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책에서 말하는 인문 분야는 다양하다. 역사, 사회, 문화, 예술, 철학등 그 분야는 실로 다양하며 그 만큼 '인문'이 아우르는 범위와 이야기거리는 무궁무궁하다. 비록 인스턴트식 소설적 재미가 떨어지더라도 지적 사유를 통한 고찰적 재미는 또 다른 인문의 맛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기 지적인 탐구적 재미를 충만시켜줄 두 권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은 알라딘 신간평가단 '인문' 분야 여섯 번째로 받은 두 권의 책이다.

먼저, 우리네 머리속에 아직도 문화예술의 거리로 잠재되어 있는 도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파리는 깊다>다. '깊은 여행'시리즈로 나온 첫 번째 책으로 - (두 번째 책은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인데 사실 난 이 책이 더 끌린다. 왜? 르네상스 시대 중심에 있었던 그 피렌체의 역사 문화기행이기 때문이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라고 부제되어 있다. 즉 파리에 대한 본격 '문화예술 체험 여행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감성 에세이를 넘어 여행에 역사적, 문화적 깊이를 더하고, 아는 만큼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라는 소개다.

특히 영화기획자, 와인평론가, 음식비평가, 여행 칼럼니스트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고형욱' 저자는 파리의 낭만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몰랐던 파리의 모습을 새로이 창조하며 마치 고고학자처럼, 먼지붓을 들고 도시의 때를 걷어냈을때 그속에 진짜 파리가 드러남에 '파리는 깊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에 살았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취를 통해 예술의 도시 파리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책 곳곳에 그림과 사진들과 함께 말이다. 여튼 파리 여행을 꿈꾸는 자, 파리를 좀더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예술적인 문화적 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책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묵직한 양장본에서 전해지는 두꺼운 외형과 표지에서 묻어나는 손 그림과 제목의 포스가 느껴지는 <장인>.. 그런데, 장인(匠人) 하면 우리는 보통 어떤 육체적 노동의 기능적 대가(大家)로만 인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장인의식과 정신이 만들어낸 문명의 산물은 사랑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만드는 일이 곧 생각의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우리 생각 속 틀에 박힌 장인의 모습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즉, 이 책에서는 시공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장인 분석을 통해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의 신(新)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것은 광활한 시공으로 안내하며 상고시대의 그리스 도공, 로마제국의 이름 없는 벽돌공, 거대한 성당을 지어 올렸던 중세 석공, 르네상스 예술가를 비롯해 근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래머, 건축가, 의사등 현대의 전문 직종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인간의 모습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자세한 면면들은 2006 헤겔상 수상작가이자 2008 게르다 헨켈상, 2010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에 의해 신(新) 장인론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책 구성 소개는 이렇다.

핵심인 1부는 역사상 장인이 밟아온 길과 작업장과 도구, 의식의 세 가지 갈래로 훑어본다. 특히 불평등한 관계 속 장인의 모습과 기계에 대항하는 장인의 싸움 등 장구한 역사 속에서 고통 받는 장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손과 기능의 숙달 과정은 2부에서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마지막 3부는 우리 안의 어떤 요인이 작업의 질을 추구하는 욕망과 의지를 고무하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특히 ‘강박관념이 보이는 야누스의 두 얼굴’ 등 극단에 치우친 장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묘미는 기존에 인식된 장인의 모습은 물론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많은 사료와 다양한 증거자료들을 제시하며 장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 '세넷' 특유의 살아있는 언어는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장인』과의 대화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평가다. 그렇다. 현대문명 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인간 안에서 '살고 있지만' 잘못된 제도와 어긋난 이데올로기로 고통받는 장인.. 바로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라 역설하며, 우리에게 잊혀진 '그'를 불러내는 작업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장인을.. 이 책이 선사하는 지적탐구로 고찰하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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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오랜만에 세계문학쪽 책들을 훑어보게 됐다. 이런 고전류라면 역시 '민음사'가 유명하긴 한데, 그래서 여러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러시아쪽 문호들을 살펴봤다. 왜냐? 예전에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과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읽으면서 그들의 아우라를 좀더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문호로 잘 알려진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만 섭렵해도 충분할 수 있지만.. 여기 그들만큼 알려진 대표작이 있어 두 권을 도서상품권으로 컬렉했다. 이에 잠깐 소개해 보려고 한다.



먼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대표작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다. 사실 이 작품은 잘 몰랐지만 세계문학 고전의 유명한 작품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훑다가 제목에 끌렸다. 수용소의 하루라니.. 음.. 분명 지배권력에게 무참히 무너진 한 개인의 이야기, 분명 메시지가 느껴진다. 그렇다. 노벨문학상 작가이자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도덕적인 힘으로 추구했다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의 대표작이다. 그는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8년 동안 강제노동수용소 생활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노동수용소의 생활을 소재로 쓴 작품이 바로 이 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평범한 한 인물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길고 긴 하루 일상을 가감없이 따라가며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지배권력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는 소개다. 특히 작가는 이 작품에서, 평범하고 가련한 '슈호프'라는 인물을 통해 지배권력에 의해 무참히 무너진 약자들을 대변해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고 한다. 물론, 이반 데니소비치 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인간군상이 등장해 스탈린 시대 허랑한 인물상, 종교, 인성의 문제 등을 에둘러 역설하고 있다.

말이 필요없다. 그렇게 두꺼운 고전이 아니다. 한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권력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솔제니친의 대표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수용소 하루를 만나보자.

그리고, 또 하나의 유명작은 바로 '안톤 체호프' 의 단편선이다. 이 작가도 잘 몰랐다. 해당 오프 서점에서 민음사판이 없어서 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우선 사게됐고 민음사판은 다시 살 예정이다. 여튼, 안톤 체호프(Chekhov, Anton Pavlovich, 1860~1904) 그는 누구일까? 톨스토이조차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 말할 정도로 그는 러시아가 낳은 최고의 단편작가로서 현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라 불리고 있다. 그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 사이의 전환기에 이르는 암흑 시대의 작가이자 묘사의 기저에 인생 본연의 모습을 제시하며 그의 단편 문학은 '가장 세련된 리얼리즘 예술인 동시에 진실한 상징적인 예술'이라는 평가다.

그렇다고 그의 단편작들이 이런 예술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의 온갖 부정, 부패, 모략등을 예리한 직감으로 파헤지고 있어 유머러스한 필치로 사회의 모순을 담담하게 묘사하며 우리네 인생의 단면과 비극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속에는 아주 평범하게 느껴지는 일상생활의 동작, 언어, 소리, 형상 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되어 우리네 복잡한 삶의 고찰과 성찰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문예판이든, 민음사판이든 수록된 단편들이 중복돼 있지 않을 만큼 그의 이야기는 많다. 그래서 100여 년전 그가 무수히 쓴 단편들을 통해서 우리네 삶의 복잡다변한 리얼리즘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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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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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빛 참극뒤 찾아든 어느 한 소녀의 극한의 슬픈 트라우마, 헤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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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짦은 두 단어 '심홍(深紅)'과 표지에 한 소녀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장편소설.. 사실 잘 모르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서평단 지원에 두 번이나 미끄러지면서 오기로? 사서 읽게 된 책 <심홍>.. 작가는 젊은 나이 44에 자살한 '노자와 히사시'의 유작이라고 한다. 그는 SBS 동명의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자로 알려졌는데.. 특히 이 <심홍>은 2001년에 발표돼 2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탄 작품이다. 이후에도 각종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들은 탄탄하게 짜여진 스토리 구성과 인간의 심층을 파고드는 치밀한 묘사,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여기 9년 전에 쓴 이 작품 <심홍>이 그런 류에 속한다. 심홍? 한자어 深紅을 풀어쓰면 '깊은 붉음', 아니면 '붉은 깊음' 이렇게 직역이 되는데.. 그런데, 이 소설의 내막을 알거나 다 읽게 되면 이 소설의 제목이 바로 느껴진다. 심홍은 바로 피의 소용돌이, 즉 깊은 심연에 깔린 피가 부르는 복수와 분노 그리고 처절한 울분과 슬픔이 교차되는 애환과 애상까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런 제목이 아닐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표지에 있는 저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소녀의 참혹하고도 슬픈 이야기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여기 10대 초반의 한 소녀 '아키바 가나코(이하 가나코)'가 있다. 아직 세상의 떼가 온전히 묻기 전 그 어린 소녀에게 충격적인 참극이 벌어지고 만다. 자신을 뺀 온가족 넷이 참혹하게 살해된 것이다. 자신은 6학년 수학여행차 그 참극의 현장에 없었기에 살 수 있었다.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수학여행 첫날 밤 선생님이 조용히 부른다. 집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얼른 가보자고 한다. 수학여행지에서 집이 있는 도쿄까지는 4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 그 거리를 선생님과 택시를 타고 가며 가나코는 별의 별 생각을 한다. 교통사고일까 아니면 더 큰일일지도.. 그런데, 두려움때문에 선생님에게 묻지 않는다. 그리고 도착해서 하얀 천으로 뒤덮힌 네 구의 사체를 확인한다. 얼굴은 참혹하게 함몰돼 보지 못하고 발가락을 만지며 잔잔하게 오열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렇게 어린 소녀 '가나코'를 뺀 '아키바' 일가족 네 명이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 가나코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네 다섯 살의 어린 남동생 둘까지 잔혹하게 살해된 전대미문의 참극.. 이 사건으로 일본 열도는 술렁인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그것은 바로 가나코의 아버지 '아키바'와 관련된 사업문제로 빚어진 사건이었다. 바로 아키바 장인의 사업실패로 이어진 대출금 상환의 빚을 거래처에서 좋게 봐왔던 '쓰즈키 노리오'을 꼬득여 연대보증을 서게하고, 결국 그 빚을 쓰즈키가 떠앉게 되자 사랑했던 아내의 사망으로 받은 보험금 수 억원으로 갚게된다. 그런데도 안면을 돌리며 자신을 무시한 아키바의 처신에 분노를 느껴 그 가족의 집을 부스러 들어갔다가 네 사람까지 쇠메로 내리쳐 죽이고 안면까지 함몰시켜 처참하게 죽인 것이다. 과연, 그 행위는 정당했을까.. 여기 소설에서는 자세하게 쓰즈키 노리오의 '상신서'가 나와있다. 자신의 처지와 죄에 대한 설명과 사죄의 글인데..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참혹하게 살해된 일가족을 나두고 남겨진 '가나코'.. 어느 덧 세월이 8년이나 훌쩍 지나 20살의 대학생이 된 가나코.. 이때부터 가나코의 일상을 쫒는다. 여느 대학생들 일상이 그러하듯..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고, 남친이든 여친이든 애정전선을 꾸리며 가나코는 나름의 대학생활을 영위한다. 그런데,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혼자 있을때면 8년 전의 사건이 생생히 떠올라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르뽀기자를 찾아가 살인범 쓰즈키가 쓴 상신서를 훑어보게 되면서 또 최근 사형확정 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피해자의 딸이듯, 가해자의 딸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동갑내기 가해자의 딸 '쓰즈키 미호'(이하 미호)를 찾아 나선다. 왜 찾아 나서는 것일까.. 복수를 하려고, 아니면 사죄를 받기 위해서일까..

여튼, 미호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그녀는 가나코와 달리 어린 나이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든 여자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친과 위장해서 처음에 그 곳을 접근하고, 이후 혼자서 찾아가 미호와 말을 튼다. 그리고 그때부터 둘은 친해진다. 물론 가나코는 절대로 자신의 신분을 속인다. 끝까지 말이다. 즉, 이때부터 가나코가 미호를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들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물론 그런 내막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자신은 피해자의 딸이고, 가해자의 딸 미호를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미호의 원죄와 속죄 사이에서 그 아픔을 달래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라고 외쳤든 그 수 년의 외침때문에 말이다.



결국 미호와 친해진 가나코, 하지만 미호는 폭력적인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아기까지 유산되는등 살인자의 딸로 살았던 미호의 원죄속에 일그러진 복수가 고개를 든다. 그래서 이런 폭력으로 피폐해진 자신을 위로해준 가나코와 모의해 그 남자를 죽이려 한다. 과연, 그녀들은 그 남자를 죽일 수 있었을까.. 이야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부분이자 결말이라 언급을 피한다. 결국 다 읽고 나서 간단한 소회는 참혹한 범죄뒤 남겨진 피해자와 가해자를 병립시켜 디테일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묵직한 미스터리다. 

그래서 간단히 본다면 참혹하게 죽은 일가족에 남겨진 어느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소설의 느낌도 많이 드는데.. 특히 전반부는 사건 자체를 파헤치고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 반면에 중반 이후부터는 사건 이후의 삶을 그려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참혹한 범죄로 인한 삶과 마음의 상처를 확인해 나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삶이라는 것도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통용되는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가나코였다. 12살 어린 소녀에서 8년이 지나 대학생이 됐지만 그 사건이 발생된 시점부터 현재 순간까지 끊임없이 매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그려낸다.

사건 직후 네 시간에 걸쳐왔던 고통의 시간과 이후 정신 치료를 받던 시절, 몇 년이 지난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현재 대학생이 되서 가해자의 딸 미호를 만나 친해지고 미호를 대하며 괴로워하는 심정과 마지막 미호의 남편을 죽이려는 사건의 모의까지.. 하지만 그 사건의 모의 순간에도 이른바 '네 시간'의 트라우마에 갇혀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그 심상에 마냥 허우적 댄 것이다. 과연, 그녀가 가해자의 딸 '미호'를 통해서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찌보면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이라 대척점에서 그 둘은 마치 마주한 거울처럼 닮았다는 점이다.

가나코는 가족들이 겪었을 공포와 고통이 지워지지 않고 매 순간 상상돼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가해의 딸 미호는 아버지의 살인죄로 인해 고통과 체념 속에서 포기하듯 살아가는.. 그래서 그 둘은 어쩌면 영원히 지속될지 모를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속 '가해자는 법률의 심판을, 피해자는 사회의 심판을 받는 셈이지'라는 이야기처럼 결국 두 사람 다 같은 고통으로 이어진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 그것은 죄 값에 대한 법률의 해석과 인권 해석의 충돌로 이어져 사회 문제로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묘사는 '인생의 죄의식'이라는 또 다른 운명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이 둘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네 운명의 쇠사슬을 얽히듯 섥히듯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가나코'가 겪은 그 극한의 슬픈 트라우마를 통해서 말이다. 즉, 참혹한 범죄로 인해 피해자로 남겨진 사람과 가해자로 남겨진 사람.. 결국에 이 둘을 믹싱시켜 소녀들의 일상을 쫓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갈등과 성장을 통해서 범죄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다시 재생을 꾀하려는 두 소녀의 이야기 <심홍>..

하지만 남겨진 상처는 계속 깊기에 그 내면의 심상에 자리잡은 '직시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심리'는 모를 일이다. 여기 주인공 '가나코'처럼 말이다. 그것은 가족들이 흘린 피의 소용돌이, 그 심홍 속에서 갇힌 그녀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전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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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 - The Expendabl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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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라면 세고 셌지만 그래도 80-90년대 '실베스터 스텔론''아놀드 스왈츠제너거'로 대표되는 작품들 <코브라>, <록키>, <람보>시리즈와 <코만도>와 <터미네이터>등.. 이런 류의 영화와 배우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 두 배우와 영화들은 인기를 구가하며 지금도 회자되는 액션 영화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실베스터 스텔론(이하 실베)이 직접 감독과 제작을 맡으며 2년전 자신이 건재함을 알리려 했던 <람보4>로 다시 재림했지만 힘에 부쳐하며 흥행에도 실패했다.

그리고 2년뒤 실베형님이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독고다이 액션말고 여러 용병을 써서 같이 치고박고 터트리는 액션의 대향연을 보여주었다. 직접 각본, 감독, 주연을 맡았으니 그 이름도 거룩하도다. 무한의 확장성으로 집합적이고 소모적 병력인 용병을  칭하는 <익스펜더블>이다. 그런데, 이 액션의 대향연에 초청된 면면들이 화려하다. 아니 화려하다 못해 소위 쩐다. 

지금은 영화케이블에서 주야장천 틀어주었던 '트랜스포터'와 '아드레날린24'로 단박에 액션스타로 급부상한 대머리가 인상적인 마초남 '제이슨 스태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아시아의 액션스타 '이연걸', 록키4에서 실베형님과 맞짱 뜬 러시아의 권투선수이자 '레드 스콜피온'과 '유니버셜 솔져'로 군인의 이미지로 각인된 '돌프 룬드그렌', 또 한때 '나인 하프위크'로 나의 로망이었던 하지만 이제는 살찐 도야지가 된 아이언맨2의 채찍남 '미키 루크', 절대로 죽지 않을 것 않은 다이하드 형님 '브루스 윌리스', 코만도와 터미네이터로 각인된 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너거'

그외 레슬러를 방불케 하는 '스티브 오스틴'과 흑형 '테리 크루즈'와 백형 '랜디 커투어', 그리고 용병은 아니고 여기 극중에서 그 섬의 독재자를 조정하는 권력자로 나오면서 얼추 '제레미 아이언스'와 닮아보이는 개성파 악역? 전문 배우이자 줄리아 로버츠의 친오빠 '에릭 로버츠'까지.. 이렇게 화려한 용병들을 가지고 적을 쳐들어갔으니 누가 살아 남겠는가 말이다.ㅎ 또한 극중에서도 이들의 주특기들이 다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눈에 띄며 실베와 항상 옆에 붙어다니는 대머리 마초남 '제이슨 스태덤'은 전 영국특수부태 SAS 요원이자 칼날 달린 거라면 뭐든 잘 다루는 스페셜 리스트다. 또 체구는 작지만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는 육탄전의 대가 이연걸, 그외 무기전문가와 폭파전문가, 정밀 저격수의 달인까지.. 이들의 면면은 세상에서 악을 처단하고 정의를 세우라는 전투용병으로 태어난 이들이다. 그래서 스토리는 볼 것도 없다. 브루스 윌리스가 어느 성당에 불현듯 나타나 '빌레나'라는 섬나라의 독재자를 축출하는 지령을 실베에게 내리고 실베가 이 임무를 수행하는게 다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그래서, 자신의 용병들을 데리고 그 섬에 짓쳐들어가 총쏘고 치고박고 격투기 액션하고 칼날리고, 폭파시키면서 섬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헐리웃 전형의 액션을 시원스럽게 보여준다. 예전 같았으면 람보 혼자서 했을 이런 일들을 임팩트한 전투 용병들과 같이 하니 그 액션과 파괴력은 한층 더 진일보했음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에 무슨 메시지가 있겠는가.. 그냥 시원하게 액션을 즐기면 되는 것을.. 그런데, 이번 액션은 여기 나온 배우들의 면면을 보듯이 디지털 액션이 아닌 '아날로그 액션'을 표방하며 CG도 필요없는 맨 몸으로 부딪치는 사실적인 액션들을 선보였다. 그래서 촬영중에 실베형님은 지하도 액션신에서 백드롭을 하다가 목뼈를 크게 다쳐 병원까지 입원했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이들의 목적은 어찌보면 딱 하나다. 왕년의 액션 스타들을 보러 가는 재미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실베형님과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 그리고 유일한 동양인 이연걸까지.. 물론 대머리 마초남 '제이슨 스태덤'도 아주 볼만하다. 어찌보면 그가 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돌프 형님은 이제는 늙었는지 안습이 된 느낌이고, 미키 루크 형님은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고 센치한 척 문신가게 아저씨로 나온다. 그외 다른 용병들도 눈에 띄지만 주류들보다 덜한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 외적으로 이들 용병의 실제 나이를 찾아보면은.. 주인공 실베형님은 46년생으로 60이 넘었고, 50년생 미키루크, 55년생 브루스 윌리스, 돌프도 59년생 50대, 이연걸 63년생 40대, 제이슨 스태덤은 72년생 30대까지.. 여기서 제이슨이 제일 어리다. 그런데, 외모상으로는 중간 짬밥정도 되는데 말이다. 여튼, 이들을 다 합치면 평균 연령이 40대 중후반은 될 것이다. 그래서 다들 이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노인장을 차렸나니, 그래도 노익장을 과시했다등 재미난 뒷말들이 많다. 뭐.. 어찌하오랴..

이제 환갑을 훌쩍 넘겨버린 실베형님이 그 람보의 트라우마적 아우라를 못버리고, 이렇게 대거 친구와 후배들을 끌어다 람보급 액션을 한층 더 액션너블하게 보여주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80-90년대 헐리웃 액션 스타들들 한 자리에 모아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으니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주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액션도 보고 실베와 아놀드, 브루스를 한 컷에서 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보는내내 궁금하게 한가지 있었다. 왜... 말총머리 스티븐 시갈 형님은 초대를 안했단 말인가.. 시갈 형님이 나오면 그림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것이 난 조금 아쉬울 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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