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바랜 사진을 통해서 '인간' 김대중을 만날 수 있는 포토에세이, 생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저 아래 사진에서 우측의 컴팩트하면서 레드 색상이 강렬해 보이는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알라딘 신간평가단 '인문'분야 7번째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사람으로 평가받는 '르 코르뷔지에'가 예술가로서, 건축가로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 기간을 기록한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자료들을 담아낸 책이다다. 내용은 보헤미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터키를 여행하면서 또 드레스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아테네에서 폼페이로 옮겨가면서 르 코르뷔지에는 여행 일기를 썼고, 그 일기에 여행하며 느낀 인상을 기록하고, 많은 데생도 남기며, 젊은 르 코르뷔지에가 글로 기록한 시간의 이미지들을 담은 책이라는 소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지각에 작용되는, 감성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채집한 영감의 추억록이라 말하는 『동방여행』..  어찌보면 보통의 여행 인문서가 아닐까 싶지만, 그 속에는 답사를 통해서 얻어낸 건축과 사유에 대한 분석과 정의가 돋보이는 인문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기 '동방여행'을 통해서 만나보자.



그리고 받자마자 당장이라도 읽고 싶어지는 책.. 아니 인문서 느낌이 확연히 드는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다. 물론 아직 읽기 전이지만 벌써 제목에서부터 앞 표지의 군중을 모아놓은 그림부터가 끌리는 책이다. 마치 공전의 히트를 친 '왜'? 시리즈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궤를 같이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니 제대로 된 인문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제목부터 인상적인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는 20세기 최고의 사상가이자 석학,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자로 수학과 철학뿐 아니라 과학, 역사, 교육, 정치학 등의 분야에서 4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여 20세기 전 분야에 영향을 끼친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정치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세계 1차 대전으로 인한 손실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중에 레셀은 1914년 이후로 유효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19세기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주의를 대체하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런 아이디어는 '사회 재건의 원칙'이라는 주제로 1916년 런던 캑스턴 홀에서 행한 연속 강연의 형태로 처음 발표되었고, 1917년 1월에 처음 출간돼 1971년까지 8쇄가 발행된 책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0년 국내에 최초 번역 출간돼 우리는 그의 책을 이렇게 만나게 됐다. 출간 당시 1차 세계 대전으로 혼란에 빠진 지식인들과 영국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전쟁과 빈곤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각거리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벌써 목차만 봐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인문서가 아닐 수 없다.

1장 성장의 원칙, 충동과 욕구, 2장 왜 사람들은 국가에 순종하는가? - 국가의 역할, 3장 전쟁은 제도다 - 전쟁의 본질, ,4장 행복의 조건을 찾다 - 소유과 분배, 5장 희망과 두려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교육의 원칙, 6장 여성, 권위에 맞서다 - 결혼과 인구 문제, 7장 천년왕국의 붕괴, 그 이후의 세계는? - 교회와 종교, 8장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목차에 다룬 주제만 봐도 자유, 평화, 교육, 분배, 종교, 정의까지 20세기 서구 사회를 움직인 행동하는 지성인, 러셀의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런 정치철학의 인문학적 고찰은 인간의 행동은 욕구보다는 충동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국가, 전쟁, 빈곤 등 소유욕이 강한 충동을 억제하고 창조적인 충동을 키워야 한다며 이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러셀의 정치철학과 정의론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어 끊임없는 전쟁과 권력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21세기 오늘날에도 그의 평화적 메시지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의외로 인문서 특유의 두꺼운 책이 아니다. 200여 페이지 내외로, 그래서 쉽게 읽힐지도 모른다. 

아무튼 요지는, 인문이 아우르는 여러 분야중 정치, 사회, 교육, 종교등 총망라한 이 책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를 통해서 우리들 지성의 외연을 좀 더 넓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Bedevill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해들어 '복수'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들이 대세고 또 인기리에 있다. 멀리가지 않아도.. 아직도 최고의 상종가를 치고 있는 새로운 액션느와르를 선보인 <아저씨>나 하드고어류 슬래셔급의 잔혹한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얼마전 개봉한 메디컬적인 복수극 <죽이고 싶은>까지.. 연이은 복수 시리즈의 향연들이다. 그리고 여기 이런 복수극의 바톤을 이으며 나온 영화가 있다. 바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복수의 주인공은 바로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여자라면 사회적 약자로 보고, 복수를 가하는 행위의 주체보다는 객체로서 주로 당하는 쪽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런 복수를 하는 이는 그 여자와 관련된 인물인 경우가 보통 다반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복수를 당하는 여자가 아니라 복수를 해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김복남'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전개 즉,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플롯인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보통의 여자가 아니다. 보통이 아니라면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이 여자는 그저 그렇게 평화롭지만 고립된 섬에서 나고 자란 여자였다. 하지만 여자는 그 섬에서 한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며 갖은 무시와 폭력에 시달려왔다. 그러면서 그 억압된 감정이 폭발한 순간.. 과연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왜 그녀는 복수를 하게 된 것일까.. 이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지성원)은 휴가를 받아 어렸을 때 잠시 머물렀던 무도로 향한다. 어릴 적 친구 복남(서영희)이 해원을 환대하지만 다른 섬주민들은 해원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다. 복남의 배려로 편안한 휴가를 즐기며 서울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에게 어느 날 부터인가 복남의 섬 생활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남편에게 매를 맞고,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육욕에 집착이 강한 시동생에게 성적인 학대까지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섬사람 모두 복남이 처한 상황을 외면할 뿐이다. 해원 역시도 자신과 딸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복남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게 된다. 이제 무도에서 복남을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복남은 이 섬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되고 마는데...



이렇게 영화는 '섬'이라는 고립되고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을 그린 잔혹 스릴러다. 그리고 그 섬에 주인공 복남의 소싯적 친구 해원이 휴가차 찾아오면서 영화는 그 해원을 방관자로 놓는다. 그런데 해원은 이미 도시 생활을 통해서 그녀의 삶은 관조적이면서 냉소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 섬에서 조차도.. 친구 복남이 그렇게 남편에게 매일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고, 시동생에게 강간을 당하는등 복남의 삶은 찢겨질대로 찢겨졌다. 그래도 둘은 어릴적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새기며 섬에서 나날을 즐긴다. 그런데, 복남은 이런 나날도 잠깐이다.

가면 갈수록 복남을 옥죄어 오는 폭언과 폭행, 시어머니를 비롯해 몇몇 할매까지 자신을 무시하고 소 돼지마냥 일만 시킴에 울분을 삼킨다. 심지어 자신의 어린 딸이 남편과 그런 성행위까지 한다는 사실(친딸은 아니다)에 묵과해온 자신을 탓하며.. 친구 해원에게 이 섬을 딸과 함께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 요청한다. 하지만 친구 해원은 자신이 그래왔듯 방관자로서 불친철하게도 도와주질 않는다. 결국, 복남과 딸은 단독으로 섬을 탈출하려 시도하고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온갖 폭언과 폭행, 남편을 비롯해 시어머니와 할매들에 둘러쌓인 채 시달리다 딸까지 아비에게 맞아 넘어지다 돌뿌리에 부딪쳐 죽고 만다. 이때 복남은 완전 미쳐버린다. 이판 사판이다. 즉, 딸을 잃은 어미의 복수극의 서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복수를 감행하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과 시동생이 뭍에 나간날, 딸을 잃고나서 미친년 마냥 밭에서 일에 매진한다. 그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곳에서.. 그리고 쉬고 있던 할매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태양을 오래 째려봤더니 태양이 말을 하네유.." 그리고서 낫을 들고 그들을 죽인다. 이때부터 섬은 핏빛 복수극으로 달린다. 이런 할매들은 물론, 시어머니와 섬에 돌아온 남편과 시동생까지 모두 낫을 들고 죽이고, 특히 남편에게 가한 살인행위는 이 영화에서 백미로 꼽고 싶을 정도다. 그 잔혹함이 <악마를 보았다> 못지 않다. 낫으로 수 십번을 내리치는 난도질과 죽은 사체에게 된장이나 쳐바르라며 윽박지르는 모습에서 복남은 그 심저에 깔린 복수심이 극에 달한 것이었다. (아래 그림)



그리고, 이런 살인의 현장을 그대로 목격한 친구 해원.. 그녀마저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도망을 친다. 복남은 그런 해원를 쫓아가 같이 죽이려 하는데.. 과연, 복남이 저지른 이 잔혹한 '낫' 살인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결말은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 나와 있다. 이렇게 이 영화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외딴 섬 무도, 여섯 가구 아홉 명이 무참하게 살해된 끔직한 사건을 다룬 잔혹 스릴러다. 그런데 그 강도가 센 편이다. 초 중반까지는 복남이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고 시동생에게 강간까지 당하는등 탈출을 꾀하는 그림이었다면.. 섬 탈출 실패후 딸을 잃고 나서는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폭발하면서 하드고어적 슬래셔급으로 급변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복남의 복수극 그림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 그림은 강도가 꽤 세다는 <악마를 보았다>와 비슷하거나 좀 덜해도.. 이른바 박찬욱 감독의 <친철한 금자씨>에서 계보를 이은 '여성 잔혹사'라는 측면에서 새롭다 할 수 있다. 그것은 또 한번의 여자의 복수를 그리며, 비록 약자지만 억압과 핍박의 감정이 폭발했을 때 자신에게 지극히도 불친절했던 그들에게 응징하는 핏빛 복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극중 김복남역의 '서정희'는 그 큰 눈망물과 둥그랗고 서글서글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햇빛에 그을린 섬 아줌마로 분연하며 섬뜩하면서도 잔혹한 진실의 폭발을 품고 있는 '김복남'이라는 캐릭터를 입체감있게 그려내며 호연을 펼쳤다. 그 어느 여배우가 이런 역을 맡거나 해낼지 의문이 들정도로 제격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친구 해원역의 '지성원'도 관조적이면서 냉소적인 방관자로서 도시민적 현대인의 모습을 잘 선보였다.

이렇게 영화는 지극히 불편한 소재들,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한 여자와 근친에게 강간당하고 남편의 불륜과 패륜을 눈 감고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는 삶.. 그런 모든것이 약한 존재라는 여자라는 신분과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억눌린 감정이 쌓이고 쌓이는 순간, 그 섬에서 잠자던 휴화산이 터지듯 그 여자는 그 섬의 진실을 터트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림들은 김기덕 감독 밑에서 일했던 조감독 출신의 장철수 감독이 연출하며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0에서 3개 부문(작품상, 여우주연상,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화는 많이 홍보되거나 극장에 주류급 영화들처럼 많이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10억 미만의 저예산으로 찍었다던 이 영화가 어찌보면 사장될지도 모르지만, 불편하고도 끔직했던 그 섬의 진실을 꼭 만나보시길 바라며.. 한 여자의 핏빛 복수극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했던 그 서러움.. 그리고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불친철한 현대인들의 방관자적 모습까지도.. 이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소위 낫들고 설치는 그런 잔혹한 복수극이라 비아냥되도 그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폭발한 순간 "난 악마를 아니 악녀를 보았다."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 휘두른 그 낫질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오쿠다 히데오, 오기와라 히로시, 노자와 히사시등 유명한 일본작가의 소설들을 나름 즐겨 읽다보니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팬이 된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중에 블랙유머 소설 시리즈 세 권 <독소>, <괴소>, <흑소>는 사회적 블랙풍자의 백미였고, 인간의 이유없는 악의적 본성을 일깨운 <악의>, 그리고 이번에 작가 스스로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라며 감히 호언장담한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물론, 일본에서는 10여 년전 문예지 『소설보석』에 98년부터 연재돼 문제가 되어 연재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은 문제작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문제작이었던 것일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서도.. 여튼, 국내에는 바로 신작으로 소개되면서 국내 주요 도서 사이트마다 일본소설 분야에서 상위에 랭크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앞 표지의 순백색의 그로테스크한 '아이'(eye) 즉 눈의 모습과 "잊지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문구로 단박에 이목을 끈 환상의 걸작 미스터리 호러소설 <다잉 아이>.. 물론, 게이고의 기본 습성?답게 추리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이런 추리의 기본 얼개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다분히 많게 전면을 휘감은 것이 이번 작 <다잉 아이>다. 더군다나 미스터리적 요소에 을씨년스럽고 무언가 신비적인 호러 그리고 관능적인 색정을 과감히 노출하며 읽는 독자들, 특히 남자들의 숫컷 본능적인 성욕을 자극한 지극히 못된? 미스터리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여자들에게는 이런 색정이 불편할 수 있지만 마치 질퍽한 애정영화를 보듯 그 묘사는 인간의 상상을 자극시키며 사건 해결을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과연 '죽은 눈' 또는 '죽어있는 눈'이라 해석되는 그 이야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야기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평범하게 살던 유부녀 '기시나카 미나에', 그 날도 밤에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오는 날 밤.. 그는 뒤에서 갑자기 들이받은 차로 인해 죽고 만다. 그런데, 그녀는 그 차로 인해 짓뭉개지고 피범벅에 내장이 파열되며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마지막 삶의 끈을 놓지 못한채 서서히 식어가며 속으로 외친다. "죽고 싶지 않아.. 용서 못해, 내 육체는 없어져도, 이 원한을 끝까지.." 이렇게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은 한 여자의 이야기로 서막을 여니.. 여기 '미나에'가 바로 이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남자 주인공은 소위 물장사로 자신의 장미빛 인생을 개척할려는 현직 잘 나가는 바텐더인 '아메무라 신스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스케가 일을 마치고 새벽 2시 문을 닫는 순간 그는 머리에 강하게 둔기를 맞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다.

그리고, 그는 일부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물론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진 뒤 그는 형사로부터 뜻밖의 애기를 듣게 된다. 즉, 자신이 과거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사고에 대한 정황도 기억도 없다. 그러면서 그 읽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 탐정으로 분연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 전에 근무했던 술집 사장과 동료 바텐터를 찾아다니며 나름의 수사를 한다. 왜 내가 이렇게 당해야만 하는가.. 내가 정확히 잃어버린 그 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러는 와중에 동거녀인 '나루미'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신비스런 여자 '루리코'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신스케는 예의 알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며 그 둘은 육체의 탐닉으로 이어진다. 그 수위가 꽤 높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수 차례에 걸쳐 그 둘은 육체를 동물처럼 탐닉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주인공 신스케는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를 무서워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도대체 나의 기억을 앗아가 버린 아니 내가 일으켰던 교통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노력이 계속된다. 결국, 희미하게 서서히 찾아드는 사건의 전모, 그 교통사고에는 자신이 혼자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는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다.미스터리류라 감히 자세히 또 결말과 연관이 있기에 밝히지 못한다. 그 사건의 전모는 분명 예의 알 수 없는 매력녀 '루리코'와 관련이 되어 있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며 신스케는 그녀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또 신스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진실은 어디인지.. 이 모든 것이 그 날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다는 것만을 밝힌다.



물론 이것은 다 읽었을때 알게되는 내용이고, 읽는 내내 이런 전반적인 사건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작품 <다잉 아이>는 그런 특징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읽어 내려 갈수록 빠져드는 사건의 실체와 시종일관 미스터리적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기를 연신 내뿜듯 표출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사는 삶이 아닌 소위 물장사를 하는 그들의 세계, 그 밤의 세계를 현실감있게 또는 의뭉스럽게 현장을 좇듯 묘사했다. 그래서 이런 다소 특이한 소재거리를 가지고 정교하게 구성하고 복선을 깔며 치밀한 각 캐릭터간의 심리묘사로 긴장감을 조성해 읽은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한게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바로 여자 주인공이자 교통사고로 죽은 유부녀와 그를 몹시 사랑한 남편의 애절한 마네킹 사랑, 그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주인공이지만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과, 그 주인공을 둘러싼 동거녀, 동료 바텐더, 형사, 전직 술집 사장, 그리고 알 수없는 매력적인 색정녀까지.. 이렇게 각 캐릭터간 인간 군상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나중에는 다소 의외의 결말로 치닫게 하는 매우 드라마틱한 구성적 요소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분명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 느낌이다.

그것을 다시한번 요약적으로 압축한다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은 어느 한 여자와 폭행 사고로 기억의 일부(교통사고 현장)가 날아간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과 그 사건을 무던히도 파헤치려는 주인공, 그러면서 차츰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배신, 결국에는 이 등장 인물들이 파멸해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의 원한과 슬픔, 어두운 욕망(색정포함)등 내면에 깊게 깔린 소용돌이치는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한 편의 드라마 아니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그 저변에 흐르는 긴장과 호러 그리고 관능까지도 절묘하게 믹싱시켜 그려낸 것이다.

이렇게 호평만 하다보니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인기작답게 단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아주 잘 빠진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것은 간단히 줄이면 자신이 교통사고의 진범이지만 또 다른 진범이 있지 않을까 하게 만드는 플롯의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이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여튼, 오랜만에 기본적인 미스터리 추리소설만을 접하다가 우리네 있을법한 교통사고에 얽힌 이야기속에서 인간의 모든 욕망을 보듯이 세트로 안겨준 절묘한 레시피같은 작품 <다잉 아이>.. 그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관능과 호러의 미스터리 이야기속으로 빠져보자.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제목에 있다. 바로 사람 눈속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뮬란-전사의 귀환 - Mulan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먼저, '뮬란'하면 월트 디즈니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가 생각난다. 그런데 중국에서 '뮬란'이 나오다니.. 그것도 실사로 12년에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중국이 차용?한 줄 알지만 차용은 디즈니사가 한 것이고, 원래 이 소재는 중국의 유명 역사설화로 원제는 '화목란(花木蘭)'이다. 그런데 왜 뮬란으로 바뀐 것일까..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뮬란의 실제 이름은 목란(木蘭)이고, 목란의 중국음은 "무란(Mu lan)"이다. 그래서 영화 <뮬란>의 영문 제목은 <Mulan>인데, 여기에서 영문표기처럼 보이는 "Mu lan"은 사실상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의 발음부호(라틴어)인 '한어병음자모'라는 설명이다. 즉, 화목란의 중국 병음에 의한 영문표기가 hua mu lan이고 여기서  Mulan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요지는 뮬란이 화목란이요 또는 화무란, 또 화목란이 뮬란이요.. 모두 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뮬란 화목란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반 만년을 자랑하는 장대하고 유구한 중국역사에서 1천여년 동안 중국인들의 입을 통해서 폭넓게 전해져 왔지만, 정작 그녀의 성씨와 고향, 출생연대 등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다. 이런 그녀는 우리의 효녀 심청이처럼 효심이 지극해서 몸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장을 하고 전장터에 뛰어든 여인, 그 전장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위나라 조국을 위해서 몸을 바친 여자, 이 여자의 파란만장한 대서사극이 바로 화목란의 줄거리다.



그래서 이 '화목란' 소재는 중국에서 인기있는 소재거리로 무려 7편이나 만들어질 정도로 사랑을 받아온 드라마다. 그중에서 강호가 보았던 것은 원영의와 조문탁 주연의 47부작 '화목란' 중국 드라마였다.(위 그림) 물론, 역사물이었지만 나름 코믹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당시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서도 초 중반까지 재밌게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런 화목란 중국 드라마가 이렇게 대형 스크린으로 옮겨져 영화로 나온 것이 바로 전쟁 액션대작이라 표방한 <뮬란>이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침략 전쟁으로 얼룩진 위진남북조시대. 위나라의 풍요로움을 시기하던 유연족은 각지에 흩어져있던 부족들을 규합해 위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위나라는 유연족에 맞서 나라를 지켜낼 군을 결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정들을 소집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즐기며 자란 뮬란은 아픈 아버지 몰래 남장을 한 채 전쟁터로 향한다. 뛰어난 무술실력과 빼어난 지략으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린 뮬란은 마침내 동료 문태와 함께 장군의 자리에 오른다. 한편, 뮬란의 연이은 승리를 시기한 대장군은 뮬란을 함정에 빠뜨릴 계략을 세우고, 호시탐탐 때를 노리던 유연족 대족장 문독은 4만 대군을 앞세워 위나라를 향해 진군한다. 내부의 모략과 적들의 포위망에 갇힌 뮬란과 2천 군대! 마침내! 조국의 존망이 걸린 한치도 물러 설 수 없는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이렇게 줄거리가 장황하지만 다시 정리해보면 간단하다. 위진남북조 혼란한 침략전쟁의 시대에 몸이 아픈 아비대신 전장터에 뛰어든 남장여자의 효녀장수 화목란(조미).. 알다시피 여기 주인공 '조미'는 전작 <적벽대전 1,2>에서 손권의 여동생 걸걸한 '손상향'으로 나와 적지 침투조로 맹활약?했었다. 여튼, 그 군율이 엄한 병영내에서도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숨기며 적응해 간담상조 하게된 문태(진곤) 동료를 사귀면서 그 둘은 전장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목란이 화장군이 되어 더욱더 위나라를 위해 진두지휘하며 오랑캐 유연족을 상대로 마지막 싸움을 펼치고, 그 싸움에서 적지에 홀연단신 침투해 대족장 문독(호군)을 죽이고 위나라를 구했다는 아주 뷰피풀한 이야기.. ㅎ



그런데, 이 영화는 물론 전쟁 액션서사극인데.. 전쟁 액션에 중점을 맞추기 보다는 화목란이 전쟁 영웅담의 주인공이지만 한 여자로서 전장터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 '문태'에 대한 애틋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즉, 문태 너가 있었기에 나 화목란이 있었다며 목란은 그렇게 문태를 전우로서 한 남자로서 의지하는 그림이 주를 이룬다. 물론 그 사랑이 골인한 건지 아닌지는 여지가 있지만.. 그래서 기존의 스크린으로 스펙타클하게 보여주었던 전쟁 액션대작인 <삼국지-용의부활>과 <적벽대전>의 제작진이 만든 이 뮬란의 그림은 분명히 다르다. 거대한 모래 폭풍을 일으킨것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스펙타클한 장면도 없다. 전쟁씬도 그렇게 특출나 보이지 않고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면 아니 강호가 좋아하는 중화권 배우중에 '호군'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용의 <천룡팔부>에서 교봉(소봉)역의 그 아우라와 <주원장>에서 주원장역, <초한풍류>에서 항우역, <와신상담>에서 부차역, <적벽대전>에서 조자룡역등.. 그는 중국역사에 족족을 남긴 인물의 선굵은 연기를 하는 대표적인 배우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국을 치려는 오랑캐 유연족의 대족장 '문독'으로 나와 야비하게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권좌에 올라 위나라를 치며 승기를 잡는가 싶었는데.. 문태를 포로로 잡아놓고 한눈을 판 사이 목란에게 기습을 당해 죽고만다. (쓰고나니 스포가 되버렸다. -_)

또한 여기 극중에서 화목란을 도우는 문태역의 '진곤'은 사실 위나라 7대 세자인 '탁발굉'이란 점과, 그의 전작 시대극은 춘추말 오나라와 월나라의 전투를 그린 대표적 사극 <월왕구천>과 <와신상담>, 그리고 <쟁패전기>에서 구천을 모셨던 '범려'역을 했던 배우로 인상깊게 봤다. 이때 <쟁패전기>는 진곤이 주인공 즉, 범려에 초점을 맞춘 와신상담이야기였다. 국내에는 몇년 전 방한해 김희선과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또, 극중에서 목란 누나를 돕는 동네 후배녀석 '소호'역을 한 방조명(진조명)은 성룡의 아들이라고 한다. 어쩐지 눈매가 닮았다 했다. ㅎ

여튼, 중국역사를 스펙파클하게 그려내며 나왔던 기존의 전쟁 액션서사물과 같은 연장선에서 나온 <뮬란>.. 아니 기존의 인기 드라마 <화목란>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사실 홍보처럼 리얼한 스펙터클 전쟁 액션서사로 불리기엔 다소 벅찬 느낌이다. <적벽대전>처럼 스케일이 큰 느낌도 아니거니와 지극히 화목란 한 여자의 초점을 맞추고 그 여자를 지켜주려 했던 한 남자 문태, 둘의 전우애를 그린 그냥 그렇고 그런 뻔한 서사극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포스터등 앞에 거대하다는? 홍보가 무색해진 영화 <뮬란>.. 영웅도 사랑도 두 마리 토끼를 놓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냥 중드 <화목란>이 낫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영화로 임팩트하고 간결하게 보는 재미도 무시는 못할 것이다. 여튼, 중국 역사를 좋아하고 중드 팬이라면 한번쯤 필수로? 거쳐서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조미나 진곤 팬이라면.. 그리고 강호처럼 호군 팬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름 좋게 봤다. 역시 호군의 아우라는 '야생'일때가 어울린다. 저 그림처럼 말이다.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