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개봉한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 때문에 알게된 작가 '이사카 코타로'.. 마치 작년에 나왔던 일본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 때문에 알게된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케이스?라고 할까.. 사실 '이사카 코타로'는 전혀 모르는 작가였다.내가 나름 팠던 일본작가는 춘추전국시대 열국지 각개 소설의 최고봉 '미야기타니 마사미쓰'와 <타인의 얼굴>과 <모래의 여자>로 인간의 실존을 고찰한 '아베 고보', <공중그네>에서 '이라부' 캐릭터로 대히트를 친 '오쿠다 히데오'나 <내일의 기억>과 <그 날의 드라이브>등 인생소설로 잘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 최근 <심홍>을 읽고 알게된 '노자와 히사시', 그리고 유명한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 

그래서 이들과 함께 '이사카 코타로'까지 5대 작가라 부르기도 한단다.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1Q84>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빠졌기 때문일지도.. 여튼 히데오나 히로시, 게이고는 50년대 생으로 나름 연배가 있는데, 코타로는 아직 71년생 30대로 꽤 젊은 편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지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내 스스로 생각인지 몰라도 영화 <골든 슬럼버> 때문에 찾아보니 그렇다.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소설들로 주목을 받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퍼즐식 구성과 쿨한 감수성,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이사카 코타로'의 트레이드마크라 한다.

그래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 '이사카 코타로'.. 그래서 이참에 파볼? 요량으로 그의 대표작 3종 세트를 컬렉했다. <골든 슬럼버> 영화 때문인지 도서 사이트마다 50% 할인해서 15,000원에 가볍게 컬렉했다. 위처럼 비닐을 뜯기전 모습의 책이다. 여튼, 세 권을 간략해 소개해 본다.



먼저, 영화로 개봉하면서 잘 알려지고 유명한 작품으로 동명의 <골든 슬럼버>다. 사실, 영화도 봤지만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은 비주얼이었다. 책은 2008년 제 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소설로 뜻하지 않게 총리암살범이 된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 인물 묘사를 통해서 지극히 오락소설로 나아가며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쿨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등으로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즉, 철처한 오락소설이지만 깊이 면에서 단연 이사카 코타로의 대표작이라 불리고 있다.

500여 페이지가 넘어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시간 구성의 교차 편집으로 그 흡인력은 좋다는 평이다. 그외 평가를 보더라도.. "전반부에 뿌려놓은 복선의 조각들이 중반 이후로 기분 좋게 작동한다. 짜임새가 완벽한 소설이다. 주인공이 질주하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책을 읽어내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한 남자의 고독한 도주와 싸움,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요란스럽지 않은 모험소설. 거대한 폭력에 대항하는 한 사람의 진심어린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까지.. 여튼, 영화가 스릴러가 아닌 지극히 드라마적으로 흐른 코믹적 휴먼도주극 이었기에..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이 원작소설 <골든 슬럼버>로 만나보자.

그리고 <사신치바>.. 제목만 들어보면 얼핏 '분신사바'?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호러일까.. 그런데 그런 호러가 아닌 여섯 편의 연작 소설집이다. 엉뚱한 저승사자 사신 치바를 통해,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여섯 단편은 각각 하드보일드, 로드무비,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로 엮어져 있다. 여기 주인공 '사신 치바'의 임무는 '사고사'로 결정된 사람을 일주일동안 관찰한 뒤, 해당 인물의 죽음을 결정하거나 보류하며 그들의 인생을 뒤흔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호러도 포함된 것일 수 있는데.. 사신(死神) 즉, 죽음의 신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생을 반추게 하는 작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사카 고타로의 빼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 사랑에 대한 두터운 믿음, 인간의 포용력에 대한 성찰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특히 수록된 여섯 단편 가운데 하나인 '사신의 정도'는 2004년 제57회 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문)을 수상한 이야기라는데.. 여튼, 제목처럼 '사신 치바'가 펼쳐낸 독특한 사신 이야기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왕>이다. '마왕'이라면 신해철? ㅎ.. 농이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나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아집으로 써낸 이사카 코타로의 최고작 <마왕>..내용은 복화술의 초능력을 가진 형과 미치도록 운이 좋은 동생, 우르르 휩쓸려 다니는 세상 앞에 홀로 서서 '생각해야 해, 생각해야 해!'를 외치는 엉뚱하고 진지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이야기에는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휩쓸려 다니는 젊은이들, 자기들끼리 우습지도 않은 모양을 연출하는 정치인들,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분위기, 새로운 세대의 고민들을 읽을 수 있다는 소개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극우주의에 맞서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라며 파시즘과 민족주의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가 특유의 기발한 유머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인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형 안도가 일하는 회사에 <사신 치바>의 주인공 치바가 슬쩍 등장하는 등, 이사카 코타로의 이전 작품들의 조각을 찾아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라는데.. 과연, 우리 안의 '괴물'에 대한 섬뜩하고 기발한 우화 <마왕>을 가을이 접어드는 길목에서 만나보자.

이렇게, 이사가 코타로의 세 편의 대표작을 간단히 살펴봤다. 사실 전혀 모르는 일본작가였고, 영화 <골든 슬럼버>로 알게된 작가지만서도, 강호와 같은 70년대생의 젊은 작가로서 일본 문단계의 총아로 떠오르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천재'라 일컫는 그의 평단을 이 대표작으로 알아보려 한다. 히데오의 풍자와 유모, 히로시의 우리네 인생살이, 게이고의 추리 미스터리가 뒤섞인 그런 스타일인지 아닌지.. 아니면 그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정말 있는 것인지.. 이 대표작들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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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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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이 '사랑의 승자'라 얼핏보면 무슨 연인들간의 사랑, 아니면 부모 자식간의 사랑등이 우선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그것도 책 커버가 하얀 순백색과 흑백 사진의 조화속에 마치 예비 신혼부부의 웨딩스레스 화보집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사진집이다. 하지만 앞에 떡하니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90년대 어느 장례식을 마치고 최루가스를 맞아 돌아오는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안에 있는데, 그렇다. 이 책은 보통의 포토에세이 같은 사진집으로 한국의 굴곡진 영욕의 현대사를 장식한 대부(大父)같은 존재 김대중(金大中)의 모습을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가 그간의 사진을 모아서 내놓은 책이다.
 
바로 1991년 언론사 사진기자 시절 저자 '오동명'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소변을 보다 김대중 후보를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보도사진 속에 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려 노력하며 정치인으로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김대중과 기자로서 고민하며 살던 사진기자 오동명의 인연이 이 사진집을 내게 됐다는 소개다. 특히 여기 사진집에 실린 사진은 1991년부터 1998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으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 사랑스러운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김대중이 걸어온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일반적인 사진집과는 달리 무게 잡지 않고 김대중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가려 뽑은 포토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제목이 하필 '사랑의 승자'일까.. 정치인의 포토에세이치고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 의문이 들지만.. 좀더 들어가보면 김대중이 걸어온 정치 인생사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인 화두가 바로 '민주'요, 그 다음이 '자유'와 '사랑'이다. 특히 그중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용서와 화해의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그가 걸어온 정치 역정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패자가 아닌 승자로서의 모습..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떤 위용을 자랑한다기보다 지극히 일상적인 주로 '하품을 하는 사진들'이 눈에 띄는데.. 아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집을 들여다 보면 마치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은 저자가 김대중 대통령을 좇으며 기록한 사진과 그와의 대화, 그리고 자신이 사진기자시절 느꼈던 당시의 비루한 소회감등 개인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이런 모든 것을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장마다 김대중 대통령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와 어록을 실으며 그의 정치 역정을 담아내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제목만 봐도 메시지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하품, 기회, 양심, 소외, 보복, 독서광, 꽃, 자유, 그리움, 이희호, 오해, 가족, 윈칙과 가치, 엄격, 믿음, 경청, 침묵, 도덕성 결핍, 핑계, 피로, 회담, 선택, 용서, 유언비어, 임기응변, 희망, 위로, 똘똘이, 우리, 우상화, 마지막에는 대통령이 되어서 5년 후 그 동네로 돌아오길 기대했던 한 '꼬마의 소원'까지..



여기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김대중 정치사 아니 그의 인생사를 반추케하는 빛바랜 사진속 모습과 단어들로 오롯이 표출하고 있다. 그 어록들이 구구절절히 주옥같이 와닿는데 대표적으로 뽑아보면 이렇다.

   
  "내가 수많은 시련에서 얻은 것이라면 사랑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랑입니다.",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다.", "정치에서의 도덕과 윤리의 구현이 되지 않고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남이 나를 괴롭힐 수는 있지만 그 고통 속에서 불행하게 되느냐 오히려 이를 발전의 계리로 삼느냐는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제게 준 선물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이렇게 사진도 물론이지만 각각의 어구들이 빛바랜 사진과 잘 어울려 더욱더 그를 반추케 하는 '사랑의 승자'로서 모습이 표출된 또 하나의 도정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치욕을 겪은 김대중이 남긴 메시지가 한 개인의 아픔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으리라는 심정으로 이 책 아니 사진집을 펴낸 것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정치부 사진기자로 걸어오면서 무조건 그를 칭송?만 하지는 않았다. 어떤 구절에서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것은 그의 주된 언행이었던 '행동하는 양심'과 다르지 않나.. 또 궁극적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려면 권력과 권위의 땅 '현충원'에 묻히면 안되지 않았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저자의 개인적 견해를 떠나서라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90년대의 김대중의 모습, 아직은 노쇠하지 않았을 그 시절의 김대중을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사진집은 일차원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더 많은 사진과 대화들이 담겨 있어 더욱더 그의 모습을 간직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간결한 포토 에세이답게 구성이 잘 된 사진집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사들의 사진집은 많지만, 이렇게 우리 정치사의 거목을 담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역설하듯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 김대중, 그를 이젠 호남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고 한 번만이라도 그의 행적을 생각해보자는 이 사진집의 화두처럼.. 이제는 정치인 김대중을 한 인간으로서 한 국민으로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러기에는 아직도 존재감이 큰 어른이기에.. 그의 인생을 여기 사진집 '사랑의 승자'가 담아낸 사진과 대화와 메모를 통해서 오롯이 만나보자. 그것은 묵직한 자서전이 주는 뻑뻑한 글의 행간대신 바로 눈앞의 빛바랜 사진속 '인간' 김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서거하기 1년 여전 '김대중 <마지막 일기>(2009.05.20)'에서 쓴 글이 있어 음미해 본다.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는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 나를 도와주는 비서들이 성심성의 애쓰고 있다. 85세의 나이지만.. 세계가 잊지 않고 초청하고 찾아온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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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하는 일환으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를 발간했다. 사실 이 책은 잘 몰랐는데.. 한 달 여전 7월초 알라딘 7기 신간평가단 '인문'부문에서 첫 번째로 받은 책이 바로 <처녀귀신>이었다. 부제는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라 명징하며 말 그대로 처녀귀신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문화 근저에 깔린 여인네들의 한과 복수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마이너리티적 한을 보여준 한 편의 리포트였다. 즉, '죽어야 사는 여자의 恨 리포트'라 서평에 썼듯이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주 전인가.. 문학동네에 연락이 왔다. <처녀귀신> 서평중에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이벤트로 당첨이 돼서 이 중에서 책 한권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중 총 10권의 책이 있었는데.. 난 단박에 두 번째 <정조의 비밀편지>를 읽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작년 초인가.. 조선시대의 대표적 개혁군주 정조가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였던 우의정 '심환지'를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막후에서 비밀스런 지시와 조정을 주도하는 사안등의 내용이 담긴 『정조어찰첩』이 발견돼 학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를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이 책은 '정조어찰'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해설하고 그 맥락을 자세하면서도 간결하게 설명한 최초의 안내서다. 특히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7통과 그 이후 발견된 50여통을 포함한 350통과 다른 신하에게 보낸 어찰, 그리고 친족에게 보낸 어찰을 검토한 결과를 반영하여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으로 어찰을 분석하였고, 그런 바탕에서 비밀편지의 특징을 분석하였다는 소개다. 그래서 신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노련한 현실 정치가, 인간 정조의 통치 기술과 막후정치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책의 목차 또한 흥미롭다. 1.『정조어찰첩』의 출현, 2. 국왕의 비밀편지, 3. 수신자 심환지와 비밀편지 왕래 과정, 4. 어찰과 정치가 정조, 5.『어찰첩』에 드러난 정조의 인간적 면모, 6. 편지의 문장과 언어, 7. 만년의 병세와 독살설, 8. 비밀편지가 남겨둔 비밀까지.. 그리고 키워드 속 키워드로 정조와 관련된 정치, 사람, 상소, 어찰등 간단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라면 책이 두꺼울 것 같은데, 문학동네판에서 나온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는 저 사진처럼 그렇게 두껍지가 않다. 책도 작아 문고판 형식으로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며 다이어리를 꺼내보듯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이 얇다해서 내용까지 얇은 것은 아닐지다. 공식적 역사기록에서 볼 수 없는 '정조어찰'을 통해서 정조시대, 나아가 조선시대의 정치적 행위와 역사서의 행간을 읽고 채우는 흥미로운 역사 읽기의 책이 아닐까 싶다. 뜻하기 않게 '처녀귀신'을 읽으면서도 책 뒷날개에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읽고 싶었던 <정조의 비밀편지>.. 결국, 이렇게 득템한 이 책으로 개혁 군주로서 정조의 또다른 진면목을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신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인간' 정조의 통치 기술과 막후정치의 실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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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Golden Slumb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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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라고 표방한 일본영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등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터라 은근히 기대를 했다. 또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본영화였기에 말이다. 저 포스터 내용처럼 평범했던 한 남자가 총리암살범으로 몰리면서 위기에 처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도주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 도주극이 헐리웃 스타일의 액션과 스릴이 아닌 일본식의 잔재미 위주로 표출된 휴먼 코믹 도주극이다. 스릴러는 무슨 스릴.. 물론, 이 남자가 왜 총리암살범으로 몰리며 도망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의문을 자아내지만 적어도 그 상황은 스릴보다는 한 남자의 주변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휴먼드라마다.

그래서 총리 암삼벌이 된 주인공의 도주극을 돕거가 훼방놓는 독특한 주인공들이 눈에 뛴다. 우선 주인공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를 아이돌 스타를 구한 국민적 영웅에서 한 순간에서 암살범으로 몰리게 만들며 "넌 오스왈드처럼 될꺼야.." 같은 수수께끼를 남긴 옛 친구 모리타, 극 중반이후 옛 연인이 암살범이 되어 나타난 미시족 분위기의 하루코(다케우치 유코), 또 '갑툭튀'해 주인공을 돕는 기이한 연쇄살인범 KILL-O, 병원에서 모든 하수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전직 야쿠자 호도카야까지.. 특히 이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호숫가 살인사건>에서 의사역으로 시체유기를 제대로 보여준 바 있다.

아무튼 이 영화는 큰 이야기의 얼개이자 화두를 던진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될거야. 도망쳐!" 라고 말한 그 친구의 수수께끼 같은 말 한마디로 인생 최고의 궁지로 몰린 주인공.. 그리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습관과 신뢰라고 말한 옛 친구.. 그렇다. 이것은 사람의 습관과 신뢰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먼저 이 영화는 정부와 언론이 한 목소리로 외치기만 한다면 한 개인은 진실과 무관하게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규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 유명한 조지오웰의 <1984>에서 빅 브라더스가 지배하는 세상을 오마쥬한다. 또한 철처히 고립되버린 한 개인의 선택으로 출발한 도주극은 긴박감을 주무기로 하는 스릴러로서 보다 인간의 어떤 진실에 대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거대하고 교묘한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놓은 덫에 걸리지만, 사람들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통해서 결국 인간의 최고 무기는 신뢰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제목이자 '황금빛 선잠'이라는 뜻을 지닌 '골든 슬럼버(Golden Slumber)'는 이 영화의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인 이 곡은 당시 뿔뿔히 흩어질 위기에 놓인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폴 메카트니가 완성한 곡으로, 주인공의 도주극에 동참하는 핵심 인물들을 연결하는 단서이자, 주인공이 재회하게 되는 옛 친구들과 동료들의 우정과 연대를 상징하는 은유적 장치로 사용되며 보는이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시키려 노력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지극히 감성을 유도하려는 드라마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스릴러라는 장르이긴 보다는 중간중간 잔재미를 구사한 코믹적인 휴먼 도주극으로 변질?되어 버린 한 편의 드라마.. 2010 베를린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제 5회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이라 한국에 출간 하자마자 베스트설러로 올라섰다는 이 영화는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바로 원작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퍼즐식 구성과 쿨한 감수성,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자랑한다는 호평에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젊은 작가 71년생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원작은 500여페지가 넘는다고 하지만 그 읽는 재미의 흡인력이 뛰어난 수작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이미 도서 사이트마다 50% 할인중인 이 책 <골든 슬럼버>.. 과연, 영화가 담아내지 못한 자세한 뒷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볼까 한다. 작가 스스로도 도주를 테마로 한 엔터테인먼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다이하드>나 <도망자><본아이덴티티>의 이야기 틀을 빌리면서도 소설 ≪1984≫가 내세운 문제의식과 철학을 잘 녹여내어 본질은 다른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철저한 오락소설의 외연을 띠면서도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진지함과 날카로움을 잃지 않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골든 슬럼버>를 원작으로 만나보는건 어떨까 싶다.


골든 슬럼버 - 10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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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 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영화나 책으로도 유명한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등으로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이외에도 그는 수 많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있다. 강호가 접한 것만 해도 교통사고가 얽힌 추리소설 <교통경찰의 밤>, 블랙유머 소설시리즈 <독소>, <괴소>, <흑소>와 인간의 이유없는 악마적 본성을 다룬 <악의>등이 있다. 사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 가치?는 좀 떨어져도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주는 원초적 맛?때문에 아무생각 없이 읽으며 접하기에 좋고, 그러기에 그의 작품들을 계속 찾게되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중고로 싸게 컬렉했는데 이른바 신작과 추리 단편집을 포함한 4종 세트.. 이에 잠깐 소개해 본다.
 





먼저, 말이 필요없는 모든 도서 사이트마다 일본 소설분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포함해서 인기작에 올라 있는 <다잉 아이>다. '죽은 눈', '죽어있는 눈'이라는 제목으로 "잊지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로 눈길을 끈 이 소설 역시 미스터리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리에 호러까지 들어가 있다. 국내에는 신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0여년전에 나온 작품이다. 문예지 「소설보석」에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연재되었던 장편소설로, 연재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특히나 이 작에 대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금 봐도,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제대로 홍보?를 하고 있는 신작이다.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라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그럴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에 평들을 좀더 보면은 별 다섯 개의 극찬 일색이다. "혀를 찌르는 듯 씁쓸하고 짓무를 듯 달콤한 밤거리의 서스펜스.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그는 그녀의 눈에 끌려들어가고, 나는 이 책에 쭉쭉 끌려들어간다. 인간의 원한·슬픔·어두운 욕망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작품.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관능과 공포의 미스터리"

뭐.. 이정도면 안 읽고 베길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잘 몰라도 '관능과 공포가 물씬 풍기는 환상의 걸작 미스터리 호러작'이라 칭하는 '다잉 아이'만큼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바로 달려본다.

그리고, <백야행>.. 뭐.. 이 소설은 말이 필요없는 작이다. 어떻게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국내 팬들에게 알리게 된 유명작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이미 국내에서 작년에 영화로 나온 인기작이기도 하다. 물론, 강호도 영화로 접했지만 사실 원작은 접하지 못해서 각 도서사이트마다 50%이상 할인중이라 이참에 싸게 컬렉을 하게됐다. 백야행.. 무슨 내용일까..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손예진을 먼발치에서 지켜주는 고수.. 그 둘의 '이상한 러브스토리에 감춰진 슬픈 살인의 로맨틱 미스터리'라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물론, 내용까지 알고 있어도 원작의 아우라가 빛나는 작품이기에.. 시간이 된다면 이 세 권의 백야행도 만나보자.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소설도 좋지만 때로는 단편이 좋을때도 있다. 하나의 큰 이야기들이 잘게 쪼개져 여러가지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장편말고 단편 추리소설만 모은 작품들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작인 두 권의 책을 컬렉했다. 먼저 <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다. 특히 이 작은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으로.. 아주 작은 고의, 희미한 연정, 무심코 나온 사투리, 잘못된 믿음 등 사소하게 빗나간 욕망과 이해관계로 인해 빚어진 끔찍한 비극들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속 어두운 욕망을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롭고 독특한 시각을 통해 잘 보여준다는 소개다.

특히 여기 일곱 편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은 심리 드라마와 미스터리,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기발한 트릭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는데.. 추천사도 좋다.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다면 강력히 추천해 주고 싶은 걸작! 날카로운 수수께끼 풀이와 놀라운 결말 뒤에 숨겨진 응축된 인간 드라마, 완성도 높은 단편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인간심리 드라마와 미스터리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뭐.. 역시 말이 필요없다. 일곱 편의 미스터리 단편을 만나보자.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터리 단편집은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다. 특히 이 작을 사게 된 계기는 <악의>라는 추리소설을 접할때 이야기속 탐정 '가가형사'를 알고 나서다. 나름 유명한 캐릭터인지라 게이고의 여러 작품중에 '가가형사 시리즈'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 작품들의 면면은  <졸업> <잠자는 숲> <악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붉은 손가락>까지.. 특히 이 작은 '가가 형사 시리즈' 여섯번째 작품으로 유일한 단편집이다. 내용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사회 부조리에 희생당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소개다.
 
물론 '가가형사 시리즈'이기에 사건 해결은 '가가'의 몫이다. 특히 그는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형사로 게이고의 손에서 탄생돼 20년 넘게 사랑받아온 캐릭터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차가운 작열'을 비롯하여, 붕괴되는 가족과 무감성의 젊은 세대 등 현대 일본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날카로운 연작 미스터리라고 한다.

특히 표제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덫을 놓아서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가가 형사와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범인의 치밀한 심리 게임을 그린 작품이라는데.. 이것 역시 말이 필요없다. 여기 다섯 편의 미스터리 이야기속 '가가'형사의 활약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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