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스 투 줄리엣 - Letters to Ju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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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강호는 단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보겠다는 일념하에 오전 댓바람부터 달려가 본 영화, 하지만 이번에도 저번에 <살인의 강>처럼 극장을 통째로 빌려 떡하니 혼자서 당차게 본 영화, 아니 이런 로맨스물을 수염 난 칙칙한 남자가 본다고 매표 직원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극장문을 나섰던 영화, 그래도 강호는 떳떳하게 보며 100여 분 동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에 빠졌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뻔한 로맨스물이다. 그렇다면 내용이나 결말이 뻔한 스토리 즉, 통속적인 내용이라 지레짐작했다면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주인공, 특히 여자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이 로맨스물은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가히 성공적이다. 늘씬한 큰 키는 아니지만 금발 머리에 큰 눈과 마르지 않은 육감적 몸매를 과시하는 비주얼적 바디의 소유자 '아만다 사이프리드'.. 사실 이 여배우를 몰랐다. 영화 <맘마미아>에서 귀여운 '히로인'의 모습은 그냥 지나쳤지만, <죽여줘 제니퍼>에서는 뱀파이어 비스름한 역을 맡은 '메간 폭스'의 친구역으로 나와 착하고 연애에 숙맥인 척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에 반전을 던졌다. 그리고 <클로이>를 통해서 미중년 '리암 니슨'을 매혹적으로 유혹하며 '줄리안 무어'와 이상야릇한 사랑에 빠졌던 모습들까지.. 강호는 이 여배우가 이렇게 각인돼 있었고, 이번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평범한 역을 맡은 로맨스물에 나온다해서 만사 제쳐놓고 혼자서 보게 됐으니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작가 지망생 소피는 전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우연히 50년 전에 쓰여진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고, 편지 속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소피의 눈 앞에 편지 속 주인공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기적처럼 나타나는데.. 소피의 편지에 용기를 내어 50년 전 놓쳐버린 첫사랑 찾기에 나선 클레어. 할머니의 첫사랑 찾기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없이 따라나선 손자 찰리. 그리고 그들과 동행하게 된 소피. 그들의50년 전 사랑 찾기는 성공할까? 그리고 소피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까?




50년전 러브레터속 사랑찾기에 나선 세 사람

이렇게 이 영화는 어찌보면 지극히 통속적인 로맨스물이다. 50년 전에 발견된 러브레터를 통해서 그 러브레터의 주인공을 찾아주는 주인공마저 사랑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에 고리타분한 로맨스가 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시감을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으로 커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로맨스에 동화되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자료 조사원이지만 글쓰기에 나름의 소질이 있어 작가를 꿈꾸는 '소피'는 결혼을 앞둔 뉴욕에서 큰 식당개업을 준비중인 남친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베로나'에 머무른다.

하지만 둘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 남친은 와인에 빠진 남자로 그런 경매현장을 쫓고, 소피는 소피 나름대로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전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한다는 '줄리엣의 발코니' 벽에서 우연찮게 50년 전의 낡은 레브레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애 편지를 대필해주는 '줄리넷의 비서' 아줌마들과 함께 그 작업에 통참하며 50년 전의 러브레터에 답장을 보낸다. 곧바로 찾아온 노파와 젊은 청년, 바로 그 노파가 50년 전 편지를 쓴 여자였고, 청년은 그 노파의 손자였다. 50년이 지나 답장을 받은 노파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줄리엣의 발코니'를 찾아온 것이다. 이에 소피도 놀라면서 그 노파 '클레어'와 손자 '찰리'와 함께 편지속 남자인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베로나 도시를 이 잡듯 수십 명의 같은 이름 '로젠조'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찾아 다닌다. 하지만 로렌조 할아버지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서서히 지쳐가는 세 사람, 결국 로렌조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무덤가를 찾으며 이들의 사람찾기 여행을 여기서 끝난다. 여행내내 이런 사랑찾기를 써온 소피의 그런 사랑의 기록도 무색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이 실망한 채 돌아오는 길에 어느 거대한 농장 밭에서 우연찮게도 그들이 찾던 그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게 된다. 바로 감격의 순간이고 노파에게는 한 움큼의 눈물과 회한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물론 로렌조 할아버지도 이제는 너무나 늙어버린 클레어를 끌어안으며 그 사랑에 감격해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본 소피와 찰리.. 둘은 "그동안 고생 많았지.. 너무 잘 됐다.."며 서로를 위안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랑은 무엇일까.. 바로 소피와 찰리다. 소피는 이미 약혼남이 있지만 소피는 찰리에게 사람찾기 여행동안 찰리에게 흔들렸고, 찰리도 그런 소피에게 흔들려 서로 사랑의 감정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피는 그런 사랑을 숨긴 채 이탈리아를 떠나 본업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동안 생생히 써왔던 사랑찾기의 기록이 편집자에 눈에 띄어 잡지에 실리게 되는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남친은 큰 반응이 없다. 오로지 일에 빠져 사는 남자일뿐.. 이에 소피는 남친과의 절별을 선언하고 클레어 할머니와 로렌조 할아버지가 늘그막 해 결혼식을 올린다는 초대장을 받고 그곳을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다시 만난 찰리, 그런데 그 남자 옆에는 어엿한 색시가 있었으니 소피는 다시 찾아온 사랑앞에 울고만다.

과연 소피는 이 사랑을 어떻게 찾았을까.. 마지막에 그 사랑의 현장이 나온다.




통속적인 로맨스지만, 원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뻔하면서도 다소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그 소재는 50년 전의 발견된 한 통의 러브레터, 그 사랑의 편지속 남자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난 세 사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사랑을 보게 된다. 바로 50년 동안 고히 간직해온 어느 노파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제는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결국 찾게 된 그 사랑앞에 노년의 중후한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찾기에 전사적으로 나선 소피와 그런 '소피'를 처음에는 마뜩잖으며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 '찰리'.. 하지만 이 둘은 그 사랑찾기 여행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사랑에 시나브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며칠씩 같이 붙어 다녔으니 소위 '삐리리' 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영화는 노년의 사랑속에 청춘남녀의 사랑을 집어넣고 투영시켜 사랑의 방점을 찍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가 그려낸 그림들은 이런 메시지적 요소외에 인류사에 영원한 사랑의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 이들이 처음 만난 사랑의 도시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 풍광과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탈리아 음식의 보물창고인 맛의 도시 '시에나'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를 타고 사랑을 찾아 떠난 그들의 동선을 좇으며 이탈리아 여행에 같이 동참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찾기 여행속에 영화 <나인>의 음악 감독이 선사한 각종 달콤한 선율까지 절로 마음이 동화돼 사랑에 흥이 나는 순간들이다. 이탈리아 칸쏘네부터, 각종 팝 음악까지.. 이들의 사랑찾기에 제대로 흥을 돋운 것이다.

이런 영화적 소재는 1930년부터 전세계 여성들이 사랑의 사연을 보내온 '줄리엣의 발코니' 부터 시작된다. 실제 지금도 그곳은 유명 관광 명소라 한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줄리엣의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일화부터, 줄리엣의 발코니에 사연을 남기면 소위 줄리엣의 비서들이 모든 사연에 정성껏 답장을 해준다는 줄리엣의 비서들까지.. 이런 여러가지 모티브로 펼쳐진 소설같은 아니,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레터스 투 줄리엣>.. 그것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되며 그녀가 쓴 러브레터 한 통이 자신의 사랑마저 찾게 해준 이야기속에 어찌보면 통속적인 사랑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통속적이라 해도 사랑은 원래 그렇게 만나 찾는 과정속에 이뤄진다는 '사랑의 일반화'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올가을 최고의 감성 '러브레터'를 만난다.

그래서 이런 느낌은 추석전 개봉해서 순식간에 백만 이상의 관객몰이를 한 우리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과는 다른 감성 로맨스로 다가온다. 즉, 시라노가 고전의 모티브대로 연애를 조작해서 사랑에 빠지게 만든 다소 코믹적인 그럴싸한 로맨스였다면.. 여기 <레터스 투 줄리엣>은 그런 조작이 아닌 물 흐르듯 시간이 흐르듯 노년의 사랑을 찾는 과정속에서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져드는 두 청춘남녀 그렸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리고 그 시나브로한 사랑의 현장에서 세대를 넘나든 관객들은 동화돼 로맨틱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받게된다. 정말로 감정이 메마르지 않는 한 분명 감화는 받기 마련일터..

그것은 다소 육감적이면서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여자 '아만다 사이프리드'만의 사랑찾기 해법속에 녹아든 그림과 풍광들도 한몫하며 결국에 자신마저도 사랑찾기를 하게 된 이야기 <레터스 투 줄리엣>.. 실제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의 '줄리엣 하우스'를 배경으로 시대를 초월한 러브스토리를 그려낸 것이다. 또한 미국 개봉당시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의견과 평단은 '놀라운 경관과 달콤한 복고풍의 이야기가 있는 로맨스', '뜻밖에 만난 좋은 영화'이자 '폭력과 극단적인 묘사없이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을 제시한 영화로 평가돼 화제를 모았다.

결국, 이런 호평을 보듯이 50년전 '레브레터'라는 다소 통속적이고 이색적이면서 아날로그적인 이 소재가 가져다 준 그 사랑의 감성을 올가을 만나보자. 연인끼리도 좋고, 강호처럼 혼자도 좋고, 아니면 동성끼리도 좋고-(남자끼리는 좀 그렇다.)-특히 여자들끼리 같이 봐도 좋을 정도로, '맘마미아'보다 유쾌하고 '러브 액츄얼리'보다 사랑스러운 매력속에 50년 전 레브레터를 통한 '아만다'의 사랑찾기에 동참해 보자. 그것은 바로 감성 로맨스가 선사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여기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없다" 는 대사처럼..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이 영화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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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 Detective Dee and the Mystery of the Phantom F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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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은 추리활극을 표방한 오락영화다.

먼저, 이 영화는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급에서도 '추리활극'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표방한 역사물이다. 그래서 기존에 특히나 중국 역사를 고양시킨다는 이른바 '중화주의'를 표방한 영화로 평가받은 <공자-춘추전국시대>나 <뮬란:전사의 귀환>과는 차별화를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도 그런 유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호가 봤을때는 그것은 인지된 역사적 기록으로서 측천무후가 690년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로 옹립하는 과정의 배경일뿐.. 그것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보다는 전개되는 내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대신에 영화는 무척이나 현란하고 볼거리가 많다. 다만 CG가 많이 들어가 보여서 그렇지, 분명 눈이 즐거운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동방불패>, <천녀유혼>, <영웅본색>, <첩혈쌍웅>등의 제작과 <황비홍>의 신화를 만들어낸 '아시아의 스필버그'로 불린다는 '서극' 감독이 <칠검>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감독은 물론 제작까지 도맡아 제대로 연출한 무협액션 영화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제 6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을 한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배우 이제는 50살의 미중년이 되버린 '유덕화'가 주인공 '적인걸' 역을 맡아 눈길을 끌며 그의 이름값 하나만으로도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극중에서 그는 당나라 시대 아니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수사관으로 부활하며 활약했으니 영화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서기 690년 당나라, 고종 승하 이후 대륙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를 노리는 측천무후 (유가령 분). 화려한 즉위식을 앞둔 어느 날, 그녀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하늘의 분노라며 백성들의 공포가 커져가자 황실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측천무후는 최후의 수단으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좌천당한 천재적인 수사관 ‘적인걸’의 환궁을 명한다. 적인걸에게 빼앗았던 휘장을 되돌려주며 자신의 호위를 부탁하는 측천무후. 불타버린 시신의 재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적인걸은 심층적인 과학수사를 통해 대신들의 죽음이 ‘황린’이란 성분에 의해 인체가 자연발화 되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사건이 단순 범행이 아닌, 황실을 노린 누군가의 음모임을 감지하는데...



측천무후 즉위식을 앞둔 연쇄살인 미스터리

이렇게 영화는 당 고종 사후 측천무후의 섭정 8년이 지나고, 여황제로 등극하는 순간에 벌어지는 모종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우선은 눈이 즐겁다. 사실 역사적 기록에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현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방불케하는 엄청난 규모의 측천무후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위 그림처럼 말이다. 물론 CG지만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지도 않는데, 이것은 무후의 즉위식에 맞춰 완성 예정인 거대 불상 '통천부도'로 그 규모가 장대하다. 중국인들의 통이 큰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진두지휘 하던 두 대신이 뚜렷한 외부 발화의 원인 없이 신체가 타버려 죽고 만다. 소위 '인체자연발화'로 일컫어지는 이 살인사건 앞에 조정은 발칵 뒤집힌다.

이에 측천무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때 자신의 섭정을 반대해 옥고를 치르게 변방으로 내쫓았던 천재 수사관 '적인걸'(유덕화)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적인걸은 측천무후의 최측근인 상관정아(이빙빙)와 범죄수사관인 배동래(등초)와 함께 살인사건의 배후세력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역사극이 아닌 추리활극적 요소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서극식의 무협액션이 현란하게 펼쳐지는데, 특히 상관정아역을 맡은 이빙빙의 채찍 무술은 또 다른 매력으로 눈에 뛴다. 그리고 배순검으로 불리는 창백한 페이스의 빨간 눈동자를 가진 등초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모습은 무협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기 적인걸도 한 가닥 무협액션 하는 인물이다.

결국 세 명은 같이 활약하는 동안에 '인체자연발화'의 원인이 '황린'(인燐과 동일한 고체로 발화점이 낮아 물속에 보존하는 맹독성 물질)이라는 독성분 때문이란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 독을 가진 맹독류 '적염금귀'를 찾으러 어느 지하 귀도시에 들어가면서 영화는 좀더 액션너블하게 보여준다. 판타지 무협을 보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적인걸을 죽이려는 배후세력이 계속 상존하는 가운데 적인걸 본인의 목숨을 물론 가까운 사람까지 잃게 되고, 믿었던 사람의 또 다른 정체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해 달린다. 과연 인체가 아무 이유없이 자연발화된 정체는 무엇이며,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진다. 추리물이 다 그러하듯이 말이다.




서극표 무협액션을 제대로 보여준 '적인걸'

이렇게 영화는 측천무후 즉위식을 앞두고 벌어지는 중국황실을 발칵 뒤흔든 연쇄살인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다. 그것은 어디 신비한 과학물에서나 나올 법한 '인체자연발화'라는 소재로 눈길을 끌며 그 사건를 해결하는 인물이자 실제로 무후시절 재상까지 지녔던 적인걸을 천재수사관으로 둔갑시켜 그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적인걸은 숱한 사건을 해결한 명판관으로도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모티브를 따와 그렸으니 크게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닐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서극 영화 스타일답게 무협액션을 표방하듯이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액션이 현란해 눈이 즐겁다. 축지법은 물론이요, 날아다니며 칼과 검을 자유자재로 쓰는 그런 그림들로 넘쳐난다. 전혀 어색하지도 않거니와 무협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보기 좋은 서비스인 셈이다.

그것은 기본 추리극이라는 뼈대위에 무협액션이라는 살을 덧붙여 완성시키고 있다. 그것은 한정된 공간과 어우러지는 호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무협액션신은 무술감독 홍금보의 손에서 그려졌다는 점이다. 적인걸이 측천무후의 부름을 받기 전 맹인인 척 상소문 소각로에서 함께 일하던 맹인 파트너와 수십 명의 적을 상대하는 장면과 지하 귀도시에서 빨간 옷의 기이한 요괴와 액션씬, 거대 불상인 통천부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적인걸과 일대 다수의 대결 장면등은 똑똑하고 재치있게 합을 짜는 홍금보의 진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액션씬은 많다. 그리고 마지막 '통천부도'가 무너질때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소위 CG티가 난다고 해도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영화적 상상이 빛을 발하는 순간으로 본다면 눈은 즐겁다 할 수 있다.

이렇듯 매번 언급하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눈이 즐거운 무협액션 추리활극이다. 물론 실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그리며 말하고 있다. 측천무후가 어떤 인물이며 그녀가 후에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지 마지막에 언급도 한다. 실제 적인걸의 직언을 듣고 아들 '이현'(중종)에게 이씨 왕조를 권력승계한 일화가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 때문에 중화주의에 물든 중국역사 고취용이라고 이 영화를 매도?한다면 강호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고, 그것을 표출한 작은 메시지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것에 거부감이 인다면 중국 역사물은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파란색 측천무후 역의 유가령, 옆은 상관정아 역의 이빙빙..
9월 5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국제 영화제 시사회에서 무대인사

'적인걸'외 극중 캐릭터들 모두 잘 어울렸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나게 눈을 못 뛸 정도로 중국 무협액션물을 본 느낌이다. 그런 그림에다 추리라는 요소까지 있어 누가 죽였고, 배후 세력은 누굴까라는 의문점을 끝까지 유지하며 생각케 만든 영화였다. 물론 추리물이 그렇듯 적은 바로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추리활극치곤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극중에서 건진 뉴페이스가 하나 있다면 물론 측천무후역을 한 '유가령' 이 아줌씨도 진중하니 극에 너무 잘 어울렸지만..

특히 실제 역사에서도 그렇고 측천무후가 딸처럼 총애했다는 시녀? 상관정아역의 이빙빙.. 순간 양자경삘이 났지만 더 예뻐보이면서 그녀의 여린 몸에서 펼치는 무협액션이 눈에 각인됐다. 그 채찍을 휘두는 모습은 예전에 임청하를 보든 듯 했으니 위 사진에서 보듯 눈매가 닮아 보이기도 한다. 그외 배순검역의 '등청'이라는 배우의 비주얼도 새롭고, 물론 주인공 덕화옹은 연기력은 물론 배역에도 잘 녹아들었다. 다만 이제는 좀 노쇠한게 역력해 보여 액션 할 때 좀 힘에 부친 느낌이다. 또한 적인걸의 친구역의 '양가휘'까지..

아무튼, 제목처럼 이 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은 오락적 재미가 충만한 역사극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이 즐거운 흥미 만점의 활극이다. 물론 인체자연발화의 소재인 '황린'등 스토리적 요소도 탄탄하다. 다만 전개에 있어 임팩트가 없이 밋밋하게 흐른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중국 무협액션을 좋아하거나 이런 유에 익숙한 분들에게 이 영화는 서극표의 또 다른 액션을 즐기에 꽤 괜찮은 영화라는 점이다. 즉, 중화주의를 표방한다해도 비주얼한 영화적 재미로 커버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인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 영화를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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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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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魔王' 한자 그대로 하면 마귀중에서 으뜸가는 왕, 악마중에 최고의 왕 '마왕', 이렇게 제목만 놓고보면 그 어떤 마왕을 그려낸 무슨 판타지 소설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 소설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다. 두 남자 형제 주인공중 하나는 복화술을 하나는 예지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는 절대 판타지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본 아니, 지금도 진행중인 일본의 현 정치사회적 상황들을 그려내며 특히나 젊은 세태에 대한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자신 또한 젊기에 이 땅의 젊은 친구들에게 무언가 경고의 메시지로 담아내려 애쓴 일본에서 촉망받는 젊은 주류작가이자 예리한 문학적 지성의 소유자 '이사카 코타로'의 대표작인 <마왕>이다.

사실, 이 작품은 영화 <골든 슬럼버>를 통해서 알게된 작가의 책으로 먼저 냉소적이면서 무언가 매력적인 사신死神 치바의 이야기를 그린 <사신 치바>를 읽고 나서 두 번째로 만난 소설이다. <사신 치바>가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신 '치바'를 통해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냉소적 진중함으로 다가왔다면 여기 <마왕>은 인간의 삶이 어떤 자각없이 사색없이 획일적으로 흐르는 그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런 비판은 초능력을 가진 두 형제를 통해서 그려내며 때로는 관념적으로 때로는 진중어린 순수함으로 어리석은 군중들에게 '생각하라, 생각하라'는 문제의식을 던진 이사카 코타로의 대표작 <마왕>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정치인, 무솔리니, 시인, 복화술사, 예지력자, 인간군상들

사람들이 만원이 지하철 안.. 저마다 말없이 골똘히 생각을 담고 살아가는 이들, 여기서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 '안도'는 친구 '시마'를 만나 나라 안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소수 야당인 '미래당'이지만 거기에 젊은 정치인 '이누카이'를 통해서 그 둘은 현 정치 상황을 꼬집는다. 이 대찬 정치인은 바로 중국에게 매번 당하고 미국에는 찍소리 못하고 끌려가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자신과 동급인 정치인의 작태를 꼬집으며 일본 정치판을 뒤흔들 야심찬 인물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이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파시즘의 '무솔리니'를 '이누카이'와 대비시켜 이목을 끌고 있다. 또한 일본의 국민작가로 칭송받으며 자연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젊은 시절에 요절한 시인이자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몇몇 작품의 구절을 인용해서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여기 주인공 '안도'는 바로 다른 사람의 심중에 있는 말을 간파하는 혹은 그 사람의 말을 조정할 수 있는 일명 복화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물론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 몰랐지만 차츰 알게 되면서 그 능력을 여러 곳에서 시험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안도는 지금 일본이 처한 상황들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껴하는 국민들과 '이누카이'가 무솔리니와 닮아 보이는 저 정치인의 등장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생각해라.. 생각해라.. 맥가이버'를 외치듯 그는 사색에 골똘한 젊은이다. 물론 이런 형을 옆에서 지켜보는 형을 지극히도 좋아하고 아끼는 동생 '준야'는 그런 형이 걱정이 된다. 너무 사색만 하다가 자신의 입장도 견지하지 못한 채 쓰러질까봐 걱정이다. 이렇게 형 안도는 조근조근 하면서도 냉철한 사색의 소유자다.

반면 동생 '준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정치사회에는 크게 관심없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 '시오리'와 무난한 삶을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에 평소 복화술에 심취해 몸이 점점 허해져 가던 안도가 그 당찬 정치인 '이누카이' 유세 현장에 갔다가 갑자기 길바닥에서 '돌연사' 하면서 동생 준야의 삶도 바뀌어 버린다. 5년이 훌쩍 지나버린 그 시점에서 시오리와 살고 있는 준야네는 TV와 신문등 모든 정보를 끊은 채 도심속에 고립된 사람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준야는 무언가 잘 맞추는 '예지력'이 있음을 간파한다. 형의 혼이 씐 것이 아닌가 위안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둘은 경마장에 가 그 예지력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물론 이를 지켜보는 제 3자의 시선으로 말하는 '시오리'는 남편 준야의 이런 능력과 기운에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데.. 과연, 그 돈으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위 '평화헌법'이라는 불리는 '헌법 9조'의 개정(국가 안위를 위해서 자위대의 무력 사용이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정치인 '이누카이'와 맞서려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결말은 그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사회 비판적 견지로 사색적인 삶을 일관해온 복화술사 '안도'와 다르게 나름 안돈하며 크게 사회정치적 성향은 띄지 않은 채 살아온 그가 결국에 맞선 삶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은 사회소설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복화술사, 예지력자라는 판타지적 요소에 무언가 독특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여기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사회적 미디어와 관련된 언론들의 상황과 정치적으로 표출된 헌법 개정과 관련된 국민투표등 비단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이채롭다 할 수 있다. 바로 현재 한국에 사는 우리와 궤를 같이 하는 느낌으로 깨닫는 바가 많은 작품이다. 그것은 바로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사색없이 획일적인 일본내 세태의 비판이자 미래의 대안 제시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런 그림들은 이야기속에 나오는 캐릭터를 통해서 표출된다. 젊지만 올곧고 나라를 위해선 국민 모두가 국가를 위해서 나서야 할 때를 주장하는 당찬 젊은 정치인 '이누카이'.. 실제 이 인물은 1932년 평화적인 정당정치를 옹호하던 '이누카이 츠요시' 총리를 보수 우익 성향의 젊은 해군 장교들이 총리 관전에 난입해 살해한 5·15 쿠데타 사건을 모티브로 따온 인물이다. 또 그것을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을 낳은 '무솔리니'와 접목시켜 그리고 있으며, 자연인으로써 살고자 했던 일본 국민작가 '미야자와 겐지'를 통한 "제군은 이 시원스러운.. 제군의 미래권에서 불어오는.. 투명하고 청결한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가.." 같은 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주인공 복화술사 '안도'를 통해서 사람들의 말을 조정해 행동을 고쳐 사색적 삶으로 인도하려는 의도와 양태들, '준야'의 예지력으로 경마에서 일확천금을 땄지만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문제 제기로 미래에 대한 조망과 이 둘 형제를 지극히도 관조적으로 때로는 관여하듯이 일관되게 지켜본 여자 '시리오'까지.. 이렇게 여기 캐릭터들은 서로 상충되면서도 일면 서로 통하듯 일본사회의 생각없이 일관되온 사회적 세태를 흡수적인 비판적 견지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에게 정보화의 홍수속에서 인터넷 '검색' 아니라 제대로 된 '사색'을 견지하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소위 '생각 좀 하고 살자!'의 주의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가곡인 '마왕' 속의 이야기, 꿈속이었는지 마왕을 본 한 아들이 아버지의 품속에서 결국 죽어갔다는 그 모티브로.. 이 둘 형제를 마왕속에 집어 넣으며 우리 안의 그 어떤 '괴물'에 대한 섬뜩하면서도 기발한 우화적 이야기로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 작품 전체적 느낌은 사회적 세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 그것을 두 주인공을 통해서 꼬집으며 대중적이면서도 무언가 순수문학적 분위기로 사회소설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 <마왕>..

과연 우리시대 진정한 마왕은 누구이며, 여기 이야기속의 두 형제가 추구한 진정한 삶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파시스트 무솔리나와 함께 처형당한 그의 애인 클라라, 이 둘의 시체가 거꾸로 매달렸을때 뒤집어진 클라라의 치마를 바로잡아 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운집한 군중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속 어느 페이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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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다.

국내에서 '오쿠다 히데오' 하면 <공중그네>요, <공중그네>하면 '오쿠다 히데오'가 생각날 정도로 읽어본 사람들은 알지만 '이라부'가 펼치는 그 엽기적 사회 강박증 치료기는 그만큼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는 무거운 현실의 문제를 가벼운 웃음 속에 능숙하게 녹여내는 능력이 있다. 쉽고 간결한 문체, 다음 행을 궁금하게 하는 문장,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묘한 치유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는, 이 독특한 매력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 일본소설 제2의 붐을 이끌고 있다는 대표적 소개다.

이렇게 그는 꽤 유명한 일본소설 작가다. 그래서 강호도 예전에 <공중그네>를 접하고 나서 '오쿠다 히데오'의 주요 작품들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그리고 위시리스트에 오랫동안 담가둔 그의 베스트 컬렉션집을 이번에 이렇게 질렀다. 물론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은행나무판에서 나온 총 5작품들 <남쪽으로 튀어> 두 권, <공중그네>, <인터풀>, <면장선거>, <스무 살 도쿄>까지 총 6권과 또 다른 인기작중에 하나인 <최악>를 포함해서 총35,000원에 인팍에서 컬렉했다. 권당 5,000원 꼴인 셈이다.


<최악>은 최악의 소설이 아니다.

아무튼 <공중그네>로 이렇게 나머지 작품들을 컬렉하게 되었는데, 그럼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베스트 컬렉션 이외에 구입한 <최악>이라는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은 우연찮게 보았는데 워낙 평가들이 좋아서 50% 할인도 하다보니 켵가지로 구했는데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大 장편소설이다. 하지만'최악의 상황, 최악의 사건, 최고의 스피들'를 자랑하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놀라운 가속도 소설이라는 점에서 읽히는 감은 장난이 아닌 듯 싶다.

내용도 경제, 사랑, 인생, 모든 것이 최악의 순간으로 치닫는 세 주인공을 그린 소설로써.. 평범한 듯하면서도 우유부단함으로 똘똘 뭉친 세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빨리 망가질 수 있는가를 스피디한 문체로 보여준다는 소개다. 여기에 최악의 한 방을 날리는 예측불허의 은행 강도사건까지 개입하며 사건은 꼬일때로 꼬이는데.. 과연, 이들이 맞닥뜨린 그 최악의 상황과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기 <최악>을 통해서 재밌게 만나보자. 물론 최악의 소설은 아닐 것이다. ㅎ





유시민이 읽고 일본 대사에게 선물한 책,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2005년 작이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헌신하다 우여곡절 끝에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아버지를 둔 사춘기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일상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에 휘둘리는 가족과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지로의 이야기가 한 편의 유쾌한 모험담처럼 펼쳐진다는 소개다. 얼토당토않은 해프닝들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춰내고, 현대사회의 단면을 조망하는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써 '2006 서점대상' 2위로 선정되었으며,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의 직원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책 베스트 1위'로 뽑혔다.

또한 국내에서 평가도 가히 독보적이다.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부터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 책 시민기자와 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책', 책따세 추천 청소년 권장도서, 북데일리 선정 '올해를 빛낸 책', '네이버 도서평가단 '북꼼' 선정 '올해의 책'까지.. 이 책의 대한 호평 릴레이는 이렇게 많다. 아마도 내용이 과격파 운동권 출신인 아버지를 통한 가족사에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 그런 것 같다.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주제 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작품, 역사와 사회 문제에 바싹 달라붙어 샅바 싸움을 벌이는 소설"이라는 평가처럼.. 또 유시민 전 의원이 읽고 일본 대사에게 선물했다는 <남쪽으로 튀어>.. 올 가을에 즐겁게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오쿠다 히데오의 자전적 청춘소설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의 2004년 작이다. 젊음의 도시 도쿄를 무대로 그린 작가의 자전적 청춘 소설이다. 존 레넌의 죽음, 들뜬 봄의 캠퍼스, 그리고 서툰 사랑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즉 '시티보이'를 꿈꾸며 도쿄로 상경한 다무라 히사오의 좌충우돌 10년 속에 사랑스러울 만큼 유쾌하고 풋풋한 젊은이를 통해서 문장 사이사이에서 기세 좋게 튀어나오는 청춘소설이라는 소개다.

그래서 "그해 봄, 나의 청춘은 시작되었다!" 명제아래 풋풋함, 설렘, 망설임, 꿈과 열정 그리고 어른되기까지.. 바로 오쿠다 히데오가 그리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청춘 그래피티 <스무 살, 도쿄>.. 우리네 젊은 날의 뭉클한 추억까지 되살리게 할 것 같은 그만의 유쾌한 청춘소설을 올 가을에 만나보자.



강호는 <공중그네>를 통해서 엽기적이면서도 무언가 매력적인 마냥 싫어할 수만 없는 재밌는 캐릭터인 '이라부'를 만나면서 그 재미에 빠졌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단박에 국내에 '오쿠타 히데오'를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2004년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이라부 박사와 여러 환자들이 벌이는 요절복통 사건들이 그려진다. 주인공인 이라부 의사는 그야말로 괴상한-별난 캐릭터다. 환자를 결박하고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막가파식 치료법, 다섯 살 아이같은 천진한 반응, 음식점 하나를 문닫게 만들만큼 왕성한 식욕, 대학 동문들로부터 모두 따돌림당할 정도로 기이한 평소 행각까지..

그러나 황당무계하고 제멋대로인듯 보이는 이라부식 심리치료는 놀랍게도 100% 효과만점이다.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환자들의 강박증은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되고, 그 과정을 통해 유쾌.상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크고 작은 강박증 하나쯤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주는 즐거운 작품이 바로 <공중그네>인 것이다.


'이라부'의 3부 걸작 시리즈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선거>

<인더풀>은 앞선 작품 <공중그네>의 후속편이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엽기 의사 '이라부'와 육체파 간호사 '마유미'가 버티고 있는 정신과 병원에 기상천외한 강박증 환자들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 폭탄을 날리는 것도 여전하다. 스토커가 자신의 뒤를 밟는다는 망상에 시달리는 연예인 지망생 도우미, 직장동료와 눈이 맞아 달아나버린 전 부인과 섹스하는 꿈을 꾼 후 지속발기증에 시달리는 30대 남성, 변실금을 치료하려고 수영을 시작했다가 수영 중독증에 빠져버리는 남자 등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환자들의 강박증은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된다.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유희적 인간' 이라부의 기이한 행동들은 가슴이 환해지는 결말을 선사한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있게 풍자한 소설 <인더풀>.. <공중그네>에 이어지는 그만의 유쾌한 즐거운 이라부 표 처방전을 맞아보자.

<면장 선거>는 <공중그네>와 그 후속편인 <인더풀>에 이은 또 하나의 쾌작으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가 등장하는 세 번째 소설이다. 외딴섬에 부임하게 된 이라부 박사의 유쾌한 소동을 그린 '면장 선거'를 비롯, 총 네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패닉 장애에 시달리는 인기 프로야구 구단의 구단주이자 신문사 회장('구단주'), 청년성 알츠하이머에 걸려 히라가나를 쓸 수 없게 된 IT업계의 젊은 총아('안퐁맨'), 안티에이징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좌불안석인 여배우('카리스마 직업'). 이번에는 유명 인사들이 아라부네 병원에 줄을 잇는다.

한편 아라부가 2개월 임기로 부임한 외딴섬에서는 하필 격렬하기로 유명한 선거전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민주주의가 통용되지 않는 괴상한 섬. 공명정대함과는 애당초 거리가 먼 선거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융통성 없는 말단 공무원은 새로 부임한 이라부에게 기대를 거는데.. 이렇게 이번에 이라부는 유쾌한 웃음은 물론, 권력과 제대로 한판을 벌이게 되는데 그 <면장 선거>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만나보자.

이렇게 강호가 벼르고 있던 '오쿠타 히데오'의 베스트 컬렉션을 말 그대로 컬렉하면서 책을 간단히 만나봤다. 작품들 면면히 기대되는 소설들이자 읽으면 그 유쾌한 재미와 상상을 즐겁게 만드는 그런 작품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많은 것으로 안다. <방해자> 3권과 <올림픽의 몸값> 2권, <한밤중에 행진>, <마돈나>, <걸>까지 말이다. 하지만 여기 베스트 컬렉션 6권과 <최악>까지 만나봐도 '오쿠다 히데오'를 알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책 읽기 좋다는 '천고마비'의 가을에, 유쾌한 웃음과 풍자의 레시피가 가득한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을 만나 보시길 제안해 본다. 강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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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강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개봉관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 왜냐? 독립영화니까.. 그런데 우리 시골 동네에는 어제(30일) 개봉을 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보고 왔다. 그것도 큰 극장안에서 아무도 없이 강호 혼자서 두 다리 쭉펴고 봤다. 더군다나 장르가 '스릴러'였기에 다소 긴장하면서 말이다.ㅎ 하지만 스릴러다운 요소는 많이 떨어져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순간 깜놀한게 한두 번 있긴 했지만서도.. 그렇다. 이 영화는 스타급 주연배우도 아니요, 잘 나가는 감독이 합작한 충무로의 웰메이드급 영화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뮤지컬계에서 나름 잘 나가는 배우들 신상록, 김다현 투톱을 써 독립영화를 표방한 만큼 영화 자체는 무대극?을 보듯 사실 심플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시대극을 다루고 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부터 90년대 초 학생운동등, 2000년대까지 무려 10여 년의 세월을 벅차게도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제로 일어났던 1980년대 시골 마을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 1990년대 기지촌 여성의 살인사건 등 큰 사건 두개의 모티브를 차용하고, 그 사건에 얽힌 두 남자 주인공이 내외면적으로 고통에 빠지며 무너져가는 모습을 중점으로 그린 영화 <살인의 강>이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순수한 소녀 명희를 짝사랑했던 두 소년 승호(김다현)와 동식(신성록)은 명희를 두고 비밀스런 내기를 한다. 그러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그날 이후 명희는 처참하게 능욕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놀랍게도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동식의 형 경식이었다. 동식은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이후 친형제와도 같았던 승호와 동식의 우정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명희가 죽은 후 6년, 노동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승호는 그곳에서 거짓말처럼 동식의 형 경식과 재회한다.

승호는 경식이 명희가 죽던 그날에 대한 진실을 들려줄 것이라 믿었지만 경식은 돌연 독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린다. 다시 만난 승호와 동식, 동식은 명희에 이어 자신의 친형의 죽음까지 승호와 연관되어 있음에 승호에게 왠지 모를 증오심을 느끼게 되고, 명희가 죽던 그 순간부터 승호와 자신의 운명이 마치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 저주와도 같은 운명의 그림자는 동식의 누나 진희에게 이미 드리우고 있었다. 과연 14년 전 그날 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 소녀와 두 소년의 사랑

이렇게 영화는 어느 한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 두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시대 배경은 1980년대 중반으로 그들은 중학생이다. 도심이 아닌 한가로운 어느 농촌 마을에서 그들은 둘도 없는 막역지우다. 그런데, 어느날 그들이 짝사랑했던 '명희'라는 소녀가 갈대밭에서 처참하게 능욕당해 시체로 발견된다. 곧바로 학교 체육관에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학교 학생들을 대거 잡아와 체육관에서 취조를 한다. 바로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똑같은 길이의 음모를 찾겠노라 거시기 털을 뽑아내는등 어찌보면 희극적인?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마치 송강호 주연의 대히트작 <살인의 추억>을 분명 오마쥬한 느낌이다. 향숙이를 대하듯 말이다. 여기 학생들이 그렇게 대놓고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이 좀더 리얼한 영화적 그림이라면 '살인의 강'은 좀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그들을 대한다. 벽면에 전장군의 액자를 걸어놓은채 말이다. ㅎ 이렇게 중학생 시절 자신들이 좋아했던 여자 아이가 죽으면서 이 둘의 우정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금새 범인은 동식의 형 경식으로 밝혀져?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88년 고교생 시절에 둘이 룸싸롱에 가서 대차게 술 퍼 마시고, 1992년 대학생 시절 노동 운동하다가 승호는 감옥에 가 그곳에 경식이 형을 만나지만 경식은 트라우마에 지내온 세월앞에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승호는 출소한뒤 90년대 후반 사회 초년병 시절 승호는 신입 검사가 된다. 그럼, 친구 동식은 뭐하고 지냈을까..

그는 잘생기고 공부잘하며 착한 승호와는 완전 딴판으로 원양어선을 타며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등 불만 가득한 사회 반항아로 허송세월한다. 자신의 형이 살인자로 감방에 가 죽었고, 자신의 누이마저 기지촌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군에게 죽게 되면서 이 모든 불행과 울분을 친구 승호에게 결국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들이 소싯적 좋았던 소녀의 죽음을 떠올리며 그들은 운명의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과연 누가 운명을 강을 건넜을까 아니면 건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들이 소싯적 사랑했던 소녀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영화적 결말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다. 반전을 기대한 만큼 실망도 적잖이 안긴 셈이다. 아니.. 소녀를 죽인 범인도 못 밝힌 채 말이다.



시대극이지만 시대를 모두 담긴 힘들다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인 구도 특히 영화 초중반은 1980년대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목가적인 농가 풍경이라든지 전원의 모습은 잘 살렸지만 처참히 죽은 소녀를 둘러싼 사건 해결의 그림은 분명 '살인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하지만 범인을 잡는데 주력한 느낌보다는 이 두 남자에 초점에 맞추다보니 그들이 지내온 삶과 인생을 이후에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 소녀의 죽음은 뒤로 한 채..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 상처로 아파하며 트라우마에 갇힌 두 남자의 모습을 간간히 보여준다. 그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듯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연속성을 억지로 만들어낸 짜임새가 조금은 엉성하고 이야기의 흡인력 또한 부족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어떤 임팩트한 대사가 없이 무대에서 대사치듯 다음 장면이 나오는 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모든 것이 독립영화의 분위기라면 할말이 없지만서도 대중적인 영화로 다가서기에는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편견을 배제한 채 본다면 때로는 관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두 주인공의 고통스런 내면을 그려내는 힘의 강도는 꽤 강렬한 편이다. 특히 영화 초중반 1980년대를 묘사한 부분은 시대극답게 잘 표출이 된 것 같다. 이후 90년대, 2000년대는 조금은 엉성한 느낌이지만서도..

그래서 100여분 안에 이 모든 시대를 담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대에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의 실체까지 조합해야 하니 힘이 부친것도 사실이다. 결국 장르는 분명 '스릴러'였지만.. 초중반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한 마이너한 느낌에서 중반이후 마지막까지는 다른 구도로 가며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강호는 볼만했다. 혼자서 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누가 같이 볼지 모른다는 기시감? 때문일지도.. 아무튼, 한 소녀를 짝사랑했던 두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얼개이자 플롯이다. 그리고 그 소녀의 죽음이 가져온 두 남자의 트라우마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보여주는게 이 영화의 핵심인 것이다. 그것이 승호가 됐든 동식이 됐든 말이다.

그리고 그 둘은 루비콘의 강을 아니, 살인의 강을 두고 서 있다.
건너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빠져 죽든지.. 결국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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