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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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다. 없다해도 남들한테 말하기 거북하고 밝히기 힘든 속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라면 어떨까.. 그 막중한 국정을 운영하는 내내 어떤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다보면 또 여론과 대신들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군주로서는 정말 감내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속내를 아니 그 비밀을 자신이 아끼던 대신에게 비밀편지를 통해서 의견을 조율하며 국정을 운영해온 군주가 여기 있다. 바로 조선시대 학자풍의 개혁군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를 이끌었던 '정조'(正祖, 1752~1800)다. 그리고 그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이 2009년 2월 세상에 공개됐을때 역사학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을 끌며 기존 사료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로 잘 알려진 노론 벽파의 수장이었던 '심환지'(沈煥之, 1730~1802)에게 정조가 사망하기 직전인 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5일까지 4년 동안 한 개인에게 보낸 6첩 297통의 어찰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신하나 친족에게 보낸 어찰첩까지 합치면 300여 첩이 넘지만, 여기서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비밀편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조어찰첩>이 갖는 의미로서 기존의 설과는 다르게 정조가 노론벽파를 중용하여 심환지가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였던 점과, 정조 말년의 정치적 격동기에 집중되어 있어 더욱더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그래서 이 <어찰첩>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고까지 학계는 보고 있다. 군주가 지속적으로 폐기하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세계사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 정도로 전무후무한 케이스다. 바로 심환지가 어떤 이유에선지 왕명을 거스리고 보존한 덕택에 그 후손가에 의해서 이렇게 현존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무려 297통이라는 많은 양이 하나의 첩으로 구성되어 오직 한 사람에게 보냈다는 것이 사료로서 더 풍부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이런 <정조어찰첩>을 두고 다른 역사학자들과 연구해온 현직 한문학 박사로 재직중인 '안대회'교수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썼으니.. 바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정조의 비밀편지>다. 이에 그 '정조의 비밀편지' 를 간단히 들여다보자. 

첫 장은 윗글의 서두처럼 1장 『정조어찰첩』의 출현을 다룬다. 이 어찰첩이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으며 그 어찰첩의 개황과 공개 과정을 밝히고 있다. 특히 심환지 후손가 심천보씨등 잘 보존해온 상태가 사료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후손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2장 '국왕의 비밀편지'에서는 역대 국왕의 어찰문화를 되짚어보며 임금이 직접 쓴 편지는 어찰(御札), 임금이 직접 쓴 글씨는 어필(御筆), 임금이 직접 지은 글은 어제(御製), 세자나 세손이 직접 쓴 글씨는 예필(睿筆), 직접 지은 글은 예제(睿製), 직접 쓴 편지는 예찰(睿札)이라고 기본 용어를 설명한다. 그리고, 세손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정조가 여덟 살 이전 원손 시절에 큰 외숙인 홍낙인의 부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원손예필'을 선보이며 예의 그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특히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편지를 활용했던 편지광으로서 모습을 이야기한다.

3장 '수신자 심환지와 비밀편지 왕래 과정'을 통해서는 수신자 심환지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다. 인용해보면은.. 자가 휘원(輝元)이요, 호가 만포(晩圃)로서 1771년 문과에 급제했다. 정조대의 대신인 심이지, 심리지, 심풍지와는 육촌지간이었을 만큼 명문가였으며 언론과 관료의 감찰을 담당하는 부서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준엄하고 격렬한 주장을 펼쳐 노론 벽파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심환지는 정조 초년부터 김종수와 함께 정순왕후의 외척집안인 김구주를 좇아 혜경궁 홍씨의 외척집안인 홍봉한을 공격하는 파벌에 가담했다. 이후 줄곧 강경한 노론 벽파로 활동했다. 그가 조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 때는 58세 때인 1787년으로 그는 부교리로서 중앙정계에 복귀했고, 이후에도 서명선을 비롯하여 이가환 등을 매섭게 공격하는 원칙론자로 활동했다. 그가 정조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정계의 핵심적인 요직을 맡기 시작한 것은 환갑을 넘긴 1792년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그는 도승지, 이조참판,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정조사후 영의정까지 오르며 그는 당시 권력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런 그에게 정조는 비밀편지를 보내고 그 왕래 과정 또한 비밀스런 연락책을 통해서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비밀편지로서 읽고서는 없애라는 지시에 심환지는 의도적으로 묵살한다. 실수나 특별한 목적으로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350여 통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정조의 지시를 의도적으로 거부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미스터리고 현재로서는 비밀편지를 보관한 심환지의 속내를 밝힌 문건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정한다면 노론 벽파라는 한 정파를 이끄는 리더로서, 심환지가 정치적 보험을 드는 의미로 보관했다는 견해다. 즉, 정조어찰은 정조의 정치적 입장이 노론 벽파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동지적 관계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입증해줄 만한 좋은 증거물로서, 이를 확보해두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든든한 보험인 셈이었던 것이다.

4장 '어찰과 정치가 정조'에서는 말 그대로 어찰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어진다. 즉 정조가 심환지에게 4년동안 보낸 그 어찰에는 어떤 내용과 의미들이 있는지 편지를 소개하며 상세히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은 관료의 인사문제와 정치현안, 그리고 개인의 신상과 감정에 관한 문제가 주류를 이룬다. 주요 관심사를 많이 언급된 순서대로 뽑아본다면.. 정치 현안을 주제로 논의하고 지시하거나 막후조정, 관료의 인사 문제를 논의하고 지시, 상소와 차자등 임금에게 올리는 각종 문건의 동향과 내용을 논의, 정계의 여론 동향을 탐문하고 논의, 서로의 안부와 가정사, 관료의 비리와 정조의 정국 운영, 심환지의 관직 문제와 진퇴문제, 대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 정조 자신의 성격과 인간됨 그리고 자신의 안좋은 건강문제까지.. 이렇게 그 내용과 관심사는 다양하다.

바로 이를 통해서 <어찰첩>은 막후정치의 실상을 밝힌 한마디로 비공개를 전제로 한 '정치 문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어찰첩을 통해서 정조가 다양한 얼굴을 지닌 군주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기존에 굳어진 학자 스타일의 군주로 세심하고 온화한 인품의 제왕은 물론 강경한 의리를 표방하는 당파를 키우려 했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또한 남과 각을 세워 정사를 처리하는 태도를 옹호하면서 각 당파가 화합할 것을 유도하는 동시에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혁이미지에 방점을 찍는 정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강경한 주문속에서도 그는 비밀편지에서 감동과 유쾌한 정치를 이끌려는 정서적 도구로 활용하며 신료의 건강과 가족의 안부를 챙기는등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5장 '어찰첩에 드러난 정조의 인간적 면모'에서는 바로 어찰첩을 통해서 세상에 회자된 새로운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자신은 일 중독증에 걸렸다고 할 만큼 늘 정무에 바쁘다고 토로한 그의 사생활 부터해서 또한 자신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흥분을 잘하며, 조급해서 이른바 '태양증(太陽症)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해 그 때문에 화병도 자주 나고 가슴의 심한 통증도 발생한다고 토로하며 이 기질은 고치기 어렵다고 고백까지 한다. 이렇게 속내를 다 드러내다 보니 정조는 흥분을 잘하고 거친 언사를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편지에서도 여러 대신들을 지칭하며 누구는 '호로자식'이라는등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모습에서 제 아무리 높은 벼슬아치와 저명한 명사라도 정조의 입 앞에서는 온전한 인간은 없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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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행위가 늘 진지하고 엄숙한 것이 아니듯 자신이 솔선수범하며 보여준 정조.. 때로는 가볍고 사소한 내용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예를들면 사안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 가벼운 편짓글에 자주 등장하는 굳어진 표현중 하나인  "껄껄(呵呵)"이란 가볍게 웃는 의성어를 구사했다. 지금으로 치면 ㅎㅎ나 ㅋㅋ정도랄까.. 이렇게 정조는 인간적인 유머까지 편지에 담아내며 심환지와 담소를 말년에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은 6장 '편지의 문장과 언어'에서 정조어찰은 형식과 문체, 내용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산한다며 설명한다. 즉, 매우 유려한 한문으로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이두문자를 구사하면서 거의 우리 문장을 한자로 바꿔놓은 수준의 글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급하게 쓰느라고 미처 문체를 돌볼 겨를이 없는 정황을 보이는 편지도 적지 않다. 또한 어휘의 구사에서도 전아한 말에서부터 아주 속된 욕설에 가까울 정도의 비속한 표현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며 속어 '뒤죽박죽'과 속담의 적절한 구사를 들어 그의 편지는 휘황찬란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7장 '만년의 병세와 독살설'에서는 예의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언급이다. 바로 대중역사 연구가 '이덕일'소장이 <조선왕 독살사건>에서 제기한 그 독살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독살에 대한 정황만 있을뿐 확신한 근거나 논리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정조어찰에 나온 편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 말년에 심환지에게 보낸 4년간의 편지를 보면 정조 본인 스스로 몸에 종기뿐만이 아니라 여러 병증이 섞여 병세가 안좋아 지고 있다고 수시로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그는 자연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어찰첩>의 전체 내용을 분석해보면, 1795년 '벽패환국' 뒤로는 정조에게 심환지와 벽파는 적대적 관계라기보다는 비판적 협력자로서 정치적 동반자 관계라고 봐야 할 만큼 최측근 신료였다는 것이고, 그래서 노론 벽파가 정조를 독살하려는 정치적 음모를 당파적 입장으로 세울 상황이 아니라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튼, 독살설의 진실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언급하기로 한다.

이렇게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의 각 내용을 살펴보았다. 사실,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200여 페이지도 안될 정도로 얇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난 소설책을 보듯 게눈 감추듯 막 읽어내려갈 책이 절대 아니다. 한 페이지마다 사진과 글을 읽고 다시 읽는등 그 내용 분석을 좇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페이지 사이마다 키워드 속의 키워드로 '선조의 밀찰과 정조의 발문', '정조 후반기의 정치 지형: 시파와 벽파', '정조가 어찰을 보낸 사람들', '정조의 새해편지', '이명연과 그의 상소', '정조어찰과 호락논쟁', '지방 정보를 캐묻는 정조의 어찰', '「오회연교」의 표적', '정조가 죽던 날의 풍경'까지.. 역사속 지식들을 제공하고 있어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읽는 내내 이것은 정조의 기본 이미지와 부합되고 또 이런면은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는 점에서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것은 어느 편지는 유머와 인정을 베풀듯 가볍게, 어느 편지는 진중하게 아주 정제된 문장으로 내용을 정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구사하며 높은 수준의 글솜씨를 자랑한 군주 정조.. 그 수준은 어느 군주보다 유례가 드물게 탁월했으며 문학적으로도 우수하여 작품성이 뛰어난 편지가 곧잘 눈에 띄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어찰은 정치사 사료로서 비중이 매우 높은 동시에 문학과 서예, 궁정 문화와 생활사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도 조명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정조의 정적으로만 기존에 알고 있던 노론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그 편지속에는 정조의 일거수일투족과 그가 말한 모든 내용이 대부분 정치적 의도를 구현한 일종의 정치적 문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원천적 사료에 속할 뿐만 아니라, 기록학적으로도 충분히 신뢰한 만한 문서라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결국, 200여 년전에 죽은 정조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비밀스런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비밀은 사람들의 묘한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더욱이 권력의 최정점에서 노련하고 완숙한 정치력을 발휘한 군주의 비밀이었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진 순간, 기존의 근엄하고 진지하고 직관적인 사료가 주는 역사를 좀더 이완시키며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어찰첩을 통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익숙한 정조의 모습에 더해 새로운 정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아니『정조어찰첩』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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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고전(古典)이라 함은 옛부터 전해져와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예술이나 문예등의 작품을 이를때 말한다. 그만큼 이런 고전을 접하고 읽는다는 것은 옛 선인들의 지혜와 지식을 빌리는 일이자, 그속에 펼쳐지는 인간사는 바로 우리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크나큰 교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히 중국쪽 역사나 고전에 대한 갈망이 있는지라.. 물론 아직은 깜냥이 터없이 부족해서 이참에 파볼? 요량으로 이 책을 컬렉하게 됐다. 역사 전문가도 아니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적 수준에서 좀더 외연을 넓히고자 산 <절대지식 중국고전>.. 
 
 

먼저, 이 책은 '이다미디어' 출판사에서 '절대지식 시리즈'로 출간한 세 권중 하나로 <절대지식 세계고전>, <절대지식 세계문학>과 함께 삼종 세트로 '이 달의 좋은 책'에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잠깐 소개해 본다. 한마디로 이 책은 중국의 4천 년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서지백과사전같은 책이다. 꼭 알아야 할 중국고전 한 권 한 권의 시대적 배경과 핵심적인 내용이 각 분야의 전문 필진에 의해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중국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중국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책머리에서 '중국 4,000년의 시대구분표', '지도로 보는 중국역사', '중국고전과 역사연표'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이 책은 2006년에 발간된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의 개정판으로, 200여 권을 다룬 초판본 가운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99권을 엄선해 내용면에서 보다 충실해졌다는 소개다. 외형적으로 판형은 4*6판형을 채택해 가독성을 높였고, 종이도 재생지를 사용해 책의 무게를 줄여 한 손에 쥘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800여 페이지가 넘지만 의외로 무겁지 않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중국의 역사, 문화, 정신사를 통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중국고전을 역사.정치, 사상.처세, 소설.희곡, 시.산문, 과학.예술 등 대분류를 한 다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 분야의 고전을 다루고 있어 4천 년 중국역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 목차만 봐도 이렇다. 1장 역사.정치 - 춘추좌씨전 좌구명, 춘추공양전.춘추곡량전 공양고.곡량적, 국어 좌구명, 전국책 유향, 사기 사마천, 한서 반고, 후한서 범엽, 삼국지 진수, 자치통감 사마광, 십팔사략 증선지, 염철론 환관, 명이대방록 황종희, 정관정요 오긍, 안자춘추 안영, 송명신언행록 주희, 2장 사상.처세 - 서경, 논어, 맹자, 순자 순황, 역경, 대학, 중용 공급, 효경, 공자가어 왕숙, 근사록 주희, 전습록 왕수인, 노자 노담, 장자 장자, 열자 열어구, 포박자 갈홍, 산해경, 한비자 한비, 관자 유향, 손자 손무, 오자 오기, 육도 여상, 삼략, 손빈병법 손빈, 울요자 울요, 이위공문대 이정, 제갈량집, 36계, 묵자 묵적, 공손룡자 공손룡, 논형 왕충, 분서 이지, 회남자 유안, 설원 유향, 안씨가훈 안지추, 채근담 홍자성, 이십사효 곽거경, 열녀전 유향, 임제록 임제의현, 벽암록 환오(원오), 무문관 무문혜개

3장 소설.희곡 -
수신기 간보, 낙양가람기 양현지, 유선굴 장작, 전등신화 구우, 요재지이 포송령, 삼국지연의 나관중, 수호전 시내암, 서유기 오승은, 금병매, 홍루몽 조설근, 세설신어 유의경, 소림 한단순, 소부 풍몽룡, 최앵앵대월서상기 왕실보, 두아원 관한경, 한궁추 마치원, 모란정환혼기 탕현조, 장생전 홍승, 도화선 공상임, 4장 시와 산문 - 시경, 굴원, 조조.조비.조식, 도잠(도연명), 왕유, 이백, 두보, 당시선 이반룡, 백거의(백낙천), 이상은, 이욱, 소식(소동파), 고청구(고계), 문선, 당송팔대가문, 고문진보 황견, 5장 과학과 예술 - 본초강목 이시진, 황제내경, 상한론 장기, 진서천문지 이순풍, 천공개물 송응성, 다경 육우, 역대명화기 장언원, 개자원화전 왕개, 율려신서 채원정

이렇게 목차만 봐도 배가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중국고전의 특징은 오랜 세월에 걸쳐 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판본과 주석본의 종류가 많다. 이처럼 다종다양한 책들 가운데 전문가들이 각 분야를 대표하는 고전을 선정해 시대적 배경이나 편저자의 사상과 이력 등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정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지은이는 현재 일본에서 중국학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다케우치 미노루'를 필두로 다수의 일본내 중국학 전문가들이 함께 집필을 했고, 역자는 일본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나름의 팬들을 확보한 '양억관'이 옮겼다.

아무튼 이 책 한 권으로 중국고전을 모두 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개로 파도 모자랄 그 중국역사와 문화의 원류가 관통하는 고전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수준에서 이 책이 중국의 고전들을 다이제스트했을지라도 접해보면 제목처럼 절대지식이 돼 지성의 자양분이 되리라 본다. 그것은 중원의 패권을 다투며 살았던 그 인간 군상들이 펼친 삶과 꿈의 집적인 고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완독보다는 그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백과사전식 구성도 좋아, 천천히 보더라도 그때그때 소개겸 정리할 요량이다.

아무튼 중국고전이 고리타분한 느낌에다 역사 전문가들의 정신적 지성의 향유로 이어져 온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동양역사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로서 절대지식이 될 중국고전들을 컴팩트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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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After Lif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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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햄릿의 그 유명한 독백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같은 문제 제기가 보는내내 단박에 느껴지는 영화 <애프터 라이프>.. 아니 사느냐 죽느냐 본인 주체의 결정권을 떠나서 "살아있느냐 죽어있으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귀결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까지 살고자 했던 한 사람과 그 살고자 했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한 사람, 이 두 사람이 영안실에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잔잔하게 때로는 시종일관 고혹적인 분위기속에서 인생에 대해서 토킹 어바웃을 즐긴 미스터리 스릴러영화 <애프러 라이프>.. 사실, 포스터 홍보문구 "<식스센스>후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전율의 미스터리"라는데 혹해서 주말에 봤다.

물론 이런 유의 미스터리류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또 개인적으로 손꼽는 중후한 매력의 소유자이자 미중년 배우 '리암 니슨' 주연이라서 더욱더 끌렸다. 여튼, 영화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해보면은 아니 이 영화의 소재인 '신드롬'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신드롬'들이 참 많다. 신드롬(syndrome, 증후군) 어떤 전염병같이 번져가는 사회적 현상을 말하기 이전에, 이 말의 본뜻은 공통성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나타내는 용어로 증세로서는 일관되나 어떤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에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현상을 신드롬이라 명명한다.

바로 이 영화가 그런 신드롬중 하나인 '라자루스 신드롬'을 다룬 영화다. 그 신드롬의 정의는 이렇다. 라자루스 신드롬(lazarus syndrome)이란, 심장 박동이 멈추고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죽은 나사로(Lazarus)의 부활'을 따서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매년 해외 토픽이나 뉴스를 통해 이 현상을 체험했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의학계와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라자루스 신드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하다고 한다. 그렇다. 바로 '라자루스 신드롬' 즉, 죽었다고 믿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 '라자루스 신드롬'을 다룬 미스터리 의학스릴러가 <애프터 라이프>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교통사고 후 눈을 뜬 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자신이 시체실에 누워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장의사 엘리엇(리암 니슨)은 단지 무덤에 묻히기 전 3일 간 영혼이 떠도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한다. 한편 애나의 약혼자 폴(저스틴 롱)은 죽은 애나의 시신을 보기 위해 찾아가지만, 엘리엇의 강한 반대로 결국 그녀를 보지 못한다. 비밀스런 장의사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는 가운데, 애나를 목격했다는 아이가 나타나고 폴도 그녀에게서 걸려온 듯한 전화를 받는 등 주변에서 점점 미스터리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그녀는 정말 죽은 걸까?

이렇게 교통사고로 죽은 여자 주인공과 그 여자를 무덤에 묻기전 3일간 염을 하는 동안 깨어난 여자와 아주 자연스럽게 놀라지도 않고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며 그 여자의 인생을 반추케 만드는 구조의 영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의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니 죽었다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면 순간 숨이 멈춰서 깨는 경우도 있기에 그 여자를 살려야 하거늘.. 여기서 장의사 엘리엇은 계속 "너는 죽은거란다. 무서워 하지 말고.. 내가 하는대로 따라주기 바란다."모드로 여자를 진정시켜려 노력한다. 물론, 죽은 여자 애나도 이런 얼척없는 상황에서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느냐"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장의사 엘리엇은 예의 이런 시체와의 대화에는 도가 튼 것처럼 "당신들은 죽음을 항상 내 탓으로 돌린다"며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 것이고, 정말로 그녀가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그렇게 시체와 대화가 익숙한 그의 숨겨진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어찌보면 죽은자가 다시 산 것인지.. 산 자가 정말 죽은 것인지.. 꿈속처럼 몽환적 분위기속에서 오묘하고도 기이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쏠라닥질을 해대는 영화가 바로 <애프터 라이프>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이 갇힌 영안실이라는 공간에 애나의 애인였던 남친은 여친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장소에 몇 번을 찾아 나선다. 마치 죽은 그녀가 자신을 부른듯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며 그녀를 어떻게든 볼려고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세 사람을 옆에서 관조적으로 목도하는 한 꼬마 아이까지..

이렇게 이 영화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다분히 아니 충만된 영화다. 물론 죽은자가 간혹 살아난다는 소설같은 해외토픽감 가십거리가 있긴 했지만서도 그런 현상을 '라자루스 신드롬'이라 명징하며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사망선고후 그 죽은 영혼이 떠도는 3일간의 체험을 한정된 공간인 차고 차딘 영안실 공간에서 시체와 장의사의 대화라는 독특한 플롯으로 이목을 끈 영화 <애프터 라이프>.. 그러다보니 이것은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꺼야.. 저 여자는 정말 죽었거나 살아있는 경우고, 만약 정말 살아있다면 죽음으로 인도한 저 장의사는 사이코패스가 맞을꺼야등.. 기대를 갖게 하지만 무언가 임팩트한 마지막 반전이 없는게 아쉬운 느낌이다. 대신에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무언가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를 자극하는 묘한 느낌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래서 스토리 전개중 상당부분 영안실에서 둘의 대화는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적 분위기로 흘러 스릴러로서의 맛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아직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르는 인간들에게 연기자나 연출자가 그 대척점에서 쏠라닥질을 해댄 어찌보면 당차고 위험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아니 겪는 순간 인생을 마무리하게 되는 죽음.. 그 죽음의 무한 경계에서도 마지막까지 살고자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가녀린 인간들.. 그 인간들에게 여기 장의사는 모호하면서도 기이한 메시지를 던질것은 아닐까.. 그가 종국에 사이코패스든 아니든 말이다. 

아무튼 영화 홍보처럼 <식스센스>급의 대단한 반전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번쯤 우리네 인생을 뒤돌아보며..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서 묵시록적 화두를 던진 영화 <애프터 라이프>.. 제목 그래도 '인생의 후(後)' 즉, 저승길로 떠나는 정처없는 죽음으로 종결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누구나 살고 싶은 것이다. 여기 그들처럼, 비록 사는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 숨쉬지만, 삶의 가치를 이미 잃어버린 이들에게 던진 경고의 메시지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끊임없는 쏠라닥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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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Bedevill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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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서영희의 재발견,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 낫을 든 김복남.. 그녀를 분노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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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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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분위기속 호러와 관능을 절묘하게 버무린 게이고식 레시피, 역시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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