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하면 그 무한상상이 펼쳐내는 흥미와 재미로 점철된 어떤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구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강호는 사실 판타지 소설류는 많이 읽지는 않는다. 조금은 허무맹랑한 그 이야기에서 만나게 되는 그 낯설음 때문인데, 하지만 최근에 '필립 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1편 <모털 엔진>과 2편 <사냥꾼의 현상금>을 읽으면서 그런 낯설음은 단박에 날려버렸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한 편의 판타지를 만나게 됐다. 바로 인터파크 서평단에 응모해서 받은 판타지 소설 <레크리스>.. 어떤 종류의 판타지일까, 싶지만 제목 아래 '거울 저편의 세계'를 보면 얼추 알 수 있다.



우선 책 표지의 그로테스크한 푸른 색의 얼굴부터 이목을 끄는 판타지 소설 <레크리스>는 '해리 포터'와 '셜록 홈즈'의 제작자 '리오넬 위그럼'과 유럽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 '코넬리아 푼케'가 함께 창조한 새로운 판타지 월드라는 소개다. 그렇다면 작가 '코넬리아 푼케'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2005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0대 인물로도 뽑힌 바 있는 이력의 소유자다. 푼케는 '잉크하트', '용의 기사' 등의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로, '도둑의 왕'으로 비엔나 문학원의 아동 도서상과 취리히 아동 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에 버금가는 판타지 동화작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번에 코넬리아 푼케가 선보이는 판타지 <레크리스>가 바로 이런 유의 느낌으로 다가와 거울 저편의 세계를 그려냈으니.. 간략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거울 저편의 세계 판타지 '코넬리아 푼케'의 <레크리스>

제이콥의 아버지는 1년 전 갑자기 사라졌다. 그때부터 온 집안은 어머니가 내뿜는 슬픔에 잠겼다. 제이콥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와 나이 어린 동생 빌이 모르게 아버지 서재를 이곳저곳을 살핀다. 그러다가 발견한 아버지의 글씨체로 적힌 뜻을 알 수 없는 그림과 이상한 메모. "거울은 오직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는 자에게만 열린다." 거울, 아버지가 거울을 달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던 제이콥은 아버지 서재에 있는 거울을 통해 거울 저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후로 제이콥은 아무도 몰래 두 개의 달이 뜨고, 실제 그림 형제의 동화 속 배경이 된 거울 저편의 세계를 제집처럼 오가며 그곳에서 나름 유명한 보물 사냥꾼으로 입지를 다진다. 그렇게 12년이 흐른 어느 날, 제이콥의 동생 빌이 형을 따라 거울 세계로 오게 되고 인간과 대립 관계에 있는 고일족의 갈고리 발톱에 부상당해 몸에서 비취옥이 돋아나게 된다. 제이콥은 동생의 피부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사이 빌의 연인 클라라까지 거울 저편의 세계로 오게 되는데...

이렇게 내용만 봐도 이 소설은 대단히 판타지적이다. 부제처럼 '거울 저편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코넬리아 푼케의 판타지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 이렇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그녀가 이번에 발견한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기차도 있고, 사진을 찍어 자신을 모습을 간직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왕을 모시는 난쟁이들도 있고 과자로 만든 사악한 마녀의 집도 있다. 마치 현실 세계는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그림 형제의 동화 속 배경이 더 가까우며 어쩌면 그곳이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을 거울에 비춘 듯 정반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듯 판타지를 펼쳐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다소 현실감있는 소재로 그 거울의 저편의 세계를 바라보며 판타지를 그려낸 <레크리스>.. 그런면에서 독특하지만 일견 와 닿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 코넬리아 푼케가 그려낸 거울의 세계를 만나보자. 이 판타지의 모토처럼 말이다. "거울은 사물을 정확하게 비춘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사물은 원래의 것이 아니다. 거울 속 사물은 원래의 것과 닮은 듯  닮지 않았으며 다른 듯 다르지 않다. 거울 저편의 세계 역시 원래의 세계와 닮은 듯 닮지 않았으며 다른 듯 다르지 않다. 이것이 코넬리아 푼케가 새롭게 창조한 판타지 월드"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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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강박증’하면 무언가 자신이 그 어떤 물체와 상황에 시달리는 정신적 장애와 공황상태을 보통 일컫는데, 이것은 일종의 신경정신과적 용어의 ’강박장애’로 엄연히 질환의 일종이다. 즉, ’강박장애(强迫障巫,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 라고 명징하고 있다. 그렇다. 자신의 의지와는 반하게 무언가 쫓기듯 시달리며 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라 보면 되는데, 이런 질환들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물체나 물건을 싫어하는 강박이 있다든지 어떤 상황에 처하면 그것을 해야 직성이 풀리듯 매번 그런 환경에 시달려 오곤 한다.

이른바 ’확인행위의 습관화’라고 보면 쉬울까.. 그렇다면 이런 질환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외적인 치료 이외에 책을 통한 간접치료도 있다. 그렇다. 여기 이 책이 그런 치료법을 제시하며 우리네 강박증의 사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일본에서 잘 나가는 작가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으로 물론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속에는 패러독스하면서도 ’유희적 인간’이자 무언가 정신이 나간 듯 괴짜의사 ’이라부’를 통해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미 전작 <공중그네>를 통해서 이라부는 그만의 강박증 치료법을 선보이며 많은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여기 못 말리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의 2탄 <인 더 풀>을 통해서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다섯 사람을 또 치료에 나섰다. 그들은 어떤 강박에 시달렸고 치료됐을지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현대인의 우울과 강박을 다룬 이라부 시리즈 2, <인 더 풀>

첫 번째 이야기 <도우미>는 섹시하고 외모도 출중한 한 젊은 처자, 이 처자는 이른바 ’도우미걸’이다. 레이싱걸 모델부터 각종 이벤트 행사, 모터쇼, 게임쇼등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쭉쭉빵빵의 여자, 그녀의 삶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히 좋지 않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은 모두 음흉한 늑대로 간주하는 도도한 여자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부터 ’자신을 누가 쫓아오는것 같다. 누군가 나를 계속 엿보고 있다’ 등 스토커에 시달린다고 이라부를 찾아간다. 그런 이라부는 도리어 치료는 커녕 그녀의 상황을 인정하며 자신이 애인까지 되주겠다며 희번덕거린다. 과연 그녀는 그 스토커를 떼어놓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로 스토커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일종의 ’자의식과잉’의 표출인 것인가.. 소위 ’자뻑’에 빠진 여자들이 꼽십어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 <아, 너무 섰다!> 제목부터 남자라면 눈치챌만한 이야기다. 바로 남성의 심볼 ’존슨’ 즉 거시기가 시도때도없이 서버려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생활까지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싶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 중의 하나다. 이른바 ’음경강직증’이라 불리며 임포텐스(발기부전)와는 반대의 경우인 것이다. 아무튼 거시기가 빨딱 서버린 그는 이라부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라부조차 그런 그를 보자 부러워하며 치료는 커녕 비아그라 과다 복용이라 단언하는데, 하지만 몇 번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차도가 없자, 그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교보재?로 쓰였다가 단박에 해결하게 되는데 마지막이 압권이다. 특히 남자들은 이 이야기에 심히 공감할 것이라 본다.  ㅎ




세 번째 이야기 <인 더 풀>은 이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데, 매사 생활에 의욕이 없어 이른바 ’심신증’에 걸린 한 남자, 심신과 마음의 병에 걸려서 매번 가슴이 저리고 답답함을 느껴 이라부를 찾아간다. 무엇이 원인일까? 이런 의욕없는 삶을 어떻게 돼 찾을 수 있을까, 이라부에게 고민을 털며 급기야 그 남자는 자신이 학창시절 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며 의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수영에 너무 빠져살면서 이라부까지 끌어들여 둘은 수영하기에 올인한다. 그러면서 둘은 구민회관의 수영장을 야밤에 급습해 마음껏 수영을 할라고 하는데,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친 과욕은 금물이다.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는 <프렌즈>다. 여기 한 고등학생이 있다. 그는 지금의 학생들처럼 휴대폰에 빠져 산다. 과하긴 하지만서도 하루 2백통 이상의 문자를 보낼 정도로 그 남학생은 모든 것을 휴대폰으로 해결한다. 학교 생활은 물론 학교를 나와서도 매 소위 ’문자질’이다. 그런 휴대폰이 없어진다면 그는 심한 강박에 시달려 아무것도 못하고 손까지 떨 정도로 심각해진다. 이에 이라부를 찾아갔는데, 이라부조차 나도 휴대폰 문자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그 또한 휴대폰에 빠졌다가 재미없다며 손을 놓는다. 급기야 그 남학생은 나중에 휴대폰 문자를 대하는 친구들의 싸늘한 반응을 보고서 외톨이가 됨을 느끼는데.. 문제는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소위 소통이라는 게 그렇게만 일회성으로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다. 이 케이스는 우리가 정말 자주 보거가 접하는 강박증의 일종이다. 소위 아줌마들이 그런 케이스가 많은데, 집을 나서고도 내가 전기 콘센트는 뽑았는지, 가스불은 껐는지, 수돗물은 세지 않는지 등.. 그런거 말이다. 여기 논픽션 작가인 한 남자도 그런 케이스다. 대신에 이 남자는 담배불에 대한 강박이 있다. 집을 나설때마다 내가 담뱃불은 껐는지, 껐다면 혹시 불씨가 남은 건 아닌지, 그 불씨가 어디에 옮겨 붙으면 어떻하지 등.. 보통 걱정이 아니다. 그래서 이라부를 찾아간다.

이라부는 이것은 일종의 ’확인행위의 습관화’라며 그에게 도리어 담뱃불도 그렇지만 "가스는 새지 않았을까.. 전기는 누전이 안 됐을까.." 하며 그를 더욱더 압박한다. 이에 그 남자는 또 다른 강박에 시달려 어쩔줄 몰라하며 집을 나가면 가스 밸브도 잠그고 두꺼비집도 내리는 강수를 둔다. 그래도 길을 나서면 걱정은 매 한가지다. 과연, 이런 확인행위의 습관화를 어떻게 타파했을까.. 모종의 사건을 우연찮게 처리하며 일말의 여유를 찾게 되는데,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숙집으로 이사를 했지만서도.. ㅎ



괴짜의사 이라부 그만의 강박증 치료기, 낯설지 않다.

이렇게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를 보면 마냥 소설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네 일상적인 모습들이 많다. 스토커에 시달려 왔다고 생각하는 섹시한 ’도우미’의 이야기나, 심적 압박과 충격으로 인해선지 남성의 심볼이 매번 빨딱 서 있는 그 남자의 고충, 심신이 지치자 예전에 했던 수영하기 운동을 찾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 한 남자, 그리고 휴대폰 문자질에 올인한 고딩학생의 소통방식인 문자 의존의 강박증, 마지막으로 우리네 일상에서도 많이 봐온 무엇을 했는지 안 했는지 등 ’확인행위의 습관화’처럼 이런 모습들은 절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즉, 모두 한두 번쯤은 겪거나 봐온 그림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강박장애는 꽤나 ’유희적 인간’으로 비춰보이는 괴짜 의사 ’이라부’와 섹시하면서도 너무나 관조적인 육체파 간호사 ’마유미’ 이 둘이 그런 환자들에게 주사 한대 맞히고 시작하는 그 이상한 치료법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라부는 환자들의 고충을 마음껏 들어주는 듯 하면서도 그들과 같이 행동하며 치유해 가는 그만의 치료방식, 이것이 이라부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그만의 강박증 치료기인 것이다. 즉, 함께 그 강박증 행위에 도달하기 전 또 도달했을 때 만나게 되는 행위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어찌보면 태초의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을 대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되는 순간에 인간은 누구나 심리적 편향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의 삶의 궤적이 그려낸 흔적을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런 이라부를 만나며 때로는 웃음과 역설을 통해 치유 행위의 쾌감을 맛보게 된다. 아무튼 <공중그네>에 이어 이라부의 2번째 강박증 치료기 <인 더 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니, 때로는 위트있게 풍자하며 그 속에서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이라부식의 치료를 보여주는 처방전들.. 마냥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닌 점에서 이 소설이 의미하는 크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요, 따분하고 우울하고 무언가 강박에 시달린다면 그래서 이런 소설이 심히 와 닿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이라부 표 처방전을 우리는 맞게 되고, 또 그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3편 <면장선거>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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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강호 - Reign of Assas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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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무협의 정석대로 보여준 심플하고 스타일리쉬한 무협영화, 이것이 무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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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강호 - Reign of Assas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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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이란 세계가 원래 그렇다. 절대 무림고수들이 판을 치는 그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를 과시하고 각종 무파가 이합집산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강호를 지배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강호에는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가운데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그 사연있는 사람은 또 다른 사연있는 사람을 만나 살아간다. 물론 종국에 그들은 강호를 떠나 또 다른 이상적인 무릉도원의 강호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것이 바로 무협에서 그려내는 그림들이다. 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 무협의 기본 플롯이자 여기에 살을 덧대고 빼고해서 새로운 무협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영웅본색>, <첩혈쌍웅>등으로 홍콩 느와르 액션의 르네상스를 열며 헐리웃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감독으로 손꼽는 '오우삼' 감독이 메가톤을 잡고, 한국 남자 배우중 가장 우수에 젖은 눈빛을 자랑하는 최강 간지남 '정우성'과 이제 50을 바라보는 80년대 <예스마담>의 여경찰과 <와호장룡>에서 대나무 숲 사이를 날아다녔던 '양자경' 누님이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가 된 중국무협 영화가 바로 <검우강호>다. 제목부터 이것이 어떤 영화인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영화이고, 포스터만으로도 느낌이 딱 오는 그런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줄거리 또한 무협의 세계가 그러하듯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아니, 정석대로 기본대로 충실히 그려내며 전세계 무협팬들의 마음과 향수를 자극시켰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무협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준 <검우강호>, 심플하다.

명나라 시대, 8백년 전 사라진 달마의 유해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의 검객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황실의 명으로 달마 유해의 반쪽을 보관하던 지앙(정우성)의 아버지는 달마의 유해를 노리는 암살단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매일 같이 검술을 연마하며 조용히 살아가던 지앙은 얼굴도 바꾼 체 소박한 우편배달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정체를 숨긴 체 살아가던 지앙은 같은 마을에서 비단 장사를 하는 ‘정징’(양자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정징이 정체 모를 검객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서 그녀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또 다시 강호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지앙! 그리고 결전의 순간 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충격적인 한 사람! 비극의 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봐도 한 편의 무협지를 보듯 뻔한 내용이다. 항상 강호는 무림 고수들로 들끊게 되어 있고, 그 강호의 세계에는 어떤 떡밥이 던져진다. 절대 무림의 제패를 꿈꾸는 고수들이 찾게 되는 어떤 물체, 물건, 비법서등..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고수들은 하나 둘 모이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며 때로는 음모와 배신속에서 죽어나가지만, 그래도 그 지상최대의 한 목표를 향해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강호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 영화에서는 '달마의 유해'라는 떡밥을 던졌다. 즉, 이것을 습득시 절대 무공을 갖기에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검을 겨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아비를 잃은 '지앙'(정우성)이 복수를 꿈꾸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다가 같은 마을에서 어느 한 여자 '정징'(양자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그렇게 강호속에서 알게 모르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 둘은 무림에서 알아주는 고수였다. 남자는 물론 특히 여자 '정징'은 전에 '세우'라 불리며 절대 무공을 자랑하던 여검객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정체를 숨긴 채 심지어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화제작 <페이스 오프>처럼 안면이식 성형수술을 해 새로운 페이스로 살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정체를 서서히 캐묻기 시작한 고수들이 쳐들어와 남자가 위기에 처하면 여자가 구해주고 여자가 위기에 처하면 남자가 구해주면서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종국에는 그 절대 무공의 비법을 차지하려는 흑석파의 수괴 전륜왕과 한판 대결을 벌이면서 이들은 강호의 전설대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느 누가 희생을 하면서 신파조 무협의 전형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강호로 사라지는 그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줄거리이자 기존 무협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인 것이다.

 

양자경 무협액션의 포스는 녹슬지 않았다.

이렇듯 이 영화는 기존 무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차용하며 어느것 하나 비켜간 것이 없다. 기본대로 정석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정우성이 분한 '지앙'은 복수를 꿈꾸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간 한 남자였으며, 당대최고의 여검객으로 강호를 주름잡았던 여자 '정징'은 얼굴까지 변형시켜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스마담때부터 온몸으로 액션씬을 선보이며 와호장룡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각인된 배우 '양자경' 누님이 이제는 50(62년생)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제는 어느덧 많이 늙어보이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액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특히나 여기서 펼쳐보이는 무협액션은 많은 와이어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중부양을 하며 액티브한 빠른 검술을 선보인 것이다. 그 검술도 마치 채찍을 다루듯 검이 막 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미래의 신랑감에게 먼저 장가오라고 할 정도로 당찬 구석이 있는 여인네였다. 그런데 어찌보면 외유내강의 스타일로 내면에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과거에 대한 비밀을 숨긴 채 살아가는 어떤 아픔을 간직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 폭발하는 순간, 그녀는 온몸을 던져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고 자신까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강호의 세계에서 스스로 물러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협의 궁극', 특히 남녀가 주인공일때 그려지는 신파무협의 클리셰로 전형적인 플롯이라 할 수 있다. 즉, 그 사랑앞에서 어느 하나가 희생을 하는 그림들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에서 두 남녀 주인공 말고 새롭게 눈에 띄는 무림 고수는 없을까.. 물론 없지 않다. 대신에 장편 드라마가 아닌 한 편의 영화다보니 그 고수들의 캐릭터는 많지 않고 정형화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코 악역으로 나온 흑석파 수괴인 전륜왕이 초중반에 스타워즈 제다이를 코스프레한 모습과 이런 흑석파의 바늘던지기 암살자 '레이빈'역의 '여문락'도 나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나 한 젊은 여자가 눈에 띈다. 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미모의 암살자 '옥'역을 맡은 '서희원'.. 사실 이 여배우를 몰라서 순간 보고서 '장쯔이' 같은 모습에 여리고 선한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찾아보니 대만의 금잔디라 불리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히로인이라고 한다. 외모는 여리고 청순한 모습인데, 여기 극중에서는 미인계를 무기로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서는 위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다. 바로 저 장면이 반라로 지앙(정우성)을 유혹하는 장면인데, 이때 지앙은 넌 뭥미?로 쳐다보더니 밖으며 뛰쳐나가 '여기 미친 여자 있으니 구경오라'고 외친다. 이에 그녀는 깜놀해 반라로 담장을 뛰어넘어 도망가고 만다. ㅎ

서희원의 발견, 스타일리쉬한 무협영화의 심플작 <검우강호>

아무튼 여기 극중에서 서희원이 분한 미모의 암살자 '옥'은 그런 청순한 모습과는 달리 냉혹한 여검객으로 나와 또 다른 눈길을 주었다. 바로 무협물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냉혹함과 요염함'을 겸비한 여자 고수로 나오는데 위의 자경 누님이 분한 '정징'처럼 이 옥도 한 무술하는 실력을 갖춘 검객이다. 하지만 이런 고수는 항상 절대 무림에서는 이용당하거나 궁극으로 달려가지 못하는게 보통의 구성이다. 이렇게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정적을 유혹하지만 종국에는 그 미모가 도리어 화근이 돼 사라지고 마는 조연급으로 강호에 세계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 <검우강호>는 무협의 기본 구성과 이야기전개 등을 그대로 차용한 무협영화이다. 수많은 무협소설과 무협드라마가 그래왔듯이 어떤 메스도 가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찌보면 고전무협의 전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강호처럼 무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예전 무협의 향수를 자극하며 일종의 복습을 하게 한 영화 <검우강호>.. 그것은 이야기의 전개를 무협의 전형대로 심플하게 이끌어가며 오우삼식의 스타일리쉬한 무협액션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소싯적 홍콩 느와르의 르네상스를 연 것처럼 무협 느와르를 제대로 선 보인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역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다. 초중반은 볼만했지만, 전륜왕의 비밀?을 알고나서 좀 얼척없어 웃긴다, 막판 신파조의 반전이 무엇이냐 등.. 안좋게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협영화다. 그것도 보통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무협의 정석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이고, 대신에 무협액션 만큼은 지금 시대에 맞게 오우삼식으로 스타일리쉬하게 연출하며 분명 눈요기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런 비주얼적 요소들은 안좋은 면을 불식시키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 강호처럼 여기 '검우강호'도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강호의 세계를 꿈꾸며, 그들은 또 다른 강호의 세계를 찾아나선다.

그것이 무협영화 아니, 모든 무협물의 무한루프인 것이다. 아 강호의 세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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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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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의 재발견, 미친 스토커와 사투속 색다르고 담백한 느와르를 만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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