다, 시아버지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너 며느리.. 그러다 피X 싼다.

<늙은 고양이>- 단편중 가장 긴 이야기로 가족과는 왕래가 거의 없었던 숙부가 죽고나서 그 유산으로 집에 살게된 조카네 부부.. 하지만 그 집에는 숙부가 남긴 여러 그림과 늙은 고양이가 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심상치 않다. 부인과 딸이 애완의 수준에서 자꾸 그 고양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인데.. 혹시 죽은 숙부의 잔영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이야기속 고양이에 대한 평가?로 대신한다. 어찌보면 섬뜩한 이야기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는 달라요. 인간에게 지배당하는게 게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죠. 분명히 기르는 건 난데, 어느새 그렇게 돼 버린다니까요. 집 안에 작은 왕이나 여왕을 모시고 사는 거죠. 아니, 권모술책으로 군림하는 라스푸틴이랄까. 누구에게 접근해야 자신에게 가장 득이 될지 꿰뚫는 것 같아요. 방해하는 자는 배제하려 들고, 자신의 영역을 제 편할 대로 구축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뭐, 그게 매력이랄까 마력이라서. 말하자면.....  
   

<어두운 나무 그늘>- 목가적인 전원의 풍광이 계속 지배한 이야기속에 어릴적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여동생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다. 15년이 지나 다시 찾아든 그 고향땅에서 그는 외사촌을 만나 그 집에 칩거하는데.. 2층 창밖의 큰 나무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혹시 그 속에 잃어버린 여동생이 있지 않았을까.. <신이치의 자전거>- 우리네 어린시절을 보듯 두 남녀의 유년의 기억을 좇으며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주인공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친구와의 교감을 다룬 친근함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오기와라 히로시’가 펴낸 9편의 호러 단편집들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다. 즉, 공포의 극한을 보여준 이야기 아니라.. 어떤 이야기는 섬뜩함 속에 마지막 반전이 있고, 어떤 이야기는 우스운 상황속에서 인간의 무모함을 꼬집고, 때로는 애잔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잔잔한 호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페이소스가 어우러져 맛나게 버무려졌고, 어찌보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혹은 있어도 무방한 이야기가 전편에 묻어나고 있다. 그것은 펑키 호러라는 새로운 감각답게 읽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주었으니 그만큼 매력적인 호러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 더운 여름 고민하지 말고 여기 ’치요’와 함께 재미난 호러의 세계로 떠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1주
파괴된 사나이 - a man of vendet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한 사나이가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받으며 여러 신자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자애롭고 존경받는 한 목사.. 그런 목사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다섯 살짜리 예쁜 딸을 유괴당해 잃어버리고 만다. 그 순간 그는 신(神)께 열심히 기도하며 딸이 살아서 돌아올거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어느새 한 해가 지나면서 이 유괴사건은 종결되고, 그도 목사직을 때려친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 내뱉는다. "다 X까라고 그래.." 

그렇다. 신은 무슨 신.. 그렇게 기도하며 외쳤건만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는 그런 믿음의 신을 버리고 시궁창속으로 자신을 던져버린다. 슬픔도 잠시 삐딱선을 타며 사회를 바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껄렁껄렁한 말투와 행동거지가 몸에 밴 그는 의료기 사업을 하며 연명을 하지만 이 사업도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목사님에서 한 순간에 딸을 잃으며 한낱 깡패같은 모습으로 변질되고 인생까지 파괴된 한 남자.. 그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파괴된 사나이>였으니..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목사 주영수(김명민)에게 5살 된 딸 혜린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 목사는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지만 결국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8년 후, 신에 대한 믿음도 가족도 모두 잃은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 8년의 세월을 돌이킬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딸을 찾기 위한 주영수의 필사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유괴’를 다룬 스릴러 물이다. 사실, 이런 유의 내용이라면 기존 영화에서도 이미 나왔다. ’그놈 목소리’, ’세븐 데이즈’에 최근에 ’용서는 없다’까지.. 그 만큼 이 소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아동관련 범죄의 흉포화속에 눈길을 끄는 영화적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존의 유괴물과 조금 다르다. 보통 유괴되는 시점이 현재 발생해서 그런 유괴범을 잡고 아이를 찾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면.. 여기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유괴범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변모된 모습을 그렸다.

즉, 여자 아이가 다섯 살때 유괴당하고 8년이 지난 13살때 비로서 사건이 시작된다. 물론, 그 8년동안 딸의 엄마(박주미)는 삶도 내팽개친채 수 년째 전단지를 돌리며 딸의 무사함을 빈다. 하지만 딸의 아빠 주영수(김명민)는 다르다. "백날 해봐라.. 죽은 애가 살아오나.."하면서 그는 포기하고 삐딱스런 방탕한 생활의 연속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유괴범(엄기준)으로 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말이다.  "오랜만이네요. 제가 8년이나 지나서 연락한 이유가 중요한게 아니라.. 혜린이가 지금 살아있다는게 중요한거죠.."

이런 전화 한 통화에 무너진 마음속에 딸을 지워버렸던 영수는 너무 놀라며 죽었다고 믿었던 딸을 찾기에 나선다. 그러면서 유괴범이 요구한 돈을 백방으로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실제 유괴범이 제시한 돈거래 현장에 나갔다가 허탕치기도 하고, 또 다른 거래에서 실제 잃어버렸던 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놓치면서 오열하고 만다. 그는 이때부터 제대로 파괴된 아니 반 미쳐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부인이 딸을 찾는다고 전단지를 돌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반 혼수상태로 빠진후, 그런 부인을 유괴범에게 줄 돈 마련때문에 죽이면서.. 그의 심신은 파괴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넋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는 법.. 자신의 딸이 분명히 살아있음을 확실한 안 그는 유괴범의 행적을 위치 추적기를 통해서 미행하면서 그가 교회에서 음향을 설치하는 음향기사라는 사실과 그런 음향 즉, 소리에 미쳐사는 놈의 사이코적 성향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값비싼 앰프 ’K660’을 오디오 카페에 내걸어 그를 먼발치에서 추격하고 급기야 그의 아지트까지 찾아내 그 속에서 유괴범과 딸을 맞딱드리게 되는데.. 과연, 주영수는 그 유괴범을 처단하고 딸을 온전히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딸은 8년이나 잊고 지낸 아빠를 오롯이 대할 수 있을까.. 결말은 마지막에 나온다.



이렇게 이 영화는 보통의 ’유괴’를 다룬 유의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런 영화들처럼 그대로 답습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런 느낌은 마치 김윤석, 하정우 주연의 <추격자>를 보듯 주영수와 유괴범 둘의 대치 국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위기에.. 그것이 단지 유괴라는 소재에 덧칠해지며 색다른 ’추격’의 재미를 주었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여기서 나온 유괴범을 연기한 ’엄기준’이라는 신인배우.. 그의 낯선 얼굴에 비친 사이코패스의 연기는 추격자의 ’하정우’를 보듯 사이코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 

유괴된 아이들 이외의 사람들을 처참히 살인하는 모습은 냉혹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물론, 여기서 그런 유괴범을 쫓는 남자 주영수로 분한 김명민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시각은 물론 음향적 효과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구도나 전개는 <추격자>처럼 한 장면씩 공들인 흔적은 엿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붙여서 보면 조금은 상충돼 보이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소위 소리에 미쳐 사는 한 젊은이가 수억이나 나가는 음향기기 마련을 위해서 유괴를 했다는 개연성을 어떻게 받아여야 할지 의문인데..

’이유없는 범죄없다’라는 심리처럼 그는 분명 ’사이코패스’였고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유괴와 살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극악한 범죄들을 보면 틀린 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인간성이 냉혹하게 파괴된 유괴범과 딸을 지켜주지 못하고 잃어버리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한 아비로서의 책무가 대비된 가운데.. 이미 육체는 망가졌어도 딸을 찾고자 하는 아비의 영혼은 끝내 고양돼 방점을 찍고자 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스릴러적 장치가 주는 긴장감 보다는 안정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외부의 폭력에 의해 얼마나 파괴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주영수’라는 인물이 겪는 들끓는 심리적 변화와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렸다는 점이다. 딸을 잃음으로써 신실했던 믿음을 잃고 신을 버렸던 주영수.. 이런 그에게 딸을 되찾는 것은 인생의 밑바닥에서 다시금 회개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스스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구원을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고가며 더욱 파괴되는 길을 택하는 처절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분명 주영수가 ’파괴’되기전 목사로서 ’속죄’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림은  ’파괴된 사나이’가 사이코패스 유괴범을 끝까지 쫓아가 그려낸 ’하드보일드’ 그림들로 완성시켰고, 그 완성의 아우라는 조금은 부족해 보일수도 있지만 제목처럼 어느 정도 ’파괴력’은 보여 주었다고 본다. 하지만, 파괴의 강도가 문제였다.

물론, 강도(强度)의 차이는 보는이 각자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 책을 살때 각자의 취향과 성향에 맞게 눈에 딱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그중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유다. 원래는 ’yes24 리뷰어 클럽’에서 서평단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보기좋게 미끄러진 책.. 알라딘 7기 신간서평단 '인문'분야에 당첨되면서 좀더 '인문'에 관심이 가던차에 읽고 싶었던지라 너무 아쉬운 나머지.. 결국, 포인트를 사용해서 인팍에서 팔천원에 신간으로 구했다.

책의 저자는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교수가 E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영단어 인문학 산책>이라는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책의 특징은 각종 다양한 시각적 자료들을 통해서 하나의 어휘가 인문학이라는 큰 그림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고, 영어 또한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복잡다단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에 ’영단어.."가 들어가 있어 이 책이 자칫 수험서가 아닌가 생각이 얼핏 들지만서도.. 바로 뒤에 ’인문학 산책’이라는 제목에 알 수 있듯이 인문 교양서다. 즉, 영단어에 포함된 어원부터 내포된 뜻과 파생적 함의들.. 그리고 그 속에서 묻어나는 문화와 역사, 정치, 사회, 문학까지.. 총 망라한 영단어의 향연장이다. 이것은 영단어를 단순히 수험식 암기가 아닌 그 단어의 내력을 파악하면서 무수한 사연들을 들여다보며 언어가 문화의 산물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온 영어의 단어들이 어렴풋하게 숨기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그 단어가 거대한 영어의 체계 속에서 어떤 문화적 코드로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소개다. 더군다나 더 나아가 영미문화속 서구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영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영단어속 영미문화 탐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책 구성의 영단어는 총 52개가 선별되어 있어 어떤것은 주로 자주 본 단어, 어떤것은 모르는 단어가 간혹 보이지만.. 학창시절 영단어를 무턱대고 외우는 방식이 아닌 이제는 영미문화의 인문학적 고찰로 접근한 ’영단어’공부?.. 학생들에게는 물론 성인들에게도 인문교양서로 충실한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정독이 됐든 완독이 됐든 아니면 중간중간 보든.. 이번 기회에 영단어의 심연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실, 올 초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을 알면서 '문학'부문에 지원해 4월부터 6월달까지 석달간 '6기' 서평단을 했었다. 그래서 '문학'과 관련된 주옥같은 소설들을 무상으로 받아서 읽고 접하면서 나름의 상상적 재미에 빠졌었는데.. 물론, 그런 재미는 중간중간에 다른 도서 사이트에서 몇 권의 서평단 당첨으로도 만나보기도 했다.

그래도 주 메뉴는 알라딘 서평단이었고, 그런 6기가 이번에 석달간 활동이 마감되면서 다시 7기 신간평가단을 뽑는 공고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과감히 지원했다. 그런데 경쟁자가 많아서 발표자가 늦춰진 가운데.. 어제(28일) 발표가 났다. 그리고, 위처럼 메일로 합격통지서?를 당당히 받았다.

http://blog.aladin.co.kr/proposeBook/3858647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지원한 분야는 '문학'이 아닌 바로 '인문' 분야다. 어찌보면 이 더운 여름에 하드하고 텁텁한 '인문'같은 지식 교양서를 읽는게 잘 될지 의문이지만.. 이제는 잠시 소설적 상상을 떠나 인문의 바다속에서 지혜의 보고를 찾고자 하는 바램이니 노력해야겠다. 물론, 잘 되길 기대해본다.

아무튼, 6기에 이어 '7기 신간평가단'까지 다시 당첨되며 활동하게 되었는데.. '인문' 분야인지라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꾸역꾸역 읽어내는 진득함으로 빠져봐야겠다. 그리고, 이런 신간평가단에 이어서 또 하나의 당첨 소식.. 바로 알라딘이 운영하는 '무비매니아 블로거'다. 사실, 이것이 알짜배기다. 어찌보면 책보다도..ㅎ

이 지원은 매주 4,000원의 할인쿠폰이 발행되는데 유효기간은 해당 월에 써야한다. 그래서 난, 매주 나오는 쿠폰으로 개봉영화를 맥스무비에서 조조로 예매해 수수료 포함해서 1,500원에 보고 있다. 그리고 본 후에는 영화 리뷰를 쓰고, 또 운 좋으면 알라딘의 '이 주의 영화리뷰'에 선정돼 적립금 만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에 '내 깡패같은 애인', '춘향전', '포화 속으로'까지 3주 연속타기도 했다.

http://blog.aladin.co.kr/ilovemovie/3861536

그러던차.. 이번 무비매니아 블로거 활동도 이달 말로 끝나기에 다시 지원했다. 역시나 또 운좋게 5기로 당첨됐다. 어찌보면 책 서평의 부담보다는 덜한쪽이 영화이긴 한데.. 가뜩이나 비싸진 영화 표값을 생각하면 정말 알짜배기 이벤트 당첨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운좋게 7기 신간평가단에 이어서 5기 무비매니아 블로거 당첨까지.. 본격적인 여름사냥에 같이 할 친구가 생긴 느낌이다.

알라딘 올레~~ 다.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